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와 남경을 점령한 뒤 침략전쟁을 화북지방으로 확대하고 있던 일제는 조선인들에게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예비적 조치인 육군 지원병 제도를 실시하는 한편 ‘국체명징(國體明徵)’이라는 미명 아래 조선인들을 ‘황국신민화’하는 정책을 강행했다.

‘육군 지원병 제도’와 ‘조선교육령’

1938년 4월 3일자 동아일보는 「양 제도 실시 축하」라는 사설을 통해 육군 지원병 제도와 조선교육령을 조선민중에게 내려진 ‘축복’이라고 미화했다.

  4월 3일 신무(神武) 천황 제일(祭日)을 복(卜)하여 조선 통치상 획시기적 제도인 육군특별지원병 제도와 조선교육령의 시행 축하가 행(行)케 되었다. 이 의의 깊은 날을 당국은 거국일로 정하고 그에 적합한 모든 행사를 실행하게 되었다. 즉 이날이 신무 천황 제일임을 기하여 어성소(御聖召)에 의한 팔굉일우(八紘一宇)의 대정신의 해설 보급을 도모하기에 적당한 기념행사를 행하는 동시에 이날이 개정교육령 및 지원병제도 실시일임을 당하여 조선 신궁에서 그 봉고제(奉告祭)를 거행하기로 하고 전 조선적으로 기(旗)행렬, 혹은 축연도 있어 이날 하루를 성대히 기념할 절차이다. 그럼으로써 민중으로 하여금 거국일치의 정신을 체득시키는 동시에 양 제도의 진수를 정해(正解)시키려는 것이다.
  지원병제도의 실시는 조선민중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제1보이다. 종래에는 조선민중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을 주저하여 왔다. 그러하였으나 지나사변을 계기로 조선민중의 총후 활동은 열성을 다한 바 있어 이 점에 있어서 당국의 조선민중에 대한 이해를 깊고 새롭게 한 바도 있으며 또한 제국의 대륙정책의 확충은 더욱 조선의 중요성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에 따라서 조선민중도 나서 중대 임무를 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정세에 있어서 남 총독의 영단은 역대 총독이 상상도 하지 않던 병역의 의무를 조선민중에게 부담시키는 제일보를 답출(踏出)케 된 것이다. 이에 조선민중도 이 제도가 실시되는 제1일부터 당국의 제도에 순응하여 그 운용에 협륙(協戮)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또한 교육령의 개정은 남 총독의 5대 정강 중의 국체명징, 교학쇄신의 구체화로써 조선 교육사상 획시기적인 것이다. 조선의 실정은 과거와는 판이할 뿐더러 시세의 진전은 조선민중으로 하여금 당국이 지도하는 인적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는 필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교학을 구태에서 탈각시켜 신정세에 적합하도록 함양 보육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였다. 이에 국체명징, 내선일체, 인고단련을 3대 안목으로 하여 조선교육령을 개정하여 드디어는 실시를 보게 된 것이니 이 또한 이날로 그 개정 취지를 다시금 충분히 인식하는 계기를 삼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이에 금일을 복하여 전 조선적으로 성대한 축하행사가 전개됨은 의의있는 것이다.

일제가 조선인들도 육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실시한 목적은 일본인들만으로는 중국 침략전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의 젊은이들을 그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보내려고 만든 것이 바로 지원병제도였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사설은 “지나사변을 계기로 조선민중의 총후 활동은 열성을 다한 바 있어 (···) 당국의 조선민중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함으로써 육군에 지원할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되었다고 허황한 논조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동아일보는 ‘교육개정령’이 강조하는 ‘국체명징’ ‘팔굉일우’ ‘내선일체’는 조선인들이 ‘대일본제국의 신민’임을 명확히 깨닫고 ‘온 천하가 한 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서 일제가 ‘대동아공영권’을 이루는 데 적극 참여하며, ‘내지인 일본과 조선이 하나’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지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제의 침략전쟁 구호들을 ‘조선 교육사상 획시기적인 것’이라고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뿐 아니라 4월 4일자 2면 머리기사(「양 제도 실시 축하 성대 / 지원병, 신교육령 전 조선에 경축식전 / 수천 관민 신궁에 참집 / 축하봉고제 거행/ 오후엔 경희루에서 교육개정 축하 / 수만 학동 시가행진」)에 지원병 제도와 교육개정령 실시를 대서특필했다.

