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나메는 일본에 사는 요괴다. 특이식성으로 사람 때를 먹고 산다. 때는 더러운 놈한테 많으며, 놈이 몸을 씻는 목욕탕이나 욕실에 많다. 요즘은 화장실이 변소+욕실인 경우가 많으니 거기에도 때가 많다. 예로부터 일본 사람들은 기후 때문에 목욕을 자주 하는 습관이 있다는데, 그래서 이런 때쟁이 요괴들도 생긴 모양이다.

놈들은 야심한 밤이 되면 욕실에 나타나 ‘국수처럼 긴 혀’로 사람의 때와 오물을 핥아 먹는다. 특히 국수처럼 길고 굵은 때를 좋아한다. 천정, 벽까지 갈고리처럼 생긴 쇠발톱으로 기어 올라가 오물을 핥는다. 근데 당신이 어느날 삼년만에 때를 밀었다 한들 그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수 밀 듯 때를 밀었다 한들 국수 한 그릇이 어찌 나오겠는가. 하여 놈들은 늘 배가 고프다.

오래 전 배고픈 놈들 가운데 몇몇 똑똑한 놈들이 한국에 먹을 게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놈들은 "한국에 더러운 놈들이 많으니 때 생산량도 많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하여 똑똑한 놈들끼리만 쉬쉬하며 한국을 방문했다. 과연 때는 이승만 때도 많았고, 박정희 때도 많았고, 전두환 노태우 때도 많았고, 이명박 박근혜 때도 많았다. 한시절 배불리 먹었다.

한국의 광화문에 촛불이 타오르면서 몇몇 똑똑한 놈들의 때 독과점 시대가 끝났다. 일본 전역의 아카나메 사회에 “한국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소식이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팔선녀가 단골로 다니는 쑥탕의 때가 양도 많고 품질도 좋다”는 마이니치신문의 폭로 기사가 결정적이었다.

아카나메 놈들은 대장 선녀 최순실이 감옥에 가자 “함포고복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며 아쉬워 했다. 선녀들은 자취를 감췄고, 최순실은 감옥에서는 아무래도 목욕하기도 힘들고 여유롭게 때를 빡빡 밀 시간도 부족하니 생산량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놈들의 예견은 빗나갔다. 최순실은 감옥에서도 물을 펑펑 쓰며 때, 비듬, 코딱지, 귀지, 발바닥 각질, 겨털, 무좀균 등 몸뚱아리의 온갖 오물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놈들은 최순실의 때를 나누며 그녀가 하늘임을 깨닫고 섬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정말 똑똑한 놈들은 “사실은 최순실보다 더 높은 하늘이 계시다”며 덜 똑똑한 놈들을 비웃었다. 하늘님은 최순실의 언니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자신의 때와 오물과 변기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살던 사람이다. 또한 자신의 오물을 철저한 비밀과 보안 속에 관리하며 웬만큼 양이 쌓이면 아카나메 놈들에게 남몰래 기부했다. 아름다운 선행이었다.

박근혜의 선행을 지켜보던 한 여인이 있었으니 측근 조윤선이었다. 조윤선은 박근혜가 자신의 오물과 변기에 대해 큰 긍지를 갖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지난 세월, 어리석은 그녀는 자신의 오물을 오물로만 취급해왔던 것이다. 변기를 변기로만 취급해왔던 것이다. 조윤선은 깊이 반성하며 3800만원의 나랏돈을 들여 전용 변기와 샤워부스를 설치했다. 이때부터 조윤선 또한 자신의 오물을 철저한 비밀과 보안 속에 관리하며 웬만큼 양이 쌓이면 아카나메 놈들에게 남몰래 기부했다. 역시 아름다운 선행이었다.

아카나메들은 김진태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지난 겨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욕을 기피했다. 무척 추웠기 때문이다. 놈들은 이때 먹이 부족으로 크게 고생했다. 놈들이 추위 속에서 배를 굶고 있을 때, 김진태가 겨울과 추위를 비웃으며 씩씩하게 옷을 벗었다. 김진태의 때는 박근혜나 최순실의 때보다는 하급에 저질이었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그 맛에 열광했다. 기름기가 많고 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식감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카나메들은 이명박과 김기춘에 대해서는 매우 못마땅해 했다. 이명박은 뭐든 제 입으로만 가져갔기 때문이다. 나랏돈과 집안돈, 내 돈과 남의 돈 개의치 않고 닥치는대로 제 아가리로 처넣었다. 너무도 인색하여 제 때조차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남몰래 국을 끓여 처먹었다. 그걸 땟국물이라 했다. 아카나메가 무릎꿇고 빌어도 그 땟국물 한방울을 내주지 않았다.

사실 아카나메들의 기대주 때쟁이는 김기춘이었다. 박정희 시절부터 몸에 낀 때가 너무도 시커멓고 두꺼워 기대했다. 하지만 워낙 비밀이 많은 사람인지라 제 때에 대해서도 대외비 도장을 꽝꽝 찍어댔다. 아카나메들은 김기춘의 주위를 돌며 침만 삼켰다. 김기춘은 감옥에 가서도 한동안 목욕을 안했다. 목욕을 안하니 때가 떨어지지 않았다. 아카나메들은 “평생 사람들한테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더니 우리 귀신들한테도 매한가지로다”라고 한탄하며 돌아섰다.

아카나메 놈들은 요즘 대박을 맞고 있다. 적폐청산의 호시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의 적폐가, 이명박의 산처럼 쌓이고 묵은 때, 땟국물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 때가 드러나고 아카나메들이 그걸 다 먹어치우면 대한민국은 청정지역이 될 것이다. 적폐의 청산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요즘 그 오물의 냄새가 천지사방에 진동하고 있다.

(부록 1)

아카나메
가정집의 욕실이나 버려진 폐가에 서식. 옛그림에 나타난 전형적인 모습은 갈고리처럼 생긴 쇠발톱을 지닌 더벅머리 동자. 대개 헤어를 가지런하고 단정하게 자르고 다니는데 이는 메이지 시대 초기 ‘신식의 상징’이었음. 더럽고 게으른 자들을 위해 때와 오물을 치워주니 유익하다. 익귀(益鬼)라 할만하다. 한자 이름으로는 구상(垢嘗 / 때 구, 맛볼 상)이라 한다. 에도시대의 <괴담집 고금백물어평판, 古今百物語評判>에 아카나메 유사종으로 아카네부리라는 요괴가 등장.

(부록 2)

에도시대의 일본 대중 목욕탕(1615–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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