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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사생결단’ 부른 세무조사동아일보 대해부 5권 -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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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3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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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2일자 동아일보 2면에는 「언론사 세무조사 본격 착수 / 국세청, 일부 지국 장부 압수」라는 기사가 나왔다.

  국세청은 1일 21개 신문·방송 등 중앙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사실을 서면 통지한 데 이어 신문사 일부 지국의 영업장부를 영치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이주석 조사국장은 이날 “언론사와 관계사, 사주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게 된다”며 “필요할 경우 조사는 60일보다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국세청의 조사 관행과 규칙에 따라 엄격히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지금까지 어느 기업이라도 조사결과를 발표한 사례가 없었지만 사법부에 고발하면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 언론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간 배경과 관련해 이 국장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전체 언론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세계일보의 경우 99년 특별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99년 특별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관계사 조사를 받지 않고 신문사 및 신문 관련 자회사만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세무조사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2월 8일부터 언론사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1999년에 실시했어야 할 세무조사를 2년이나 늦게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김대중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가 명백하므로 세무조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사들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실정법이나 세무행정의 관례로 보면 뒤늦게나마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정당한 처사이니 공정하게 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바른 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와 조선은 그와 정반대의 논조로 ‘언론장악 음모론’을 밀어붙였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연합전선’

동아일보는 2월 6일자 1면 머리에 「언론사 일제 세무조사 / 정치적 목적 의혹 있다」라는 기사를 올렸다.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김대중 정권에 대한 간접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5일 열린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안정남 국세청장을 상대로 언론사 세무조사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언론사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가 정치적 의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배경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손학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강조하자마자  23개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국세청의 자율적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언론개혁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안택수 의원은 “이 정권이 가장 싫어하는 ‘3 빅(big) 신문과 1개 방송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세무조사가 아니냐”며 “정략적 세무조사는 중단해야 하며 조사를 할 경우 그 결과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은 2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해 “정부의 이번 세무조사는 명백히 정당성을 결여한 언론 탄압이므로 우리는 세무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조사가 아무리 합법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될 때에는 그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동아일보 2월 7일자 1면).

같은 날짜 동아일보 3면에는 이회창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해 발언한 내용이 자세히 실렸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법을 내세워 조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잘못이 있다고 망신을 주고 괴롭히는 것은 과거에 (정권이) 힘으로 (언론을) 잡아 혼내준 것보다 질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앞으로 (특정 언론사가) 탈세를 했다느니 하며 (언론사를) 고발하는 등 이 문제를 계속 끌고 갈 것 같다”며 “앞으로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회 연설에서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주요 소재로 다뤘다. 그는 먼저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한 그날 밤부터 공영방송들이 연일 일부 신문사들을 맹비난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지난 7년 동안 하지 않던 세무조사가 갑자기 시작되었다”고 말해 세무조사의 동기와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언론개혁의 이름을 빌려 실제로는 언론을 위축시키고 제압하려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
  이 총재는 또 “언론의 자유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과 같은 것이어서 한 번 깨지면 복구하기 어렵다”며 “언론의 자유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언론에 대한 공권력의 행사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나라당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동아일보는 2월 9일자 5면 사설(「권력의 길, 언론의 길」)을 통해 “현 정권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든다면 국민은 그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이 엊그제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한 발언은 현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집권 여당에서 차지하는 그의 ‘정치적 비중’ 등으로 보아 단순한 사견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노 장관 발언에 대해 여권 상당수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냐”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 문제의 발언은 현 여권이 지니고 있는 언론관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이 그렇다면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노 장관은 “이제는 정권이 언론과 전쟁 선포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 선포’를 해야 한다니 언론과 정권이 적대적 싸움의 상대란 말인가.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언론의 기본 임무다. 그것은 단순히 정보 전달에만 머물 수 없는 민주주의 언론의 본질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권력과 긴장 관계를 견지해야 마땅한 언론을 적대시하고 ‘전쟁’의 상대로 여긴다면 그것은 언론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강조한 데 이어 시작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야당은 ‘언론 탄압’이라며 그 이면에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이 그 명분과는 달리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사회 일각의 우려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여권은 알아야 한다. 노 장관의 말대로 “의도 없는 행위(세무조사)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한 공영방송의 왜곡 보도를 비롯해 마치 일부 신문사가 탈세와 불법을 일삼아 온 범죄집단인 양 국민으로 하여금 잘못된 예단을 갖도록 몰아가는 분위기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만의 하나 현 정권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든다면 국민은 그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설은 국민의 정부 해양수산부장관 노무현이 “언론과 전쟁 선포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말을 ‘화두’ 삼아 김대중 정권의 ‘언론관’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이 왜 그렇게 강경한 발언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조선·중앙일보와 더불어 김대중 정권이 추진하는 개혁에 시비를 걸고 ‘6·15 공동선언’ 실천 과정에서 부정적 논조를 펼친 행태가 언론자유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노무현이 그런 사실을 근거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한 일이었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대한 동아일보의 으름장