전승(戰勝)의 영광에 빛나는 양춘, 찬연히 빛나는 반도통치사의 1 페이지, 제국의 숭고한 사명 수행에 바친 2천3백만 민중, 애국의 지성이 결실하여 이에 조선인 지원병제도와 신 조선교육령이 형영(形影) 상반(相伴)하여 실시되어 반도통치에 1 신기원을 획한 환희의 날이다. 남 총독이 참다운 황국신민으로서의 본질 철저를 통치방침으로 하여 국체명징, 내선일체, 인고단련의 교육의 성과가 지금에야 내선인 한 가지로 동일 법규 밑에 교육을 받는 식을 열고 반도인이 국방의 중임을 나누게 되는 날을 맞이하여 전선(全鮮) 관민은 모두 양 제도 실시를 신전에 봉고하고 발사한 생기에 넘치는 반도, 빠짐없이 경축에 합하여 이의 만전의 운행에 협륙하기를 맹세하는 바이다.
  역사적 이 대제도를 축복하는 이날 경성부에서는 특히 이날을 국민정신작흥일로 정하고 각종 행사와 같이 일반 시민, 회사, 은행, 상점도 일제히 국기를 게양하여 감격과 긴장으로서 의의 깊은 1일을 보냈다. 이날 조조 오전 7시 30분에는 소학교교원회 주최로 좌백(佐伯) 부윤(府尹)을 비롯하여 교육 관계자 1천여 명이 참집하여 교육자정신작흥대회를 개최하여 두 대제도의 대정신 달성에 매진할 것을 맹세하였는데 11시에는 총독부 주최의 봉고제에 계속하여 신궁 봉찬전횡 광장에서 부(府) 주최로 남 총독 이하 재경성 관민 참열하여 성대한 축하식을 거행하였다. 일방 부내 소학교에서는 각각 엄숙한 신무천황제와 기념식을 거행하고 계속하여 오전 11시부터 내선일체의 정신도 새롭게 손에 일장의 작은 국기를 흔들며 수만의 학동들이 각 학교 부근에 일장의 와권을 만들었다. 정오에는 부내 각 남자중등학교 생도가 오후 1시부터는 동 여중등학교 생도가 각 교문을 나와 국체명징, 내선일체, 인고단련의 대치를 들고 군국일본도 용감스런 나팔대를 선두로 열을 지어 조선신궁에 향하여 시내행진을 시작하여 정오부터 약 2시간에 긍하여 시내 대로부터 신경성신사 일대는 내선일체의 양 제도를 축하하는 만인의 환희에 덮였다.

‘동아 성전에 총후 국민의 열렬한 후원이 빛난다’

1938년 4월 26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총독부 대변지처럼 ‘성전의 승리’를 위해 조선인들이 ‘총후보국(銃後報國)’에 열성을 다하라고 채찍질 하고 있다.

  지나사변 이래 제1선의 병은 신명을 아끼지 않고 용감하게 싸워왔으며 총후의 국민은 만난을 배(排)하고 성실히 후원하여 왔다. 이와 같이 공고한 거국일치의 체제 하에서 금일의 승리는 있게 된 것이니 전단(戰端)이 개시하여 1년이 채 못 되는 오늘에 있어서 북에선 북지(北支) 5 성(省)을, 남에선 강남 일대를 이미 약(略)하였으며 이제 다시 서에선 산서성 경(境)을 획(劃)하여 구 황하의 선에 진출하고, 동에선 서주를 협(狹)하여 남북진공군이 접속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몽강(蒙)疆), 북지, 중지에 긍한 광대한 점거지역에서는 몽강자치정부, 북지임시정부, 중지유신정부의 3 정권이 탄생하여 제국의 비호 하에서 순조로 육성되고 있다. 이리하여 동아 평화를 확립하려는 성전(聖戰)은 그 목표를 향하여 착착 그 공과를 수(收)하고 있나니 어찌 장병의 존중한 희생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총후 국민의 열렬한 후원이 빛난다 하지 않을 수 있으리요.
  그러나 전쟁은 이로써 종지(終止)된 것이 아니다. 장개석 정권이 완전히 궤멸되기까지는 간과(干戈)를 돌리지 않을 것은 제국정부의 부동의 태도이며 장 정권이 아직도 상당한 병력을 옹(擁)하고 퇴패(退敗)에 퇴패를 거듭하면서도 소위 후방 교란의 게릴라전법으로 장기 지구전의 자세를 단념하지 않은 이상 전쟁의 종지는 먼 장래에 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점거 지역 내에는 신정권이 출현하여 황군의 협력 하에 치안에 노력하겠지민 워낙 점거지역이 광대한지라 패잔병의 소탕이 또한 용이한 일이 아님에 있어서랴. (·····)
  이에 시국은 항구적으로 중대화하였는지라 국민은 시국이 이렇게 된 원인을 깊이 인식하고서 경일층 비상한 결심을 가지고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황군이 이른 곳에 적이 없다는 세(勢)로 전필승(戰必勝)하니 사변은 벌써 절정에 달하였다고 봄으로써이다.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사변은 이로부터 본격적으로 제2단계에 들어 있는지라 사변의 장래를 너무 낙관하고 요즈음과 같은 이완상태를 계속한다는 것은 여간 위험한 바가 아니매 어찌 국민의 반성과 심려가 없어서 되리요. 사변의 장기화는 국민에게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은 물론이어서 특히 재정 경제, 국민생활의 방면에 있어 전시체제의 항구화에 관련하여 물가 등귀, 악성 인플레 발생 등의 우려도 또한 없지 않은 것이매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전 국민의 협력 하에서 절약 저축에 힘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당국이 천장절(天長節)을 중심으로 1 주일을 총후보국강조주간으로 정하고 국민에게 시국을 재인식시킴으로써 경일층의 총후 긴장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국민에게 향하여 절약 저축을 강조함은 의의가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당국의 지도에 순응할 것이니라.

