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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복의 ‘훈령 조작’과 대선 앞둔 ‘북풍’ 동아일보 대해부 4권 -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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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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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됐다. 정부가 북에 가 있는 대표단에게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송환과 관련해 기존의 동진호 선원 송환 요구를 빼도 좋다는 훈령을 보냈는데, 대표단 대변인 이동복이 그것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실은 10월 22일 통일원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의 통일원 국정감사에서 비로소 밝혀졌다. 이동복이 안기부장 제1특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남북고위급회담 대변인 이동복의 ‘훈령 조작’

그날 민주당 의원 이부영은 공식적으로는 ‘남북고위급회담 남쪽 대변인, 국무총리 특별보좌관’으로 돼 있는 이동복이 실제로는 ‘안기부장 제1특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난 9월 제8차 고위급회담 당시 정부 쪽에서는 북에 가 있는 대표단에게 이인모 송환과 관련해 기존의 동진호 선원 송환 요구를 빼도 좋다는 훈령을 보냈는데, 이 대변인이 이 훈령을 무시하고 원래 입장을 고수해 결국 이 부분에 대한 협상이 결렬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동복은 이부영의 ‘폭로성 심문’에 대해 “현재 고위급회담 대변인 직무는 안기부장 제1특보의 자격으로 하는 게 아니며, 국무총리 특별보좌관으로서 일하는 것”이라고 본질에서 벗어난 답변을 했다. 그는 또 훈령 부분과 관련해선 “이산가족과 관련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상 시점과 대표단의 활동사업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어 모든 사항이 대표단에 전달되지 않는 기술적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사퇴 공세가 거듭되자 이동복은 “나의 선택에 의해 이뤄진 직분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해서 대표단에 들어가고 그러면서 대변인으로 일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겸직 신분이 지장 있다는 견해에 대해선 다르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0월 22일자 1면 머리기사(「기무사 예산·급여 확대 추궁 / 국감 야 의원 “기구·인원 축소 허구” 주장 / 통일업무 안기부 개입 따져 질의」)에 이렇게 보도했다. “외무통일위의 통일원 감사에서 이부영 의원(민주)은 ‘91년 1월부터 금년 8월 30일까지 북한 방문 승인신청 21건 중 14건, 북한 주민 접촉신청 불허 또는 유보 85건 중 76건, 북한 물자 반출입은 총 2백56건 중 1백91건이 모두 안기부 의도대로 처리됐다’며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이 통일관계 업무를 총괄하게 돼 있는데도 이처럼 안기부가 개입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같은 날짜 4면의 국감 해설과 현장 스케치에 “이부영 의원(민주)은 ‘각종 남북회담에 안기부 출신 인사들이 반드시 한 명씩은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고 ‘통일의 국민적 실천 단계에 대비하기 위해 안기부의 남북대화 및 통일정책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다”는 짤막한 기사를 실었을 뿐, 훈령 조작 혐의에 대한 질의 내용은 빠뜨렸다.

