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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꽃, <미완성> 교향곡[클래식 비타민]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ㆍ전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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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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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1797~1828)의 〈미완성〉 교향곡…. 교향곡은 보통 4개의 악장으로 이뤄지지만 이 곡은 두 악장으로 되어 있다. 24살 되던 1822년 가을에 쓰기 시작해서 다음해 4월, 3악장을 20마디까지 쓰다가 중단한 채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는 왜 이 곡을 완성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혼의 깊은 심연에서 울려나오는 신비로운 슬픔의 1악장, 세상의 번뇌를 초월한 듯 평화롭고 달콤한 2악장… 두 악장으로 이미 완성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3, 4악장을 쓸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걸까? 이 곡은 완성되지 못한 슈베르트의 짧은 삶처럼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환희의 송가〉보다 조금 먼저 작곡됐는데,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선배 작곡가와 다른 슈베르트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짧은 악절 안에서 무궁무진한 조바꿈으로 섭세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다. 오케스트레이션도 뛰어나다. 현의 화음은 투명하고 상쾌하며, 관악기의 색채감은 화려하며, 강약 대비는 매우 역동적이다. 2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짙은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불완전하다는 느낌은 없다. “〈미완성〉은 모든 교향곡 중 가장 완성미가 뛰어난 곡”이라는 역설적인 평가가 있다.

1악장은 나지막한 콘트라바스의 선율로 시작한다. 불안하고 격정적인 현의 반주에 맞춰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첫 주제를 연주한다. 고통스런 비명에 이어 호른의 팡파레가 울려 퍼지면 첼로가 서정적인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전개부, 길을 잃고 방황하지만 솟구치는 열정으로 벽을 돌파한다. 제시부로 돌아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탄식하며 끝난다.

2악장(링크 14:50)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곡들 중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3박자의 주제가 흐른다. 들꽃 가득 핀 봄의 벌판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깊은 산속 옹달샘”과 비슷한 선율이 등장하는 게 재미있다. 두 번째 주제는 고뇌의 추억처럼 아련하게 펼쳐진다. 꿈꾸는 듯한 호른의 화음이 낭만의 향기를 더한다. 달콤한 꿈의 여운을 지긋이 느끼며 마무리한다.

10대부터 31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언제나 ‘방랑자’라는 자의식을 달고 다녔던 슈베르트… 한창 나이에 중단된 그의 삶처럼 〈미완성〉으로 남은 이 교향곡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시정(詩情)이 넘치는 낭만 음악의 꽃이다. 수십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이 곡의 악보는 그가 죽은 뒤 한참 뒤인 1865년 발견되어 비로소 빛을 보았고 베토벤의 〈운명〉,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와 함께 이른바 ‘세계 4대 교향곡’의 하나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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