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국 일치의 요’

동아일보는 ‘대일본제국’이 중국에서 거두고 있는 ‘승전보’를 적극적으로 전하다가 8월 20일자 신문에 「거국 일치의 요(要)」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올렸다.

  북지사변은 국지적 소충돌로 시작하여 일지(日支) 양군의 전면적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낭방광안(郎坊光安) 사건이 있은 후 황군은 드디어 화평해결의 희망을 방기하고 전단(戰端)을 개시하였다. (···) 지나 측의 태도를 정관(靜觀)컨대 일종의 자아과신에 빠져 외교 교섭의 여지를 전연 버리고 전면적 정면충돌도 불사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필경 중지(中支) 남지(南支) 민중으로 하여금 항일 배일의 노도에 휩쓸어 들어가게 하고 중앙군의 항전을 상해에까지 파급시켰다. 국민정부가 이와 같은 방침을 계속하는 이상 어찌 최대 비극이 일어나지 않으리오. (···) 적어도 지나의 적대행동의 개연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군사 국방에 만전의 조치를 취함은 물론이려니와 경제의 전시 편성에 있어서도 모든 경위를 상상하고서 유루 없는 통제가 필요함은 췌언을 불요하는 바이며 국민 각층은 그것을 적확 명쾌한 국책으로서 깊이 인식하고서 정부의 임기응변적 방침에 신뢰할 뿐만 아니라 거국일치적으로 국난에 당할 협력을 주저하지 아니하여 각지 각 방면의 이에 대한 성과는 비상한 바 있다.
  (···) 그러므로 우리의 긴장은 경(更) 일층 내구성을 보지(保持)할 각오로써 당국의 지도에 협조하고 총후 후원에 성의를 다하여 거국일치의 실적을 유루 없이 내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상해에 자리잡고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7월 15일 국무회의를 열고 군무부(軍務部)에 군사위원회를 설치한 뒤 임시정부 ‘공보(公報)’를 통해 “이번의 중일전쟁으로써 독립전쟁을 개시하여 설욕보국(雪辱報國)을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임시정부는 북아메리카에 있는 여러 독립운동단체들과 연합해서 한국광복진선(韓國光復陣線)을 결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지’라고 자칭하던 동아일보는 “국난에 당하여 거국일치적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동아일보가 말하는 국가가 ‘대일본제국’이었음은 물론이다.

동아일보는 부인들에게까지 전쟁 협력을 요구하는 사설을 8월 21일자 신문에 실었다.

  미나미 총독이 시국의 비상함을 보고서 조선부인의 각성을 촉진한 바 있은 이래 부인 측의 활동은 현저하여 국방부인회, 애국부인회에 참가자가 속출하게 되었는데 특히 상류부인 간에는 차제에 애국금차회(愛國金𨥁會)를 결성하려고 그 준비를 하여온 결과 지난 20일 경성여고 강당에서 그 발회식을 성대히 거행하였다. (·····)
  그 취지는 ‘조선 여성이 아무리 약하더라도 어찌 한가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등 그 결의를 명백히 하였다. (·····)
  종래 불활발 무활동 상태에 있던 조선부인이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여 총후의 원호에 다소라도 일조가 되려고 하여 혹은 응소(應召) 병사를 환송하며 혹은 그 가족을 역방(歷訪) 위문하는 동시에 금품도 출헌하겠다고 이번 금차회 같은 것을 결성하게 된 것은 거국일치의 비상시인 차제에 마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금차회의 활동 여하는 금후에 속하는 일이거니와 거국일치의 비상시인 차제에 금일에 있어서는 그들의 성실한 활동이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애국금차회의 회장은 일본의 자작인 윤덕영의 아내 김복완이었다. 윤덕영은 1940년 8월 조선인으로서는 중추원에서 최고위직인 부위장에 임명되었다. 애국금차회는 일본 수작자(授爵者)들의 아내와 조성근, 박두영 등 친일 고급장교의 아내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 단체는 금비녀를 비롯한 비싼 장신구를 ‘헌납’하고 군인 환송연을 여는 등 ‘황군 원호’를 위해 활동했다.

