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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상반된 전쟁범죄 주장에 대한 언론의 고민두 나라의 전쟁 보도 무엇이 진실인가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 관리자
  • 승인 2022.04.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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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두 나라가 전쟁 피해 상황,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민간인 공격, 포로 가혹행위나 성폭행 등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으레  발생하는 프로파간다, 선전전이라 하지만 대중매체가 이를 중계 방송하듯 보도할 경우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자칫 언론의 책임 문제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매체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전시 상황이 되면 대중매체는 곤혹스러워진다. 정부의 사전 검열 대상이 되거나 일부 독재국가 등에서 자국의 이해관계와 부딪히는 보도를 하는 언론인을 살해하는 일이 흔하다는 점 등은 진정한 언론의 길을 가는 것을 어렵게 한다. 언론의 취재 보도에서 불편부당하고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쟁 보도에서 이런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쟁의 두 당사자에 대한 공평한 접근과 취재가 힘들고 유언비어, 가짜뉴스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팩트 체크도 어렵다. 전쟁 보도에서 언론인이 어느 진영이나 국가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현실을 보는 감정과 가치 판단. 신념 등이 차이가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가자 지구 충돌 사태 보도에 적용하는 객관성, 불편부당성 등은 물론 전체적인 관점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에 대한 보도는 전투 현장이나 피해 현장 그리고 피해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애국심이나 적국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기 위한 노림수가 작동한 결과다. 전쟁의 원인과 동기 등은 다양할 수 있는데 전투현장에서의 논리는 생과 사, 적을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한다는 논리만이 유일하기 때문에 아군을 해치는 적국은 당연히 악마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 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이럴 경우 합리적인 판단이나 비판적 사고는 적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되고 적에게 동정적이거나 아군에 대해 비판적인 언행은 용납되지 않는다. 적군의 공격으로 생긴 피해 현장이나 고통 받는 아녀자를 부각시키는 것과 같은 프로파간다를 양산하는 것은 그 가해세력인 적국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진영논리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유럽 등 서구 언론은 ‘침공, 불시 침략, 저항’ 등과 용어를 개전 초부터 사용해 현지 상황을 보도했다. 지난 2월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서구 언론의 보도는 주로 감정과 애국심이라는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불시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주민의 고통과 분노에 대한 깊은 동정이 넘쳐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초 우크라이나인이 보여준 용기와 의연함 등이 기사의 주를 이뤘다.

미국과 유럽 대중매체의 보도 용어 자체가 전쟁의 성격을 규정짓게 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성격을 일찌감치 규정지었고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나토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우크라이나에 지원의 근거가 대중매체에 의해 합리화 되고 있는 것이다.

서구 미디어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민에게는 최후까지 항전한 것을 독려하고 우방국을 상대로 군사적 원조를 호소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서구 언론 등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하고 민간인 거주 지역에 포격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파괴된 건물이나 아녀자 등의 피난민 고통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 언론도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가 국내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외신을 주로 받아쓰거나 우크라이나 주변국에서 취재하다보니 서구 언론의 보도 흐름과 유사하다.


BBC의 전쟁 범죄 여부에 대한 팩트 체크 시도

대중매체가 진실 추구의 자세를 전쟁 보도에서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영국의 BBC가 최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그것은 지난 27일 SNS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포로 다리에 총을 쏴 쓰러뜨리는 비디오 영상이 SNS에 올라온 뒤 시도됐다. 선명하지 않은 이 비디오 영상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다양한 플랫폼에 게재되고 대중매체에 보도되었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간 공방이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영상이 조작되었다는 것이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거짓말을 한다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BBC는 자체적으로 비디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실시했다. 우선 영상이 촬영된 장소를 GPS를 통한  지리 위치 확인 작업을 통해 점검하고 병사들 주변의 건물 등 배경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였다.

BBC는 이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확인한 뒤 병사들의 군복과 계급 표시 등 복장 상태, 병사들의 녹음된 말을 분석했다. 가해 병사와 포로가 한 말을 분석해 어느 나라 말이며 억양 등이 어느 지역과 비슷한지 도 조사했다.

BBC는 외과 의사들에게 부상당한 병사들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는지와 피를 흘리는 상태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영상은 위조된 것이 아니고 영상 속에 녹화된 가해 행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BBC는 이 영상에 대해 추후 계속 분석하는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BC의 이런 노력이 돋보이지만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대중매체가 사회적 소금이나 목탁이라는 제 4부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각종 플랫폼, SNS과 공존하거나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서 진실, 사실 보도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저널리즘 실천은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지 않다는 논리는?

