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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 밀수 사건’과 동아일보의 삼성 공격동아일보 대해부 3권 -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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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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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9월 22일 삼성재벌이 중앙일보를 창간했다. 중앙일보는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들을 스카웃 했는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매체는 1964년 사주 장기영이 경제부총리로 들어간 뒤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일보였다. 당시 보도와 논평, 광고와 판매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던 동아일보에서도 초대 한국기자협회장인 이강현을 비롯해서 여러 명의 기자가 중앙일보로 옮겨 갔다. 동아일보 경영주와 사원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음은 물론이다.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이 창간한 중앙일보를 ‘잠재적인 경쟁지’로 여기고 삼성이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가차 없이 공격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당시 언론계의 중론이었다.


경향이 단독 보도한 ‘사카린 밀수’를 동아가 삼성 공격의 호재로

경향신문 1966년 9월 15일자 3면 머리에는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또 재벌 밀수 / 사카린 2천 부대를/ 건설자재로 가장해 / 삼성재벌계 한국비료서 / 세관서 압수 / 벌과금 등 2천만 원 징수

  판본방적의 밀수 사건을 매듭도 짓기 전에 또 다시 삼성재벌의 방계회사인 한국비료에서의 밀수입 사건이 드러나 크게 주목된다. 15일 관계 소식통에 의하면 부산세관은 지난 6월 한국비료에서 사카린 약 2천 부대(42킬로그램 들이)를 건설자재로 가장, 울산으로 밀수입한 것을 적발, 동 물품을 압수하는 한편 이미 벌과금을 비롯한 기타 세금 약 2천만 원을 징수했다 한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부산세관은 전기 밀수입품 사카린 약 2천 부대 중 5백 부대는 시중에 유출되고 있어 나머지 1천5백 부대만 압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4일 하오 명동근 재무부 세관국장도 이와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이미 종결된 사건이고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에서 자세히 밝혀질 것인 만큼 이에 앞서 무어라 더 말할 수 없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당시나 현재나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언론사가 단독 보도(‘특종’)를 한 기사를 경쟁매체가 크게 ‘받아쓰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경향신문이 3면(사회면) 머리에 실은 ‘사카린 밀수’를 9월 16일자 1면 머리에 대서특필했다. ‘발생 기사’가 아니라 기존 사건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계 한국비료(대표 이병철)의 사카린 원료 밀수 사건은 판본방적의 밀수 사건과 겹쳐져 커다란 정치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앞으로 국회 본회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크게 말썽이 될 삼성 밀수 파문의 시발은 한국비료가 지난 5월 24일 사카린 원료 58톤을 비료공장 건설자재로 가장, 일본서 수입하여 시판하려다 부산세관에 적발된 후 약 2천만 원의 벌과금을 물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민중당의 이중재 대변인은 16일 문제된 삼성재벌의 사카린 밀수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카린 원료 밀수 사건 외에 삼성재벌 산하의 한국비료 공장 건설을 위해 면세 도입된 백(白)시멘트가 시중에 횡류(橫流)되어 2천4백만 원의 추징금을 징수한 합법을 가장한 또 하나의 밀수가 있었다“고 폭로하여 또 다른 관심을 모았다. 이 대변인은 ”이 같은 부정사건은 결코 묵과될 수 없는 중대 사태로 국회 본회의와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2면에 ‘사카린 밀수’에 관한 사설(「삼성재벌의 밀수」)을 신속히 내보냈다.