동아일보는 10월 23일자 4면 ‘증언대’에 「남북회담 대변인 ‘자격’시비 / 외무통일위 통일원 국감 표정」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기사는 「“강성 발언 일관 국내외에 공포감 조성” / “실제적 안기부 사람… 직책 포기 마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22일 통일원 회의실에서 있은 외무통일위의 통일원 국감. 의원들은 이동 복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변인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 대변인의 ‘강성 발언’과 대변인 ‘자격’을 맹공, 마치 이 대변인에 대한 개인 청문회 같은 분위기였다.
  첫 질문에 나선 이부영 의원(민주)은 (…) “5월 27일에 있은 핵통제공동위 회의 직후 이 대변인은 연락관 접촉을 통해 다음 회의 날짜를 잡기로 해놓고도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했다”며 역시 그 발언의 근거를 대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이 대변인은 “결렬됐다고 말한 기억은 없다. 다만 핵사찰규정 마련 합의시한인 5월 말을 넘기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응수했다.
  이어 이세기 의원(민자)도 “남북대화팀의 불협화음이 밖으로도 들린다”며 “대화 현장에서 팀내 의견이 갈려 우리가 북측에 몰린다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라고 질책했다.
  이때부터 정대철 의원(민주)은 이 대변인이 안기부장 제1특보의 직책을 갖고 있음을 들어 남북회담 대변인으로는 부적격이라는 ‘자격론’을 들고 나왔다. (…) 이에 조순환 의원(국민)도 “이 대변인이 안기부 특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국민들도 이 사실을 알면 상당히 놀랄 것”이라며 “안기부 직책은 포기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이 대변인의 신상문제로 흐르자 박정수 의원(민자)은 (…) “이 대변인이 월권행위를 하지 않는 한 안기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대변인 자리에 맞지 않는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이 대변인을 두둔했다. 이 대변인도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한 안기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섰으나 이미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동아일보는 국감 현장을 비교적 상세히 전달하기는 했지만 정부 대표단의 일원이 정부 훈령을 무시 혹은 조작한 사실에 대한 본격적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 24일자 동아일보 1면에는 “이동복 고위급회담 남측 대변인이 24일 남한조선노동당 간첩 사건과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 교환 무산 등과 관련한 국민 정서를 고려, 당분간 남북경협뿐 아니라 경협 이외 목적의 방북도 유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는 내용의「통일원·안기부 대북정책 갈등」이라는 기사가 6단으로 실렸다. 그 밑에는 “정부는 이동복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변인의 훈령 묵살 사건과 관련, 이 대변인의 경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는 짤막한 기사가 1단으로 나왔다.

동아일보는 10월 30일자 2면에 “정부는 29일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인 공로명 외교안보 연구원장을 고위급회담 남측 대변인으로 임명하고 이동복 고위급회담 대표를 고위급회담 남측 대변인직과 총리 특보직에서 해임했다. 이 대표는 안기부장 제1특보 자격으로 고위급회담 대표와 남북정치분과위원장직은 계속 맡게 된다”는 기사를 실은 뒤 그 사안에서 손을 털었다. 결국 고위 관료가 정부 훈령을 조작한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은, 통일정책에서 통일원과 안기부가 갈등을 빚었다는 있을 수 없는 해설 속에 아무런 문책도 없이 막을 내렸다. 거기 대해 사설을 한 번도 쓰지 않은 동아일보는 비록 조선일보처럼 안기부를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의 앞장에 선 것은 아닐지라도 그 위세에 굴복했거나 동조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립내각에서 분 ‘북풍’

1992년 8월 초 안기부는 전 민중당 대표 ‘김낙중 간첩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이 국내의 재야진보 세력을 결집하여 북한의 노동당에 견줄만한 합법적 정당을 조직해 국내 제도 정치권에 교두보 확보를 획책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장관급 공작원이 국내에 잠입하여 서울에서 근 2년 동안 암약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김낙중의 가족은 ‘터무니없는 조작’ 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슬슬 북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갖기에 족했다.

9월 28일 안기부는 장기표 부부 등 6명을 대남 거물간첩 이선실을 접촉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불고지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하면서 내달 초 60명 규모의 간첩단 사건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10월 6일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당일 그 날짜 1면에「62명 구속 안기부 발표 / 김낙중·장기표 씨 포함 / 적화통일 목표 간첩활동 혐의 / 대남공작 총책 거물 이선실에 포섭 지하활동 /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동조」라는 기사를 6단으로 크게 내보냈다. 22면에서는「북한 장관급 ‘수시 잠입’에 충격 /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실상과 문제점」)이라는 기사로 안기부 발표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그 기사에는 북한 권력서열 22위로 ‘대남공작 총책’이라는 이선실(여·70세 가량)이 공식으로 등장했다. 동아는 22면에는「북 서열 22위 남파간첩 중 최고위 / 배후 총책 이선실 누구인가라는」기사가 올랐다. ‘당연히’ 안기부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한 것이었다. 