2001년 6월 21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에는 「 23개 언론사 5056억 세 추징」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국세청은 2월부터 시작된 중앙 언론사 23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5개월여만에 끝내고 법인과 대주주에 대해 5056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이는 국세청이 단일 업종에 물린 세금 추징 금액 가운데 사상 최대액이다.
  국세청은 또 중앙 언론사 6,7곳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손영래 청장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국세청은 2월 8일부터 시작한 방송, 신문, 통신사 등 언론사에 대한 1995~99년 정기 법인세 조사를 19일을 기해 사실상 종료했다”며 “6,7개 언론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소득을 탈루한 혐의가 있어 검찰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손 청장은 “일부 언론사의 경우에는 주식 변동 조사와 관련된 금융거래 내용과 해외거래 부문에 대한 확인 작업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아 검찰 고발 여부에 대한 판단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청장은 또 “23개 언론사 및 출자 법인에 대해서는 1827억 원을 추징하기로 했다”며 “세금을 추징당하지 않은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발표한 언론사 및 계열 기업의 소득 탈루는 무가지 20% 초과분 688억 원, 수입 누락 296억 원, 법인의 비용 허위 계상 및 업무 무관 경비 503억 원, 세무 조정 오류 등 기타 1467억 원이다. 대주주의 소득 탈루는 주식 우회 증여 및 명의신탁 681억 원, 부당행위 251억 원, 현금 및 금융자산 증여 460억 원, 양도소득세 탈루 등 435억 원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세청과 별도로 6월 21일 10개 신문사와 3개 방송사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 내용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6월 22일자 1면 머리에 「13개 언론사 242억 과징금」이라는 제목으로 그 내용을 보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중앙 언론사가 지난 4년 동안 5434억 원 규모의 부당 내부거래를 해 242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30대 그룹이나 공기업이 아닌 기업체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공정위는 동아일보에 62억 원을, 조선일보 및 조선일보 관련사에 34억 원을, 중앙일보 및 중앙일보 관련사에는 25억 원의 과징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 방송사는 SBS 15억 원, MBC 13억 원, KBS 11억 원 순이다.
  반면 세계일보 및 세계일보 관련사와 한겨레신문은 각각 4000만 원과 2000만 원이다. 대한매일신보는 1억4000만 원에 그쳤다.
  공정위는 이들 언론사가 계열사 광고를 무료로 해주거나 인터넷 자회사로부터 콘텐츠 사용료를 받지 않았으며 기업어음(CP) 저리 매입과 진성어음 제공 등의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6월 23일자 5면에 「공정위의 ‘불공정 잣대’」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언론사 부당 내부거래 실태와 이에 따른 과징금 부과 내용은 심각하게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과연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언론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강력한 정부의 공세가 약속이나 한 듯 연일 계속되거나 또는 예고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언론에 대해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발표된 과징금의 경우 언론사별 부과 규모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사와 그렇지 못했던 언론사 간에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과연 우연이라고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국내법에 의해 영위되는 어떤 기업도, 언론사도 세무상 혹은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의무상 특혜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조사가 신뢰성 있는 정부 기관에 의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면 언론사건 그 누구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의 기준과 방식, 그리고 발표 내용이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춰 현저하게 형평성을 잃고 있다면 당연히 언론사뿐 아니라 그 독자들까지 정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30대 그룹과 공기업 이외의 어떤 기업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한 사실이 없는데다 과거 4대 그룹에 대해 방대한 조사를 할 때도 조사 기간이 50여 일에 불과했는데 중소기업 규모의 언론사를 68일 동안이나 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금번 조사의 순수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
  과거 관례대로라면 이번 공정위의 조사와 관련된 정부의 진정한 의도와 배경도 정부의 주체가 달라질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동아일보의 이 사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언론사 부당 내부거래 실태과징금 부과 내용에 대해 ‘관행’과 ‘느낌’을 바탕으로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나 그 이전의 정권 시기에 공정위가 30대 그룹과 공기업 이외의 어떤 기업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관행’에 기대어 “금번 조사의 순수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논리이다. 공정위가 밝힌 조사 결과대로 동아일보사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정도의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법적 대응을 먼저 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해서 사법부의 판결을 받은 다음에 공정위 조사가 ‘불순’한 것으로 드러나면 정권이 국가기구를 언론 탄압에 동원했다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설은 결론 부분에서 “공정위의 조사와 관련된 정부의 진정한 의도와 배경도 정부의 주체가 달라질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민의 정부 뒤에 들어설 다음 정부가 동아일보사가 겪은 ‘억울한 탄압’의 진상을 밝혀주리라고 기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김대중 정권 맹공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권을 강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6월 23일자 1면 머리에 오른 「언론사주 처벌설 근거가 뭔가」라는 기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한나라당은 22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조사 결과를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대여 공세를 강화한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세금 탈루를 옹호한다고 반박,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22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의 언론사 조사 결과와 관련, “언론기업에 대한 업무상 조사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크게 침해하고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만제 정책위 의장은 당 3역 회의에서 “여권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곧 언론사 사주를 탈세 혐의로 형사 처벌한다고 흘리고 있는데, 단순히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사람을 잡아가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가의 공익적 기관인 언론사의 사장 등을 탈세 혐의로 구속 수사하는 것은 매우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가 나온 시점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사주 처벌설’을 한나라당 간부의 말을 빌려 1면에 대서특필한 것이다.

