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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 정신과 이 시대의 언론개혁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관리자
  • 승인 2021.11.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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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 11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충북 옥천신문, 고래실 둠벙, 옥천FM 공동체라디오 등에서 열린 '2021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에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발표한 주제발표문입니다. "'독립'과 '자치', 커뮤니티 저널리즘, 다채로운 꿈을 꾸다"를 주제로 열린 2021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에서는 이부영 이사장의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과 이 시대의 언론개혁'이라는 주제발표 강연을 시작으로 세 가지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제1주제는 '공동체, 기록으로 시작되고 연결되다', 제2주제는 '권언유착의 관행 계도지와 풀뿌리 언론', 제3주제는 '지역 공동체 라디오의 새로운 전진과 연대'였습니다. 1주제와 관련 유해정 경상대 학술연구교수의 '사회적 기억을 위한 마을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신유림 증평군 기록연구사의 '민간기록보존과 발굴을 위한 행정의 역할' 발제가 있었고, 2주제에서는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국장의 '계도지의 나쁜 관습, 풀뿌리 신문으로 저항하다', 3주제와 관련해서는 광주시민방송 유영수 대표의 '꺼질뻔한 온에어, 되살린 광주시민방송 주민의 품으로' 발제가 있었고 각 주제별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이날 행사는 지난 7월 신규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12월 정규방송을 준비중인 옥천FM과 옥천신문사에서 유튜브 채널 중계를 했습니다(▶유튜브채널 다시보기 클릭).  - 편집자주

이부영 이사장 주제발표 강연 모습
이부영 이사장 주제발표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

1. 글머리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아직도 우리 공동체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 전염병이 기세를 멈출 줄 모르고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고 기후 위기의 심화는 지구상의 뭇 생명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는 우리 모두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20대 대통령 선거철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선거철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언론인으로서 깊은 시름 속에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언제나 문제들을 고민하고 살도록 운명 지워진 언론인으로서 이 시대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도록 이 자리에 모였다고 하겠다. 그래도 대통령을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뽑겠다고 여야가 경쟁도 하고 그 과정과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겠다고 언론인들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반세기 전 대통령 직선제도,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도 없었던 철권독재 유신체제 아래서 ‘1단 짜리 보도 한 줄’에 목숨을 걸었던 기억을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1단 짜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113명의 동아 언론인들이 거리로 내쫓기고 6남매를 둔 가장 송건호 편집국장도 아무 대책 없이 이들과 함께 거리의 언론인의 길을 택해야 했다.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고 다짐했던 청암 선생과 동아-조선 투위 위원들이 마주쳤던 시대상황이 지금의 현업언론인들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지키자는 근본은 다르지 않다.

해방-분단-전쟁에 이어 독재와 민주화-산업화 그리고 탈냉전과 세계화라는 전환 시대를 전체 사회구성원이 압축적으로 살아내야 했다. 그런데 변환의 속도와 내용이 너무 빠르고 질과 양에서 개인이 감당하기에 어려웠다. 다시 2020년대를 전환의 시대라고 부른다. 지난 70여 년에 걸쳐 냉전 시대로부터 탈냉전 시대로 진화해온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다시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시대가 전개되려 한다. 그 전환 시대의 ‘한국적’ 성격을 규정하는 심판정이 20대 대통령 선거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의 언론은 조선, 동아, 중앙으로 대표되는 기득권-보수 언론과 민주-진보 언론으로 나뉘어 경쟁해왔다. 기득권과 자본에게 유리한 기우러진 조건 속에서 대중적인 민주화운동의 동력과 표리관계를 형성하고 SNS 뉴미디어를 선도하면서 투쟁해온 민주-진보 언론이 20대 대선에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면서 ‘전환의 시대정신’을 불러낼 것인지 주목된다.

2. 2021년 언론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최근 한국은 민주화-산업화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실현시킨 나라로서 선진국에 진입한 것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 대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에는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고 인류와 지구의 새로운 활로에 기여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지난 1945년부터 50년 한국전쟁 전후가 해방-분단을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비통한 역사적 고비였다면 지금부터 해방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의 시기는 남북의 교류협력을 원활하게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해야 할 또 하나의 역사적 고비가 될 것이다. 험난한 한반도 남쪽에서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며 아시아 아프라카 라틴아메리카의 제 3세계 국가들도 한국의 메시지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의 저널리즘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지금 보이고 있는 한국 저널리즘의 한심하고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한국사회의 역동적 변혁과 한반도 평화를 향한 몸부림을 선도하기는커녕 뒤따라가기라도 하겠는가.