여야 정쟁이나 부정선거 문제 등에 관해서는 균형을 지키고 공정을 지향하려고 애쓰던 동아일보도 '간첩 사건‘에 있어서만은 다른 신문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7일자 사설(「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충격」)에 그런 태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이번에 적발된 것이 경인지역 중부지역 영남지역 호남지역 등 4개 지역 중 중부지역뿐인데 그 관련자가 현재 드러난 것만도 4백명 가까이 된다”고 놀라면서 이선실 같은 거물 간첩이 무려 12년 동안 남북을 오가며 대규모의 지하조직망을 형성해서 암약했다는 사실을 개탄한다. 그 사설은 “또한 북한의 변함없는 적화통일 야욕과 철저한 이중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안기부의 이번 발표와 관련하여 이른바 진보세력과 통일 지상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설마하면서 이를 쉽게 믿으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엄청난 일이다. 특히 안기부의 발표가 대통령선거를 불과 2개월 남짓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하루빨리 바로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이 불과 2개월 남은 시점에 그런 대형 간첩 사건이 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반대로 대선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니…. 전 연기군 군수 한준수의 폭로로 관권 부정선거의 실태가 명백히 드러난 뒤 후폭풍이 요란한 가운데 궁지에 몰린 노태우 정권이 ‘중립내각’ 카드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상황과 ‘대규모 간첩사건’의 연관성을 의심해 보는 시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10월 9일 중립내각이 뜨면서 안기부장도 바뀌었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안기부에 특별히 주문한다」)을 통해 안기부가 현재 처한 상황을 진단하면서 중립내각을 위해서 안기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열거했다.

  (…) 이제 안기부도 거듭나야 한다. (…) 안기부가 국내 정치로부터 완전히 손을 떼고 본연의 임무를 찾아 나설 때 민주적인 정치 발전이 기약될 수 있다. (…) 속성상 비밀스러움이 많은 안기부의 일이 국민적인 신뢰를 상실하면 그 결과는 안기부의 명예는 물론 국익에 중대한 손상을 입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안기부는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둘러싸고 심각한 신뢰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것은 수사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라기보다는 도대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지탄이다.
  아울러 제2의 공안 정국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기본권을 제약하는 행위가 빈번해지면 수사 결과의 진실성과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둔 시기의 민감성이 겹쳐 있다. 공정한 수사와 안기부 지도부의 사심 없는 판단을 거듭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벌써 정치적인 공방이 일어나고 있다. 남한의 혼란 조성을 노리는 북한의 악랄한 대남공작전술도 동시에 우려된다. (…)