  밀수, 그것은 곧 망국이다. 나라의 경제를 좀먹고 나아가서는 나라를 망치는 흉악 중에서도 가장 가증스럽고 끔찍스러운 범죄요, 따라서 국가는 특별한 조치를 세워 이 ‘망국’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여 왔으며 이 ‘흉악범’을 잡기 위해서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밀수 루트를 감시하고, 때로는 총격전을 벌여 범인을 잡고 물품을 압수하고 있는 터다. 또한 5·16 이후 이 망국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특별입법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까지 만들어 어떤 밀수 두목에게는 사형을 언도한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흉악한 망국행위가 근절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기는커녕 지난번 판본재벌에 이어, 이번엔 국내 제일의 삼성재벌 산하 업체에서 2천 부대의 사카린 원료를 밀수하였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이며, 가슴 아픈 일인가. (·····)
  (···) 국가와 국민의 각별한 배려 하에 비대해지고 있는 재벌들이 후안무치하게 이제는 밀수행위까지 감행하였다는 보도는 정말 믿기 어려운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
  여기서 먼저 지탄해야 할 것은 대기업이 스스로 그 공익성을 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이라는 대명사가 붙은 대기업은 그것이 비록 사유재산이 고 개인이나 회사의 영리추구체라 하지만, 그것은 벌써 국가경제의 발전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정부는 막대한 상업차관에 지불보증을 해주는 것이요, 심지어는 내자 동원용으로 외국의 현금차관까지 허락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
  (···) 일찍이 밀수범에 대해 사형까지 내렸던 정부가, 재벌 밀수에 대해서는 고작 벌과금 추징으로 그치려 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더구나 재무부장관은 5월 24일에 적발되어 2천만 원이란 고액의 벌과금을 추징한 사건에 관하여 “아직 보고받지 못하였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으나, 사실은 재무부가 “삼성 밀수 사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도 “제일 가벼운 처분규정을 적용, 사건을 흐지부지 감추어 왔다”는 보도에 접할 때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무엇 때문에 정부는 재벌 밀수를 이렇듯 감싸주어야 하느냐에 대해서 앞으로 정부로부터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있어야겠지만, 이에 대해서 검찰은 물론, 국회의 특별조사가 철저히 진행되어 의혹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며,  재벌 밀수라는 흉악한 버릇을 이 기회에 뿌리 뽑지 않으면 안 될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동아일보, 삼성을 융단폭격

동아일보는 휴간일 빼고는 거의 날마다  ‘삼성 밀수’를 기사와 사설로 줄기차게 공격했다. 날짜 별로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다.

· 9월 17일자 1면 머리기사( 「삼성 밀수 국회 특조위 구성 기세」)

  공화·민중 양당은 삼성재벌계의 한국비료 밀수 사건을 정치적으로 철저히 따지기 위해 국회 특별조사위를 구성하자는 등에 의견을 같이했다. 공화당은 17일 오전 민병권 의원 등 30여 명의 이름으로 삼성 밀수를 따지기 위해 장 기획·김 재무·박 상공·민 법무 등 관계 장관을 20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토록 요구서를 냈으며 이러한 대정부 질문은 민중당에서도 준비하고 있었다.

· 9월 17일자 사설(「 ‘재벌 밀수와 정부의 태도’」)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그리고 국민의 정부”이거늘, 김정렴 재무부장관은 행여 우리 정부를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재벌의 정부”로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의 양심과 양식에 자문자답해 볼 것을 정중히 권고하는 바이다.
  2천 원 이상의 특정외래품 취급자도 구속한다는 강경한 방침을 세우고 있는 정부가, 감히 어찌 5천만 원 어치의 재벌 밀수 사건에 그렇듯 너그러운 조치를 취해 놓고, 재무부장관은 오히려 이번 사건이 삼성재벌의 한국비료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니, 묻노니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재무부장관인가, 아니면 재벌을 위한 재무부장관인가.

· 9월 19일자 1면 머리 기사(「삼성 밀수 전면 수사하라 / 박 대통령, 대검에 지시 / 재벌 밀수 한심스런 일 / 자율적인 상도의(商道義) 확립 요망」)

  박 대통령은 (···)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확대회의에서 “경제발전과 무역진흥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 밀수사건이 일어나다니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하고 업자의 상도의 확립이 절실히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업계는 자율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하여 탈세·원자재 유용·신용장악용, 그리고 밀수행위를 근절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 9월 19일자 2면 사설(「‘기업가 정신을 위하여」)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재벌들의 이름이  연달아 불미스러운 밀수 사건과 결부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된 재벌들은 각각 그것이 기개(幾個) 직원의 소행이며 법인체로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체로서의 책임이 있고 없고는 따로 공정하게 가려져야 할 문제라고 믿지만, 본란은 이 기회에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건전한 기업가 정신과 진정한 사명의식을 진작(振作)할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다.
  (···)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것이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밀수도 좋고 탈세도 좋고 사기도 좋고 협잡도 좋다는 태도가 있다면 그것은 반역사적이고 반사회적인 간상배에 지나지 않고 결코 우리가 뜻하는 기업가가 아니다.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융자를 얻고 이권을 얻어서 치부하려는 수법도 정상배의 수법이며 결코 참다운 기업가의 수법은 아니다.