앞에서도 여러 번 지적했지만, 일제가 중국 침략전쟁을 일으킨 이래 동아일보가 가장 강조한 것은 ‘대일본제국’이 치르고 있는 ‘성전’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위의 사설에도 드러나 있듯이, 일본군은 어렵사리 중국 북부와 강남 일대를 장악하고 서쪽으로는 산서성 경계선까지 진출했으나 그 광대한 지역을 계속 지배할 수 있는 인력이나 물자가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그러니 식민지의 조선인들에게 ‘총후 보국’에 열성을 다하라고 다그칠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는 조선인 지원병제도까지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일제가 부닥친 그런 난관에 대한 설명이나 냉정한 상황 분석은 전혀 못하면서 ‘장개석 정권이 완전히 궤멸되기까지’ 공격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일제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었다.

장개석 정권은 부패와 무능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어쨌든 법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정치집단이었다. 그리고 장개석의 국민정부는 김구가 이끄는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음양으로 돕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동아일보는 침략자 일제는 ‘선’이고 장 정권은 ‘악’이라는 일방적 가치관에 따라 ‘황군’의 필승을 쉴 새 없이 기원했다.

  동아일보는 매일신보보다 한 걸음 더 앞장서서 계속하여 민중에게 소비절약, 저축 장려를 강요한다. 이 ‘총후보국’ 사설에 이어 이 문제를 계속 다룬 동지(同紙)는 4월 28일 일제가 전시예산 수급(需給)의 하나로 마구 발행한 50억의 공채 소화를 돕기 위해 “각 개인 편으로 보더라도 이 비상시에 있어서 소비절약을 여행(勵行)하는 것이 이익으로 되는 동시에 아울러 물가의 고등(高騰)을 저지하는 작용까지 하게 된다”고 민중을 설득하면서 소비절약이 긴절(緊切)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또 그 이튿날 사설에서는 저축 장려를 거론하여 “오늘날 소비를 절약하고 저축을 여행하여 장래에 비(備)하는 것은 이런 기회에 가산을 일으켜 후고(後顧)의 우(憂)를 없게 함이 될 뿐 아니라 타면(他面) 즉 국력의 증진에 공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각오가 있어야만 그에게 항산(恒産)이 지녀지나니 항산이 없는 자는 항심(恒心)이 없다. 항심이 없는 자에게 무슨 정신이 작흥되랴”라고 논술하면서 민중을 기만하였다. 전쟁 말기에는 놋숟가락, 놋대야까지 공출로 빼앗기고 징병과 노무징용, 정신대 등으로 목숨까지 그들에게 빼앗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도 동아일보는 이 우리의 철천지 원수를 위한 협력에 저들만이 아니라 민중까지 끌어들이려 광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 성전에 피흘리기를 주저하느냐, 우리 자손만대에 부끄럽지 않느냐고 민중을 질타하던 동아일보의 논리는 이때에 이미 국가총동원법이 내려져 온통 통제경제가 강화되어 전쟁물자 수급을 위한 절약, 저축의 강요와 공출작전을 엉뚱하게도 민중에게 가산을 일으키는 기회라고 서슴지 않고 서술하면서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고 정신이 작흥된다고 글을 맺고 있다(<일제하 민족언론사론>, 258~259쪽).