대중매체의 기본 역할과 기능인 저널리즘에 대한 실천이 모든 상항에서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면서 나온 논리가 전쟁 저널리즘과 평화 저널리즘으로 구분하는 시각이다. 전쟁 저널리즘은 애국심과 적국에 대한 적개심, 전사자, 전쟁의 승패 등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평화 저널리즘은 평화 유지를 전제로 갈등의 강도를 감소, 해소 극복해 생산적으로 공존할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

노르웨이의 사회학자 요한 갈퉁은 전쟁 저널리즘이 주로 폭력과 갈등 당사자들의 프로파간다 , 전시 지도자나 승패에 주목한다고 규정했다. 평화 저널리즘은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폭력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에 주목하면서 갈등 당사자 간의 대화나 갈등을 종식시킬 해결방식 등에 주목한다.

20세기가 전쟁과 대량학살, 군사 침략과 식민지배 등의 특징을 보이면서 대중매체는 전쟁 저널리즘과 평화저널리즘의 줄타기를 하면서 급성장하는 특성을 보였다. 1・2차 세계 대전에서 6천 만 명이 사망하고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에서도 수 백 만 명이 사망한 이후 인종, 종교간 충돌이 빚어져 참혹한 사태가 꼬리를 이었고 그 가운데 전쟁 저널리즘이 존재했다.

서구 대중매체는 거대한 군사, 사회, 문화, 정치적 격변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치라는 냉전, 전선 없는 테러와의 전쟁 등의 격류 속에서 세계화를 주도하는 등 강력한 매개체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자본주의 체제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서구 대중매체는 황금기를 누리면서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고 정치, 문화, 군사 등의 분야와 공존 또는 절충적, 비판적 시각에서 목격자, 기록자, 해설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 대중매체의 일방적 정보 지배력은 거대 플랫폼과 SNS의 등장으로 약화, 변질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전쟁과 그와 유사한 폭력적 사태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대중매체와 국가, 군과의 관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의 경우 과거와 달리 대량학살과 인종청소와 같은 비인도적 만행을 감시, 폭로하는 SNS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전쟁 저널리즘의 구조가 깨지거나 대중매체가 SNS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 상태가 되면 군과 정부가 대중매체에 대해 사전 검열을 실시하면서 보도통제를 했지만 오늘날 전 세계가 모든 미디어와 접속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쟁 보도의 양상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쟁 당사자의 야만적, 폭력적 행위를 약화시키면서 언론검열이나 애국심의 일방적 강조와 같은 전통적 전시체제 통제 방식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대중매체 보도, 신냉전 부추겨?

21세기 대중매체는 뉴 미디어의 대거 등장과 영향력 증대 등으로 그 보도 기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침략전쟁, 분규사태 등에서 과거처럼 거대 대중매체나 중앙정부가 핵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에 따라 전투와 분규가 벌어지는 현지 미디어와 주민의 정보 생산 비중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중매체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이나 취재보도 시스템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 2월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에 러시아군을 파견해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 연합뉴스

예를 들어 일반 시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이 전투나 분규 장면을 직접 SNS 영상으로 담아 플랫폼 등을 통해 전 세계적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대중매체가 취재 보도하지 못하는 현장을 뉴 미디어 등이 생생하게 전달해 정보 수요나 갈등을 해소시켜 주는 반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잘못 또는 왜곡해 전달하거나 심지어 조작, 변조를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와 군이 무차별적으로 적을 해치고 아군을 이롭게 하려는 가짜뉴스를 포함한 프로파간다를 양산하고 테러리스트들도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보전쟁을 벌이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미국과 나토 회원국, 러시아 정부 등이 아니면 말고 식의 프로파간다 제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년전 이슬람국가 IS가 전 세계 정보망을 통해 참수장면 등을 여과 없이 방영하는 등 치밀한 선전정보를 내보내 그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기도 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거치면서 그 원인 등에 대한 시시비비가 생략된 채 전쟁 저널리즘에 매몰된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진영과 러시아가 대결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이에 따라 동서간 신냉전이 시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대중매체가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 볼 일이다. 한국 언론도 서구 언론의 보도 경향이나 미국, 유럽과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국내 정치권의 논리에 갇혀 전쟁 저널리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자기 검열이 일상화된 국내 대중매체는 전쟁 저널리즘을 일상화하고 있는 측면이 너무 심각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기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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