· 9월 20일자 1면 머리기사(「 ‘통고 처분은 위법 / 삼성 밀수, 정부 강경책으로 급전 / 재무부서 무효로 판단」)

  삼성재벌계 한국비료 밀수 사건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이던 정부는 17일자 대통령의 전면 수사 지시가 있은 후 강경책 수행으로 급전환, 다각적인 조사와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삼성 밀수 사건이 세간에 폭로된 후 삼성재벌 측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줘오던 재무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 강력한 여론 반발에 부닥쳐 뒤늦게 새삼 벌이기 시작한 전면 수사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극히 주목되며,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삼성 밀수 사건에 대한 대정부 질문을 벌일 예정이다.

· 9월 20일자 2면 사설(「삼성 밀수 사건의 전면 수사 지시」)

  삼성계의 한국비료의 밀수 사건에 국민의 의혹은 너무도 짙고 또한 그동안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정부 관계 기관장들의 변명은 뜻있는 국민을 격분케 하였던 만큼 비등하는 국민여론에 뒤늦게나마 정부와 국회가 이렇듯 심기일변한 단호한 결의를 표명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의 철저한 조사 규명을 주시할 뿐이다.

· 9월 21일자 1면 머리기사(「국회, 삼성 밀수 신랄히 규탄 / 여야 공동 보조, 정부 미온 태도도 힐난 / 뭐가 모자라 밀수하는가 / 조무래기엔 기관총 세례·재벌엔 무력」)

  삼성재벌계 한국비료 밀수 사건은 드디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규탄 대상이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보조를 나란히, 입을 모아 밀수재벌의 망국행위와 당초 취했던 정부의 미온적인 방임정책을 신랄히 비난했다. 장 기획·김 재무·민 법무·박 상공 등 관계 장관 출석 리에 여야는 공동으로 제안한 ‘특정 재벌 밀수 사건’에 대한 대정부 질문을 통해 재벌의 ‘파렴치’와 정부의 ‘무력’함을 규탄한 것이다.

· 9월 21일자 2면 사설(「김 재무는 즉각 인책하라」)

  정부는 이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나섰고, 이미 대검의 특별수사반이 부산에서 활동을 시작하였거니와, 수사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이 사건에 책임 있든가 태도가 불투명했던 자들이 계속 영향력 있는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보아야겠고, 정부로서도 김 재무를 비롯한 세관 계통 주요 관리를 먼저 정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 9월 22일자 1면 머리기사(「삼성 밀수에 확증 / 차관자금으로 대금 결제 / 사카린 합법자재를 가장」)

  한국비료 울산공장 건설의 자재 도입 계약을 맺고 있는 미쓰이물산 측은 22일 문제의 사카린 원료(OTSA)가 “한비 측 요청에 의해 요소비료공장 건설자재라는 명목으로 ‘정식 수출’된 것이며 그 대금은 물론 차관자금에 의해 결제된 것”이라고 확언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한비 전 상무 이일섭 씨 등 개인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니고 한비 내지 삼성재벌이 합법적인 시설재 도입을 가장, 밀수한 것임이 드러났다.

동아일보의 ‘융단폭격’을 비롯한 언론의 비판,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강경 방침을 견디지 못한 삼성재벌 총수 이병철은 9월 22일 ‘백기’를 들었다. 동아일보 9월 22일자 1면에는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삼성재벌 대표 이병철 씨는 22일 오후 2시 한국비료를 국가에 바치는 동시에 자기가 대표로 돼 있는 중앙매스컴(중앙일보,동양라디오방송, 동양TV 방송 및 학교법인)을 비롯한 모든 사업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이 씨는 이날 중앙일보사 3층 간부회의실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을 통해 미리 준비된 성명으로 “저로 인하여 야기된 사회적 물의에 대해 재삼 사과의 말씀을 올리는 동시에 어떠한 문책이라도 그것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고 “특히 한국비료는 저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순조로운 건설을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절감하게 됐으며 연일연야 고민 끝에 이를 국가에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그의 심경을 밝혔다.