‘구름 같이 몰려든’ 지원병들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까지 가세해서 “조선의 청년들이여, 지원병에 응모하라”고 선동했기 때문인지, 일본군인이 되면 하루 세 끼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3천여 명이 입대하겠다고 지원했다. 총독부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2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1938년 6월 11일자 2면 머리에 「영예의 초기 지원병 / 202명 건아 합격 / 오는 15일에는 경성제대 강당에서 / 성대한 입소식을 거행」이라는 기사를 크게 실었다.

  남 총독이 부르짖는 내선일체의 제반 정책 중 획기적 정책으로 주목되어 오던 지원병제도가 드디어 4월 1일부터 조선에 실시하기로 되자 이어 응모하는 자가 조선의 방방곡곡에서 모여들어 3천명을 돌파하고 이것을 지난 5월 20일부터 각 도에서 엄밀한 시험을 과한 결과 총수 240명이 총독부에 추천되었다.
  이것을 모두 일당에 모아놓고 조선군사령부에서 지난 3, 4, 5일 간 엄중한 체격검사, 구두시험을 치른 결과 다음과 같이 202명이 합격되어 영예 있는 초대의 등장으로서 예비적 훈련을 받게 되어 이들은 오는 15일부터 총독부 육군병지원자훈련소 전기(前期) 생도로 입소되어 6개월 간의 훈련을 치르고 오는 12월에는 조선 내의 각 연대에 입영될 터이다. 그리고 입소식은 15일 경성제국대학 대강당에서 행한다.

동아일보 6월 15일자 사설(「지원병훈련소 개소식」)은 지원병훈련소가 문을 연 것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조선 통치상 거대한 사실로서 일반의 주목과 관심을 끌던 육군지원병제도는 4월 1일에 발표한 이래 그 실시에 향하여 착착 준비하여 오던 바 지원자 3천여 명 중에서 2백여 명의 최초의 합격자가 선발되었으므로 이 선발자는 작(昨) 13일부터 소화 13년도 전기생으로 입소하게 되어 입영에 필요한 모든 훈련을 6개월 동안 받게 되리라는데 금 15일에는 이 획기적 사실의 제1보를 답출함에 제하여 성대한 개소식이 경성제대 강당에서 거행되리라 한다.
  조선사람에게는 지금까지 병역의 의무가 부담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조선사람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부담시킨다는 그 시험으로 조선에 육군 지원병제도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제도가 실시케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정세의 변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대륙정책의 수행에 있어서 조선의 중요성이 가중하여졌다는 것도 들 수 있을 것이요 만주사변 특히 지나사태를 계기로 조선사람의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도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세에 적합하여 종래 주저만 해오던 태도를 번연(蕃衍) 버리고서 장래는 조선사람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준다는 전제로서 이만한 정도의 제도라도 실시를 보게 되었다는 것은 조선통치 수뇌부의 영단의 소산이라고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매 그 노(勞)가 다(多)타 아니 할 수 없거니와 장래 국가의 군인으로서 최초의 선발을 당한 합격자도 마땅히 그 임무가 중차대함을 자각하고 그 본무를 다하도록 노력하여 이 제도의 순조로운 성장 발전에 공헌한 바가 있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 무렵 일제는 ‘일시동인(一視同仁:멀고 가까운 사람을 친함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한다는 뜻. 일본 천황이 내지인과 조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이라는 미명 아래 조선민족의 정체성을 아예 말살하는 ‘황민화 정책’을 펴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일제가 조선인들에게도 병역 의무를 지우려 하는 것이 ‘일시동인’의 ‘성은(聖恩)’인 듯이 감격하고 있다.

‘서주 함락’의 감격과 흥분

1938년 5월 21일자 동아일보 1면은 ‘서주 함락’에 관한 기사들로 뒤덮였다. 머리기사는 일제의 중국침략전쟁이 대단원에 이른 듯한 흥분과 감격으로 들떠 있다.

  서주성 완전 함락 / 행동 개시 후 만 15일만에 / 40만 대군 격파 / 역사적 대회전 종막(終幕) / 지상부대와 협력하여 / 서주 상공에서 맹폭파

