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8월 19일자 동아일보 석간 2면에는 「이청천 만주에 잠입 / 모종 중대 획책설」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모처 정보에 의하면 작년 9월 아성현(阿城縣)방면 일대에 뻗히어 반만(反滿) 반일의 단체를 규합하여 모종의 책동을 계속하던 동아흥성동맹(東亞興成同盟)의 중요 간부 이청천은 그 후 관헌의 눈을 피하여 북평 상해 등지를 유랑  중이던 바 최근에 다시 만주로 들어와 치치하르이에 잠입하여 동지에서 다시 노령(露領)으로 나가 모 비밀운동을 하고 있다는데 다시 별보에 의하면 전기 단체는 마가구(馬家溝)에 근거를 둔 모모 단체와 연합을 단행 후 이번 가을을 기하여 국철 운행(國鐵 運行)의 방해를 감행하려는 계획이 있다 하여 당국은 아연 긴장하여 대경계를 개시하고 있다 한다.

독립군의 활약을 ‘파괴 행위’ ‘모종 책동’으로

이때의 동아일보는 한글을 사용하는 일본제국 신문이었다. 그런데 독립군 이청천 장군의 활약을 일본제국에 대한 파괴 행위로 비난하고 있다. ‘국철 운행 방해’니 ‘모종 책동’이니 하는 표현은 일제에 대한 적대 세력를 비난할 때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동아일보는 이미 일제에 대하여 외반내친(外反內親) 즉 겉으로는 반대하고 안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체제 내 비판’의 길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신문발행허가를 받았을 때부터 그 길을 걷고 있었지만 독자는 그 속내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이것은 동아일보가 민족을 철저히 속인 죄에 해당한다.

동아일보는 1933년 9월 18일 호외를 발행했다. 「백주, 경원에 00단 감시경관 2명 사살 / 승객 가장 도선장에 출현 / 범인 3명은 도주」라는 기사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합 나남 발] 17일 오후 1시경 함북 경원군 안동면 승량동 용동도선장에 돌연히 권총을 가진 00단 3명이 승객 비슷하게 차리고 나타나서 마침 감시하고 있던 경관 삼전정춘(25)과 김우선(23) 두 명에게 권총을 발사하고 그만 어디로인지 종적을 감추어버렸는데 전기 순사 2명은 현장에서 절명되었다. 이 급보를 접한 경원서는 방금 다수한 경관을 내보내 추격 중이다.

동아일보는 이 무렵 호외를 자주 발행했. 어떤 날은 하루에 두 차례 호외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독립군 동향에 관한 호외 발행은 드문 일이다. 이 호외에 기록된 00단을 독립군으로 보는 근거는 독립군을 통상 00단으로 표현하는 관례가 있었고, 독립군이 아니고서는 일본 순사를 백주에 저격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일본제국에 대한 언론보국(言論報國)의 길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1933년 9월 19일자 조간 2면 머리 기사(「남경 정부와 긴밀 연락 / 조선00당 맹활약 / 편의대 조직, 만주국 교란 획책 / 수령 김구, 천진 잠입설」

  [연합 봉천 18일 발] 최근 남의사(藍衣社)의 반일만(反日滿)공작이 돌연 공공연하게 시행되고 있는 터에 이와 동시에 상해에 본부를 둔 조선00당은 최근 남경 정부와 연락을 취하여 조선인으로 편의대를 조직하고 만주국 교란을 기도 중이라 한다. 이 편의대의 수령은 김구로서 최근 천진에서 재만 조선인 중으로부터 동지를 규합 중이라 전하는 터로 금후의 남의사 활동과 함께 조선00당의 행동은 극히 주목된다고 한다.

먼저 이 기사에 나오는 낯선 단어 두 개의 의미를 알아보자. 남의사(藍衣社)란 장제스(장개석)를 지도자로 받든 중국 국민당의 특무 기관을 말하고, 편의대(便衣隊)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복 차림으로 적지에 들어가서 몰래 활동하던 부대를 이르는 말이다.

