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세 유럽인들은 동네 바보들을 어떻게 쫓아낼까 고심했다. 바보들은 함께 살기에 성가신 존재였다. 꾀를 냈다. 바보들을 배에 태워 먼 곳으로 쫓아내자. 그러면 바보들은 절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

사람들은 바보는 물론 미친사람, 배교자, 역병환자, 범죄자 등도 함께 배에 태워 유럽 곳곳으로 실어 날랐다. 바보들은 낯선 곳에 버려졌다. 사람들은 ‘바보들의 배’가 라인 강을 오르내리는 광경을 보며 “성가신 것들을 떼어냈다”며 좋아했다.

히에로니무스 보슈 Hieronymus Bosch, 바보들의 배, 1490~1500.

‘바보들의 배’는 화가들에게 흥미로운 소재였다. 위의 그림을 보자. 나뭇가지에 등 구부리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광대는 바보를 상징한다. 바보광대가 어깨에 걸치고 있는 지팡이를 보면  끄트머리에 사람 머리가 매달려 있다. 저 머리를 ‘바보 얼굴’, 지팡이를 ‘바보 얼굴 지팡이’라 한다. 이 지팡이는 남성 치부의 상징 소품이다.

매달려 있는 거위고기를 처먹겠다고  칼 들고 낑낑대는 자는 음식에 대한 탐욕, 본능을 보여준다. 왼편에는 사내놈 하나가 뱃바닥에 비스듬히 누워있고, 웬 여편네가 술병을 들고 있다. 남녀는 성적인 쾌락을 예고한다. 뭐, 보기만 해도 구태여 설명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물에 반쯤 잠긴, 술이 들어있을 호리병은 광기를 상징한다. (술 먹으면 개 된다는 말을 상기하시라.)

이제 기독교의 관점에서 그림을 보자. 테이블에 마주앉은 수녀와 수도사는 욕망의 덩어리들이다. 이 하나님의 두 자식은 다른 세속의 바보들과 다름없이 아가리 딱 벌려 음식을 탐하고 있다. 두 아가리가 음식을 향해 직진하다보면 키스가 이뤄질 것이다. 고로 두 주둥아리는 동시적으로 성적욕망도 상징한다. (중세의 유럽에서는 수녀와 수도사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 자체가 금기로 돼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라.) 깃대에 묶여있는 분홍색 깃발은 이교도 즉 이슬람교를 상징한다.

다른 상징도 무진장 많지만, 웬만한 건 다 생략하고, 맨 위 나뭇가지의 올빼미 형상의 해골은 죽음을 상징한다. 사악함을 의미한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림을 복잡하게 뜯어볼 것도 없다. 왼갖 바보들이 술 처먹고 븅짓 하고 있는 걸 그려낸 그림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그림 특히 목판화는 중세기 내내 반복적으로 만들어진다. (이상의 얘기는 하지현이 쓴 <정신의학의 탄생> 등에서 베꼈다.)
 

(2)

오늘날 대한민국에 ‘바보들의 배’가 나타났다. 그 배의 이름은 ‘자한당 호’다. 그 배의 바보선장은 지만원이었으며, 바보승객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이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바보들을 비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부 가족들은 풍랑이 거세지자 바보승객들을 은근하게 혹은 돌직구로 비난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바보들이 직접 배를 만들었으며, 바보들 스스로 배에 올랐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바보들을 어떻게 쫓아낼까 고심했다. 함께 살기에 성가신 존재였기 때문이다. 바보들을 배에 태워 먼 곳으로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리하여 바보들이 절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개 하고싶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제 바보들 스스로 그 배에 올랐으니 우린 손수건 한번 흔들어주며, 빠이빠이하자. 안녕, 바보들.

(부록)

바보들의 배

Ship of Fools. 바보들의 배는 일종의 격리 수단이었다. 17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은 감옥과 병원을 만들어 이른바 ‘대감금의 시대’를 준비한다. 미셸 푸코가 중세 이후의 감옥과 병원의 격리 시스템에 대해 정리하신 건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푸코는 “병원과 감옥이 억압과 격리의 기제로 작동했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허나 푸코의 입장은 본문의 얘기를 희석시킬 것 같아 이 정도만 언급하기로. Ship of Fools is a satirical allegory in German verse published in 1494 in Basel, Switzerland, by the humanist and theologian Sebastian Brant. It is the most famous treatment of the ship of fools trope and circulated in numerous translations.

(바보들의 배 展, 중세~현대)

선장도 승객도 바보 멍텅구리 쪼다..... Ship of Fools(Sebastian Brant, 목판화, 1494) There is a captain who is taller and stronger than any of the crew, but he is a little deaf and has a similar infirmity in sight, and his knowledge of navigation is not much better. The sailors are quarreling with one another about the steering––every one is of the opinion that he has a right to steer, though he has never learned the art of navigation and cannot tell who taught him or when he learned, and will further assert that it cannot be taught, and they are ready to cut in pieces any one who says the cont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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