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과 방통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21대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안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를 두고 “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됐던 방송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했고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적반하장,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드는 형세, 정확히 윤석열 대통령을 가키리는 말이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건 윤석열 정권임은 온 국민이 다 안다. 덕분에 방송3법이 왜 중요한지,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언론자유가 얼마나 절실한지 온 국민이 다 알게 됐다.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져 왔는가. 정권은 ‘대통령 술친구’ 박민을 사장으로 앉혀 KBS를 ‘땡윤방송’으로 만들어 세월호 다큐 불방에다 '이승만 신격화 방송'까지 추진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고, YTN을 유진그룹에 밀실・졸속 매각하여 ‘언론장악 부역자’ 김백 사장 체제로 탈바꿈시켰다.

방송3법에 대한 첫 번째 거부권이 행사된 2023년 12월 1일 이후에도 방송장악 작전의 속도를 높여왔다. ‘언론장악 기술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불법적 2인 체제 의결을 쌓아나가다 탄핵 위기에 몰려 줄행랑을 치자, 닷새만에 지명된 ‘자수성가’ 김홍일 방통위원장 또한 2인 체제의 ‘대통령 독임제’ 방통위에서 죄목을 더해왔다. 김홍일 또한 탄핵위기에 몰리자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들을 교체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해놓고 도망쳤다. 과거 보수 정권의 MBC 장악 ‘공범자’이자 청문회를 통해 법카 유용 의혹・극우 편향 등이 드러나며 어떤 공직을 맡아서도 안되는 ‘부적격자’로 판명된 이진숙은 방통위에 출근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불법・졸속으로 의결했고, 곧바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됐다.

또한 윤석열 정권은 MBC와 CBS 등 정권 비판보도를 한 방송사들을 압박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위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입틀막 심의’를 도구로 삼아 법정 제재를 남발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법정 제재 전부가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되어 그 부당함이 판명났다. 이외에도 황상무 시민사회 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 박민 체제 KBS의 ‘세월호 다큐 불방’ 등 정권의 야만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방송 관련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의 필요성’을 운운했다. 후안무치한 헛소리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현업언론인들과 시민사회는 줄곧 정부와 집권여당에 공영방송 독립에 관한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번 방송4법 국회 의결이 있기 전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범국민 논의기구’로 문제를 풀자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야당도 한 발 물러나 논의기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를 중단할 수 없다며 해당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그걸 걷어차며 방송장악에 몰두해온 정부여당이 ‘협의와 공감대’를 운운하며 거부권을 정당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이로써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윤석열 정권은 여당의 총선 참패와 지지율 폭락 고착화에도 불구하고 외려 방송 장악을 정국돌파용 방책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오판이다. 올해 6월에 발표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MBC를 포함해 언론노조가 주축이 된 방송사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기자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기자들의 82%가 윤석열 정권이 주도한 방통위 2인 체제가 문제있다는 평가를 내렸고, 윤 정권의 '장악 목표물'인 MBC를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도 1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심화될수록 그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권에 전한다.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이 스스로의 몰락을 자초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쇠 귀에 경읽기다. 중재도 거부하고, 법안도 거부하고 그 책임을 언론인들과 국민에게 돌리는 오리발 정권, 한 줌 극우 이권 카르텔에 놀아나며 헌정질서와 언론자유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 정권은 그 자체로 체제에 대한 위협이다. 언론은 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 저항해야 할 사명을 띤다. 오늘의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우리 현업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 가치에 공감하는 대다수의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전에 나설 것이다. 그 길로 우리를 내몰고 있는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2024년 8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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