  [동경 전화 동맹] 대본영 육군부 20일 오전 7시 30분 발표: 아군은 5월 19일 완전히 서주를 공략(攻略) 계속하여 패적(敗敵)을 격멸 중이다.
  적의 최후의 거점으로서 40여만 대군을 집결하는 동시에 근대 군비의 수(粹)를 다하여 공고케 한 진포선 최대의 요충 서주는 이미 아군의 수중에 들어가 시내에는 청천백일기 대신에 아(我) 일장기가 수소(隨所)에 나타나고 있다. 장개석이 서주 수호 공고타 하고 제 외국에게 대선전을 행한 후 근 2순 그 설단(舌端)이 마르기도 전에 서주는 아군에게 점령되었다.
  장개석은 서주 방위진의 견고를 고지(固持)하고 이반하여가는 민심을 수습하려 하고 일면 제 외국에 대하여 붕괴하여 가는 동 정권의 실태(失態)를 엄폐하려고 하였으나 그 책략도 전연 수포로 돌아갔다. (···) 서주 회전은 북지, 중지 양 정권의 접속 악수와 교통로의 확보라고 하는 역사적 의의와 상사하여 장개석이 불락(不落)을 자랑하던 견진(堅陳)을 유린하여 그 위력은 완전히 추지(墜地)되어 소위 최후의 관두(關頭)에 서 있는 중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민정권의 군사세력에는 최기(最期)의 철퇴가 내려져서 가령 장개석이 금후 여하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이 사실에는 민중의 이반을 방지키는 불가능타고 관측된다.

동아일보 1면은 이 기사와 함께 서주 함락에 대한 총독 미나미의 기자회견, 「진포선 개통 복구 / 양 정부 합류 실현 / 서주 함락의 중대 의의」 「20일 역사적 서주 입성」 「한구 방비의 중요점 / 서주 함락의 영향 심대 / 장 정권 몰락 운명은 필지(必至)」라는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다.

서주가 함락된 뒤 며칠 뒤인 5월 27일자 동아일보는 해군기념일을 맞아 일본 해군의 발전을 기원하는 사설을 실었다.

  (···) 이 기념일은 3월 10일 육군기념일과 아울러 성대한 국민기념일로 화하여 의의 깊은 날이 되었다. 더욱이 금년은 사변 하에 또한 국제관계의 험악으로 열국(列國)이 해군 군사 정비에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는 이때에 맞이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해군기념일이 창정(創定)된 이래 30유여의 성상 동안에 제국의 국력은 비상한 발전을 수(遂)하여 이제는 동아의 안정세력으로서 엄연한 존재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나사변이 발전되고 있는 때이며 또한 최근 세계 각국 간에서 전함 경쟁의 경향이 현저하고 있으니 이 제반의 정세에 대처할 제국의 자주적 해군 군비의 정비에 절대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니 될 때에 해군기념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날을 기회로 저 역사적 전첩(戰捷)을 추억하며 기념일 소정(所定)의 주지(主旨)와 동향(東鄕) 원수의 유훈을 국민에게 경일층 침투시키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니 이날을 성대하게 의미 있게 맞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지나사변 1주년’ 일본 외상 담화 대서특필

1938년 7월 7일은 일제가 중국침략전쟁(일본의 용어로는 지나사변)을 일으킨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동아일보는 7월 8일자 1면 머리에 일본 외상 우원(宇垣)의 ‘담화’를 크게 실었다.

  회고하면 지나사변은 벌써 1주년을 영(迎)하게 되었는데 노구교에 발단한 일지사변은 아방이 극력 사태의 불확대에 노력하였음에 불구하고 폭려(暴戾)한 지나 측의 도발에 의하여 드디어 금일과 여한 발전을 보게 된 것이다. 즉 전국(戰局)은 북지로부터 중남지에 확대한 바 황군은 남북 전지(全支) 연안의 항행을 차단하고 수도 남경을 위시하여 각지의 중요 도시를 공략하고 지금 장개석이 최후의 거점으로 믿는 한구로 향하여 쇄도 중이다.
  우(又) 광동을 위시하여 각지의 중요 군사거점에 대하여 철저적 폭격을 가하여 괴멸을 기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를 포기하고 각지에 패퇴 전전 오지로 둔입(遁入)하여 일개의 지방 군벌로 전락하고 있는 국민정부는 패전을 호도하고 내외를 기만하기 위하여 허구의 선전을 일삼고 적화세력에 구합(苟合)하여 아직도 제3국의 지원을 믿고 장기 항일을 호호(呼號)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하의 결궤(決潰)범람을 기도하는 등 포학 무쌍하고 지나민중의 참화는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국정부는 이미 1월 16일의 성명으로써 장개석 정권을 상대하지 않고 친일 방공(防共)을 목표로 하여 탄생한 신정권을 지지하고 명랑 지나의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터로서 이미 임시, 유신 양 정권 및 몽강 정권의 강화 발전에 의하여 전화(戰禍)는 일소되고 치안은 회복되어 착착 부흥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1937년 7월 7일 일본군이 노구교사건이라는 것을 일으켜 중국침략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었는데도 일본 외상이라는 자는 “노구교에 발단한 일지사변은 아방이 극력 사태의 불확대에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폭려한 지나 측의 도발에 의하여” 전쟁으로 발전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외상의 이런 담화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채 원문 그대로 실음으로써 ‘친일보국’의 나팔수 노릇을 충실하게 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일제가 중국에 세운 괴뢰정권들이 장개석의 국민정부를 대신해 ‘명랑 지나’를 건설하고 있다는 외상의 주장도 곧이곧대로 전달했다.

