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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기자, 사옥 호반파크 이전에 “식물 언론 만들겠단 속셈”“우려 말라던 호반, 손 뒤집듯…의견수렴 먼저 하라”
지면 사유화에 “편집권, 대주주에 있는가”
  • 관리자
  • 승인 2022.06.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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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기자들이 대주주 호반그룹과 경영진 주도로 추진하는 사옥 이전과 심화하는 지면 사유화 문제에 공동성명을 내고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호반파크로의 사옥 이전 결정을 철회할 것과 편집과 경영 분리 원칙을 지킬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신문 기자 56명은 19일 저녁 “호반파크는 프레스센터가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기자들은 일요일 저녁 긴급하게 발행한 이 성명에서 “사주를 맞이한 지 고작 8개월 만에 서울신문은 중대한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았다. 매체와 보도를 사유화하고 이제는 부동산 돈벌이로까지 이용하겠다고 나선 사주와 경영진 때문”이라며 “김상열 회장, 곽태헌 사장과 경영진, 황수정 편집국장은 (기자들의 요구에) 답하라”고 했다.

호반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서울신문 대주주가 된 뒤 기자들이 편집권 침해 또는 졸속 경영 등 문제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건 이 번이 세 번째다. 모두 저연차 기자들이 중심이 돼 성명을 냈고, 이번엔 데스크급 선임 기자들도 연명했다. 서울신문 내 데스크를 포함한 기자직 사원은 170명 정도다.

▲서울신문 사옥인 프레스센터와 서울 우면동 호반그룹 사옥


“의견수렴 없이 대주주 산하로... 졸속이전”

56명의 기자들은 “구성원 동의 없는 ‘우면동 호반파크 사옥 이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사주조합 주식 매입 당시 ‘사옥 재건축과 근무지 변경에 대한 우려는 하지 말라’고 했던 호반그룹의 입장이 불과 11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곽태헌 사장을 향해 “재건축 승인을 받기도 전에 서울신문이 먼저 프레스센터를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졸속 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프레스센터 내 타 입주사와 재건축 협상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무엇을 믿고 수백명의 서울신문 직원들이 캄캄한 미래에 기대 정든 회사터를 떠나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경영진이 서울 우면동 호반파크로 이전 장소를 정한 점에도 “재건축을 핑계 삼아 경영진의 뜻에 순응하지 않는 서울신문 구성원을 호반파크 아래에 두고 길들여 ‘식물 언론’, ‘죽은 기자’로 만들겠다는 속셈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KBC광주방송이 호반건설 소유였을 당시 ‘호반써밋플레이스’ 3~5층으로 이전하면서 옛 사옥을 팔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돌아온다는 보장도 확실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0년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 편집분회가 곽병찬 고문의 '2차가해' 논란 칼럼을 주제로 기자총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기협 서울신문지회

기자들은 또 “프레스센터 사옥은 서울신문 118년 역사의 산 증인이자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호반그룹 스스로 밝혔듯 재건축은 ‘만에 하나 구성원의 총의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멋대로 생략한 채 밀실에서 사옥 이전을 100% 확정지은 경영진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이들은 “경영진은 세세하게 밝히고 투명하게 소통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옥 이전은 ‘땅값 비싼 광화문에서 임대사업이나 하겠다’는 소리로 들릴 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주 이해관계로 보도여부 결정, 기획취재팀 투입”

기자들은 “현실화된 편집권 침해 문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반그룹 대해부 기사 삭제 사태’ 뒤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침해는 더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신문은 2019~2020년 호반그룹을 검증·비판한 기획 보도 57건을 모두 삭제했다. 기자들은 총회를 열고 독자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기자들은 “뉴스 가치와 무관한 사주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취재·보도 여부와 지면 구성이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현장 기자가 경영진의 이익만을 위한 취재·기획팀에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KBS ‘시사기획 창’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예고편 캡쳐

지난달에 서울신문 편집국장 지시로 법조기자와 경제기자를 차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겨냥한 취재TF팀을 꾸렸는데, 편집국 구성원들은 대주주인 호반그룹 부당승계를 조사 중인 공정위를 비판하려는 의도라고 우려한다. 서울신문 데스크는 지난달 ‘대장동 개발 뇌물’ 기사에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언급된 문장을 삭제하고 내보내는 등 편집권 훼손 의심 사건이 거듭 불거지기도 했다.

