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9월 18일 일본군이 만주 침략을 시작했다. 일제는 그것을 ‘만주 사변’이라고 불렀다.

  일본 군부와 우익은 일찍부터 만주의 이권을 차지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위해 일본 관동군 참모 이타가키 세이시로[板垣征四郞], 이시하라 간지[石原莞爾] 등이 앞장서 만주 침략 계획을 모의했다.
  이들은 류탸오거우에서 스스로 만철 선로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 측 소행으로 몰아, 만철 연선에서 북만주로 일거에 군사행동을 개시했다.
  관동군은 세계 공황으로 열강의 간섭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장쉐량[張學良]이 베이징에, 또 봉천 군벌의 주력이 장성선(長城線) 이남에 집결해 잔류 수비대가 동삼성에 분산되었던 ‘절호의 기회’를 포착해, 1931년 9월 18일부터 ‘만주 점령 작전’에 들어갔다.
  관동군은 5일 만에 랴오둥[遼東]·지린[吉林] 성의 거의 전 지역을 장악하고, 이 지역 군벌들에 압력을 가해 두 성의 독립을 선언하게 했다. 이어 11월에는 소·만 국경을 이루는 동북3성 전역을 장악했고, 1932년 1월 장쉐량의 반만항일(反滿抗日) 거점인 진저우를 점령하고 3월 1일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웠다. 국제연맹은 중국 측의 제소에 따라 리턴 조사단을 파견하고 조사보고서를 채택한 뒤 일본군은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러허성[熱河省]마저 점령한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1933년 3월 국제연맹을 탈퇴했다. 만주 침략으로 세력을 강화한 일본 군부와 우익은 정국을 장악하고 일본을 파시즘 체제로 전환시키는 한편 1937년에는 중일전쟁, 1941년에는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네이버 지식백과>와 <한국근현대사사전>, 가람기획, 2005 참조).

역사적 사실이 이런데도 ‘민족의 표현기관’이라는 동아일보는 전쟁의 진상을 왜곡 확대하여 혹세무민하는 조선어신문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독자들을 현혹하여 전쟁 이재민 돕기라는 일제의 ‘홍보정책술’ 전파에 나섰다.. 당시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동아일보의 사기극에 놀아났는지는 그 진상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만주 동포를 돕자는 동아일보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하고 금품을 출연하는 이들이 많았다. 동아일보는 이런 희대의 사기극에 대해 그 이후 전혀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았다.

1931년 11월 15일자 동아일보 1면에는 「시국 문제로 일본신문협회 성명」이라는 기사가 올랐다.

  만몽(滿蒙)문제를 중심으로 국제간 논의가 비연(沸然)함에 감(鑑)하여 일본신문협회는 11월 6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그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일본신문협회는 일절의 정당 정파를 초월한 일본의 언론기관의 공공단체로서 이에 국가의 사활 문제에 관하여 그 소견을 개진할 의무가 있다.
  일본제국은 (···) 일본 대중정책(對中政策)이 타협과 교양(交讓)과를 지(旨)로 하여 국민의 다수는 왕왕 남의 폭만(暴慢), 모욕을 보고 있으나 아직 선린의 의를 상치 않기를 희망하고 소위 그들의 국민적 정신에 영합하여 때로는 열국의 경이(驚異)를 불고하고 솔선 관세자 주권의 인식을 양언(颺言)함과 같은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일본의 호의를 남용하여 만몽에 있어서는 일본 조약상의 권익을 무시하고 이를 유린하여 일본 동포를 압박할 뿐 아니라 그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더욱이 중국 전토에 걸쳐서는 배일(排日)교육을 보급시키고 배일본, 배일화(日貨)는 거의 일상의 연중행사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횡포의 극한 바가 저간의 만주사변이다.
대체 남만(南滿)철도는 세계의 중요한 대간선(大幹線)으로 만국의 사람, 누구나 이를 이용한다. 그러나 지나인(일본이 중국인을 일컫는 말-인용자)은 무고(無故)히 이를 파괴하려 한다. 이 일사(一事)에 징(徵)하여도 지나의 비인도적 행동은 국제정의의 용인키 어려운 바다. 하물며 그들의 배일(排日)은 일전(一轉)하여 배외(排外)가 되고 나아가 세계를 적으로 함에 될 것은 불을 보는 것보다도 명백하지 않은가.
  이 같은 지나의 날조적 악업(惡業)과 적극적 횡포는 드디어 은인자중하는 우리나라로 하여금 자위권을 행사하게 하였다. 즉 현시의 출병정태(出兵情態)는 일본이 만몽의 권익을 자위로 하는 최소한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상(事相)을 불량(不諒)하고 한갓 지나인의 공언(空言)을 믿고 우리를 향하여 철병을 강요하는 조처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공(公)을 병(秉)할 국제연맹이 감행함은 이 국제연맹 스스로 국제정의를 파괴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만약 지나인의 공언으로 믿을 가치가 있으면 오늘까지의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능언(能言)하나 능행(能行)치 못한다. 그들은 과연 조약의 각수(恪守)를 유일의 요건으로 하는 국제연맹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가가 문제다. 그러나 그 지나인의 공언을 순(盾)으로 우리를 향하여 간섭을 시(試)하려 함은 과연 무슨 뜻이냐. 일본은 만몽에서 영토적 야심도 없고 또 배타적 농단심(壟斷心)도 없다. 단 10만인의 피와 20억 원이 걸린 자본과는 조약의 명문에 훌륭히 이서(裏書)된 우리 권익의 보장이다. 최근 20여 년, 남만주에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고 부서(富庶) 은성(殷盛)의 신천지를 개척한 다수의 지나인과 열국민(列國民)으로 그 경(慶)에 뢰(賴)케 한 것은 억수역호(抑誰力乎), 우리 남만에서의 행동은 부전조약(不戰條約)이나 9국(國)조약의 간섭할 범위가 아니다. 이는 간단히 일본의 자위권 행사에 관한 것으로 그 자위권의 행사 여부는 일본제국의 사활 문제다. 항상 평화적이요 국제정의 염(念)에 불타는 일본 국민은 그 국운을 걸어도 이 사활 문제에는 건진(騫進)하여야 된다. 우리는 평화를 희망하나 평화의 기초는 국제정의상에 조치(措置) 확신한다.

