(1)

아라비아의 선원들이 배를 타고 자바섬 근처를 평화롭게 항해 중이었다. 그들은 웬 벌거숭이 괴물이 판자때기에 의지해 바다 위를 떠도는 걸 보았다. 선원들은 벌거숭이를 구출했다.

벌거숭이에게 입을 걸 줬더니 “난 원래 벗고 사는 놈”이라며 거절했다. 먹을 걸 줬더니 끝없이 한없이 요구했다. “이런 뻔뻔한 놈을 봤나!” 놈의 식탐에 화가 난 누군가가 한 대 걷어차려 달려들었다. 놈은 그의 양어깨를 잡아 몸뚱아리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열받아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놈의 껍데기는 너무도 단단하여 뚫을 수 없었다. 바다에 빠뜨리려 했으나 발톱을 갑판에 박아 버텼다. 오히려 놈은 사람들을 잡아 그 육신을 찢어버렸다.

벌거숭이 괴물은 순식간에 배를 완전 장악했다. 쿠데타였다. 선상의 공포정치가 시작됐다. 배는 놈의 배를 채우는 나라가 됐으며, 선원들은 치욕스런 놈의 신민이 됐다.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새 루흐가 구원자로 나타났다. 벌거숭이 괴물은 알아채지 못하고 갑판 위에 그냥 서 있었다. 거대한 새는 놈을 나꿔채 산산조각냈다. 배는 다시 평화로운 항해를 할 수 있었다.

(2)

대한민국호는 4.19 혁명의 여세를 몰아 민주주의를 향해 순항 중이었다. 배는 잔치 분위기로 시끌시끌했다. 그 배 위에 웬 괴물이 올라탔다. 여순해(麗順海)에서 죽을 뻔 했는데, 다른 괴물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존재라고 했다.

괴물은 순식간에 대한민국호를 장악했다. 쿠데타였다. 선상의 공포정치가 시작됐다. 배는 놈의 배를 채우는 나라가 됐으며, 선원들은 치욕스런 놈의 신민이 됐다.

몇몇 사람들이 괴물에게 덤볐다. 그러나 괴물의 껍데기는 너무도 단단하여 뚫을 수 없었다. 바다에 빠뜨리려 했으나 발톱을 갑판에 박아 버텼다. 오히려 놈은 사람들을 잡아 고문하고 죽였다.

어느날 김재규가 나타났다. 벌거숭이 독재자는 무슨일이 생길지 알아채지 못하고 시바스리갈만 홀짝거렸다.

총알이 발사됐다. 괴물이 쓰러졌다. 그리하여 배는 다시 평화로운 항해를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괴물의 새끼들이 수시로 출몰해 항해를 방해하곤 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배는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

(부록)

독재자

박정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공으로는 산업화의 아버지로서 경제개발을 이뤘다는 것이다. 과로는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권탄압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의 공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그가 독재자였다는 사실에는 토를 달지 못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일본에서 수입해온 개념이 있으니 ‘개발독재’다. 박정희의 18년은 공포의 시대였다. 박정희는 그 18년동안 전두환과 노태우를 키우고, 박근혜와 최순실을 길렀다. 무수한 악종(惡種)들이 그의 품에서 발아하니 악의 꽃들이 만발하여 세상을 덮었다. 박정희는 여순반란 당시 남로당원으로 지하활동을 하다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백선엽 등 만주 군관학교 출신 군부내 친일세력의 구명운동 덕에 목숨을 건졌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라지만, 그때 박정희가 사형을 당했다면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아라비아 전설