동아일보가 김구의 활동을 소개한 것은 그를 앞으로 크게 경계하라는 뜻일 것이다. 동아일보가 독립군 거물의 동정을 보도하는 것은 일제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이유로 총독부 검열당국은 이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1933년 12월 14일자 조간 머리 기사(「김석 문제를 중심으로 일 중 불 3닫 분규 야기 / 상해 폭탄 사건 공범? 김석 상해에서 피체 / 윤봉길에게 폭탄까지 제공」

  [상해 특신] 최근 당지 일본영사관 경찰대는 다시 대 활동을 개시하여 조선00당 중요 분자를 체포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수삼 차례나 차이석, 안공근의 집을 급습하였으나 체포하지 못하고 비밀리에 불조계 중남채관이라는 요리집을 습격, 김석(32)이라는 청년을 체포한 사건이 판명되어 중국측과 불란서 조계 당국 및 일본영사관 당국의 문제가 되었다.
  전기 김석에 대하여 영사관 측 발표에 의하면 김은 일찍이 자기의 삼촌되는 김철 씨를 따라 상해에 유학하다가 재작년 3월 상해 폭탄 사건의 공범으로 영사관 당국에서 누차 체포하려 했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였던 것인데 드디어 최근에 이르러 체포한 것이라 한다. 또 일본 신문에 의하면 김은 윤봉길에게 폭탄을 공급한 중대 사실이 있어 중대한 범인으로 취급한다 한다.
  취조를 마친 후 이달 안으로 경성으로 압송될 것이라 한다. 상해에서 외국인어학교에서 수업하고 그 후 법정학교(法政學校)에 입학한 일도 있고 본시는 상해 조선인청년단체를 조직하고 그 단체의 중견이 되었던 인물이다.
  전기 김석은 일찍이 중국 정부에 입적한 일이 있으므로 중국 측에서는 일본영사관에서 김을 체포한 것이나 불조계 당국이 중국 정부의 허락 없이 김을 일본영사관에 인도한 것이 불법이라 하여 상해 총상회(總商會) 시민연합회 등 각 단체가 국민정부와 외교부에 청원을 제출하는 외에 불조계당국에 엄중 항의를 제출하였다.

동아일보는 독립운동가 김석을  ‘중대한 범인’으로 몰고 있다. 그의 체포를 둘러싼 이런 보도에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애정이나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일제 신문을 보는 듯하다. 김석은 누구인가.

  그는 전라남도 함평 출신으로, 전라남도 영광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1923년 작은아버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김철을 따라 상해로 건너갔다. 1928년 상해의 영국계 중학교 퍼블릭스쿨을 졸업하고, 1930년 상해법정대학 정치과에 입학하였다. (·····)
  1932년 1월 서재현·유상근과 함께 상해한인독립운동자청년동맹을 개조하여, 한국독립당 청년부문 별동대로서 상해한인청년당을 조직하고 이사장으로 선임되었다. 같은 해 3월 당원인 이덕주·유진만에게 조선총독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주고 국내로 밀파하였다.
  또 4월에는 최흥식·유상근에게 일본 관동군사령관과 일본에 있는 일본 육·해군대신을 암살하라며 대련으로 밀파하였다. 그런데 파견된 동지들이 모두 잡힘에 따라 일본 경찰의 수배를 받게 되어 상해를 탈출, 같은 해 임시정부 외교부장 비서장이 되었다.
  1933년 법정대학을 졸업하고, 남경에 본부를 둔 동방피압박민족연맹 중앙위원이 되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해 훙커우공원 투탄 의거와 관련해 상해에서 일본 경찰에 잡혀 국내로 압송되었다. 1934년 광주지방법원에서 5년형을 언도받고 항소, 같은 해 12월 대구복심법원에서 재판을 받다가 법정에서 탈주하였다.
  그러나 다시 잡혀 형이 가중, 1941년 11월까지 복역한 후 출옥하였다. 1942년 2월 예비검속으로 청주형무소에 구금되었으며, 1945년 1월 병보석으로 출감한 후 계속 광주 대화숙에 연금된 상태에서 광복을 맞았다. 광복후 전라남도 건국준비위원회 광주청년대장을 역임하였다.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되었다.(김승학, 「독립문화사」,<한국독립운동사>에서).

