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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방통위는 태영기업집단의 민원 창구가 되려는가5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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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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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SBS 최대주주 태영이 자산총액 10조 원을 상회하여 재계 순위 41위에 올랐다는 2022년도 대기업 집단을 공시했다. 같은 날 대통령직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간사 박성중 의원)는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첫 번째 브리핑에서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한 대대적인 소유・겸영・편성 등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태영을 위해 특혜를 주겠다는 노골적인 정책과제 발표였던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태영은 공시일 기준으로 10%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태영은 SBS를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여 자산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태영은 작년 내내 방통위와 국회에 지상파 방송사 소유 지분 제한 대기업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

  심지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SBS는 10조원 규제 완화 뿐 아니라 지역민방과의 방송광고 결합판매 폐지, 수중계 편성 비율 완화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30여년 간 지상파 SBS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과 부를 쌓아온 태영 자본이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적 책무마저 완전히 회피하겠다는 뜻이다.

  지상파 대주주인 태영 자본의 미디어 시장 교란 획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태영의 요구에 따라 방송시장의 대기업 진입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통신3사의 미디어 장악이 본격화됐다. 동시에 보수 족벌 언론의 종편 진입을 허용한 미디어법 개악 과정에서도 태영 자본은 지상파 1인 지분 제한 완화를 떡고물로 받고 SBS를 사적으로 동원한 대대적인 입법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미디어 시장의 공공성 파괴와 수익성 붕괴로 지상파 위기를 심화시킨 무거운 책임이 바로 사익을 앞세워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데 복무한 태영 자본에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러한 특정 자본을 위한 특혜 요구를 ‘규제 완화’로 포장해 새 정부 국정과제라고 발표하는 대통령직 인수위는 태영 기업집단의 민원창구를 자처하는 것인가? 태영 자본을 위한 10조 규제의 대폭 완화가 이뤄진다면 얼마나 많은 재벌들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어 난장판을 만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이어진다면 삼성 뉴스, 현대 뉴스, SK 뉴스, LG 뉴스 등 사회적 감시 대상인 한 줌 재벌 총수들이 쥐락펴락하는 재벌 방송이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미디어로 여론을 교란하는 일이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작년 말 대선을 앞두고 민영방송뿐 아니라 보도전문채널, 종편, 신문, 유료방송 플랫폼까지 자산 총액 기준이 아닌 소유 자본 성격에 따른 규제 체제 전환을 요구했다. 때만 되면 태영 자본의 이해에 맞춰 춤추는 의미 없는 자산 규모 제한 대신 미디어 전문성과 과감한 투자 의사 등을 고려한 자본 성격 제한으로 규제 틀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 반대가 아닐뿐더러, 건설자본과 일부 재벌에 의해 쑥대밭이 된 채 문화주권과 시민의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는 미디어 시장을 재건하기 위한 규제 혁신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미디어 기업을 회장님의 ‘사회적’ 위신과 영향력을 위한 방패막이로 인식할 뿐 신뢰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의사가 없는 재벌의 먹잇감으로 던져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에 대한 대기업 진입 기준 완화는 태영 같은 일부 사주의 요구나 한국의 달라진 경제규모 같은 단순논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인수위의 몰지각한 발표에 대한 방통위의 침묵이다. 지난 시기 공과를 떠나 방통위는 한국 방송산업 정책에서 공공성 구현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책 없는 10조 원 규제 완화에 대한 침묵과 동조가 아니라, 방송 공공성 수호와 사회적 책임 구현을 위한 원칙과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미디어에 대한 자본 규제 완화를 논의하려면 그로 인한 공공성 파괴와 여론 다양성 훼손, 방송 독립성 침해 우려를 해소할 다양한 대책들, 예를 들면 매출액 대비 콘텐츠 투자 비율 강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노사 동수 추천 시청자위원회 설치의 법적 의무화, 노동 감사 및 노동 이사제 도입 의무화, 보도 및 편성 책임자 임면에 대한 구성원 동의 법제화 등 내부 견제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안 없는 무분별한 자본 규제 완화는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특혜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으며, 지난 수십 년 간 미디어 정책 실패를 연장하는 일이다. 방통위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파적 이해의 변화와 특정 자본의 민원에 흔들릴 일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와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밝혀야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5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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