일본 외상의 담화보다 더 심한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1938년 7월 7일자 사설(「사변 1주년」)은 일제의 중국침략전쟁에 대해 일본 외상 우원이 발표한 담화의 내용보다 훨씬 더 심하게 그 전쟁을 미화하고 찬양했다.

  금 7일은 지나사변이 발발하여 1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회고컨대 사변의 발단은 작년 7월 7일 후반에 노구교 반(畔)에서의 29군(軍)의 항일 발포에 있었다. 그때에 제국정부는 그 불법에 대하여 엄중히 항의함으로써 지나의 반성을 요구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사건 불확대 방침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국민정부는 조금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공산당과 결탁하여 어디까지 무력저항을 책(策)하였기 때문에 제국정부는 드디어 불확대 방침을 포기하고 철저적으로 폭지응징(暴支膺懲)의 방침을 세우게 되었다. 한 번 이 근본방침이 서게 되자 황군의 신속 과감한 군사행동은 실로 세계 전사상에 그 유례가 드물 만큼 위대한 전과를 수(收)하였다. 보라, 지나의 문화상 경제상 중추지는 거의 전부가 황군의 점령권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범위는 전 제국 판도 이상에 해당하는 광대한 것이 아닌가? 작년 12월 13일에 수도 남경이 함락되었다는 거대한 사실은 장 정권이 반성할 최후의 기회이었건만 이 기회를 일(逸)한 장 정권에 대한 제국정부의 방침은 장 정권 철저 궤멸로 비약하여 이제 그 둔적(遁迹)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니 한구 공략은 그 표현이다. 이와 같은 전과를 단시일에 수(收) 하였을 때에 황군의 노고와 희생이 어찌 적었으리요. 사변 1주년을 당함에 있어서 다시금 감사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위대한 전과와 병행하여 북지, 몽강, 중지에 긍한 광대한 점령지역에는 3 신정부가 출현하여 용공배일의 국민당과 완전히 결별하고 일본과의 공생공영의 기치 하에 건설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이리하여 점령지역 내에는 도시나 농촌이나 점차 이 신정부의 산하에서 부흥에 매진하고 있는 명랑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 반면에 있어서 장 정권은 그 호호(呼號)하던 초토(焦土)항일도 하등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패전에 패전을 거듭한 나머지 이제는 그 제2 근거지인 한구까지도 방기하고 다시 오지로 정부 제 기관을 분산시키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봉착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시간문제로 되어 있는 황군의 한구 공략의 완성을 기회로 장 정권은 군대의 태반을 상실한데다가 겨우 명맥을 보존해 오던 항일재정 경제력도 위태롭게 될 뿐만 아니라 국공(國共) 양당의 내부 알력은 표면화할 것이니 정신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 받는 타격은 형언할 수 없는 정도의 것일 것이다. (·····)
  그러나 제국이 장 정권에 향하여 간과(干戈)를 움직이게 된 근본 목적은 극동의 질서와 평화를 수립함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동양문화를 수호하고 지나의 산업경제를 개발하여 일지(日支) 양 국민의 복지를 증진함을 이념(理念)하는 바이다. 이제 금후의 대지(對支)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중대한 과제는 장기항전에 대한 응징이라는 반사적 문제보다도 육상(陸相)이 말한 바와 같이 장기건설에 있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런데 소위 장 정권의 초토항전의 결과로 그 패퇴의 적(跡)은 크게 황폐하여 그 건설사업을 지극히 곤란케 하는 것이니 황하 결궤(決潰)의 1 사실만 상상하여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 방면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적 교육적 방면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장기건설에 있어서 국민적 인고는 더욱 요구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국민정신 총동원과 아울러 모든 경제 국책을 발동시키고 있음도 이상의 요구에 의한 것이니 국민이 국체에 순응하여 장기전선의 난(難) 사업을 극복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지나사변’이 장개석 정권의 도발 때문에 일어났다는 단정에서 출발한 이 사설은 장개석의 국민정부가 조금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공산당과 결탁하여 무력저항을 꾀했기 때문에 ‘제국정부’가 ‘응징’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사설은 다음과 같은 표현들을 나열하고 있다. ‘세계전사상 유례가 드물 만큼 위대한 전과’ ‘황군의 노고와 희생’ ‘제국정부의 근본 목적은 극동의 질서와 평화를 수립함에 있는 것’ 등이다.