바로 일제가 조선에 바라던 내선일체(內鮮一體)의 구체적 현상일 것이다. 조선이 일 제국의 속국이 아니었다면 일제 ‘황실의 황태자’ 출산이 그렇게 대단한 관심의 대상이 될 이유는 거의 없는 것이다.

3·1 독립운동을 ‘기미 운동’으로 표현

1934년 2월 9일자 동아일보 석간 2면에는 「기미 운동 사건의 관계자는 대개 복권」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조선 안에 복권에 해당될 사람이 대략 3천 명에 달하리라는 것은 당국의 말이지만 대정 8년의 기미 운동으로 복역하여 공권 박탈이 되었던 사람으로 대정 13년 2월 11일 이후 벌금 이상의 형에 처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복권되게 되었으므로 당시 주요한 사람은 모두 복권되게 되었고 (···)”라는 내용이 그 기사에 들어 있다.

일제는 대정의 아들인 황태자 유인이 탄생하자 이를 축하하는 대사면을 단행할 계획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 사면에는 ‘기미 운동 사건 관계자’도 포함된다고 썼는데, 위 기사에서 대정 8년은 기미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해이다.

3·1 독립운동 15주년이 되는 날인 1934년 3월 1일자 동아일보는 얄궂게도 「김구, 양서봉 일파 만주 잠입 모종 획책?」이라는 기사를 2면에 내보냈다.

  명일로써 3월 1일은 닥쳐오게 되었다.
  금년의 3월 1일은 만주국의 어대전을 겸하여 국경 방면과 조선 안을 물론 하고 물 부어 샐 틈 없는 경계를 하는 중임은 기보와 같거니와 외지 정보에 의하면 김구 00부하가 반만군과 책모하고 만주국 내에서 모종의 행동을 책모한다는 등 혹은 양서봉 등의 국민부원 등이 모종의 획책을 한다는 등의 정보가 경무당국에 설비 중이므로 만일을 염려하여 엄중한 경계는 그 극에 달하였다.
  조선 안에서도 경찰 측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경계 중인데 3월 1일까지에는 00소집을 하여 가일층 경계할 예정이라 한다.

  1934년 3월 7일자 석간 2면 기사(「옛 부하를 명령하여 직접 행동을 개시 / 이주 조선 농민도 입당시켜 / 00군 양서봉이 획책」

  [안동현] 동변도(東邊道) 일대에 근거를 두고 북중국 남의사와 연락을 취하며 활동하던 00당 총사령 양서봉은 최근에 적극적으로 활동코자 각지에 산재한 간부들에게 모종의 밀명을 발한 것이 판명되었다는데 전하는 바에 의하면 구 부하(舊 部下)를 다시 선동시키는 동시에 이주한 조선 농민을 강제적으로 입당시키며 한편으로 중국공산당과 연락을 취하여 모종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책동 중이라 한다.

동아일보는 만주에서 활동 중인 조선독립군이 만주 이주 조선 농민들을 독립군에 강제 입당시켰다고 왜곡하고 있다. 당시 만주로 간 조선 농민들 가운데는 자발적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사례가 많았다.
여기 나오는 양서봉의 본명은 양세봉이다.

