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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언론은 유가족 탓하며 정쟁화했다[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 2021년 7월23~27일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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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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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7월23일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 기습 철거를 시도했습니다. 서울시가 7월5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뒤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연대단체의 강한 반발로 당일 철거는 무산됐지만, 대치는 계속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에 관해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국민안전 상징 ‘세월호 기억공간’ 일방적 철거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2019년 4월12일 개관했습니다. 2014년 7월부터 5년간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천막을 대신해 마련된 전시공간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국민 모두의 추모공간이자, 안전한 생명존중 사회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당시 서울시와 유가족은 2019년 12월까지 운영에 합의했고, 이후 1년 더 연장됐습니다.

연합뉴스 <‘세월호 기억공간’ 7년만에 광화문광장 떠난다>(7월27일 김치연 기자)에 따르면 “재구조화 사업이 재차 지연되면서 지난해 말 재연장됐던 기억공간 운영은 올해 4월18일로 종료됐으나, 광장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전할 공간을 찾지 못해” 존치됐습니다. 광화문광장 공사를 위해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울시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협의회) 간 논의는 반드시 필요했지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7월5일 4·16협의회에 7월26일을 시한으로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일방 통보했습니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의 철거 통보를 받았습니다>(7월8일)를 통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의할 것이지만 대안 마련과 서울시장 면담이 추진되지 않은 점에 강력 항의하며 일방적인 철거 통보는 세월호 지우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한겨레 <김훈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해달라” 서울시에 서한>(7월14일 이우연 기자)에서 김훈 작가를 비롯한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들은 “기억공간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넘어, 안전한 나라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서울시의 의지 표현”이라고 강조하며 오세훈 시장에게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 요청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여러 시민단체가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들도 1인 시위에 나서며 세월호 기억공간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7월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조형물을 옮기고 있다. 이날 기억공간에서 정리된 물품들은 서울시의회 임시공간으로 옮겨졌다. ⓒ 연합뉴스

7월23일, 뉴스1 <서울시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사진 빼려다 유족과 대치>(이기림 기자)는 “서울시가 23일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위해 공간 안에 있는 사진과 물품 정리에 나서겠다고 통보하면서 세월호 유가족 측과 대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철거를 둘러싼 서울시와 유가족·시민단체들의 대치는 26일까지 이어졌습니다.

7월27일 오전, 서울시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두 차례 방문해 예정대로 철거하겠다고 경고에 나섰지만 서울시의회 중재를 통해 임시이전이 결정되면서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기억공간 내 존치된 전시물과 기록물은 가족들이 직접 정리해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옮겨 임시 보관할 예정이며 기억공간 건물은 해체해 안산가족협의회로 가져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억공간은 분명히 공사 후 재존치되어야 하고, 어떻게 이곳을 잘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철거 통보”를 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매일경제·채널A·MBN 무보도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충실히 다뤘는지 판단하기 위해 신문지면 사진기사는 보도량에서 제외했습니다.

서울시와 4·16협의회 대치가 본격 시작된 7월23일을 시작으로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이 진행된 27일까지 보도량을 살펴봤습니다. 7월23일 MBC와 SBS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관련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7월24일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을 빼려다 유족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7월 27일 서울시와 유족이 대립하고 있는 사진기사 1건만 보도했고, 채널A와 MBN은 저녁종합뉴스에서 무보도로 일관했습니다.

▲ 7월23일부터 27일까지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서울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시도는 국민 안전의 상징적인 공간을 제대로 준비된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언론은 단순 전달이 아닌 전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JTBC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갈등… “내일 오전까지 유예”>(7월26일 신아람 기자), 동아일보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 빼려다… 서울시, 유족 반대 부딪혀 무산>(7월24일 강승현·이소정 기자)은 서울시와 유족들 간 갈등을 부각하며 단순 전달에 그쳤습니다.

▲ 7월27일, 세월호 기억공간 앞 대치상황을 보도한 한겨레

유족 반발한다는 중앙, 추모공간 상징성에 주목한 경향·한겨레

중앙일보 <“대안부터” 유족 반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사흘째 무산>(7월27일 허정원·김준희·최모란 기자)는 서울시가 안산 화랑유원지에 조성하는 “국가추모시설에 광화문 기억공간 기능을 이관하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전남 진도에서도 유가족과 지자체 간 추모시설 이전에 갈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광화문광장’과 ‘진도항’이라는 장소의 상징성은 무시한 채,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하는 대안에 유가족이 반발한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반면, 경향신문 <서울시,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 물품 정리 시도… 유가족 등 반발에 철수>(7월24일 허남설 기자)는 세월호 기억공간의 이후 향방에 대해 서울시와 유가족이 협의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기억공간 의미와 유가족 입장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한겨레 <사설-‘세월호 기억공간’ 갈등, 서울시 대안 찾는 노력 더 해야>는 “사상 최악의 사회적 참사와 관련된 상징적 공간을 재개발 사업에서도 보기 어려운 강제철거 방식으로 처리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건 매우 나쁜 선택”이라고 비판하며 “그대로 복원하라는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기억공간’이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이 ‘기억공간’ 철거 추진했다는 조선일보

조선일보 <박원순이 철거 약속한 ‘세월호 시설’… 여 보존해야“>(7월27일 김은중·이세영 기자, 박성수 인턴기자)는 “기억공간 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위해 추진했던 일”인데 민주당이 1년 만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새 광장이 지상 구조물 없는 열린 광장 형태로 계획된 것은 전임 시장 당시 확정되었던 사안이고 일관되게 (유족 측에) 안내한 사항”이라는 서울시 입장을 재차 강조해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여당이 박 전 시장 시절 세운 방침을 재고하는 것”은 내년 대선을 의식하는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며 “내부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야당을 압박하고 지지층을 결집할 재료로 ‘세월호’를 꺼내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려 7개월이나 앞둔 대선을 위해 여당이 ‘세월호 책임론’을 내세워 철거 약속을 뒤집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보도는 일부 사실을 빌미로 전체를 왜곡한 엉터리 주장입니다. 4·16협의회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세월호 기억공간을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거듭 밝혔으며, 서울시장이 누구인지와 관계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4·16협의회는 기억공간 이전은 ‘영구 철수’가 아니기 때문에 공사 이후 기억공간 운영과 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서울시는 ‘세월호 조례’ 개정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입니다.