이회창은 6월 23일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에 국세청이 부과한 금액은 언론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액수”라며 “법의 이름으로 언론의 예기를 꺾고 멱살을 잡아서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대한 비판을 못하게 하겠다는 시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언론장악저지특위도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일련의 ‘언론 죽이기’의 배후세력과 그 목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키로 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박관용 특위 위원장을 따로 불러 “이런 엄청난 액수를 때리 고,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언론사 사주를 구속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언론 세무사찰은 비판적 언론을 죽이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독립 언론을 파괴하려는 행위”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언론 사태를 조종하는 배후세력을 찾아내고 진정한 목적을 밝혀야 한다”고 발표했다.
  언론장악저지특위 회의에서 의원들은 “배후를 밝혀야 한다” “다음 수순은 야당 죽이기”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권철현 대변인도 24일 “이 정권은 양로원에 무료 배포한 신문을 접대비라며 세금을 추징하고, 99년 ‘악법’이라며 자신들이 폐지시킨 신문고시를 다시 부활시키고, 공정위 조사를 언론사로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언론을 핍박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친여 신문은 살리고, 반여 신문은 죽이겠다는 합법을 가장한 ‘제2의 언론통폐합’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선일보 6월 25일자 5면).

한나라당은 총재 이회창을 선두로 고위 당직자들이 나서서 ‘세무사찰’의 목적은 ‘비판적 언론 죽이기’라고 단정하면서 1980년에 전두환 정권이 강행한 ‘언론통폐합’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부의 세무조사를 ‘공작적 차원’의 ‘세무사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6월 25일 ‘김대중 정부 언론압살음모 등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요구서에서 “99년 폭로된 언론장악음모 문건 등에 따라 진행된 언론사 세무사찰과 공정거래위의 조사와 신문고시 부활 등 현 정권의 일련의 국정행위가 비판언론을 압살하고자 하는 의도 하에서 이뤄졌다는 국민적 의혹을 규명함으로써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총무는 “이번 국정조사는 압살음모를 기획하고 집행하고 있는 배후세력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기존 언론장악저지특위를 확대 개편한 ‘언론압살의혹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특위’를 당내에 구성, 현 정권의 언론 공격 전반에 대해 다루기로 했다.
조사특위는 언론장악문건 작성자, 작성 취지, 보고라인, 언론압살공작팀 배후 실체 규명 등 10대 과제를 선정했다(조선일보 6월 26일자 1면).

