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칼럼 고승우 칼럼
‘위드 코로나’? 코로나19 사태 속 외국어 범람 이래선 안 된다정치와 언론 무분별 사용 경우 많아 전문기관과 협의 방식 등 강구해야
[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 관리자
  • 승인 2021.09.08 19:51
  • 댓글 0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 등은 전 국민이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표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학력의 고하나 외국어 실력 차이 등에 의해 이해의 정도가 차이가 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정치 관련 서비스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당연한 조치로 정부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대중매체도 언론 소비자에게 최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보도 용어나 방식을 최대 다수가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언론이 이 질병과 관련한 주요한 정보들을 외국어나 외래어로 표기해 이의 사회적 이해도가 낮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질병은 비대면 등 방역대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관련 정보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홍보가 최상의 조건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 부분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영어 등 외국어에 익숙치 못한 국민의 경우 난해한 관련 용어들이 일상적으로 정부나 언론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외국어는 영어, 일어, 프랑스 언어 등과 같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하고 외래어는 고유 한국어와 한자어 이외에 다른 언어로부터 빌려다 쓰는 말을 뜻하며 차용어라고도 한다.

코로나 19와 관련한 외국어 용어를 보면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접종’을 의미하는 부스터샷(Booster Shot), 코로나 19 의심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가검물에서 RNA(리보핵산)를 채취해 진짜 환자의 RNA와 비교해 일정비율 이상 일치하면 양성으로 판정하는 검사방법인 PCR(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 등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언급할 때 ‘인센티브, 패널티’라는 말도 흔히 쓰이고 있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받아들이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 방역체계를 전환하겠다는 취지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방식이 최근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유행)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제기된 이 방식에 대해서 정부는 방역 긴장감이 낮아지는 점을 고려해 ‘위드 코로나’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 용어로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V 자막이나 신문 제목 기사 등을 통해 '위드 코로나' 용어는 계속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8월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18~49세 국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질의에 대해 전문가가 답변하는 코로나19 특집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행정 관련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정부 당국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듯한 의미를 담으려 하거나 외부의 비판을 차단하려고 시도는 사례가 적지 않아 본래의 뜻과 거리가 멀고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행정 편의주의식으로 조어를 하는 것보다 대중에게 정확하게 그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한글학회 등 전문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거나 공론에 부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사회·공공기관 등도 한글 표기에 소홀… 정부, 납세자 외면 부당

한편 코로나19 외에 여러 분야에서 정부 당국이나 언론에 의해 외국어나 외래어가 두문자어로 사용되는 경우 흔하다. 예를 들면 부동산 폭등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대책을 언론은 “주택 구입과 관련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또는 규제 도입정책”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의 경우 MZ세대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는데 이는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로 국민 다수가 익히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사기 범죄 용어가 된 스미싱(smishing)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보낸 문자메시지인 것처럼 속여 개인 정보를 훔치는 것으로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보도 기사에서 등장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 관계를 둘러싸고 나오는 용어의 하나가 ‘패스트트랙(Fast Track)’이라는 단어다. 이는 국회법 제85조 2(안건의 신속처리)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2019년 이후 여러 정당은 이 말을 공식석상에서 사용하고 있고 언론도 그대로 따라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2014년 국회의원 배지를 나라 국(國)에서 한글로 바꾸고, 국회 상징 표지도 한글로 교체하면서 지자체 여러 곳에서 시·군 의회 의원배지와 의회 상징표지 등을 한글로 고치려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공공기관의 공문서나 알림판, 각종 축제나 사업 이름 등이 외국어나 외래어 또는 어려운 한자어로 되어 있어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앙 또는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사업소 등의 공문서 등에서 ‘바이오센터’, ‘실크연구원’, ‘운전 마일리지’, ‘산업용 클러스터’, ‘글로벌 마인드’, ‘인센티브 지급’ 등과 같은 외국어나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다. 정부는 몇 년 전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어진흥조례를 제정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칠 뿐 강제성이 없어 효과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유치원 문제와 관련해 오늘날 널리 쓰이는 ‘에듀파인’은 education(에듀케이션. 교육) + Finance(파인낸스. 재정) 이 합쳐진 합성어로 국가회계시스템 속의 교육재정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정부가 수년전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의무적으로 적용했던 이 국가회계시스템을 왜 처음부터 한글로 표기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한글을 외면하면서 대다수 국민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외국어, 외래어를 마구 써대고 있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최대다수의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자세로 그 책무를 다 해야 하는데 주요 정책과 관련해서 사용하는 단어가 한글이 아니라는 것은 큰 문제다.

오늘날 정보화 사회, SNS 시대가 되면서 기업에서 생산하는 전자 제품이나 관련 기술의 언어가 대부분 영어로 쓰일 뿐 한글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어려운 외국어 용어까지 정부와 언론이 빌려다가 쓰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따라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 등을 표현하는 한글이 없으면 한국적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기능이 약화된다. 언어학자나 정부 당국자, 언론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언론의 대중성 있는 보도 용어의 사용과 언어학자 개발 노력 필요

언론이 한글을 갈고 닦는데 큰 역할을 하는데 현실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실정이다. 언론이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도 용어를 대중성 높은 것으로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다. 언론이 일반 국민이 이해하는지 마는지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보도에서 사용하는 외국어나 외래어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사람과 사람이 잘 어울리거나 친근한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나타내는 ‘케미’라는 단어는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줄임말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많이 쓰는 용어이면서 보도기사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일상적으로 보도 기사 등에서 나오는 외국어, 외래어는 보이스 피싱, 해킹, 블랙리스트, 셀프 면죄부, 인터넷뱅킹, 스탠드업 코미디 등이다.

▲ 한글 관련 이미지. 사진=gettyimagesbank

한글은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 빼어난 언어다. 예를 들어 한글의 우수성을 영어와 비교해 보아도 뛰어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먼저 한글은 발음 기호가 별도로 없지만 영어의 발음기호는 너무 중요하다. 영어단어는 그 알파벳과 발음기호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두 번째 한글은 영어에 필수적인 악센트가 없다. 그리고 영어는 말을 할 때 목소리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억양이 한글에 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글은 입모양에 따라 자음과 모음을 만들어서 영어처럼 가슴이나 배에서 내는 소리가 없다. 한글과 영어의 이런 차이는 언어전문가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촌에는 오늘날 약 5천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수가 급속하게 줄고 있다고 한다. 힘이 센 나라의 언어가 세계를 지배하는 경향이 이런 현상을 초래하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힘이 없는 민족의 문자는 잊혀 지거나 지구상에서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면 한글은 어떤가? 문자가 없는 외국의 일부 소수민족이 한글을 자기나라 문자로 사용하려 시도를 할 정도로 우수한 언어다. 외국에서 이렇게 알아주는 한글을 국민의 머슴인 공직자나 일부 언론이 홀대하는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글이 우수하다 해도 그것을 사용하고 계속 개발해야 한다. 한글도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다른 언어에 비해 뒤처지게 되거나 심한 경우 잊혀 진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