동아일보는 일제가 일으킨 만주 침략전쟁의 실상을 왜곡해서 조선 민심을 선동한데 이어, 일본신문협회의 성명을 빌미로  일본이 국제연맹을 탈퇴하는 조처를 취한 것을 합리화하는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 이 기사 한 건만 보아도 동아일보가 자칭 ‘민족지’였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임이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12월 6일자에 「의복 만 벌을 보내면서」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이천만 동포들의 지성의 결정으로 본사에 들어온 의복이 만 벌이 넘었습니다. 본사에서는 어제 이 옷을 남만주 각지에 있는 동포들에게 하루라도 바삐 나누어드리기 위하여 무순, 사평가, 철령, 정가둔, 할빈, 영구, 공주령, 장춘, 개원, 봉천의 열 군데로 발송했습니다. 만주에는 방금 영하 40도라는 혹독한 추위 밑에서 간신히 실 같은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동포들이 위에서 말한 여러 군데로 모여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천만 동포들의 부탁으로 보내는 이 옷의 가지가지가 그들의 몸을 따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뜨거운 열정의 결정체는 그들의 마음까지라도 녹여줄 것을 의심하지 아니 합니다. (·····)
  의복 만 가지 외에 또 현금으로 오늘까지 들어온 것이 만 원을 넘었습니다. 의복이나 현금을 물론하고 한 벌 두 벌씩 모은 것, 한 푼 두 푼씩 모은 것이 이만한 수효에 달한 것은 순전히 끓는 사랑의 발로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부자의 손에서 한꺼번에 나온 것보다도 없는 사람의 손으로 푼푼이 모인 것이 귀한 것을 깨닫습니다. (···)
  최후로 다시 부탁하는 것은 이 정성의 뭉치를 보내는 우리들이나 이것을 받는 여러분들이나 다 같이 그 정성의 뜻을 깊이 생각하고 깊이 연구하여 그 참뜻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단히 불운한 시국에 처하여 조선 사람으로서의 명확한 인식과 각오를 가지고 그 갈 길을 바로 찾고 바로 걸어가기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것이 깨달음을 가져오고 깨달음이 힘을 나게 합니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당하여 쓸데없이 한탄만 하지 말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단련하는 큰 교훈을 삼을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이때쯤이면 ‘만주 사변’이 일제의 조작에 의한 전쟁의 시작이었음을 알았을 만도 한데 여전히 사실 왜곡에 대한 사과나 변명 한 마디가 없다. 그리고는 “대단히 불운한 시국에 처하여 조선 사람으로서의 명확한 인식과 각오를 가지고”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이 글에는 보이지 않지만 “조선은 아직 독립할 능력이 없으니 장차 힘을 길러 독립을 이루자”는 사주 김성수의 ‘철학’이 담긴 듯하다.