국세청이 일부 언론사를 탈세 혐의로 고발할 시점이 다가오자 한나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총재단 회의 브리핑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고 양보를 하더라도 언론사 세무사찰에 대한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당의 모든 관심과 역량을 언론 압살 바로잡기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는 회의에서 “현 정권이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사에 행하고 있는 것은 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권력의 폭력과 같다”며 “우리는 언론자유 수호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6월 28일자 1면).

6월 28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두고 “정권 연장 겨냥한 쿠데타”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관용 언론자유수호 비상대책위 위원장: 이번 언론탄압의 정점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있고, 그 아래 언론장악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언론공작팀이 전방위적으로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 내년 대선 승리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먼저 비판언론을 누르고 다음에는 야당 탄압에 나설 것이다.
  서청원 의원: 현 정권의 언론탄압은 군사독재정권의 수법을 뛰어넘는 것이다. 과거 동아일보가 광고탄압을 받았을 때,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이 끌려갔을 때, 모든 언론은 동지애를 느끼고 한 덩어리가 돼 싸웠다. 그러나 이 정권은 ‘빅 3’ 신문이다, 방송이다 해서 언론계까지 분열 이간시키는 야비한 수를 쓰고 있다.
  박종웅 의원: 지금의 사태는 단지 과정일 뿐이며, 앞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제2의 유신’ ‘영구집권’을 하려는 것이다.
  안상수 의원: 지금의 세법대로 해서 살아남을 기업은 거의 없다. 자본금도 적은 언론사에 5000억 원을 추징하겠다는데, 재벌에는 이렇게 한 적이 있는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서운 독재다. 민주주의는 조종을 울리고 있다. (···)
  지금의 사태는 정권 연장을 위한 쿠데타다. 신문 장악 후 김정일 답방을 계기로 언론과 시민단체를 동원해 “통일헌법·평화헌법을 만들자” “국민투표에 부쳐보자”라고 떠들면 야당의 힘만으로 막지 못한다(동아일보 6월 29일자 4면).


회장 김병관 고발 이후 동아일보의 무차별 정권 공격

  6월 29일 국세청은 142일 간에 걸쳐 실시된 신문사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동아·조선·중앙·한국·국민·대한매일 등 6개사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또 이날 동아·조선·국민일보 3개사에 대해서는 법인과 함께 대주주도 검찰에 그 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 손영래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관 12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금 포탈 혐의가 드러난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신문사 대주주 4명과 동아·조선일보 등 6개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동아일보(계열사와 대주주 포함)에 827억 원, 조선일보사(계열사와 대주주 포함)에 864억 원, 중앙일보(계열사 포함)에 850억 원의 추징세액을 각각 부과했다. 3개 신문사의 세금 추징액을 모두 합치면 2541억 원에 이르렀다. 이 액수는 세무조사를 받은 23개 언론사의 전체 세금추징액(5056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동아일보 6월 30일자 1면).

동아일보는 6월 30일자 5면에 「언론자유 후퇴하는 일 없어야」라는 사설을 올렸다.