동아일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유족 요청으로 하루 연기>(7월27일 강승현 기자)는 “지난해 5월 발의된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는 ‘시장이 희생자 추모행사나 공간조성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공포 시행됐다고 전했습니다.

경향신문 <박원순 시장 사망 전 서울시 조례에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간 조성’ 조항 넣었다>(7월26일 류인하 기자) 역시 서울시가 개정 조례에 의해 “시장 권한으로 ‘기억공간’과 같은 추모공간 조성 및 유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기억의 집’이 있고 계속 유지될 것을 예상했으니 개정안에 ‘추모공간 조성’ 조항이 들어갔던 것”이라는 이병도 의원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어 “박 시장 사망 한 달 전인 2020년 6월16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록”에 해당 개정조례안 관련 의견보고에서 당시 서울시 행정국장은 “(서울시) 집행부는 개정조례안의 기본취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으며 “개정조례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 유가족 노력 외면하고 서울시 설득 부각

세월호 기억공간은 애초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고, 세월호 유가족과 4·16협의회 등 관련 단체도 ‘철거에 당연히 협조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4·16협의회 측은 전임 시장 재임 시절 “공사가 끝난 이후 세월호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어떻게 담을지 시민과 협의해보자는 약속”이 있었고, 지난해 7월부터 대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 요청과 더불어 세종로공원 이전을 제안해왔습니다. 유가족 측은 계속 협의를 시도했지만, 서울시는 논의도 없이 철거를 통보했습니다.

▲ 7월27일, 세월호 기억공간 앞 대치상황을 보도한 한겨레

이러한 맥락을 생략한 채 유가족과 서울시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만 보여주며, 오히려 서울시가 설득에 나선 장면을 부각한 보도가 있습니다. TV조선 <철거 예정일에도 “설득”… 한때 대치>(7월26일 안윤경 기자)는 서울시 ‘설득’을 제목에 언급하며, “서울시는 이른 아침부터 유족 측 설득작업에 나섰다”고 했고, 유족 측은 “기억공간을 다시 세우게 해달라며 맞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과 달리 유가족 측이 대화를 거부하고, 일방적 주장만 앞세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동안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촉구는 ‘떼쓰기’, ‘정치적 요구’ 등으로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이 충분히 보도하지 않은 영향입니다. 이번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관련 보도에서 지금까지 4·16협의회 측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던 서울시 태도는 지적하지 않은 채 철거직전 설득 노력만 부각한 TV조선 보도는 또다시 유가족, 관련 단체 등에 대한 부당한 비난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정치인 방문 근거로 ‘정쟁화’ 비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우려가 커지자 철거 예정일인 7월 2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기억공간을 찾았는데요. 이들은 대안 마련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 철거중단 등을 요구하며 4·16협의회 측과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치권의 뒤늦은 관심이 아쉽지만, 유가족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서울시와 중재를 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 7월27일, 여권인사 방문을 놓고 세월호를 정쟁소재로 부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한 한국경제

정치인들의 세월호 기억공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이를 둘러싼 “일각”의 “관측”에 관심을 쏟은 보도도 있는데요. 한국경제 <與 ‘세월호 기억공간’ 정치쟁점 삼나>(7월27일 조미현 기자)는 송영길 대표가 “오 시장도 (세월호 기억공간이) 탄핵의 강을 넘어 모든 국민이 하나된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오 시장을 “압박”했다고 전하는 등 송 대표 발언으로 기사 대부분을 채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부각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며 “송 대표의 이날 방문은 야권의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 시장을 만나는 것과 겹쳐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습니다. 세월호 문제를 ‘정쟁 소재’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큰 보도입니다.

유경근 4·16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이 정치공방의 소재로 사용되다 사라져 버릴까 봐 걱정됐다”라고 말했는데요. 과거 세월호에 관한 정치권 막말과 공방이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진상규명은 뒷전으로 밀려난 전력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인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 유가족과 서울시 측 주장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문제해결을 위해 더 필요합니다.


‘오보 참사’ 잊지 않았다면 정쟁화 삼가라

‘세월호 참사’는 대표적인 한국언론 ‘오보 참사’로 불립니다. 사실상 “전원 구조” 오보에서 참사가 시작했고, 구조과정에서도 오보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유가족이 언론사 앞에 희생자 영정사진을 들고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며, 진상규명 촉구 보도가 정쟁화를 부추기는 보도에 묻히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관련한 보도에 언론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유가족과 수많은 시민이 진상규명을 요구한 장소이자, ‘생명안전 시민넷’도 강조했듯 “안전한 나라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서울시의 의지 표현”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현재 광화문공간에서 철거가 예정돼 있지만, 사회적 논의는 더 필요합니다. 언론이 7년 전 ‘세월호 오보 참사’를 잊지 않았다면 기억공간 이전에 대해 시민 의견을 모으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7월23~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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