가. 언론자유 아시아 1위, 신뢰도는 꼴찌

한국은 지난 3년 동안 아시아에서 언론자유 지수 1위(세계 42위)를 차지했다고 <국경없는 기자회>가 밝혔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언론의 신뢰도 수준에서는 조사대상 46개국 중에서 38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순조로운 성취로 선진국 진입을 세계적으로 공인받고 있는 한국이 언론자유 지수에서는 아시아 1위를 당연히 누릴만 하지만 신뢰도와 지역뉴스 관심도에서는 꼴찌 수준이라는 것은 한국언론 내부에 심각한 증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언론의 지속적 신뢰 하락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가 기승을 부리고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면서 공적 기구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음모론으로 간주해버리는 경향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럼에도 한국의 언론불신 문제를 보편적인 경향으로 넘겨버리기에는 다른 나라들과 속성상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그 속성이 단지 불신과 멸시를 넘어서 증오와 혐오의 증상으로 발전해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우리에게 통렬한 지적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여러 나라에서는 전통 언론에 대한 신뢰가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가짜뉴스나 부정확한 뉴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상승했다.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친 보도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저널리즘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저널리즘이 최근의 신뢰도 회복 국면에서 여전히 예외 상황이다. 최근의 언론 활동을 정확성, 신뢰성, 다양성이라는 저널리즘 기본 가치를 토대로 비교했을 때 비언론인이 만든 뉴스 정보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나. 포털 포퓰리즘의 시대---저질기사 양산, 사회적 개입 있어야

과거 포털 뉴스편집과 관련한 주요 논란이 ‘정치 편향성’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음과 네이버가 뉴스편집에 알고리즘을 도입한 이후 초점이 저질기사 양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함량 미달의 국제뉴스나 저질의 온라인 커뮤니티발 저질기사 베껴쓰기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언론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한국 편을 분석해 발표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1 한국’을 보면, 뉴스의 주 이동경로를 포털이라고 답한 비율이 한국은 72%로 전체 46개국(평균 33%) 가운데 단연 높다. 개별 언론사 사이트나 앱은 5%(전체평균 25%)에 불과하다. 독자유료 모델을 찾지 못한 언론사들로서는 포털의 전재료(다음)나 광고수익 배분(네이버)에서 가장 중요하고 명확한 지표는 조회수이다 보니, 자극적 선정적 기사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봄 한 방송사 탐사보도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보수언론이 전체의 48%를 차지했는데 이런 결과는 이들이 포털의 정책 변화에 시시각각 대응하도록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매체란 점과 무관치 않다.

실제 5개 일간지의 2006~2020년 네이버 기사 게재건수(<한국 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 김위근 황용석)를 보면 한겨레 경향 동아에 비해 조선 중앙은 매해 증가폭이 크고 건수도 1.5~2배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채영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은 신뢰도가 낮은 언론사가 영향력, 그것도 정치적 영향력까지 유지하는 나라다. 그걸 안정 가능케하는 경제적 바탕이 포털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포털규제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안 20여 개가 발의돼 있다. 특히 알고리즘 공정성이 잇슈가 되면서 기사 배열의 구체적 기준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여럿 있다.

2018년 유네스코 보고서 또한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가 아니며 “알고리즘은 문화적 표현과 접근의 미래를 형성하는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시민사회나 학계에서 단순히 언론사-포털 관계를 넘어서 이용자인 시민들을 시야에 넣은 사회적 규제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한양대 정준희 교수는 “포털은 법적인 공유지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공유지가 됐다”며 “정치편향성 논쟁보다는 저널리즘 품질 제고에 집중해 다양성, 소수자 약자 등 공통의 인식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개입을 생각할 때”하고 말했다.