  (···) 우리는 그동안 이번 세무조사의 시기, 규모, 기간, 추징액수 등을 볼 때 순수한 조세행정으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지금도 그 같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세무조사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와 신문고시 부활까지 포함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언론을 옥죈 일은 없었다.
  그러나 경위야 어떻든 누구보다 공익 차원에서 깨끗해야 할 언론사가 납세 문제와 관련해 세무당국의 추징이나 고발을 당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과 독자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
  (···) 우리는 국세청의 검찰 고발보다 훨씬 앞서 당보 등을 통해 특정 신문을 파렴치한 탈세 비리 집단으로 몰아간 집권 민주당의 태도를 우려한다. 민주당은 미리 표적을 정해놓고 시나리오에 따라 총공격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정부는 지금의 분위기가 비판 언론에 대한 목 조르기로 비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번 일로 언론자유가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언론 경영에 있어 불투명한 점이 있다면 철저히 파헤치되 이것이 언론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정당한 비판정신까지 위축시키는 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는 언론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임할 것이다. 창간 후 81년 간 정론을 펴온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한 점 흔들림이 없을 것임을 독자 여러분에게 거듭 다짐한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을 통해 “공익 차원에서 깨끗해야 할 언론사가 납세 문제와 관련해 세무당국의 추징이나 고발을 당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를 향해서는 “지금의 분위기가 비판 언론에 대한 목 조르기로 비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반성보다는 ‘언론자유 후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게다가 이 사설은 “창간 후 81년 간 정론을 펴온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한 점 흔들림이 없을 것임”을 다짐했다. 일제강점기 말에 조선총독부 기관지처럼 ‘천황 폐하’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것이 ‘정론’이었다는 뜻인가? 그리고 1974년 10월 동아일보사 젊은 언론인들이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뒤 과감하게 민주화투쟁을 벌이자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서 그들을 강제해직한 일도 ‘정론’을 펴온 동아일보의 ‘전통’에 속하는 것인가?

동아일보는 7월 3일자 4면에 「1974년 ‘동아 광고탄압’-2001년 ‘언론 세무조사’ 비교」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최근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 조치는 1970년대 동아일보 광고 사태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언론탄압의 ‘무기’로 광고와 세금 등 경제적인 수단을 택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그러나 광고 사태가 독재정권이 무지막지한 방법을 동원해 국민적 저항을 초래했다면 이번 세무조사는 매우 정교한 방법으로 진행돼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 큰 차이점으로 분석된다.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는 공권력에 의존해 즉흥적으로 밀어붙인 70년대 광고 사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광고 사태는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이 당시 유신독재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지 54일(1974년 12월 16일) 만에 정부 압력으로 광고주들이 동아일보에 내던 광고를 무더기로 해약한 사건. (·····)
  1975년 1월 25일자 동아일보는 “1974년 12월 중순경 모 기관의 지시에 따라 행정부의 관련 부처 당국자들이 각 기업체 책임자들을 불러 동아일보 및 동아방송에 광고를 내지 말도록 압력을 넣음으로써 시작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 역시 ‘옷 로비 사건’ ‘의약 분업’ ‘대북정책’ 등에 대한 동아·조선·중앙의 비판적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김대중 대통령이 1월 11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직후 시작됐다.

이 기사는 ‘견강부회’라는 면에서 한국언론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1974년 12월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동아일보사에 대해 음성적으로 가한 광고 탄압은 젊은 언론인들이 주도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동아일보사에 재정적 타격을 줌으로써 사주가 그 운동을 중단시키게 하려는 압력이었음이 2008년 10월에 나온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명백히 밝혀졌다. 결국 동아일보 사주는 박 정권에 굴복해서 사원 113명을 강제로 해직했다.

그 사건과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실시한 언론사 세무조사는 목적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박 정권이 불법적으로 광고 탄압을 자행한 것이고, 후자는  정부가 합법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양자가 모두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서 언론을 탄압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세무조사에 맞서 동아일보가 김대중 정권을 향해 직·간접으로 퍼부은 공격은 전면전을 연상시켰다. 7월 4일자부터 28일자까지 동아일보 지면에 나타난 기사와 사설을 살펴보기로 하자.