  평북 철산(鐵山)에서 출생했다. 1919년 3 ·1 운동 직후 최시흥 휘하의 천마산대(天摩山隊)에 입대하여 일본의 행정기관 파괴, 친일파 암살 등 항일무력투쟁을 전개하였다. 1920년 천마산대를 따라 중국 지린성으로 건너가 1923년 육군주만참의부(陸軍駐滿參議府) 소대장과 제3중대장을 역임하다가 조선혁명군 총사령에 취임하였다.
  1932년 중국의용군 총사령 이춘윤과 한중연합군을 조직, 융링제성[永陵街城]에서 일본군을 격파하고, 싱징현성[興京縣城]을 함락시켰다. 그해 재차 융링제성에서 일본군과 싸우다가 장칭먼[江淸門]으로 퇴각, 재기를 도모하던 중 일본 육·공군의 대규모 공격에 패하고, 일본 첩자의 유인으로 퉁화현[通化縣] 터우다오거우[頭道溝]에서 일본군에 포위되어 독립군 전원과 함께 순국하였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1995년 8월 29일 랴오닝성[遼寧省] 신빈현[新賓縣] 왕칭먼[旺淸門]에 그의 조각상이 세워졌다(두산백과).

  1934년 7월 17일자 조간 2면 기사(「이청천 활동 개시 / 만주 교란을 획책」)

  [길림] 최근 당지 모 기관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00당 거두 이청천은 염석산의 소유 토지 10만 정보를 대부하여 수전 개척의 명목 아래 조선 농민 다수를 이민시켜 그로써 만주국 교란을 일으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다.
  또 당지 일본 헌병대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이청천은 소련국경수비대장 일리랴라는 사람과도 연락을 취하는 일방 남경군관학교 출신 조선인 장교 다수를 전만에 들어오게 하였다 하며 또 현재 해삼위에 재류 중인 이동휘(李東輝)와도 연락하여 반만항일 활동 중이라 한다.

동아일보는 반만(反滿)은 바로 항일이라고 보았다. 만주국은 일제 관동군이 세운 괴뢰정부였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만주국 독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일본제국의 입장에서 만주 독립을 지지하면서, 이청천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재만 동포의 도움을 받아 만주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불순하게 보았다.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매도

동아일보는 1934년 8월 31일자 조간 2면 머리에 「김구 등 각파 규합 / 반만항일을 개시? / 중0호조회를 조직하고 폭동반 조선에 잠입설」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봉천] 모 기관에 달한 정보에 의하면 남경에 있는 김구 일파는 남경 정부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조선인 민족주의자로 현재 중국 항주의 의열단장 김원봉, 사천의 유동열, 남경의 이청천 등의 각파를 규합하여 중ㅇ호조회(中ㅇ好助會)를 조직하고 아래와 같은 반을 두어 만주국의 경제기관, 구동북계 요인의 교통 및 통신 상황, 일본의 이민정책 등을 조사하며 일방으로는 그 선전과 또 반만항일의 적극적 운동에 착수하여 벌써 그 선봉은 만주와 조선에 잠입하여 폭동 등의 공작을 개시한 모양이라 한다. 그 선봉대의 조직 내용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조사반장 김동령 외 5명, 선전반장 김영수 외 5명, 통신반장 강만호 외 5명, 폭동반장 유기홍 외 30명
  국민정부의 밀령을 받은 남경군관학교 졸업생 만주인과 조선인이 반만항일공작을 하기 위하여 비밀히 만주와 조선에 들어왔다는 정보를 받은 조선총독부 경무국에서는 7월 중순 이래 전 조선 경찰부를 독려하여 이 잡듯이 샅샅이 수색을 행한 결과 평북경찰부에서 군관학교 졸업의 조선 사람 3명과 관계자 수십 명을 체포하고 목하 엄중 취조를 행하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군관학교 생도 모집으로 귀래하였다 말하나 이면에는 조선 안을 소란케 하고 대관 암살의 테러 음모가 있다고 보아 취조를 계속하는 일방, 연루자 수사를 엄중히 행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구 일행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이 기사를 쓴 것이다. 해외 망명 생활을 하면서 독립운동을 하던 우국지사들을 불온시하는 동아일보의 입장이 그대로 드러난 기사이다. 국권을 일제에게 강탈당한 조선인이 독립을 쟁취하자면 테러 아닌 다른 방법이 있었겠는가. 동아일보에게는 조선의 독립보다는 일제의 안정이 더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1934년 11월 23일자 조간 2면 머리 기사(「연극으로 반전 선전한 ‘신건설’ 관계자 금명간 송국(送局) / 경성, 평양, 대구, 함흥에서 검거」)

