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2049세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방송사로 꼽힌다. 일찍이 뉴미디어 플랫폼에서의 뉴스 콘텐츠도 두각을 드러냈고, 매 선거방송에서 젊은층 선택을 받고 있다. SBS는 민영방송사라는 정체성 속에서 MBC·KBS와 지상파3사로 묶여 30년을 보내며 나름의 보도 영역을 구축했다.

13일 만난 조정 SBS 보도국장은 ‘가치 보도’를 제1 원칙으로 꼽았다.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뉴스를 공급한다는 것. 이념과 편향성으로 사회를 갈라치기하고 민생을 어지럽히는 뉴스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조 국장이 생각하는 SBS 뉴스룸의 지향점과 과제를 서면과 대면 인터뷰로 들었다.

-지난 6개월간 보도국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뭔가.

“보도국장으로 부임한 뒤 구성원들에게 ‘가치 보도’라는 화두를 던졌다. ‘가치 보도’ 의미는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뉴스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념과 편향성으로 사회를 갈라치기하고 민생을 어지럽히는 뉴스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공정보도는 균형감각과 독립성이 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균형감각은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는 균형감각이라 본다. 또 독립성을 갖춰야 공정 보도가 나온다고 본다. 우리는 보도본부 운영을 굉장히 투명하게 한다. 사내 보도정보시스템망에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편집일보’라는 이름으로 오전, 오후에 공개한다. 아침 발제 기획서도 다 공개하고 있다.”

▲조정 SBS 보도국장. 사진=본인 제공

-뉴스 콘텐츠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과거에는 부서별로 발제를 했는데 편집회의를 이슈에 대해 논의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새 정부 출범 움직임, 어제 같은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성비위 사건에 대한 이슈 등 이슈별로 보도를 했다. 이슈에 대한 심층화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정치 기사 비중이 높아진다.

“지금은 대선, 지방선거, 정권 교체, 이를 테면 ‘정치의 시간’이다보니 시청자의 관심이 꽤 많다. 시청자가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것도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일부러 흥미적 요소를 부각하기 위해 정치 뉴스를 하진 않는다.”

-노동 이슈 등 사회적 소수자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난해 말까지 사회에디터를 했다. 5월부터 연말까지 ‘노동자의 죽음에 이유를 묻다’ 시리즈 8편을 포함해 산업재해 전반에 걸친 안전불감증 등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피해자 지원과 해법을 찾아보는 보도를 10여 차례 이어갔다. 앞으로도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점과 노동자의 권익을 살피는 보도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

-메인뉴스 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것도 과제일 것 같다.

“선두를 달리는 2049 TV 시청률뿐만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 동접자와 조회수, 홈페이지 구독자와 기사별 소비량 등을 다각도로 측정하고 있다. ‘8뉴스’를 예로 들면 TV에서 80만 명, 유튜브로 10만 명, 홈페이지 접속 140만 명, 포털을 통해 300만 여명이 보았다는 식으로 뉴스 유통량을 측정한다. 콘텐츠 출고도 특정 뉴스 시간에 맞추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7월을 목표로 ‘디지털 퍼스트’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조직 개편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 SBS 사옥

-2049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최근 선거 국면에서 여러 언론들이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도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언론에 열광하며 그것을 쫓는 시민들도 있지만 사회현상을 공정한 시각으로 보는 언론을 찾는 국민도 많다. 그런 분들이 SBS의 주요 시청층, 독자들이다.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지닌 저희 뉴스의 스타일도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대개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야기하는데, SBS는 대주주인 TY홀딩스(구 태영건설)가 거론되곤 한다.

“대주주는 제작과 분리돼 있고 단 한 건도 보도에 대해 수년간 개입한 적 없다. 경영진조차 보도에 개입한 적이 없고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는데 최종 보도 방향은 저희 편집회의체에서 결정한다.”

-7월 조직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나.

“보도본부 기자 80%가 보도국, 20% 정도가 디지털뉴스국에 있다. 협업을 하려면 국간 협의가 필요해 비효율적이다. 이를 통합해 각 취재 단위에서 TV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식의 조직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뉴스를 취재해서 발제할 때부터 내 뉴스가 어디 적합한지 고려하도록 훈련하고 있다. 틱톡에서 유명한 신정은 기자 같은 경우 취재 현장에 나가면 틱톡 콘텐츠부터 올린다. 우리가 전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하는 과정이다.”

-시니어 기자들은 어떤가.

“보직에서 물러나거나 평기자로 고연차를 맞이한 분들도 제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윤춘호 논설위원처럼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하거나, 뉴스브리핑 등에서 연륜 깊은 출연자로 나서기도 한다. 디지털뉴스국장을 마친 뒤 문화 전문 기자로 돌아가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이주형 기자도 있다. 디지털 텍스트 콘텐츠인 ‘취재파일’을 보면 고연차의 시니어 또는 전문기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 정부 들어 SBS 출신의 정치권행이 눈에 띈다. 이런 행보를 어떻게 보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상황에서 선배들의 정관계 진출에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에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간 선배의 경우 퇴직한 지 5년이 훌쩍 넘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보도 업무의 특성상 언론인의 정치권 행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보도 책임자가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일은 소속 매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로 지양해야 한다. 이해 충돌 논란이 일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퇴직 이후 행보를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SBS 뉴스 앵커들. 사진=SBS 뉴스 홈페이지

-뉴스룸 내부의 문제 중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왜 방송 뉴스에서 보기 어려운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3사의 보도·교양 비정규직 작가들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에 따른 시정 요구사항들을 100% 이행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서 앞으로도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소외받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방송계 비정규직 뉴스가) 편집회의에 올라오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다른 사업장이나 산업계에서의 더 큰 문제들을 넘어설 정도의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저희가 (보도를) 안 할 리가 없다.”

-뉴스룸 차원에서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이 있나.

“최근 3~4년 신입과 경력 채용을 보면 남녀 성비가 거의 5:5에 가깝다. 철저히 기회의 균등 원칙 아래 능력에 따라 기자들을 뽑고 있는데 여성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언론계 모습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비불균형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뷰를 계기로 미디어오늘에 하고 싶은 말은.

“매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미디어오늘은 언론계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비평에 집중하다보니 종종 균형감을 잃은 모습이나 비판을 위한 비판 기사가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날카로움은 조금 덜 해보이더라도 정론으로서 더욱 성장하는 미디어오늘 미래를 기대한다.”

* 이글은 2022년 05월 19일(목)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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