  「“재집권  쿠데타의 서막” / YS “언론 말살 사태” 비난」(7월 4일자 4면 기사)

  김영삼 전 대통령은 3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언론 말살 사태는 김대중 대통령이 음모하고 있는 재집권 쿠데타의 서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회견 도중 김 대통령에게 5차례나 ‘독재자’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또 “김대중 씨는 총체적 국정 실패를 국민에게 호도하기 위해 언론 대학살에 나섰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세 신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언론사주를 구속해 언론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히틀러나 스탈린, 박정희와 같은 모든 독재자들은 비판적 언론을 말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선거 자체를 없애 영구집권으로 가는 수순을 밟았다”며 “김대중 씨가 또 어떤 무모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궤변」(7월 7일자 사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엊그제 취중 발언은 욕설 차원을 넘어 저주처럼 들린다. 그만큼 섬뜩하다. 언론에 무슨 한을 품었기에 입에 담기 힘든 ‘× 같은’이란 상욕을 써가며 특정 신문을 매도하고 기자에게 “사주 같은 놈, 비겁한 놈”이란 납득하기 어려운 언사를 퍼붓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정치권이 벌이는 공방 와중에서 최근 추 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보이는 행태는 지극히 감정적이다. 자기네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진 측은 아예 ‘적’으로 간주하고 타도 대상인 양 비판하더니 급기야 추 의원처럼 ‘이놈’ ‘저놈’ ‘새끼’ 등의 저급하고 감정적인 욕설을 퍼붓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
  (···) 민주당은 세무조사 결과가 공표되기 전부터 일부 언론을 겨냥해 ‘최후의 독재권력’이니 ‘부패한 특권세력’, ‘악덕 언론사주’ 운운하는 막말을 퍼부은 바 있다. 또 야당에 대해서도 “언론 부패에 기생해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하는 등 정부가 세무조사를 실시한 정치적 의도를 확연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 70%가 보는 신문이 반개혁인가”」(7월 13일자 4면 기사)

  한나라당은 12일에도 중앙당과 지구당에서 다양한 행사를 갖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회창 총재는 ‘여성정치 아카데미’ 수료식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법의 이름을 빌려 법으로 포장한 법의 독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법의 정의란 만인이 공정하고 균형을 가졌다고 믿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교통경찰이 교통신호를 위반한 차량들 중에 평소 자기에게 비판적이었던 사람의 차만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나머지 차는 봐준다면 이런 법 집행을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 야당이 하는 일을 정쟁으로만 보면 우리사회에 정의를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 지구당 대회에서 이재창 의원은 “이 정권은 남북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부산 사하갑 지구당 대회에서 엄호성 의원은 “우리 국민 중 열이면 일곱 명 정도가 동아·조선·중앙일보 중 하나를 구독한다는데, 현 정권의 주장대로라면 이 신문들을 보는 국민의 70%가 수구 반개혁 세력이라는 뜻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벨상이 부끄러운 한국」(7월 18일자 사설)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를 무기로 감행되고 있는 최근의 한국 언론 탄압 현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세계신문협회(WAN)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하원의원 8명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내년 한국의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없어서는 안될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이 생기 있고 활기찬 인쇄 및 전자매체가 지속되는 것을 제약하려는 정부 관리들에게 자유로운 표현은 자유로운 국민의 초석임을 강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벨상을 받은 대통령이라면 국정 운영도 당연히 그 상에 걸맞은 방식이 되어야 하나 지금 한국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나 마찬가지다. 노벨상 수상자라면 정부 관리들이 앞장서서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조치들을 내놓더라도 당연히 그렇게 못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
  어쩌다 국제사회로부터 이 같은 지적을 받게 됐는지, 특히 노벨상까지 언급해가며 김 대통령의 언론관을 우려하게 됐는지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다. 우리는 특히 김 대통령의 독재자로서의 이미지는 그의 민주적 개혁가와 인권운동가로서의 30년 경력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고 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에 주목한다. 또 최근 한국 정부가 친정부적인 언론집단에 의지해 이번 조치의 합법성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세계신문협회의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지식인들의 잇단 나라 걱정」(7월 26일자 사설)