  [전주] 지난 7월 19일 전북 금산에서 모 학생 1명을 취조 중에 의외로 큰 단서를 얻어 즉시 전북경찰부 고등과장 이하 형사대는 질풍신뢰적(疾風迅雷的)으로 경성을 중심으로 평양, 신의주, 장련, 대구, 함흥 각지에서 문사, 화가, 배우, 신문사원, 남녀학생 등 60여 명을 검거 압래하여 두고 횡천 경부의 손으로 주야 취조를 진행하던 중 이제 취조가 일단락을 짓게 되어 금명일에 송국하기로 되었다는데 검거된 인물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별항과 같이 검거된 인물들이 모두 프로문사, 배우들로 이미 오래 전부터 신극운동을 하면서 소화 7년 7월경 경성 연지동에다가 신건설사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과 동경에 있는 삼일극장과도 연락을 취하여 표면으로는 신극운동과 연극을 하면서 이면에 있어서는 주의 선전을 하였다는 것이라 한다. 또는 경성 본정 연예관과 마포 도화극장에서 수삼 차 공연을 하면서도 제국주의 반전 선전을 하였다는 것이 동 사건의 중요점이라는데 조선에서 문사, 배우층 다수가 검거되기는 이 사건이 처음이니 만치 일반의 주목도 자못 크다.

이 기사는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신건설사 사건‘의 제1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극단 신건설은 1934년 창립작으로 에리히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제작하여 지방 순회 공연을 했다. 전주 공연 중 일제는 신건설사를 반일단체로 보고 관련자를 전원 체포했다. 다음은 <위키백과>가 정리한 ’신건설사 사건‘의 전모이다.

  진보적 문예운동을 추구하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직속 연극단이다. 1934년 신건설이 지방 공연 중일 때, 양성순이 지휘한 전북경찰서 고등계가 중심이 되어 신건설사 회원들을 대거 체포했다. 처음에는 금산에서 한 학생이 가지고 있던 신건설의 전단이 빌미가 되었고, 전북 지역을 시작으로 차츰 확대되어 경성부와 평안북도, 평양, 경기도 등지에서 남녀 약 70여 명이 체포되어 전주형무소에 수감되었다. 체포된 이들은 주로 학생, 교사, 기자, 배우 등 지식인들이었다.
  한편 이 사건은 카프가 해체되는 계기가 되었다. 카프의 핵심 인물들이 체포되어 조직 활동이 불가능해진데다, 관련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던 중에 고등계 경찰은 카프 간부들에게 해체를 지속적으로 지시했다. 이에 따라 카프는 자진 해체하였으며, 카프 가맹단체인 신건설사도 고등계의 지시를 받고 해체되었다. 활발하던 경향파 연극 활동도 이를 계기로 크게 위축되었다.
  체포된 70여 명 가운데 핵심 인물인 23명이 추려져 1935년 10월에 기소되었다. (···) 두 달 후인 12월에 전원 불기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가운데 김유영이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김영득은 이 사건으로 복역한 사실이 항일 문화운동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가보훈처로부터 건국훈장을 추서 받았다.”