기자들은 이를 두고 “황수정 편집국장께 묻는다. 일련의 상황은 기자총회에서 지적하신 ‘지면 사유화’가 아닌가. ‘편집권 침해’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부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뚜렷한 대책으로 응답받지 못한 채 뭉개지는 것이 지금의 서울신문”이라고 했다.


“‘권한 없다’는 편국·사장, 그럼 사주에 있나”

이들은 “권한(편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의혹 보도를 한 기자를 상대로 월급 가압류까지 거는 사주에게 있는가?”라며 “편집권의 주체는 기자가 아닌 사주라고 말하는 듯한 사장과 편집국장을 비롯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호반은 자사 일감몰아주기 관련 보도를 한 KBS 기자들을 상대로 월급 가압류를 신청한 바 있다.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는 서울신문이 호반건설 대해부 기획기사 삭태 사태 직후인 지난1월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편집권 침해와 지면 사유화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김 회장은 잇단 사원 면담 자리에서 곽태헌 사장과도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른바 ‘칭찬하는 신문’을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며 “심히 우려스러운 언론관을 가진 사주와 경영진이 편집권에 개입해 서울신문을 ‘식물 언론’으로 전락시킬까 두렵다”고 했다.

기자들은 그러면서 “사옥 이전 결정을 철회하고 구성원 전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부터 시작하라. 프레스센터 재건축이 추진되는 전 과정을 사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안을 밝혔다. 또 편집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선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켜라. 이를 위해 편집국 내 ‘공정보도실천위원회’를 구성하라. 공보위(가칭)의 구성 및 구체적 운영규칙은 편집국 구성원과 함께 논의해 마련하라”고 밝혔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과 황수정 편집국장은 전화와 메시지를 통해 편집국 기자들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아래는 지난 19일 발표된 서울신문 기자 성명 전문.

[공동성명] 호반파크는 프레스센터가 될 수 없습니다

사주를 맞이한 지 고작 8개월 만에 서울신문은 중대한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매체와 보도를 사유화하고 이제는 부동산 돈벌이로까지 이용하겠다고 나선 사주와 경영진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우리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과 요구를 밝힙니다. 김상열 회장, 곽태헌 사장과 경영진, 황수정 편집국장은 답하십시오.

● 구성원 동의 없는 ‘우면동 호반파크 사옥 이전’에 반대합니다.

우리사주조합 주식 매입 당시 “사옥 재건축과 근무지 변경에 대한 우려는 하지 말라”고 했던 호반그룹의 입장이 불과 11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습니다. “서울신문 단독으로는 결정할 수 없고 서울 중심부에 있어 인허가가 매우 어렵다”던 상황은 변함없는데 말입니다.

김상열 회장과 곽태헌 사장에게 묻습니다. 재건축 승인을 받기도 전에 서울신문이 먼저 프레스센터를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울신문이 떠난 빈 자리는 왜 굳이 서울시와의 5년짜리 임대계약으로 채운 것입니까. "경영진의 선택적 판단이니 세세하게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달라”는 말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졸속 이전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프레스센터 내 타 입주사와 재건축 협상은 시작도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믿고 수백명의 서울신문 직원들이 캄캄한 미래에 기대 정든 회사터를 떠나야 하는 것입니까.

임시 이전 장소 또한 왜 하필 서울 외곽의 우면동 호반파크인지도 의문입니다. 재건축을 핑계 삼아 경영진의 뜻에 순응하지 않는 서울신문 구성원을 호반파크 아래에 두고 길들여 ‘식물 언론’, ‘죽은 기자’로 만들겠다는 속셈입니까? 곽태헌 사장은 본인의 성과를 위해 후배들을 불분명한 미래로 떠넘기는 것은 아닙니까?

