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지금이 언론개혁 길 열 마지막 기회”

“국회 언론특위, 여야 대리전 구조로는 절대 안 돼”

“시민사회나 언론계 여러 의견 충분히 듣고 입법에 나서주길”

“이번 결과에 민주당이 패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9일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방송법 등의 전반적 개선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특위는 여야 동수 18인으로 구성하며 올해 12월31일까지 활동한다. ‘언론개혁’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30일 현업·원로 언론인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런 중요한 법안을 정권 초기에 추진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전하면서 “언론개혁에 대한 필요성에 여야 합의가 이뤄진 점을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한다. 부디 시민사회나 언론계의 여러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입법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특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언론개혁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도 “정치적 대립을 부르는 여야 대리전 양상의 구조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 언론현업단체의 광범위한 문제의식을 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 8인 협의체와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 지적했다.

▲30일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현업·원로 언론인 긴급 기자회견. ⓒ언론노조

현업·원로 언론인 일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는 정당 간 협의가 아니라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및 언론현업단체 등을 포괄해 사실상 ‘사회적 합의기구’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모든 정치세력과 대선후보들은 다가오는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국회 특위 차원의 논의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과 지속적인 언론개혁, 언론 공공성 강화와 정치적 독립을 확약하고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언론계는 폭증하고 있는 허위 조작 정보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어떤 정치세력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누구도 장악을 꿈꾸기 힘든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온 언론개혁의 길을 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번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과 언론현업단체가 이겼다거나, 민주당이 패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언론개혁은 누구의 승리나 패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20세기에 끝마쳤어야 할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부터 우리 앞에 여러 언론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쁜 저널리즘의 문제는 징벌이라는 방법보다, 좀 더 좋은 기사와 저널리즘을 많이 노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불량식품을 단속으로 때려잡는 방법도 있지만, 좋은 식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위원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 과정에서 무겁게 확인한 지점이 있다.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넘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언론불신이었다”면서 “우리 스스로 책임 있게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형 자율기구 만들자고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고비 넘겼다고 해서 기구 설립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론현업 5단체는 지난 9일 ‘언론과 표현의자유 위원회’를 구성했다. 미디어 관련 시민사회단체, 언론현업단체, 언론학계 및 법조계 네 분야의 추천 인사 각 4인, 총 16명으로 구성해 최소 6개월의 기간을 두고 언론중재법, 형법, 민법, 정보통신망법 등 언론과 표현의자유와 관련한 규제체계 전반을 평가하고 핵심 개선사항에 대한 검토와 합의에 나설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16인 위원회에서 국회 언론특위에 여러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 밝혔다.

* 이글은 2021년 09월 30일(목)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 아래는 현업·원로언론인 긴급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현업·원로언론인 긴급 기자회견문]

국회 특위를 사회적 합의의 요람으로 만들자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이 9월 국회 본회의 상정 철회로 파국을 면했다. 더불어 여야가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및 신문법 등을 함께 논의할 국회 내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 설치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우리는 여야 합의를 존중하며 언론중재법을 넘어 언론개혁의 핵심 의제들을 논의할 특위 설치를 적극 찬성한다. 이는 언론개혁의 우선 순위를 바로 잡고, 정쟁이 아닌 사회적 숙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및 언론현업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주어진 과제는 더욱 엄중해 졌다. 언론개혁의 여정을 가기 위해서는 다시는 이번과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는 정당 간 협의가 아니라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및 언론현업단체 등을 포괄해 사실상 ‘사회적 합의기구’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그동안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반대가 정략적 차원이 아니라면 국회차원의 특위 활동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정치세력과 대선후보들은 다가오는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국회 특위 차원의 논의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과 지속적인 언론개혁, 언론 공공성 강화와 정치적 독립을 확약하고 보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언론중재법 논란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법리적 문제를 떠나 언론에 대한 시민의 따가운 질타와 한 가닥 남은 기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신뢰회복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부터 특위가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담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또 더 나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폭증하고 있는 허위 조작 정보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것이다.

어떤 정치세력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누구도 장악을 꿈꾸기 힘든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온 언론개혁의 길을 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가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길 진정으로 기원한다.

2021년 9월 30일
현업·원로 언론인 일동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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