‘이봉창의 의거’를 ‘대불경 사건’으로 보도

동아일보 1932년 1월 10일자 2면 머리에는 「“대불경(大不敬) 사건 돌발 / 어로부(御鹵簿)에 폭탄 투척」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전통 동경 전보] 내무성 발표-천황폐하께옵서 육군관병식 행행으로부터 환행하시는 어도차에 노부(鹵簿)가 앵전문(櫻田門) 앞에 이르렀을 때에 어경위(御警衛)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개요는 다음과 같다.
  8일 오전 11시 44분경 노부가 국정구(麴町區) 앵정정(櫻井町) 경시청사 앞에 이르렀을 적에 봉배자 선내로부터 돌연 노부 제2양채의 궁내대신 승용의 마차에-어료차(御料車) 전방 약 18 간에 수류탄과 같은 물건을 던진 자가 있어서 궁내대신 마차의 좌후부 차륜 부근에 떨어져 차체 바닥에 엄지손가락만한 손상 두셋을 나게 하였으나 어료차 기타에 이상이 없이 오전 11시 50분에 무사히 궁성에 환행하셨다.
  범인은 경시청 경시 석삼훈부, 순사 본전항길, 산하정평과 헌병 상등병 천합, 헌병군조 내전 등이 체포하여 경시청에 인치, 방금 취조 중이다. 그 성명 연령은 아래와 같다. 조선 경성생 이봉창(32)(일명 조산창일)
  불경 사건 범인 신원에 대하여
  [경무국의 발표내용]
  일 오전 11시 5분 경무국 발표에 의하면 어제 8일 동경에서 일어난 불경사건의 범인 이봉창(32)에 대한 신원은 지금까지 판명된 것이 다음과 같다 한다.
  범인은 명치 34년 8월 10일 경성부 원정(元町) 2정목 출생이다.
  그는 17세 때에 철도국에 고용이 되어 임시인부로부터 역부(驛夫)가 되었다.
  그러나 대정 13년 4월에 표면 병을 이유로 사직하고 동년 연말경 일본에 건너갔다. 이래 그는 편지도 없었음으로 소식이 불명하였다.
  그의 부모는 이미 사망하고 형 이범태는 약 10년 전에 처와 장녀를 남겨 두고 함북 청진에 이거하였다.