설령 떠난다 해도 돌아온다는 보장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광주방송의 전례를 떠올려 보면 재건축 이후 프레스센터 복귀는 10000% 확정이라는 말 역시 믿을 수 없습니다. 프레스센터 사옥은 서울신문 118년 역사의 산 증인이자 우리의 자부심입니다.

무엇보다 호반그룹 스스로 밝혔듯 재건축은 ‘만에 하나 구성원의 총의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곽태헌 사장도 출마 당시 공약에서 "재건축은 구성원의 총의가 모아지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무작위로 일선 기자들과 면담 자리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나 다녀온 기자들은 하나같이 '이미 결정된 사안을 통보하는 자리’라고 말할 뿐입니다. 공론화 과정을 멋대로 생략한 채 밀실에서 사옥 이전을 100% 확정지은 경영진은 이미 신뢰를 잃었습니다.

경영진은 세세하게 밝히고 투명하게 소통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사옥 이전은 "땅값 비싼 광화문에서 임대사업이나 하겠다”는 소리로 들릴 뿐입니다.

● 현실화된 '편집권 침해’에 유감을 표합니다.

지난 1월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획 기사 삭제 사태’ 이후 편집국 상황은 더욱 암담합니다.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침해는 더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부에 알려진 기사 삭제 사건 외에도 뉴스 가치와 무관한 사주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취재·보도 여부와 지면 구성이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현장 기자가 경영진의 이익만을 위한 취재·기획팀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황수정 편집국장께 묻습니다. 일련의 상황은 기자총회에서 지적하신 ‘지면 사유화’가 아닌가요. ‘편집권 침해’가 아닌가요? “직을 걸고 편집권 침해를 막겠다”던 국장의 말씀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습니다.

이미 편집국 안에서는 편집권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뚜렷한 대책으로 응답받지 못한 채 뭉개지는 것이 지금의 서울신문입니다.

국장과 사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질문하는 후배들에게 "내게는 권한이 없다”고 답합니다. '책임 회피’가 아니라면 그 권한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의혹 보도를 한 기자를 상대로 월급 가압류까지 거는 사주에게 있습니까?

김상열 회장은 잇단 사원 면담 자리에서 곽태헌 사장과도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른바 ‘칭찬하는 신문’을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히 우려스러운 언론관을 가진 사주와 경영진이 편집권에 개입해 서울신문을 ‘식물 언론’으로 전락시킬까 두렵습니다.

편집권의 주체는 기자가 아닌 사주라고 말하는 듯한 사장과 편집국장을 비롯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무력감 속에서 ‘우리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외면하고 침묵하자는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언제까지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

● 우리는 다음을 요구합니다.

하나. 사옥 이전 결정을 철회하고 구성원 전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부터 시작하라.

하나. 프레스센터 재건축이 추진되는 전 과정을 사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켜라. 이를 위해 편집국 내 ‘공정보도실천위원회’를 구성하라. 공보위(가칭)의 구성 및 구체적 운영규칙은 편집국 구성원과 함께 논의해 마련하라.

서울신문 편집국 : 강국진 고혜지 곽소영 곽진웅 기민도 김가현 김정화 김주연 김헌주 김희리 나상현 류재민 류지영 민나리 박기석 박상연 박윤슬 박재홍 박지환 백민경 서유미 손지민 손지은 송수연 신융아 신진호 신형철 안동환 오경진 오세진 오장환 유대근 유영재 윤연정 이근아 이범수 이성원 이슬기 이주원 이태권 이하영 이혜리 전준영 정서린 조숙빈 조희선 진선민 최선을 최영권 최재헌 최훈진 한세원 한재희 홍인기 홍희경 황인주 (이상 56명)

* 이글은 2022년 06월 20일(월)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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