  1935년 2월 1일자 조간 2면 머리 기사(「‘조선00운동’을 농촌으로 적극 진출 / 운동 방책을 대내로 일변하여 / 제1차 밀사 이모 피검」)

  [신의주] 평북경찰서에서 작년 12월 중 조선 잠입을 꾀하던 김철한(32)을 검거하여 엄중 취조 중이라 함은 기보한 바이어니와 김철한이 만주에 근거를 둔 조선00군의 임명장을 받아가지고 조선에 들어왔다는 것은 오보로, 김은 조선00군이 아니라 중국 모 단체에 가입하여 있다가 어떤 사정으로 조선 잠입을 꾀하였다는 제1보가 옳으며, 전기 조선00군의 임명장을 가지고 조선에 들어오던 조선00군 중요 멤버는 김철한과는 딴 사람인 이 모로서 1개월에 긍한 엄중한 취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조선00군의 조선00운동상에 중요한 전기가 이른 것이 판명된 모양이다.
  즉 이 모는 제2보(19일 석간 기재)와 같이 만주 흥경현에 근거를 둔 조선00군 중앙집행위원회 임명장과 조선 잠입 여비로서 240원을 행리 속에 감추어 가지고 조선 잠입을 꾀하다가 국경 평북경찰부에 잡히고 말았는데, 실로 이 이 모는 조선00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두목 양서봉을 잃은 복수적 격분과 세계 위기의 첫 해인 1935년을 맞아 조선00운동을 일층 강화 확대시킬 것을 계획하여 이때까지 동 군의 활동무대가 조선과는 너무도 떨어져 있는 만주에 국한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조선00운동에 별로 힘썼다고 할 만한 아무것이 없었던 소극적 운동을 자기비판하고 금번의 동군 강화 확대 운동은 마땅히 조선 내지에서의 운동을 중요시하여야 하겠다는 적극책에 의하여 제1차로 조선에 잠입시키려던 동 군의 중요 밀사로서 그가 조선 잠입 후 어떤 지방을 중심으로 어떤 방법에 의하여 조선00공작을 일으키려 하였는지는 아직 미상이나 조선총독부 정책에 의하여 일어난 자력갱생농촌을 목표로 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이 모의 조선00군대의 지위는 미상하나 조선00군의 의무금 징수를 한 일이 있어 상당한 신임을 받아 왔었다고 한다.
  평북경찰서에서는 제1차의 조선00군 밀사를 사전에 체포하여 자못 의기양양한 바 있으나 조선00군에서는 제2, 제3, 제4차의 밀사를 계속하여 조선 내 잠입을 꾀할 것이므로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저간 남경군관학교 졸업생의 제2차 조선 잠입반이 1935~6년에 모종 대사를 계획하여 이미 조선에 들어왔다는 정보가 있고, 또 이번에 조선00군의 제2, 제3차의 밀사 잠입이 있을 것이라는 단정이 내리게 되어 실로 평북경찰은 긴장 가운데 있다.

  1935년 2월 6일자 호외(「화전 천여 경관대 폭동 / 일본 관리를 총살 / 만주인의 팔을 칼로 끊었다고 / 안동현성 습격을 기도」)

  [간도 6일 발 연합] 모소에 도착된 전보에 의하면 화전현 경찰 제1대대 1천 명은 반란을 일으켜 화전, 안도 양 현계에 있어서 안도현성 습격을 계획함으로 현에서는 극력 경비를 엄중히 하고 있다. 이 원인은 화전현 공서 경비지도관(일본인 씨명 미상) 모가 논쟁의 결과 군도로서 부하 만주국인의 팔을 베어 떨어뜨렸으므로 이에 분개한 경찰대 전원은 즉시 동 경비지도관과 현참사 그 외 일본 관리를 전부 총살한 후 홧김에 그와 같이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한다.

동아일보는 당시 호외를 자주 발행했는데, 주로 천재지변의 참상을 신속히 보도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천재지변이 아닌, 만주 경찰이 재만 일본 관리를 총살했다는 사건 하나를 두고 호외를 발행한 것은 지나친 친일언론의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1935년 3월 23일자 조간 2면 기사(「남경군관학교 조선인 모종 중대 획책설 / 만주국 황제 폐하 어도동(御渡東) 앞두고 / 조선, 각 철도 항만을 엄계」)