동아일보는 사건 당시 어느 신문도 쓰지 않았던 ‘대불경(大不敬)’이란 표현을 ‘대담하게’ 썼다. ‘대불경’은 일본제국 아래서 신민이 일왕에 대하여 쓸 수 있는 극존칭에 해당되는 표현이라 할 것이다. 동아일보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동아일보와는 경쟁관계이던 조선일보는 같은 날 보도에서 내무성 발표를 그대로 썼을 뿐이고, ‘대불경’은 말 할 것도 없고 ‘불경’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 경무국 발표에 관해서도 ‘불경’이라고만 표현하였을 뿐 ‘대불경’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다음백과사전>의 ‘이봉창’ 항목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본관은 전주. 아버지는 진규(鎭奎)이다. 용산 문창보통학교(지금의 효창초등학교)를 마친 뒤, 가정형편상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1915년 일본인 상점 점원으로 취직했다. 1918년 용산철도국 소속의 만선철도(滿鮮鐵道) 기차운전견습생으로 근무했다. 1919년 3·1 운동을 목격하면서 강렬한 민족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독립운동에 헌신할 것을 스스로 서약했다. 1924년 11월 자기 희생을 통해 민족과 국가의 독립을 성취시키겠다고 각오하고 적을 알기 위해서는 적지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형 범태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사카에서 철공소 직공으로 일하다가 일본인의 양자가 되어 기노시타 쇼조(木下昌藏)로 이름을 바꾼 뒤, 도쿄·나고야·요코하마 등지를 전전하면서 일본어를 익히고 상점 점원, 철공소 직공, 잡역부, 일용살이 등을 하며 국내외 정세를 관찰하고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가난과 병고 속에서 동지도 없이 혼자의 힘으로 대사를 도모한다는 것이 역부족임을 느끼고, 6~7년 간에 걸친 일본에서의 긴 방황을 끝내고 독립운동가들의 집결지인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로 가서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헌신하기로 결단을 내린 그는 1931년 1월 상하이로 건너갔다.
  상하이에 도착한 즉시 상하이 한인거류민단을 찾아가서 독립운동에 몸을 바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민단 간부들은 일본말과 한국말을 섞어 쓰고 임시정부를 가정부(假政府)라고 일본식으로 부르는 등 그의 언행이 남다른데 대해 의심을 품고 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구의 주선으로 한인애국단에 가입한 뒤 일본 왕의 암살을 자원하여 1년 이내에 이를 실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장 거사자금이 없었으므로 상하이의 일본인 인쇄소와 악기점 등에서 일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재미동포로부터 자금이 도착한 데 이어 상해병공창(上海兵工廠)의 주임으로 있던 중국군 대령 김홍일)과 중국인 류즈[劉峙]로부터 수류탄 2개를 입수함으로써 거사 준비가 마무리되자, 1931년 12월 13일 안공근의 집에서 두 손에 수류탄을 들고 일본왕 히로히토를 처단할 것을 선서했다. 수류탄과 거사자금 300원을 지니고 일본으로 떠나 이튿날 고베에 입항한 그는 오사카로 옮겨 21일까지 머물다가 22일 밤 도쿄에 도착했다. 일본 왕 히로히토가 만주국 괴뢰황제 푸이[溥儀]와 도쿄 교외 요요키 연병장에서 관병식을 거행한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기사를 확인하고 상하이의 김구에게 관병식을 기회로 거사를 결행한다는 뜻을 알리는 암호전문을 타전했으며, 요요키 연병장에서 거행된 예행연습을 미리 둘러보았다. 1932년 1월 8일 도쿄 고지마치 구[麴町區] 밖 사쿠라다몬[桜田門] 앞에서 시민을 가장하여 기다리던 그는 오후 2시에 관병식을 마친 후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일왕의 행렬이 나타나자, 군중 속에서 달려 나와 히로히토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그러나 일왕이 탄 마차를 정확히 식별하지 못한데다가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기수와 근위병에게 부상을 입혔을 뿐 일왕을 명중시키지는 못했다. 그 자리에서 품안에 있던 태극기를 꺼내 “대한독립 만세”를 3번 부른 뒤 체포되었다. 이봉창은 일본 경찰의 심문에 일체 불응한 가운데 예심조차 거치지 않고 진행된 그해 10월의 비공개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0월 10일 이치가야[市谷]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한인애국단의 첫 번째 거사였던 이봉창의 의거는 예상 밖의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의 각 신문들은 한국인의 애국적 기개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대서특필했으며, 이에 격분한 일본 당국은 군경을 동원하여 중국 신문사를 습격했다. 또한 이 의거는 당시 침체 상태에 빠져 있던 임시정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임시정부와 중국 정부의 항일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해주었다. 일본은 이 의거의 영향으로 한층 거세진 중국의 항일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니치렌종[一蓮宗] 승려 살해 사건을 빌미로 상하이 사변을 일으켰다. 1962년 이봉창 의사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다.

1932년 1월 18일자 동아일보 1면에는 「불경 사건으로 요구서를 제출, 상촌 영사가 진 씨에게」라는 기사가 실렸다.

  [상해15일 발 전통] 민국 각지의 국민당 기관지의 불경 기사 게재 사건에 대하여 일본공사관은 중광 공사의 명의로써 아래와 같은 요구서를 내일 상촌 남경 영사를 통하여 진우인 씨에게 제출할 터이다.
  불경 기사 게재 사건은 국제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황실 및 국민에의 중대 모욕으로 귀국 정부의 취체 불철저에 기인한다. 이들 신문은 모두 국민당 기관지임에 비추어 그 정상이 일층 중대하다. 그러므로 귀국 정부의 심심한 반성을 구하는 동시에 귀국 관헌이 해당 지역에서 일본이 요구하는 해결조건을 성의로써 승낙하도록 명하고 또 장래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확실한 길을 강구하여 동시에 일반적 배일 언동을 엄중 취체하기를 요구한다.

이봉창의 의거가 발생하자 중국 언론은 당시의 불편한 중·일 관계로 보아 기다리던 단비를 만난 듯 신나게 그 사건을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이런 사실을 보도한 것은 중국 사정을 알리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이봉창의 의거를 ‘불경’으로 판단에 따른 것으로 친일언론임을 자백한 셈이다.