‘남조선노동당 사건’에 관한 한 실로 동아일보가 오락가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설이다. 비슷한 간첩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혼란에 빠지곤 하던 동아일보의 논조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신뢰문제가 야기된 것은 수사에 대한 불신의 시각 때문인 것이 분명한데 “불신의 시각이라기보다는 도대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지탄”이라면서 금방 “아울러 제2의 공안정국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헌신하는’ 국정원을 어떻게든 믿고 싶어 하는 심정이 뚝뚝 묻어난다. 이런 동아의 입장은 28일자 사설(「‘간첩단 사건’에 대한 공방」)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대선을 앞둔 바로 이 시점에서 이른바 ‘간첩단 사건’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이 던져준 충격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추궁은 당연한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추궁의 방향이나 의도를 살펴보면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 걱정스럽다. 작은 것은 당리를 말하며 큰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체제 수호 문제를 가리킨다. 남한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거나 심지어는 전복시키려는 북의 대남전략과 대남공작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사실, 이를 입증해준 사례가 이른바 ‘간첩단 사건’이다. 북의 이 같은 기도로부터 국민과 사회를 보호하고 체제를 지키려는 사회 전체의 경각심과 결의가 그래서 더욱 요청된다. (…)
  국민과 사회를 북의 기도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은 정치권에도 있다. 이를 인정한다면 정치권은 북의 거물간첩이 우리 사회에서 활보하도록 방치된 공안체제의 허술함을 탓해야 되고 뒤늦은 색출이나마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그럼에도 특정 정당에 색칠을 하려는 ‘색깔론’의 발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반박이 나오고 정치권이 공방하는 가운데 수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른바 ‘간첩단 사건’에 대한 충격이 크기에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시각도 따갑다. 큰 것을 해치지 않도록 정치권이 유념한다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간첩단 사건’은 당리 차원의 정치적 목적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만일 ‘간첩단 사건’이 집권세력의 당리 차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기획된 것이라면 어쩔 것인가. 허황되기 짝이 없는 간첩단 규모나 발표 시기를 보면 의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간첩단 사건’은 당리 차원의 정치적 목적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관심사”라며 “(‘색깔론’의 발상이 되풀이 돼) 반박이 나오고 정치권이 공방하는 가운데 수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간첩단 사건’은 정치인들의 연루설이 나돌면서 정치권에서는 큰 이슈가 됐지만 정작 주요 용의자인 황인오에 대한 기소 사실과 강화도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 관한 기사는 동아일보 10월 30일자 사회면 맨 밑바닥에 각각 1단으로 처박힘으로써  일반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11월 2일 총리 현승종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간첩과 접촉한 정치인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하자 그 사건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아일보는  3일자 1면에「간첩단 수사 끝나는 대로 발표 / 현 총리; 정치인 관련 보고는 못 받아」라는 기사를 3단으로 실었다. “현 총리는 또 ‘간첩단과 접촉한 정치인이 적지 않다’는 자신의 일부 언론 인터뷰 기사와 관련, ‘간첩단의 광범위한 접촉 대상 가운데 정치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며 접촉했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는 것이었다. 한편 같은 날짜 1면에는「‘간첩단’ 악용 땐 중대 결단 할 것; 김대중 대표」라는 기사가 1단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선 국면에서 터져 나온 ‘간첩단 사건’이 무엇을 노리고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기사였다.

2면에는「‘간첩단 접촉설’ 정가 풍파 / 국회 쟁점 부각… 커지는 파문 / 민주 현 총리 발언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 ‘민자·청와대 인사 포함설’로 맞대응」이라는 제목으로 ‘현 총리 발언’에 관한 상세한 기사가 실렸다. 「현 총리의 간첩단 발언 파문」이라는 사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간첩단 사건’은 그 자체의 심각성과 대선을 앞둔 시기상의 미묘함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민감하다. 자칫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경우를 우려하는 것은 그래서 있을 수 있다. 현승종 국무총리의 간첩단 발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회 예결위의 소동도 이런 현상의 하나다. 현 총리는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간첩과 접촉한 정치인이 적지 않다”고 밝혔고 예결위에서는 “간첩들이 정치인만 특별히 접촉했다는 뜻이 아니라 정계·학계·언론계 예술계를 포함해서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
  착잡한 양상이다. ‘간첩단 사건’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고 만 사태는 참으로 유감스럽다. 현 총리의 말처럼 각계가 광범위하게 접촉한 것은 사실인 것 같고, 그렇다고 대화하고 만났다는 행위만을 갖고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냐에 대해 내사 중인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모두가 신중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현명했다. (…)
  아울러 ‘간첩단 사건’을 보는 시각을 정리해야 한다. (…) 그렇다고 사회  지도층의 해이한 대북 경각심을 묵과할 수는 없다. (…) 정부 측에 대해 거듭 촉구한다. 수사는 엄정하되 수사 과정에서 표명되는 정부의 태도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의 태도는 그것이 시사 정도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쟁점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럴 경우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지적한다. 

‘정치적 악용 우려’와 ‘대북 경각심’ 사이에서 우와좌왕하는 동아일보의 태도가 이 사설의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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