동아일보는 일본군이 남경을 함락시킨 뒤 무고한 양민 수십만 명을 학살하자 일제의 만행을 막으려고 중국 인민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다 순국(殉國)한 사실은 외면한 채 일본군이 ‘극동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그런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정부가 공산당과 ‘좌우합작’을 하면서 초토화작전까지 동원해서 일본군의 침략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고 한 것도 동아일보의 눈에는 한낱 어리석은 짓으로 보인 것 같다.

위의 사설은 동아일보가 ‘친일보국’과 ‘황군 찬양’을 위해 문자 그대로 광분(狂奔)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보기이다.

‘국민정신총동원’ 위한 ‘조선연합청년단’ 결성

1938년 9월 24일 총독부는 조선연합청년단 발단식을 열었다.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를 25일자 3면 머리에 올렸다.

  4천여 청년대표 참렬(參列) / 조선연합청년단 결성 / 조선 내 각 도의 총 단원은 15만여 명 / 금일 경성운동장에서 성대 거행

  젊은 혈조와 끓는 청년조선의 의기를 표증(表證)하여 전 조선 15만 단원인 중견 청년이 엄연한 단결의 기초를 쌓아 올릴 날은 이르렀다. 때마침 황군 장병이 한구 공략을 목첩에 둔 추계 황령제(皇靈祭)를 택하여 조선연합청년단의 발단식은 24일 오전 9시부터 경성운동장에서 각 도 연합청년단 대표 4천2백 명 참가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식장 메인스탠드 내빈석에는 남 총독, 중촌(中村) 군사령관 이하 군부 제장고관, 민간유력자 등 다수 참렬하고 필드에는 경기도 대표자를 중앙으로 국방색 일색의 각 도 청년대표가 야구장으로부터 국기를 선두로 하고 순차 입장하여 정렬한 다음에는 개식사가 시작되고 장엄한 국가 합창 속에 국기 게양, 이세신궁과 황거를 요배하고 총재 대야(大野) 정무총감의 칙어와 영지(令旨) 봉독을 마치고 「우미유카바」의 장중한 곡조는 전 식장에 넘치었다. 다시 대야 총재의 식사가 있은 후 남 총독으로부터 연합청년단장 염원 학무국장에 대하여 국기가 수여된 후 남 총독은 현 시국 하에 처하는 조선 내 청년의 사명을 강조하고 30분 동안이나 고사(告辭)를 하고 중촌 군사령관, 감자(甘蔗) 경기도 지사, 향판(香坂) 대일본연합 청년단 이사장대리의 축사가 있었다. (···) 일동은 염원 단장의 주창으로 ‘황국신민의 서사’를 제창하고 조선청년가 「오너라 젊은이 모여라 젊은이」를 합창, 최후로 남 총독 발성으로 ‘천황 폐하 만세’를 고창하자 그 소리 훈련원두의 천지를 뒤흔드 는 것 같았다. 끝으로 국기는 엄숙하게 강하되고 한 시간이나 결린 성대한 결성식은 마침내 막을 닫히게 되었다.

동아일보는 이 행사가 열리기 앞서 9월 23일자 사설을 통해 그 ‘역사적 의의’를 이렇게 평가했다. “청년은 벌써 그 자체가 현 사회의 꽃이요 미래 사회의 주인이다. 심기 자못 충천하는 바 있거늘 그 위에 조직을 주고 활동할 모든 편의가 제공되었으니 이것을 말하여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할 것이다.” 일제가 ‘국민총동원’을 위해 조선 청년들을 군국주의적 조직 속에 엮은 것을 마치 총독부가 베푼 은혜인 듯이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 삼진 입성’의 ‘역사적 감격’

1938년 10월 28일 일본군이 무한 삼진(三鎭)을 함락했다. 무한은 중국의 호북성과 화중(華中)지방의 정치·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였다. 양자강과  그 지류인 한수(漢水)의 합류점에 있는 무한은 양자강 우안의 무창, 한수 이북 좌안의 한구, 한수 이남 좌안의 한양 세 지구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인들은 이 지역을 ‘무한 삼진’이라고 불렀다.

동아일보 10월 29일자는 무한 삼진 입성에 열광하는 기사들로 뒤덮였다.