  부인들에게까지 전쟁 협력을 강요하던 동아일보는 8월 31일에는 「99주(株)의 영령을 조(弔)함」이라 하여 일본군인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충성을 보였다. 지상(紙上)에는 물자절약과 총후보국을 외치면서 이 당시 민간언론들은 너나없이 호외 경쟁에 나섰다. 동아일보의 예를 들어 보면, 8월, 9월 두 달 동안에 보관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만 하더라도 8월 11일 「중앙군과의 최초 충돌」 제하의 호외를 비롯해서 두 차례에 걸쳐 호외를 발행하였고 14일에 상해전투를 알리는 두 번의 호외, 15일에는 4회, 16일, 17일, 19일, 20일, 21일, 22일, 24일에는 매일 한 차례씩 호외를 발행했으며 25일에 2 차례, 26일에 한 차례, 30일에 2 차례 등 거의 매일 호외를 발행하였다(<일제하 민족언론사론>, 231쪽).

  천진, 상해 전투에 대한 ‘경마 중계 식’ 보도

1937년 7월 30일자 동아일보 1면은 「천진서도 격전 전개!」라는 큼직한 컷 아래 일본군이 베이징 부근의 항구도시 텐진을 맹렬히 공격한 데 관한 기사들로 뒤덮였다. 제목들만 보아도 내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 ‘동참 총참 간서 양군 충돌 / 시가전 전개 완연 사항화(死巷化)! / 영불 조계서도 특별경계」
· 「지나주둔군 발표 / 주둔군 중대 결의 / 정예기 시가 상공을 저공비행」
· 「해군부대도 육군과 협력 / 태고시 공격을 드디어 개시!」
· 「지나군 총붕괴 / 피방 사상자 다수」
· 「공군으로 단호 소탕」

일본군은 8월 13일 중국 동남부의 대도시인 상해에서 지나군(장개석의 국부군)과 대접전을 시작했다. 동아일보 8월 15일자 1면 머리에는 ‘아군(일본군)’이 상해를 초토화하듯이 맹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상해시내 각처 격전 전개 / 양군 최초의 공중전 전개 / 군함 000 포격 개시 / 육전대 본부에 지폭탄(支爆彈) 투하」’)가 올랐다.

  [상해 14일 발 동맹 지급보] 지나공군의 폭탄 투하의 보에 0000에서 대기 중이던 아공군은 즉시 이를 격멸하려고 출동 준비에 착수하였다. 북지 사변 이래 최초의 공중전이 전개되어 있다.
  황포강상의 아군함 000은 오전 9시 강만(江灣)의 시정부 구내에 거(據)하여 아군부 방적공장지대를 공격 중인 지나군에 대하여 맹연(猛然) 포격을 개시하였다.

이 기사 옆에는 「상해전투 거익(去益) 장렬 / 갑북 일대 포연 몽몽(濛濛) / 북사천로 포격 은은」이라는 기사가 자리잡고 있다.

  [상해 14일 발 동맹] 아 맹공격에 일단 침묵한 지나군은 14일 오전 2시에 지(至)하여 재역습에 전(轉)하여 조약안로인 상해무관실 횡빈로지구에 향하여 공격을 개시하였다. 아 육전대는 차(此)에 응전하여 오전 2시 30분(일본시간 오후 3시 30분) 현재 피아 전투는 더욱 맹렬을 극하고 있다.
  지나정규군은 야음에 승(乘)하여 역습, 북정거장에 집결을 개시 중인데 포위공격에 나오려는 것 같은 이것을 엄호코자 노포자로 조계 경계선 부근에 서 보안대가 성(盛)히 사격을 개시하여 왔으므로 아방 포병은 감연 차(此)에 포화를 입히어 북사천로 일대에는 총포성이 은은하고 갑북은 대화재와 상애(相挨)하여 처참하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조선의 언론계에 일본군의 전황을 독점적으로 전달하던 ‘동맹(同盟-도메이)통신’은 일제의 대외선전매체였다. 그래서 조선의 독자들은 그 통신이 보내는 기사를 글자 하나 빠짐없이 믿어야 했고, 그 충실한 ‘확성기’가 주요 신문들이었다. 설령 동아일보사가 중일전쟁 현장에 특파원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가 송고한 기사들이 총독부의 검열을 통과할 리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황군의 노고와 전 조선적인 애국’

상해를 침략한 일본군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던 1937년 9월 7일 동아일보는 「애국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황군의 노고’를 치하하고 ‘전  조선적인 애국’을 부르짖었다.

