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KBS에 영국 BBC의 협약제도를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방송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협약제도’ 토론회가 18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앞서 방통위는 2022년 업무계획에서 민영방송과 차별화되는 공영방송 책무를 규정하고 그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도 지난 4월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공영방송은 공익성, 공정성의 가치를 지키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 제공해야 하는 새로운 변화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국민들께 제시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협약제도의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금 방송법을 보면 온갖 거룩한 말이 가득하지만 실제로는 (공영방송을 둘러싼) 엄청난 수준의 정치적 투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협약제도는 (공영방송의) 명실상부하지 않은 현실을 개선할 좋은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허가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KBS가 (재허가에서) 떨어지는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고, 재허가 심사 평가 점수가 낮아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며 규제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협약제도를 도입하면 KBS는 앞으로 재허가 대상에서 벗어난다. 영국 BBC가 공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명분으로 영국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규제기구(오프콤)는 BBC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담은 운영방안을 수립하는데, BBC 평가 결과는 수신료 산정과 연계할 수 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발언 모습.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이준웅 교수는 협약제도를 가리켜 “의회정치의 틀 내에서, 규제 당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협약제도를 도입하면 공영방송 평가 자체가 간단명료해진다. 1TV, 2TV, 디지털 등 역무(서비스) 중심으로 목표 달성 여부만 체크하면 된다. 공영방송도, 규제기관도 시민단체들도 (정치적 투쟁이 아닌) 정책적인 담론으로 논의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협약 기간은 수신료 보장 기간과 같다. 협약 이행점검은 매년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서류작업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한 뒤 “협약 유효 기간은 7년 정도가 적당해 보이고 3년째 중간평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어 “공영방송 사업자도 지금 방송법 구조로는 공격적으로 새로운 역무를 제시하기 어렵다”며 “차기에 시청각매체법 제정을 통해 모험적 투자, 새로운 역무 제시가 가능하도록 방송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주파수 소유 대가에 대한 특혜로 공영방송이나 지상파를 보는 견해는 지난 세기에 폐기됐다”며 매체기술 중립적으로, 사업자가 아닌 역무 중심으로 시청각매체법을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 이날 토론자로 나선 KBS 공영성 강화 프로젝트팀 소속 김대식 박사는 “KBS가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벼랑 끝 위기다. 망해가는 사업자를 두고 협약을 통해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라고 말한다는 게 상당히 허망하다”고 밝혔다. 김대식 박사는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하려면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재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방통위가 협약의 주체가 되면 행정부 개입이 되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헌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은 “협약제도 도입은 방통위의 중점 추진 과제로, 올해 공영방송사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법제화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의 공감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KBS를 향해서는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같이 협력해보자”고 했다. 올해 방송법이 개정된다고 전제했을 때 빠르면 2023년부터 KBS는 협약제도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 이글은 2022년 5월 19일(목)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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