#1 평화로운 항해 중에

선원들은 항해중이었다. 그들은 웬 벌거숭이 괴물이 판자때기 하나에 의지해 바다 위를 떠도는 걸 보았다. 선원들은 벌거숭이를 구출해줬다. 입을 걸 줬더니 거절했다. 먹을 걸 줬더니 잘 처먹었다. 어마어마하게 처먹었다. 계속 먹을 걸 요구했다. “이런 뻔뻔한 놈을 봤나!” 누군가가 열받아 괴물에게 덤볐다. 이런, 놈은 노예의 양어깨를 잡아 몸뚱아리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화가 난 사람들이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놈의 껍데기는 단단하여 뚫을 수 없었다. 바다에 빠뜨리려 했으나 발톱을 갑판에 박아 버텼다. 심지어 놈은 사람들을 잡아 그 육신을 찢어버렸다. Aboulfaouaris and his crew encountered a dulhath near the island of Java. They saw a naked man clinging to a plank of wood in the sea, calling for help; accordingly the sailors rescued him and brought him aboard ship, where his appearance caused much consternation. When told that he had been narrowly rescued from drowning, the odd man smiled and said “I could have stayed for years in the sea without being bothered; what torments me most is hunger. I have not eaten in twelve hours. Please bring me something to eat, anything, I’m not particular”. An attempt was made to bring him clothing, but the dulhath explained that he always went naked. “Don’t worry, you’ll have lots of time to get used to it”, he added ominously, stamping his foot impatiently. Enough food was presented to him to feed six starving men. The dulhath polished it off and asked for more; the same amount was brought to him and disappeared in short order, and a third helping was called for. One of the slaves, shocked by the creature’s insolence(오만, 무례), made to strike him, but the dulhath grabbed him both shoulders and tore him in half. All hell broke loose. Aboulfaouaris, sailors, slaves, all descended on the dulhath with sabers drawn, determined to kill the monster. But the dulhath’s skin was harder than diamond. Swords broke and arrows bounced uselessly off his hide. Then they tried to drag him off the ship, but the dulhath sank his claws into the deck, anchoring himself immovably. The sailors were utterly incapable of harming the dulhath. The dulhath, on the other hand, had no such problems as he took one of the sailors and ripped him to pieces with his claws.

#2 공포정치가 시작되다

괴물은 배를 완전 장악했고 사람들에게 복종을 요구했다. 선상 공포정치가 시작됐다. “My friends, you had better obey me. I’ve tamed worse people than you, and I will have no qualms about having you share the fate of your two shipmates”. With that the reign of terror began. The dulhath was in full control of the ship, and ate his fourth course while the crew stared in terrified silence. Aboulfaouaris hoped that food and conversation might cause the monster to doze off, but the dulhath smugly reminded him that he had no need for sleep, and none of the soporific tales they told him would have any effect.

#3 최후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새 루흐가 나타났다. 벌거숭이 괴물은 거대조의 하강을 알아채지 못하고 갑판 위에 그냥 서 있었다. 거대한 새는 놈을 산산조각냈다. All hope seemed lost until deliverance came from the sky. The sailors looked up to see a rukh soaring overhead, and they scattered in fear. The dulhath, however, was unaware of the huge bird, and was standing confidently in the middle of the deck. An easy target! The rukh dove and carried the dulhath off before he could cling to the ship. But the intended prey wasn’t giving up without a fight, and he began tearing and biting into the rukh’s belly. The rukh responded by gouging out the dulhath’s eyes with its talons. As it expired, the rukh caught the dulhath’s head in its beak and crushed it like an eggshell.

거대조

루흐(Rukh) 혹은 로크(Roc). 인도양에 있는 신비의 섬들에 살고 있다. 깃털 한 개가 야자나무 잎만큼 크다. 옛날 페르시아 사람이 그린 삽화를 보면 머리 세 개 달린 코끼리를 부리와 발톱으로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비율은 매와 들쥐 정도. 『아라비안 나이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에 등장. (귀씻소 321회, <전두환에게 ‘계란 후라이’ 먹이기> 편에 소개)

괴물에 대한 얘기가 다 다르다

의견이 분분. 그러나 생김새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한다. The Dulhath has had a muddled history, with authors disagreeing with each other on the exact name, let alone the appearance. It is first mentioned by al-Qazwini, who refers to the dulhath, but al-Damiri describes it under the name of dulhama, and Bochart reports on the duhlak. Here al-Qazwini’s name has been given priority.

생김새

The dulhath that plagued Aboulfaouaris looked like a man of about 40. He had a monstrous shape, a big head, short bristly hair, and an excessively large mouth filled with sharp teeth. Eyes like those of a tiger glared above a flat nose with large nostrils. His arms were nervous, his hands large, and his fingers equipped with viciously hooked claws.

정체는?

타조 귀신일까? 타조를 탄 악마일까? a shaytan(devils or demons) riding an ostrich in the desert. It devours travelers. While the original description appears to be al-Qazwini’s, the dulhath’s pedigree probably goes back to jinn who appear as animals – in this case, an ostrich jinni. This in turn led to al-Qazwini’s dulhath as a demon found on certain desert islands, and which resembles a man riding an ostrich. The best description of a dulhath is found in the tale of Aboulfaouaris the sailor. Sadly it is all but certifiable, as the creature in question remained unnamed, but its behavior is compellingly close to al-Qazwini’s broad outline.

식인

It eats the flesh of humans who have been cast alive or dead into its territory.

목소리

큰 목소리의 허풍쟁이. 자화자찬 대가. A dulhath will also invade ships to seek its prey, and when attacked by sailors it speaks loudly in a boastful voice, causing them to prostrate themselves before it. (Bochart believed the “boastful voice” to have been some translation error derived from tales of sir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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