  (···) 이때에 있어서 황군의 노(勞)도 노려니와 총후의 성의도 여기에 세세히 매거할 것 없이 열렬하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직업을 구별할 것 없이 전 조선적으로 타오르는 애국의 열성은 이 국가 중대의 추(秋)에 당연한 발로라 하겠지만 그래도 보고 듣는 자로 하여금 감격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바 있다. 그러나 시국이 갈수록 중대화하고 있음을 재인식 할 때에 열성에 열성을 가하여 이 난국의 하루라도 빠른 극복을 염원하지 않으면 아니될지니 이에 애국일을 당하여 전 조선적으로 팽배하는 애국의 지정(至情)을 축복하는 동시에 다시금 시국 재인식의 기회를 삼아 경일층 격앙발분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상해 함락과 ‘대본영’ 설치

상해를 사수하려는 중국군과 상해를 장악한 뒤 중국 전토를 점령하려는 일본군의 전투는 3개월 가량이나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공군력과 해군력의 압도적 우세에 힘입어 1937년 11월 초순부터 상해를 향해 일방적으로 대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11월 12일자 1면 머리에는 「육군대 포동 상륙 / 잔적 청소, 서남방으로 진격 / 3방으로 남시를 맹포격」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상해 11일 동맹 발] 제3함대 보도반 오전 10시 발표. 해군육전대는 금 여명부터 포동 측에 상륙을 개시하여 육군부대와 협력하여 적을 청소 중이다. 해군항공대는 남시의 잔적에 대하여 폭격을 감행 중이다.
  육군 진전(津田)부대는 육전대의 선도 하에 금일 오전 4시경 우선창고 부근으로부터 포동 측의 상륙을 감행하여 포동의 패잔병을 소탕하면서 남시 공격을 위하여 서남방으로 향하여 매진이다. (·····)
  일휘로 크릭을 끼고 대치한 대로 철야한 아 포병대는 금조(今朝) 효포문을 열어 남시의 건물에 의거한 잔적에 대하여 포격을 개시하였다. 총포성은 상해시중을 진동하고 있다.

동아일보 11월 16일자는 상해를 점령한 일본군에 관한 기사로 뒤덮였다. 「금조 6시 반 곤산을 점령 / 상해를 중심으로 한 반경 / 50킬로 이내 완전 확보」라는 기사는 아래와 같다.

  [상해 15일 발 동맹 지급보] 아군은 금조 6시 반 곤산을 점령하였다. (···) 포병, 공병 협력 하에 작일 내 곤산을 맹공, 밤이 들어도 공격을 속행 중이던 바 금조 6시 드디어 곤산을 점령하고 일장기는 성두(城頭)에 걸리었다. 계속하여 패적을 서방으로 급추(急追) 중이다. 그런데 (···) 곤산을 연(連)하는 요해지(要害地)도 황군의 맹공 전에 궤멸, 이에 곤산 평지를 완전히 아 수중에 거두어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15킬로의 지구 내에는 전연 적의 편영(片影)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일본군이 상해를 점령하자마자 일본 정부는 11월 20일 전쟁을 총괄하는 ‘대본영’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통신사가 보낸 기사는 「대본영 드디어 설치/ 최고 통수진용 정비」라는 제목으로 21일자 조선일보 조간 1면에 올랐다.

  [동경 전화 동맹] 육군에서는 금회 사변에 대한 통수 상의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지난 17일에 제정된 대본영령에 기(基)하여 18일 참모총장 군령부 총장 양궁(兩宮) 전하께서 대본영 설치에 대하여 주청(奏請)하시었던 바 어재가하압시었으므로 이래 편제 중 20일 완료를 보아 동일 오후 4시 육군성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발표하였다. (·····)
  금반 지나 사변에 대처하기 위하여 (···) 대본영을 설치하였다. 이는 금차 사변의 추이에 감(鑑)하여 장기작전 각오로써 본격적으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통수부를 전시체제에 옮김이 적당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총괄’하는 최고사령부가 궁중에 설치됨으로써 일제의 침략전쟁은 중국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어 간다.