1932년 2월 3일자 2면에 나온 기사(「모종 사명 띠고 김조이 잡입? / 경찰은 그 종적을 엄탐 중 / 시골부인으로 변장」)는 독립운동가들의 동태를 동아일보가 누설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얼마 전에 모종의 중대 사명을 띠고 조선 안으로 들어온 묘령의 여성이 있다 하여 경향의 경찰들은 눈에 불을 켜고 그의 행방을 엄탐 중이라 한다.
동 묘령의 여성은 경남 창원 출생으로 일찍이 상경하여 동덕여학교를 다니다가 사회활동에 투신하여 경성여자청년회와 기타 사상단체에 관계하고 제1차 공산당 사건 관계자 조봉암과 결혼한 후 상해 방면으로 망명하였던 김조이라는 30 전후의 여성이라 한다.
  그는 해외로 망명한 후 이리저리 다니면서 공산운동을 하다가 수년 전에 노동로서아 모스크바대학도 졸업하였다 하며 최근 모처에서 그의 동지들이 밀의를 하고 보통 향촌부인 모양으로 변장을 하고 침입한 것이라 전한다.
  이 까닭에 경찰 측에서는 동 여성을 붙들기만 하면 의외의 모종 중대 사건이 발각되리라 하여 기어코 검거코자 활동 중이라 한다.

당시 조선어 신문들은 국내에서 잠행 중인 독립운동가들의 동향에 관하여 가끔 보도를 함으로써 일제 경찰에게 편의를 제공한 결과를 빚어내기도 했다. 신문사가 경찰과 야합하여 그런 보도를 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경찰이 이런 보도를 참고로 삼아 체포 활동을 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신문을 본 친지들은 내막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문사를 찾아가서 그들의 행방을 묻거나,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을 것이다. 일제가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는 인사들에게 조선어신문 발행을 허가한 이유 가운데는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정보 수집’이라는 목적도 있었다고 추측할 수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조봉암은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이후 이승만의 정적이된 바로 그 사람이다. <조봉암 평전(이원규, 한길사)>에 부인 김조이와 관련된 애절한 사연이 나온다.

  조봉암의 첫사랑이자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었던 김이옥의 이야기는 독립운동가로서 식민지를 살았던 이들의 가슴 아픈 초상이다. 김이옥은 강화 대부호의 딸로 경성여고보와 이화학당을 다녔으며 조봉암과 함께 강화도 3·1 만세운동에 뛰어들었다.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으나 폐결핵에 걸린 절망적인 상태에서 상하이까지 조봉암을 찾아와 동거했다. 조봉암에게는 정치적 동지로서의 아내 김조이가 있었으나, 김이옥과의 질긴 사랑을 뿌리치지 못했다.
  김이옥은 상하이에서 딸을 낳아 기르다 조봉암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신의주형무소에 복역하자, 딸을 데리고 고향 강화의 친정으로 돌아왔다가 폐결핵이 악화되어 죽었다. 김이옥을 받아들인 일은 두고두고 조봉암의 정치적 발목을 잡았다. 정치적으로 냉혈하지 못하고, 인정 많고 다감했던 조봉암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그밖에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상하이에서 행방불명된 아우 조용암, 일본 유학 시절에 처음 만나 그를 현실 참여와 공산주의로 인도한 동지 김찬, 창랑 장택상과의 좌·우를 뛰어넘은 우정 등, 죽산(조봉암)에 관한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대통령 이승만이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도망치고 있을 때, 국회부의장 조봉암은 국회 문서를 챙기고 국가 변란을 수습하느라 정작 자기 가족을 보살피지 못했다. 허겁지겁 쫓아가 임시수도를 꾸리는 조봉암에게 이승만이 “인민위원장이 되었다더니…”라며 오해의 눈길을 보내는 동안, 조봉암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내 김조이와 처남 김송학이 무참히 납북되는 아픔을 겪었다.

일제의 ‘애국기 헌납 운동’을 광고해준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1932년 2월 22일자 3면에 「애국기(愛國機) 조선호(朝鮮號) 헌납에 관한 건」이라는 돌출광고를 내보냈다.

  근래 조선 각지에서 비행기 헌납의 의론이 대두하는 것은 국민 일반의 애국심의 발로이므로 국가를 위하여 진실로 경하함을 마지아니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군용비행기는 가장 저렴한 것도 1기에 67만 원 가량이요 우수기(優秀機)는 13만 원 이상 20만 원에 미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유력한 단체 또는 부호의 힘이 아니면 독력(獨力)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애국의 열성에 타는 인사가 조선군사령부 애국부(愛國部)에 대하여 편달하시는 의미로 문의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금반에 애국부에서는 각위(各位)의 열성에 의한 의금(義金)의 기탁을 취급하여 애국기 조선호 헌납의 실현을 계획하여 열렬한 각위의 성의에 부(副)하고자 노력합니다. 제위는 이 뜻을 참작하시고 여러 가지로 많이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계획은 조선 내 각 지방에서 성행하는 지방적 애국기 헌납의 의거 이외의 각위의 열망을 취급하자는 것이오나 만일 각 지방에서 계획 중인 헌납의 의거를 본 계획에 합류코자 하시면 즐거이 취급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헌납할 조선호는 형편에 따라 완전한 비행기가 되지 못하고 그 일부분을 헌납할 경우도 있을 것이오나 이 모든 것은 의금액 다과에 달린 것이오니 이 점은 애국부에 일임하시기 바랍니다.
  - 조선군사령부 애국부장 조선군 참모장 육군소장 아옥우웅

