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하위권인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독자를 대표하는 매체, 언론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특정 매체에 대한 충성 독자층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언론 신뢰도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0%로 46개 조사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조사와 비교해 2%p 하락한 수치로, 조사국 평균인 42%를 밑돌았다. 뉴스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률은 13%로 2017년(5%) 대비 2배 이상 높아졌으며 '뉴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6%로 2016년(2%)과 비교해 3배 증가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언론 신뢰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언론 신뢰도 하락을 ‘정파성’, ‘뉴스 소비 방식 변화’ 등 특정 요인이 아닌 다차원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토론회 자료집 보기 클릭)

박 교수는 “한국 언론사를 보면 특정 언론사나 언론인이 신뢰를 받았던 적은 있으나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80년대 군부 독재시절 언론, 90년대 시장 경쟁에 돌입한 언론 등을 거론했다. 이어 박 교수는 “독자가 언론을 불신했던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변화는 기자들이 독자를 불신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매체 환경이 변화할 때마다 독자가 언론에 요구하는 기대는 높아지는 반면 언론사는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해외든 한국이든 언론사가 갖는 개별 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과거에는 아버지가 집에서 동아일보나 한겨레 등을 읽으면 자식들도 이후 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정 언론사나 언론인이 언론 전반의 신뢰도에 영향을 끼치는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과거에는 특정 언론인이 속한 신문을 신뢰하는 상향식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억나는 이름이 없다. 특정 언론사 브랜드가 차지할 수 있는 영역도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강화로 언론인에 대한 도덕성 요구가 높아졌지만 기성 언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점도 신뢰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 교수는 “언론계 내부 관행으로 알려진 사안, 특히 도덕성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김만배 돈거래 기자’ 사건과 같은 것은 정말 치명적이다. 이뿐 아니라 포털에서 자주 일어나는 오타, 오보, 이런 것 역시 독자가 신뢰도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데도 언론사는 비교적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중들은 특정 전문 직종에 대해 ‘원론적 믿음’이 있다. 이것이 깨지면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는데 예컨대 변호사의 경우 변론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의 신뢰도 회복 방안으로 박 교수는 독자와의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대중의 고급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려면 단발성, 정치 이슈 보도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독자에게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많은 언론사가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를 운영하고 있고 일부는 이 같은 소통을 ‘압력’으로 느끼지만 이러한 활동이 독자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더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며 규제에 나선다고 하고, 기성 언론과 유튜브를 비교했을 때 유튜브가 ‘주의’, ‘주장’만 담고 있고 팩트에 취약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한국 언론이 팩트에 강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유튜브가 기성 언론을 대체하고 있는 영역을 보면 ‘단순한 속보’와 ‘팩트 뉴스’”라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유튜버도 많지만, 기성 언론 출신의 유튜버들이 하는 논평도 있다. 정확한 보도를 보기 위해서 기성 언론을 봐야 하고, 정치적 주장을 보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봐야 한다는 주장은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봉현 한겨레 논설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어진 토론에서 이봉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그동안 신뢰회복을 위해 언론이 해온 노력이 얼마나 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저널리즘이 오래 의존해 온 엘리트 중심의 취재 보도 관행을 버리고 점진적으로 시민과 독자 중심의 뉴스 가치와 규범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뉴스 신뢰도를 구성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투명성, 다양성, 유용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왜 이 사안을 중요하게 봤는지, 어떤 취재원을 만났는지 등 취재·보도 동기와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정기적으로 저널리즘 책무실장이 ‘저널리즘’에 관한 칼럼을 지면에 게재하고 있다. 또 <슬기로운 기자생활>을 통해 기자가 독자에게 취재 과정·배경, 해당 사안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독자들은 뉴스 전반을 신뢰하지 않거나 아예 선호하는 신문이 없기 때문에 믿고 볼 신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며 “모든 신문이 믿음을 얻을 수 없지만 믿을 만한 신문을 만들어 충성 독자를 늘려가는 것이 근본적으로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방안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뉴스 맥락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날마다 새로운 단발성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 독자들은 어제 뉴스를 안 보면 오늘 뉴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뉴스 소비를 포기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도식적 카테고리 구분을 넘어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카테고리와 주제별 분류가 필요하다. 단순히 현재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시선으로 통시적으로 과거를 재해석하고 현재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글은 2023년 04월 25일(화) 미디어스 고성욱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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