남경 함락과 ‘천황 폐하 만세’

일본군은 상해를 점령하자마자 장개석 국민정부의 수도인 남경 함락에 총력을 쏟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1937년 12월 9일자 1면 머리기사(「함락은 시간문제 / 남경사령관에 투항 권고 / 입성까지엔 일정의 기간을 요할 듯」)는 다음과 같다.

  [상해 7일 발 동맹] 상해 전선이 개시 이래 겨우 4개월 미만으로 국민정부의 수도 남경은 이미 아 수중에 귀(歸)한 것과 동양(同樣)으로 되었다. 그러나 남경은 지나의 수도이고 일국의 수도로서 함락하는 것은 유사 이래 특서대필 할 일인 만큼 아군도 차제일기(此際一氣)로 남경을 공략하는 것은 극히 용이한 일은 일이나 곧 무력으로써 적의 수도를 유린하는 일 없이 먼저 적군의 사령관에 대하여 권고장을 첨부하여 항복을 권고, 성하(城下)의 서(誓)를 하려 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여사히 하여 아군의 남경 입성은 벌써 일각을 다투어 급히 할 필요도 없는 문제로 되었으므로 그 입성까지에는 일정의 기간을 요할 모양이다.

동아일보 12월 18일자 1면 머리에는 「성대한 남경 입성식 / 금일 국부 구내서 정식 거행」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남경에서 16일 동맹 특파원 발] 남경 공략전에 혁혁한 무훈을 세운 육해공 3군은 17일 오후 1시 반 각 성문고하 상공으로부터 일제히 식장인 국민 정부로 당당 입성의 행진을 한다. 즉 육군은 정각 오후 1시 반 남경성 공략의 최난관이라던 중산문으로부터 선두대의 유도로 송정(松井) 최고지휘관, 조향(朝香) 중장궁 전하 00부대장이 마상(馬上) 입성, 감격히 연도에 도열하는 보포공 각대와 치중대, 전차대의 열병을 하면서 식장으로 향(向), 동시에 해군에서도 장곡천(長谷川) 지나방면 함대사령관이 양자강안의 읍강문으로부터 입성, 중앙광장 중산로에 정렬한 육전대와 해군 0포대의 열병을 하면서 육군 측과 국민정부 구내에서 상대치(相對峙)한다. 차시(此時) 상공으로부터 육해 양 비행대 정예는 굉굉한 폭음을 내며 입성식을 축복할 터이다. (·····)
  동아의 공(空)은 물론 전 세계에 찬연한 신광(新光)을 투(投)하는 일본 육해공에 전사상 미증유의 대첩황금비를 수립한 수도 공략의 호장(豪壯) 화려한 에필로그, 남경 입성의 날은 드디어 왔다. 영원히 기념할 ‘일본의 감격’은 강남 초동(初冬)의 찬연한 양광을 쏘이며 17일 오후 1시 반을 기하여 충렬무비한 격전 4개월 수차에 긍하는 ‘혼의 공격’으로 이 광휘하는 날을 영(迎)하게 되었다. 육(陸)의 용사는 차일 남경 서교 수도 서문인 중산문으로부터 이제는 폐허화된 국민정부 전(前)에, 지하는 중산로에 무훈에 빛나는 보병, 기병, 포병, 공병, 치중병, 전차의 각부대가 상해상륙군을 우로 항주만상륙군을 좌로 당당한 대오로 숙연히 정렬하였다. 보라, 상승륙(常勝陸)의 위(威)를, 융의(戎衣)는 흙에 묻어 고투를 말하고 안면들은 장수(長鬚)에 더럽혀져 있으나 그 형형한 눈은 정한(精悍)의 기에 넘치고 그 가슴은 왕자(王者)의 환희가 충만하고 있다. (···) 감격의 행진은 전진 또 전진 육해군 양 사령관이 소안(笑顔)과 함께 상회(相會)하니 감격의 군대(君代)가 높게 취주되어 국민정부의 옥상 높이 대일장기가 게양되어 역사적 감격의 정경을 전개, 일동은 멀리 황거(皇居)에 향하여 요배(遙拜)를 행하였다. 이어서 일어나는 노도와 같은 “천황 폐하 만세”의 삼창이 광휘 있는 만세 봉창의 순간의 그늘에 호국의 영령으로 화한 전우 기하(幾何), 황야에 에사(殪死)하여 크릭에 상해서 이 흉렬(胸裂)의 감격의 일순을 보지 못하는 전우를 생각하는 만세의 소리에는 무한의 감격과 눈물에 잠겨 있다.