  최근의 언론 및 정국 상황과 관련해 지식인사회에서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정부적 여론 몰이의 분위기 속에서 정권 측과 부닥치기 싫어 입을 다물어왔던 지식인들이 나름대로 ‘할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법치 후퇴’를 걱정하는 결의문을 낸 데 이어 지식인 300여 명의 모임인 ‘비전@한국’은 정부의 언론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며 통렬한 비판과 충고를 담은 정책문건을 발표했다. 「언론 정국,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일방적인 비판을 넘어 다섯 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정부·언론사·정치권·시민단체 모두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이 문건은 “언론개혁세력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대해 ‘수구언론’이라는 낙인을 찍음으로써 이들 신문이 부당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언론개혁의 논리가 무엇이든 정치권력이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무엇보다 최근 상황이 언론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난 채 국론 분열로 치닫고 있다는 그들의 위기 인식에 공감한다. 실제로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정치권, 지식인사회 등에서 비생산적인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민 사이에는 극심한 편 가르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특히 시민단체들의 순수한 개혁주의가 권력의 포퓰리즘이나 정치권의 정략적 정쟁에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일부 시민단체는 마치 정권을 대변하듯 특정 신문 공격에 앞장서고 있고 사회 일각에서는 ‘홍위병’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시민사회를 성숙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가 행여 언론 탄압을 정당화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
  우리는 지식인들이 토론을 거듭해 가며 내놓은 이번 정책 대안에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정권은 지식인들의 정당한 비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매도만 할 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의견도 수용하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병관 구속과 재판 결과

  조선·동아 등 6개 신문사 세무조사 고발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은 16일,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김병관과 전 부사장 김병건,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국민일보 전 회장 조희준, 대한매일 사업지원단 전 대표 이태수 등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지법 측은 김 전 명예회장 형제와 방 사장은 17일 오전 10시에, 조 전 회장과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에 각각 불러 영장 실질심사를 벌인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법원 측은 영장이 청구된 직후 5명 전원에 대해 실질심사에 나오도록 하는 구인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 전 명예회장과 방 사장, 조 전 회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과 조세법처벌법 위반 및 횡령 혐의를, 나머지 두 명에게는 조세 포탈과 조세법처벌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이날 구속영장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신분이 확실한 언론사 대주주 등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형이 예상되는 만큼 도주의 우려가 있고 참고인의 대부분이 회사 관계자들이어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동아일보 8월 17일자 1면).

‘언론사 세금 추징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은 8월 17일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김병관과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국민일보 전 회장 조희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오후 9시 반경 그들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동아일보 전 부사장 김병건과 이태수 대한매일 전 사업지원단 대표는 영장이 기각돼 귀가시켰다. “서울지법 한주한 영장전담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이유에 대해 ”특히 언론사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어 판단했다”며 “이 밖에 혐의 사실이 인정되고, 언론사 대주주라 하더라도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고 말했다(동아일보 8월 18일자 1면).

  한나라당은 검찰이 언론사주들을 구속한 8월 1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시국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에서 이회창은 “이 정권의 비이성적 행동이 마침내 독재의 만행으로 그 마각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현 정권은 언론사주를 구속하고 나면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모든 언론을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언론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바로 우리 국민의 자유로, 우리는 결코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동아일보 8월 18일자 1면).

동아일보는 8월 18일자 5면에 「언론은 장악될 수 없다」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언론사주 3명이 이른바 ‘언론개혁’의 이름으로 줄줄이 구속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한 이후 7개월여 만에, 국세청이 언론사 사주 대주주와 법인 대표 등 12명을 검찰에 고발한 지 40여일 만에 주요 언론사 사주 구속으로 귀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한국 언론사에 참으로 유례 없는 정권의 권력 행사로 인해 앞으로의 언론자유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언론개혁’이라면 그 숱한 사이비 언론이나 기자를 사칭하는 각종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부터여야 할 것이다. 개혁의 칼은 필요한 곳에,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고 요청하는 바를 찾아 구사되어야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땅의 언론 가운데 주어진 역사적 여건 하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비판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언론의 자세를 지키고자 노력해온 신문사 사주들이 그 ‘개혁’의 미명 하에 구속되었다. (·····)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하는 관행도 철저히 외면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역시 권력에 의한 정치적 소추구나’ 하는 심증을 굳히게 한다. 다만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가 이런 왕조시대의 징벌이나 보복처럼 전개되는 상황, 불구속 수사나 무죄 추정 원칙이 고려되지 않는 현실, 민주주의와 너무도 동떨어진 자의적 권력 행사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제 사주 구속에 대해 우리는 일단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지켜보고자 한다. 하지만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기도 전에 개인을 매도해 인민재판 식으로 몰아가려 하거나 음해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신문의 비판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모든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지금 한국 언론은 고비를 맞고 있다.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장악될 수 없고 장악되어서도 안 된다.