다. 지역뉴스도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2021년 6월) 국가별 지역뉴스 관심도에 의하면 한국(12%)이 대만(17%)보다 한 단계 아래로 40개국 가운데 꼴찌다. 대만은 면적이 경상도 크기만한 섬이다. 우리나라의 3분의 1쯤 되는 대만보다 우리나라가 더 중앙집권적인 나라여서 그럴까. 저널리즘 신뢰도에서 꼴찌를 했다는 것보다도 지역뉴스 항목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더 주목된다. 연구소 측은 조사대상국이 중앙집권형인지 아니면 지방분권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석했다. 지역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나라는 브라질(73%), 스페인(62%), 독일(54%), 미국(48%), 등 연방제나 지역의 자율성이 높은 나라다. 반면 영국(31%), 프랑스(31%)처럼 중앙집권형인 국가에서는 지역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대폭 떨어진다. 그래도 이들 나라는 30%대를 유지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삶 주변에 일어나는 지역뉴스에 관심이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역신문을 믿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일보>(33%)는 전국 규모의 매체 가운데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역신문(31%)은 이보다 더 낮았다. 지역뉴스에 관심도 없고 지역신문을 믿지도 않는다. 정치, 경제, 문화, 행정 등 모든 자원이 서울에 집중된 탓에 눈과 귀가 서울에 쏠려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국가균형발전을 설계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결정하는 작업이 아니라 서울에 초집중된 권력의 분산, 그러니까 ‘지방분권’을 완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분권 논의의 한 축은 마땅히 지역 미디어 관련 논의가 담당해야 한다. 막중한 권한과 책임의 지역 분산은 지역 미디어의 비판과 견제 기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의의 출발은 자명하게도 지역미디어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한 자성과 변화에 있을 것이다. 지역 미디어에 관한 신뢰 있는 기관의 종합 실태조사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2015년 신문만을 대상으로 신뢰도 조사를 한 것이 유일하다. 마을 단위의 공동체 미디어부터 대도시 단위의 지역 언론에 이르기까지 매우 이질적인 미디어를 포괄하는 공공 조사가 있어야겠다. 지역뉴스가 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지역 정보와 뉴스는 어디에서 얻는지, 신문 방송 소셜미디어를 망라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여줄 기본조사부터 절실해 보인다.

라. 언론신뢰 회복은 ‘편집권 독립’으로부터

진정한 언론개혁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일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편집권의 독립’이다. 편집권 독립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 등 외부의 영향과,언론 사주와 편집국 간부 등 내부의 압력에서 벗어나 기자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뜻한다. 편집권의 독립이 이뤄져야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고 진정한 국민의 알 권리가 실현될 수 있다.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이 올해도, 지난해도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편집권 또한 자유롭게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 언론사에서 진정한 편집권 독립이 이뤄진 적이 없다. 오히려 과거 편집권 독립을 위해 만들어졌던 각종 제도적 장치들은 오늘날 거의 무력화된 상태다. 박흥원 부산대 미디어컴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선 기자들의 취재 활동은 현재 상당히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주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일부 데스크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객관적 보도를 방해하고 있다”며 “객관적 보도를 위해서라도 편집권 독립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언론통제의 법적 토대를 이루었던 언론기본법이 폐지되면서, 대다수 언론사들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당시 언론사 노조들은 회사 측과 교섭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편집권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 제도를 마련했다. 노사가 참여해 편집 방향을 평가하고 논의하는 공동보도위원회 제도라든지 일선 기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편집국장 선출에 관여하는 제도 등이 이 시기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신문사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이윤 극대화라는 경영 논리가 강조되면서, 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이 가속화되면서 언론의 공적 기능보다는 시장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해졌다. 사주와 경영진의 권한이 더욱 강화됐고 반면 기자들의 독립성은 약화됐다. 기자들이 영업활동에 투입되거나 광고주의 요구에 맞게 기사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거부감도 점차 줄어들었다.