  만주국 황제 폐하의 동경 어방문을 앞두고 조선총독부에서는 어여로(御旅路)의 만전을 기코자 각 도 경찰부를 독려하여 해륙 각 관문에 특별경계진을 펴고 있는 중 최근 남경에 있는 군관학교 조선인 일파가 비밀히 모종의 활동을 하는 정보를 받고 아연히 긴장하여 상해주재기관과 연락을 취하여 그 동정을 엄중히 감시하는 동시에 조선 안에서는 간선철도의 이동경찰의 증원, 관부 연락, 중국과의 연락, 해삼위와의 연락 등 각 중요 선로에도 선박경찰을 실시하여 항만을 중심으로 경비의 주력을 집중하여 경계를 하기로 되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국제사회의 승인도 받지 못한 일본제국의 괴뢰국인 만주국 대표 부의에 대하여 황제급 예우를 하고 있다. 이미 만주에 제조업체를 가진 김성수의 동생 김연수가 경영하는 사업체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보인다.

  1935년 4월 17일자 석간 2면 기사(「불경 사건의 중대범, 서서(西署)에 유치 중 탈주 / 범인은 만주에서 잠입한 정봉학 / 오늘 아침 해금, 장단에서 붙잡혀」)

  지난 14일 밤 10시 12분 시내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유치 중이었던 불경 사건의 범인 정봉학(36)을 취조코자 유치장 문밖으로 끌어냈을 때 돌연 탈주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래 게재금지처분을 당하고 있다가 금일 장단에서 체포되어 해제되었다. 동 범인은 탈주 후 장단군 군내면 백연리 윤 모의 집에 잠복하고 있는 것을 장단서 소산 형사부장의 응원을 얻어 서대문경찰서 사법계 형사 김봉현 외 1명이 4시 20분에 체포하여 7시 차로 서대문경찰서로 호송하여 왔다고 한다.
  동 범인은 3월 10일에 시내 냉동 모처에서 배회하고 있는 것을 보호검속하여 취조한 결과 의외에도 모 중대 계획을 하였던 것이 판명되어 이래 엄중히 취조 중이었던 바 전기와 같이 탈주한 것이라 한다.
  동 범인은 만주에서 생장하여 조선에는 국적이 없고 만주에서 모종 운동에 참가하여 활동하다가 이번에 잠입한 것이라 한다.

<한국사데이타베이스>는 정봉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김구 밀명 하 잠입한 남경군관생(南京軍官生) 정봉학·엄창복 공판(1936. 8.) 불경죄는 3년, 엄창복은 2년 구형, 어제 방청 금지 속에 개정.
  남경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에 잠입하여 조선 내의 민족공산운동의 정세와 전선의 기밀을 조사할 사명을 가지고 엄창복에 관한 치안유지법 위반사건의 □기장과 사전□□ 불온한 문구와 불경한 행위를 감행한 정봉학에 관한 □□□사건의 공판은 24일 오전 10시 경성지방법원 형사부 제4호 법정에서 산하(山下) 재판장 주심과 □천(□川)검사의 입회 하에 방청 금지리에 개정되었다. (·····)
  재판장은 양 피고에 대한 심리를 각각 끝마치고 난후 □□검사의 구형이 있게 되었는데 판결 언도는 31일에 있으리라고 한다. 엄창복(31) 징역 3년, 정봉학(28) 징역 2년(동아일보, 1936년 11월 25일자) 각각 구형.

  1935년 5월 7일자 석간 2면 기사(「전율할 정보! 일만 요인 00목표로 테러단 만주 집중」)

  [안동현] 번무기를 앞두고 남경 정부의 밀령을 받은 반만항일분자와 조선 00단원과 중국공산당원의 암중 활동은 더욱 격렬하여 가는 중 최근에는 일만 요인의 암살 또는 철도 파괴 등의 테러공작 등의 음모로 각파의 당원 백여 명이 만주국 내에 침입하여 여러 가지로 음모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모처에 도착된 정보에 의하면 그들의 음모단의 대세 상황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조선00단의 결사대 30여 명은 일만 요인 ××을 목적하고 6반으로 나누어 입만(入滿) 활약 중
  하북성당 부원의 일만 요인 ××단은 우학충이가 남경 정부의 밀령을 받아 우수한 당원 40명을 선발하여 상인으로 변장시켜 만주 국경 방면으로 침입하여 반만항일사상을 고취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코자 암약 중.