  추(追 : 의금은 용산군사령부 내 애국부 완(宛)으로 “애국기 조선호 헌납을 위하여”라고 주기(註記)하시고 (···)

이 무렵은 일제가 ‘상해 사변’을 일으킨 뒤 20여 일이 지나면서 일본군과 중국군 양쪽에서 수십만의 사상자를 내던 시기였다. 국제연합은 긴급총회를 소집해서 휴전을 시도했지만 일제는 온갖 핑계를 대고 불응했다. 신문 광고는 광고주가 돈을 내고 광고면을 사는 거래행위이다. ‘광고’라고 명시한 것을 보면 동아일보가 자발적으로 실은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제 군부가 조선 내의 친일단체나 친일부호를 선동하여 비행기 헌납운동을 벌이고 있는 줄 알면서 광고지면을 허용한 것은 이 운동에 적극 협조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다.

‘윤봉길의 의거’에 관한 동아일보의 보도

동아일보는 1932년 5월 1일자부터 ‘난데없는’ 기사들을 잇달아 내보내기 시작했다. 먼저 그 날짜 3면에 나온 「수류탄 사건의 파동 / 정치적 색채 판명까지 정전교섭 무기 연기 / 관계 각 방면에 통고」부터 보기로 하자.

  [상해 연합] 일·중 정전교섭은 일본 대표자 재위(災危)와 또 범인 배후의 정치적 색채 판명까지는 일본 태도를 결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무기 연기로 결정하고 그 뜻을 관계각국에 통고하였다.
  [동경 30일 발 전통] 백천 대장과 식전 중장의 부상은 중상 정도가 아니므로 육군최고사령부에서는 군 사령관 사단장의 경질은 불행(不行)할 방침이다.
  [제네바 29일 발 전통] 상해에서의 폭탄 사건으로 중광 공사 이하 일본관 헌 수뇌부가 부상하였다는 보(報)는 연맹 측에 경악과 곤혹을 야기하여 정전회의는 부득이 연기하게 될 모양이다. 사건의 원인에 대하여는 일본군의 점령지역이며 뿐만 아니라 범인이 조선인이었음은 일본으로서 민국(民國) 당국에 책임을 부(負)케 함은 곤란하리라고 연맹에서는 언명하며 민국대표 부도 연맹의 의견에 추수(追隨)하고 있다. 일본대표부는 사건의 내용을 연맹에 통고하는 동시 정전회의의 조인은 연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성명하였다.

같은 날짜 2면 머리에는 「미, 노, 조선, 중국 등 각국 인사 10수명 취조 / 헌병본부에서 계속 검거 중 / 상해 수류탄 사건 속보」가 올랐다.

  [상해 29일 발 연합] 당일 신공원 축하식장의 경계는 헌병대장 적근 중좌 이하 간뢰 제1분대장, 중촌 치중병 소좌 등인데 적근 중좌는 “책임은 전혀 자기에게 있어 깊이 결정한 바 있다”고 묵묵히 일체를 말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과 동시에 헌병대본부는 신공원 앞에 제1분대로 옮기고 용의자는 속속 체포되어 목하 외국인 여자 1명, 노서아, 미국인 등 각 1명과 조선인, 중국인 10수 명이 취조를 받고 있다.