자본에 대한 예속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년마다 실시하는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매번 광고주를 꼽고 있다. 2019년에는 68.4%가, 2017년에는 74.2%가 광고주를 선택했다. 편집-보도국 간부나 사주-사장, 정부나 정치권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정부-정치권의 개입이 적은 것도 아니다. 정부가 사장 선임에 개입할 수 있는 언론사들엔 심심찮게 정권 코드에 맞는 사장이 임명돼 기자들과 큰 갈등을 빚었다. 2012년에 MBC와 KBS, YTN, 연합뉴스 종사자들의 연쇄 파업이 벌어졌다. 2012년 MBC 노조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되었던 고 이용마 기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MBC 파업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편집권 독립이 주요 잇슈였다”면서 “합법적 경영권을 이유로 간부들을 줄세우기할 경우 마땅히 이들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언론사 내부엔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가 미흡한 실정이다. 경영진으로부터 편집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 편집-보도국장 선출이 거론되지만, 현재 실질적인 선출제도를 유지하는 언론사는 드물다. 그나마 회사가 편집-보도 책임자를 임명한 후 가자들의 동의를 얻는 임명동의제가 언론계에 자리 잡아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사주가 있는 일부 신문사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언론사엔 일정 구성원이 편집국장 불신임안을 발의해 대표이사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편집국장 불신임안제가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실현된 사례가 없다.

언론사와 독자와 시청자가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인 독자위원회 또는 시청자위원회도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더 많다. 지상파 방송사 3사와 연합뉴스는 각각 방송법, 뉴스통신진흥법에 의거해 시청자위원회, 수용자권익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신문사는 신문법에 강제조항이 없다. 신문법엔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문기구로 독자권익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전국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신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언론노조의 노력으로 2019, 2020년 민주당의 신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기자의 취재와 편집 자율성 보장’ ‘편집위원회 및 편집규약의 의무화’ 등이 포함되었고 이를 준수하는 언론사에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편집권의 독립은 기자들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안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독자권익위원회도 어떻게 보면 언론사가 위촉하는 것”이라며 “그보다는 외부의 합리적인 평가에 대해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실질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그때야 편집권 독립의 본질적 의미를 구현할 수 있다”고 결론 삼아 말했다.

마. 언론중재법을 비롯한 미디어제도개혁의 과제

올해의 화제는 언론중재법 파동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와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인 언론미디어 개혁입법이 2021년 문재인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에 제출되었다. 극우 보수언론들과 국민의힘 야당이 자신들을 제압하려는 정치적 기도라고 극력 반대하는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신문법·방송법 등 미디어제도 개혁입법이 정권 초반이 아니라 20대 대통령 선거기간과 겹치는 마지막 정기국회에 제출된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언론미디어개선특별위원회’(언론특위, 위원장 홍익표)를 구성하여 논의하기로 합의한 지 48일 만인 지난 15일 제1차 특위가 열렸지만 24분 만에 끝났다. 특위활동 기한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쟁점들이 많고 여야 견해차이가 첨예한 이들 법안을 앞으로 한달여 기간동안에 언론단체 및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여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2차 회의를 2주 후인 12월 초로 미뤘다. 여야는 언론중재법을 비롯한 미디어개혁입법에 소극적이다. 더욱이 치열한 대선 운동에 떠밀려 연말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정기국회 시한을 넘겨 입법이 무산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특히 조·중·동 등 기득권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야당에 휘둘려 끌려가는 더불어민주당 여당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3. 끝내는 말

청암 송건호 선생의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지난 한 해였다. 정치인들이야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언론 문제를 다루지만 언론인들은 자신들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언론자유, 국민의 언론자유에 따른 불이익 여부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대장동 부동산투기 사건의 핵심인물로 김만배라는 언론인이 부각된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법조 출입 전문기자를 빙자해서 고위직 법조인 로비스트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정보와 고위법조인 인맥을 관리하면서 천문학적 부동산투기를 저질렀다. 언론과 법조 엘리트의 결탁부패사건으로 정리될 것이다. 이 분야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사이비 언론인들이 암약하고 있을 것이다. 언론이 기득권화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김만배 같은 부류가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김만배가 바로 ‘기자실 언론’의 종착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단을 없애야 한다. 기자회견과 브리핑 제도를 활성화하면 된다.

※ 필자의 덧붙이는 말 : 이 발제는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한겨레, 경향, 자유언론실천재단 홈페이지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오한흥 옥천FM라디오대표, 김병국 옥천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이사장, 고광연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박수연 시청자사업팀주임, 이해수 공동체라디오 편성국장. 양수철 옥천신문기자 등과 기념사진 촬영
이부영 이사장이 김재종 옥천군수 등 내빈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
이부영 이사장과 옥천신문 내부의 송건호 기록관을 관람하는 모습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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