이 기사에는 남의 나라 수도를 침략해서 정복자처럼 으스대는 일본군, 절대군주인 ‘천황 폐하’를 향해 만세를 부르면서 요배하는 제국주의 군대밖에 없다. 엄연한 독립국으로서 외세의 침입을 막지 못하고 수도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중국군의 참담한 심경 따위는 그들의 안중에 없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침략군의 승리가 마치 식민지 백성인 조선인들의 경사라도 되는 듯이 일본 통신사의 기사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남경 대학살을 모른 척한 동아일보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남경성 안으로 쳐들어가기 시작하자 장개석의 국부군은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한 채 철수했다. 사령관인 탕성즈가 도망하면서 남경이 일본군의 수중에 들어가자 시내에 남아 있던 시민들과 병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참극을 겪게 되었다. 일본군은 백기를 들고 항복한 중국군 포로뿐 아니라 젊은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끌고 가서 성 외곽이나 양자강 하구에서 기관총으로 무차별 학살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최대 1만여 명 단위로 일본군의 총검술 표적이 되어 목을 베이거나 난자당했다. 일본군은 총탄을 아끼려고 중국인들을 생매장하기까지 했다.

  남경의 한 광장에서는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몇 개의 단위로 열로 구분되어 세워졌는데, 이들 가운데는 여자들과 어린이 등 수많은 민간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군은 이들에게 석유를 쏟자마자 곧바로 기관총을 난사했다. 총탄이 사람들의 몸을 꿰뚫을 때 석유에 불이 붙었고, 시체더미는 산을 이루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경 대학살에 참가한 어느 일본군의 일기가 발견되었는데, 일기 내용에는 “심심하던 중 중국인을 죽이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랜다”면서 “산 채로 묻어버리거나 장작불로 태워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 죽이기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일본군들은 군인포로들이나 민간인들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잔인하게 학살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잔인한 ‘인간 사냥’이 극에 달하면서 일본군은 여자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이른바 ‘집단 윤간’ ‘선간후살(先姦後殺, 먼저 강간하고 다음에 죽임)’로 일본군은 여성을 성노리개로 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간 후 참혹하게 살해했다. 10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어린이부터 60, 70대 노파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또한 일본군은 수녀와 비구니를 포함하여 여성들을 보이는 대로 능욕했다.
  1938년 1월, 일본 외무대신 히로타 고키가 주미 일본대사관에 보낸 비밀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특별소식: 믿을 만한 목격자들의 직접 추산과 신뢰도 높은 일부 인사들이 보내온 편지에 따르면 일본군이 저지른 모든 행위와 폭력수단은 아틸라왕과 흉노족을 연상시킨다. 최소 30만 명의 민간인이 살육됐고, 많은 수는 극도로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방식으로 살해됐다. 전투가 끝난 지 수 주가 지난 지역에서도 약탈과 아동 강간 등 민간에 대한 잔혹행위가 계속되고 있다.”(위키피디아, ‘남경 대학살’ 항목에서)

남경 대학살은 6주 동안이나 계속된 뒤 1938년 봄에야 비로소 멎었다. 그런데 동아일보에는 남경 대학살에 대한 기사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조선총독부의 검열에 저항할 의지도 없고, ‘대일본제국’의 ‘성전’에 단 한마디의 비판을 가할 의사도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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