  남경정부는 남경국민정부를 말하며 1927년에 중화민국의 장개석이 남경시를 거점으로 두었던 국민당 정부이다. 당시 장개석은 조선독립군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동아일보는 남경정부를 불순세력으로 전제하고 이 기사를 쓴 것이다. 만주의 괴뢰정부를 옹호하는 동아일보가 이미 철저하게 일제의 홍보매체로 전락했음을 입증한 기사이다. 전율스러운 것은 테러단의 출현이 아니라 동아일보의 친일 논조이다.

  1935년 9월 26일 조간 2면 머리 기사(「민족주의운동 근거 상해에서 남경으로 이동 / 군관교, 정치교생만이 120명 / 공산운동은 해삼위에」)

  모처 정보에 의하면 최근 중국 각지와 만주 방면에 산재한 민족주의 계통의 중심세력과 공산주의 계통의 중심세력은 종전보다 그 동향이 달라졌다 한다.
  즉 종래에 상해 방면에 중심세력을 두고 있는 민족주의 세력은 상해 사변 이후 남경으로 옮겨 군관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바 군관학교 정규반만이 같은 군관학교의 일부인 과에만 80여 명이나 재학 중이요 이외에도 이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그 수효가 적지 않다 한다.
  이들은 모두 김원봉과 이청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다.
  즉 의열단 수령 김원봉이가 그들 학생의 수용 여부와 지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다액의 운동자금을 중국 모 방면에서 받고 있는 형적이 농후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조선 민족운동의 근거지가 남경으로 변하였으며 그들에게 양성되어 나오는 운동자들의 금후 행동은 중대시되고 있다 한다.
  공산주의 계통은 그 중심인물들이 최근에 이르러서는 그 대부분이 노령(露領) 방면으로 넘어가 있고 간간히 연락키 위하여 중국 각지로 넘나들고  있는 형편이요 중국 측에서도 공산당에 대하여는 엄중한 경계를 하는 까닭에 집약적으로 모여 무슨 운동을 일으키는 등의 일은 중국 안에서는 없을 것이라 한다.
  그 다음 만주 방면으로 본다 하면 통변도(通邊道) 방면에 근거를 둔 민족주의 계통의 인물들이 있어 간간히 어떠한 계획을 하는 가운데 있으며 공산주의 계통은 간도 연길현 방면에 근거를 두고 종종의 획책을 하고 있어 물정이 소연하다고 한다.

이 기사는 중국 등 국외에서 활동 중인 조선독립운동세력(민족주의운동도 같은 목표로 활동했음)의 동향을 마치 남의 일처럼 다루고 있다. 당시 동아일보에서는 ‘민족독립, 또는 독립운동’같은 것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을 조선 내 치안을 어지럽히는 불순세력으로 보는 경영진과 편집간부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1935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동아일보의 사설이나 기사에서 일제의 기휘(忌諱)를 건드리는 글을 발견하기 어렵게 되는데, 그 결과 과거처럼 압수당하거나 지면이 삭제되는 일이 없게 된다. 즉 ‘본보 압수’라는 사고(社告)가 보이지 않는다. 창간 이후 1934년까지는 걸핏하면 총독부 학무국의 검열에 걸려 신문 전체가 압수당하거나, 기사나 사설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삭제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한때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압수 장사’를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압수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던 날에는 신문 가판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두 경쟁지는 일부러 ‘압수 당할만한 기사’를 실어 검열에 걸리게 유도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1935년부터 동아일보가 압수나 기사 삭제 조처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총독부 당국의 입맛에 맞는 신문을 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동아일보는 이때부터 1940년 폐간될 때까지 노골적인 친일언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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