  <동아일보사사 권3>은 ‘삼성 밀수 사건’ 때문에 이병철이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주역’은 동아일보라고 주장한다.

  당시 국내 최대의 재벌 삼성 산하 한국비료가 저지른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은 60년대를 통틀어 가장 추악한 사건의 하나였지만, 집요하고 강력한 본보의 집중보도가 아니었던들, 과연 그렇듯 국민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었고, 그렇듯 정치적인 사건으로 확대되어 국무위원이 총사퇴하고, 밀수의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삼성이 마침내는 건설 중인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했을까. (·····)
  본보는 삼성 사건 파동이 계속된 3개월 만에 40여 회의 사설 및 <횡설수설>을 내보냈던 것이다(285~288쪽).


장준하, ‘박정희는 밀수 왕초’

9월 22일 국회에서는 희한한 사건이 일어났다. 의원 김두한이 터뜨린 ‘오물 세례’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흰 보자기에 싼 두 개의 통을 들고 책상 위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항일투쟁, 반공투쟁 경력 등을 소개한 뒤에 이렇게 말했다.
  “5·16 군사혁명을 일으킨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또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으나, 전 국민의 대다수를 빈곤으로 몰아넣고 몇 놈에게만 특혜조치를 주고 있는 건 용서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여기 나왔다면 한 번 따지고 싶지만 없으니 국무총리를 대통령 대리로 보고, 또한 총리와 장관들은 3년 몇 개월 동안 부정과 부패를 합리화한 피고로 다루겠습니다.”
  김두한은 이어 “배운 게 없어서 말은 잘 할 줄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할 줄 모르는 행동은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더니 들고 온 통을 들고 국무위원석으로 다가갔다. 그는 “이것은 재벌이 도둑질해 먹는 것을 합리화시켜 주는 내각을 규탄하는 국민의 사카린올시다”라고 외치면서 통에 든 걸 뿌렸다. “똥이나 처먹어, 이 새끼들아. 고루고루 맛을 봐야 알지.”
  총리 정일권, 경제기획원장관 장기영, 재무부장관 김정렴, 법무부장관 민복기, 상공부장관 박충훈 등 국무위원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인분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 인분은 파고다공원 화장실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
  (···) 김두한은 제명을 당했다. 정일권 내각은 인분 세례에 항의해 일괄 사표를 제출하였으며, 박정희는 이 사건을 개탄하는 특별공한을 국회에 보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법무부장관 민복기, 재무부장관 김정렴이 해임되었다 (같은 책, 84~85쪽).

이병철의 장남 이맹희는 박정희가 ‘한국비료 밀수’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비료를 대선용으로 구상한 박정희는 67년 대통령선거 전에 한국비료를 꼭 완성시켜 줄 것을 이병철에게 요구했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사실상 밀수에 같이 뛰어든 것이었다.
  그러나 종국에 박정희는 이병철을 배신했다. 박정희가 공식석상에서 “재벌 밀수는 반국가 행위”라고 말했을 때부터 박정희는 이미 그런 결심이 섰을 것이다. 9월 20일경 이병철은 이맹희에게 “맹희야, 정치하는 사람들 믿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상한 눈치를 채고 내가 ‘박 대통령과 무슨 이야기가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아버지 입에서는 평생 듣지 못한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을 두 고 한 욕설이었다. (···) 아버지가 전하는 내용에 의하면, 처음 밀수를 제안한 것도 박 대통령이었고 밀수의 진행 상황도 뻔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한비 사건에 대해서 모른 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밀수의 목적도 정치자금의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
  10월 15일 민중당은 대구 수성천변에서 ‘특정 재벌 밀수 진상 폭로 및 규탄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장준하는 “박정희야 말로 우리나라 밀수 왕초다” “존슨 대통령이 방한하는 것은 박정희 씨가 잘났다고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청년의 피가 더 필요해서 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10월 26일, 대구에서의 발언 때문에 장준하가 구속되었다. 무엇보다도 “박정희야 말로  우리나라 밀수 왕초다”라는 말이 박정희를 분노케 했을 것이다. 그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장준하는 두 달 후인 12월에 석방되었고, 이듬해의 공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같은 책, 89~92쪽).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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