이 기사는 1932년 4월 29일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어난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다룬 것이다. 제1보라서 그런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백천 대장은 중상이 아니라고 보도되었으나 그는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일에 윤봉길 의사가 의거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일부러 알리려 하지 않은 것인지 윤 의사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윤 의사는 도시락 모양의 폭탄을 던진 다음 태극기를 꺼내 “대한 독립 만세”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따라서 윤 의사의 폭탄 투척 행위는 처음부터 테러가 아닌 의거임이 분명하고 신원도 즉석에서 밝혀졌을 터인데도 공개되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근현대사전>에는 그 사건의 경위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상해 홍구공원 폭탄투척사건-1932년 4월, 한인애국단원 윤봉길이 상해(上海) 홍구(虹口, 홍코우)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축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진 일. 윤봉길(1908~1932)은 충남 예산 사람으로 어려서 한문을 배웠고 19살 때 마을에 야학을 세웠으며, 22살 때 월진회(月進會)를 조직, 청소년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30년 2월 중국 상해로 건너가 한인애국단에 가입, 김구의 지도를 받아 32년 4월 29일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天長節) 및 상해 사변 전승기념식이 열리는 홍구공원에 들어가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해파견군 사령관 시라카와(白川義則), 일본 거류민단장 가와바타(河端) 등을 즉사시키고, 일본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野村吉三郞), 제9사단장 우에다(植田謙吉), 주중일본공사 시게미쓰(重光葵) 등에게 중상을 입혔다. 윤봉길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오사카(大板)로 이송,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이봉창 의사 재판에 관한 보도

1932년 9월 12일자 동아일보 2면 머리에는 「금년 1월 8일 돌발한 앵전문외 대역 사건 범인은 경성 출생 이봉창 / 16일 대심원에서 공판」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금년 1월 8일 오전 11시 44분 천황 폐하께옵서 관병식에 행행하셨다가 환어하시는 길에 노부가 앵전문 부근에 이르렀을 때 노부에 향하여 폭발탄을 투척한 대불경 사건은 그간 범인 이봉창(32)을 동경지방재판소 궁성 검사장 이하가 취조하고 대역죄로 대심원에 대하여 예심을 청구하여 이래 동 경지방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더니 7월 하순 예심을 종결하고 대심원에 회부하여 동 법원형사부 제4부 도전 재판장을 주심으로 하는 특별재판소에서 예심 기록을 기초로 심리한 결과 8월 상순 그 사건을 공판에 부친다는 결정을 내려 일건기록은 화인(和仁) 대심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특별재판부에 넘어갔다. 화인 재판장은 임(林) 검사총장 이하 관계당국과 연락한 결과 오는 16일 오전 9시 대심원 형사 제1호 대법정에서 대역죄의 공판을 개정하기로 결정하였다.
  특별변호인은 제택(鵜澤) 박사, 산구정창 두 사람이 관선으로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9월 9일 오전 10시에 준비공판 수속이 동경지방재판소에서 비공개리에 개정되었다. 
  [동경 전보] 범인 이봉창에 관한 취조는 동경검사국에서 현행범으로 범행 직후에 구류하고 궁성검사정의 명령에 의하여 붕정 차석검사와 구산, 선진 두 부장이 맡아 취조하였는데 붕정 차석검사의 취조에 대하여는 최초 다소 흥분된 빛을 띠었었으나 검사의 냉정한 태도에 좀 안도한 듯이 의외로 간단히 자백하고 사상범이 가지기 쉬운 오만한 태도는 없었다고 한다.
  검사의 취조는 이와 같이 비교적 용이하게 진행되어 힘 안 들게 검찰조서를 만들어 기소장과 예심청구서를 첨부하여 예심에 보냈다.
  예심정에서도 쉽사리 진행되어 종결을 보게 되었는데, 예심담임판사 추산 판사는 그 후 대분재판소장으로 영전되었다.
  범인은 이봉창 일인으로 공범 등 연루는 없다.
공판일은 좌익분자를 경계하기 위하여 경시청에서 수백 명의 경관을 동원하여 대심원 내외를 엄중 경계하게 되었다.
  재판은 상소를 허하지 않는 규정이므로 1심으로 한정될 터이며 공판은 공개하지 않을 터이라 한다.

10월 11일자 2면에는 「이봉창 사형 집행 / 금일 오전 9시 2분」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동경10일 발 전통] 대역범인 이봉창은 금 10일 오전 9시 2분 사형이 집행되었다.
  [동경 10일 발 전보 연합] 지난 30일 대심원 화인 재판장으로부터 사형판결을 받은 대역범인 이봉창의 사형은 10일 오전 9시 시곡(市谷)형무소에서 대심원 검사대리 붕정 동경지방재판소 차석검사, 좌등 동 형무소장, 이전 대심원 서기 입회 아래 집행되었다.