동아일보는 대주주이자 실질적 사주인 김병관이 구속되자 김대중 정권이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얼핏 들으면 ‘타당성’을 지닌 듯하다. 그러나 김대중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강조한 뒤 국세청이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하고 나서 언론사주들을 구속한 것이 마치 미리 만들어진 ‘각본’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정치적 공격에는 쓸모가 있겠지만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서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재판의 핵심 내용은 언론사와 사주들의 거액 조세 포탈을 비롯한 현행법 위반 여부이지 ‘언론탄압’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한나라당과 ‘연합전선’을 펴면서 김대중을 ‘독재자’로 몰아붙이는 데 힘을 쏟았다.

6개 신문사 세무조사 고발사건을 조사해온 서울지검은 9월 4일  6개 신문사 법인과 대주주 및 법인 대표 등 관련자 1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 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들 가운데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김병관,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국민일보 전 회장 조희준을 구속기소했다. 김병관은 법인세·증여세 등 43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회사 자금 18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무엇을 남겼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주요한 대상으로 삼은 세무조사가 대통령 김대중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여부를 떠나, 사법부는  실정법에 따라 실질적 언론사주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동아·조선이 김대중 정권을 향해 퍼부은 ‘사생결단’의 역공과 한나라당의 ‘지원사격’은 세무조사 자체의 정당성과 합법성에 재를 뿌렸다. 그런 과정에서 김대중의 대통령 임기 말에 그의 세 아들이 저지른 ‘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2002년 5월 김대중의 3남 김홍걸이 체육복권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해서 청탁을 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구속되었고, 두 달 뒤인 7월에는 차남 김홍업이 기업체들한테서 불법자금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2003년에는 장남 김홍일이 ‘나라종금 사건’ 당사자한테서 1억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당했다.

  대통령의 아들 세 명이 모두 사법처리를 받게 되자 시중에는 ‘홍삼 트리오’의 비리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그것을 호재로 삼아 김대중을 가차 없이 공격했다. 외환위기를 지혜롭게 수습한 데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비롯한 업적으로 한때 높이 올랐던 김대중의 인기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임기 말에 그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이 사회 전반의 개혁은 물론이고 언론개혁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개혁의 주체를 확고하게 세우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왔다고 자부하던 민주당의 핵심 인물 다수는 국민의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거나 공기업의 경영자가 되면서 개혁보다는 특권을 향유하는 일에 몰두했다. ‘정현준 게이트’(2000년), ‘진승현 게이트’(2000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최규선 게이트’(2002년)에는 김대중의 측근이나 아들들이 어김없이 개입했다.
  국민의 정부는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 등을 만들어 정치적 부패를 청산하려고 시도했으나 잇달아 터지는 비리와 추문 때문에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는 빈부 격차를 줄여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집권 후기에는 오히려 재벌 또는 대기업의 기득권을 더 강화하는 데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 출자총액 제한 폐지 완화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었다.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주역으로서 집권 뒤 김대중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언론개혁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일간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채 족벌언론체제를 강화하면서 나라의 민주화와 겨레의 통일을 저해하는 현실을 혁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못했다.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고쳐서 족벌의 언론 지배를 막고, 자주적이고 공정한 매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대중 정권은 임기 후반인 2001년 초에 언론사 세무조사를 시작함으로써 ‘당연한 일’이라는 여론의 지지는 받았으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결정적으로 응징하는 데는 실패했다. 두 신문사의 실질적 사주들이 오랏줄에 묶여 법정으로 가는 장면은 ‘역사적 심판’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었지만, 그들이 김대중에 대해 ‘철천지한’을 품게 만들기도 했다(김종철, <폭력의 자유>, 시사IN북, 2013, 434~435쪽).

김대중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축적된 진보세력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임기 말년을 고단하고 외롭게 보내야만 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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