  00부대 한구 입성 / 환호성 삼진 전시(全市)를 중압 / 장 정권, 최대의 거점을 상실

  [한구 27일 발 동맹] 혁혁한 무훈을 세우고 한구 제1착을 수(遂)한 강북진격부대의 00부대장은 27일 오후 5시 막료를 수(隨)하고 보무당당 한구시에 입성, 감격의 일야(一夜)를 보냈다.
  적의 항일대본영인 무한 삼진은 25일 한구 먼저 아 수중에 귀(歸)하자 다음 26일 그의 대안(對岸) 무창을 공략, 경(更)히 27일에 인접한 한양 함락, 이에 상해에서 장강 상류 6백리의 무한 삼진은 아 황군 정예의 슬하에 굴복, 완전 함락 삼진 전시에 번양(翻揚)하는 일장기는 편번(翩翻)하여 박모(薄暮)의 장강에 영(映)하고 만세의 역사적 절규는 전지(全支)를 진감(震撼)하는 감이 있다. 여사하여 장강의 요지 월한선(粤漢線)을 신뢰하던 항일 장 정권은 최대의 거점을 상실, 명실공히 1 지방정권으로 전락의 비애를 느끼고 있다.

이 기사 옆에는 「무한 삼진 완전 공략 / 우악(優渥)한 말씀 하사」라는 제목아래 ‘천황’의 ‘옥음(玉音)’이 실려 있다.

  [동경 전화 동맹] 대본영 육해군부 28일 오후 1시 공표
  황공하시옵게도 천황 폐하께옵서는 무한 삼진 완전 공략의 혁혁한 전과를 어가상(御嘉賞)하옵시고 28일 우악한 말씀을 하사하시었다.
  이에 대하여 대본영 육해군부에서 아래와 같이 공표하였다.
  대원수 폐하께옵서는 금일 오전 11시 참모총장관 전하 및 군령부 차장을 궁중에 소(召)하시옵고 아래와 같이 우악한 말씀을 하사하시었다.
  “아육해군부대가 긴밀 적절히 협력하여 장도(壯途) 기다(幾多)의 곤란을 극복하고 수(遂)히 중적(衆敵)을 격추(擊推)하고 무한 공략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음을 깊이 만족히 생각한다. 차지(此旨) 장병에 신전(申傳)하라.”

‘경성은 열광의 도가니’

동아일보는 10월 30일자 2면 머리에 무한 삼진 함락을 축하하는 서울의 열광적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이 아니라 마치 조선이 대승을 거둔 듯했다.

  찬(燦) 전승 축하의 제2일 / 현란의 축기(祝旗) 장사진 / 갈수록 고조되는 흥분의 파도 / 경성에 10만 남녀 동원 / 대예(大豫) 학생 등 / 사령부 방문 축하

  전 부민의 동원으로 작야 경성 장안을 ‘불바다’로 이룬 축등의 분류가 아직 채 머리에 사라지기 전에 29일의 계명성은 다시 전 부민으로 하여금 축승 제2일을 맞게 하였다. 무한 삼진의 공략이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바 아니라 국민 전체의 환성이 또한 하루 이틀에 만족되지 않아 29일 약간 흐린 하늘 아래에 경성 75만 부민은 준비하였던 축기를 들고 다시 한 번 더 축승의 감격을 폭발시켰다. (·····)
  (···) 십수만의 부민이 참집, 축기의 대행렬은 개시되었는데 부내 7만여 소학생, 여학교생도를 비롯하여 각 부인단체, 관청, 은행, 회사, 상점, 공장 등에서까지 총출동, 소정의 순로(順路)를 행진할 때마다 연로의 상가 주민은 이에 환호 참가, 장안시가는 거리마다 축기의 범람을 이루고 만세성은 장안을 진동하였다.
  이날 감격의 날, 가가호호에 축등과 축기가 교착하여 75만 부민의 경축이 여기에 하나하나 어리었거니와 기행렬에는 각 권번(券番)의 수천 기생들도 참렬하여 가두행진의 색다른 이채를 보였다. 이리하여 축승 제2일은 감격의 분류와 함께 승전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히 장식하였다.

당시 서울 인구 75만여 명 가운데 15만여 명이 ‘축승 행렬’에 참여했다면 거리가 온통 군중으로 들어찼을 것이다. 동아일보의 기사에는 소학생들과 기생들까지 그 행렬에 참가했다고 되어 있다. 강제로 동원되지 않았다면 코흘리개들이 ‘무한 삼진 함락’이 무엇을 뜻하는 지나 알고 축기를 흔들었을까? 그리고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기생들이 자발적으로 그 행렬에 참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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