이 기사를 보면 일제가 이봉창의 의거를 무려 8개월이나 보도 통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여전히 이봉창 의사를 ‘대역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일제의 기관지로 변신하기 시작하다

동아일보는 1933년 1월 21일자 석간 1면에 「천안(川岸) 시종(侍從) 입경」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조선 국경경찰관 및 조선군 위문의 성지(聖旨)를 받들고 차견(差遣)된 천안 시종무관은 28일 오전 8시 50분 착 열차로 입경하여 조선신궁을 참배하고 여관인 비전옥(備前屋)에 들어가 소게(小憩)하고 오전 11시 5분 총독부에 도착, 제1회의실에서 전 조선경찰관에 대한 성지 및 영지(令旨)와 은사품을 전달하고 우원 총독이 어례언상(御禮言上)을 했다. 그 후 총독 응접실에서 지전 경무국장이 경찰관의 상황을 보고하고 11시 30분에 총독부를 떠나 창덕궁에 사후(伺候)하고 총독 관저를 방문하고 오후는 1시 15분부터 조선군사령부에 이르러 성지 및 하사품을 전달하고 22일 발 차로 청수 도서과장의 동도(同道)로 국경으로 떠난다.
우원 총독 군화(謹話)
  지금 천황 폐하 어차견(御差遣)의 시종무관 천안 각하로부터 국경 경비경찰관의 노고에 대하여 우악(優渥)한 성지 및 영지의 어전달(御傳達)을 받고 아울러 어하사품을 배수하였음은 진실로 감격하다.
  천안 각하는 대명에 의하여 혹한지절, 더욱 때때로 비적(匪賊)이 출몰하는 지역까지 계속 40여 일에 긍하여 조선군 모든 부대를 위문 또는 시찰하고 아울러 국경 근무 경찰관의 상황도 실시(實視)하여 국경 경비에 종사하는 이들 다수 경찰관리에 대하여도 성지 및 영지 그리고 어하사품을 전달하기로 되었으며 다시 황후 황태후 폐하께서도 이 혹한 시에 국경경비의 중책을 다하는 경찰관리의 신상을 깊이 생각하셔 방한용 어진면(御眞綿)을 어하사 하신다 하시니 우리들 국경경찰관은 거듭 광영에 감읍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선통치의 국(局)에 재(在)한 자는 성은의 광대무변함에 감격함과 동시에 자금(自今) 일층 국경경찰관을 독려하여 익익 분려(奮勵)노력, 그 임무를 다하게 하여 예려(叡慮) 아울러 어심(御心)을 안(安)케 함을 기(期)한다.

이 기사 안에는 1단 크기의 상자기사(「성지(聖旨) 및 영지(令旨)」)가 들어 있다.

  천황 폐하께서는 총독을 위시하여 경찰관이 벽추지(僻陬地)에서 곤란한 국경 경비에 복(服)하는 고로(苦勞)를 생각하셔서 이번 시종무관을 차견(差遣)하여 상황을 실시케 하노니 일층 자애하도록 전하라시는 분부가 계셨다.
  황후 폐하께옵서는 경찰관이 벽원지(僻遠地)에서 곤란한 근무에 복하는 고로(苦勞) 많음을 살피시고 지금 한기 엄한 때 일층 신체를 보중하라고 전달하라시는 영지가 계셨다.

이 기사는 일본왕의 천안 시종이 ‘28일’ 입경하였다고 썼는데 이는 ‘18일’의 착오로 보인다. 그가 18일 국경지방으로 떠난다고 쓴 것으로 보아 확실하다. 또 이 기사는 어려운 문체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일제 당국이 작성하여 신문사로 보낸 것을 글자 한 자 고치지 않고 전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 기사가 당국의 발표라는 것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음을 보면 동아일보가 일제의 기관지화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독립운동가 이청천 생사에 관한 널뛰기 보도

동아일보는 1933년 2월 1일자 2면 머리에 「정의부, 국민부서 활약하던 이청천(본명 지대영) 피살 판명 / 소부대 마적에게 습격당해 / 고령자 부근 여행 중에」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만주 사변 이전까지 북만(北滿)에 있어서 정의부(正義府) 신민부(新民府) 국민부(國民府) 등 00운동단체의 간부로 활동을 하다가 만주 사변 이후 00단체에 관계를 가지고 중동선(中東線) 남부선 이동 목란(木蘭)에 근거를 두고 만주국 길림군(吉林軍)에 대항하다가 다시 중림에 근거를 두고 쌍성(雙城)을 습격하여 반만주국(反滿洲國)행동을 하던 이청천(본명 지대영)은 얼마 전 종자(從者) 두 명과 같이 중동선 동부선 고령자역(驛) 동방에서 소부대 마적에게 습격을 받아 당장에서 살해된 것이 판명되었다고 한다.
이청천은 일찍이 일본 육군중위로 있다가 00운동에 뜻을 품고 대정 5년 가을에 그대로 만주에 건너가 조선00운동에 참가하여 각 단체의 군사부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00운동을 하다가 만주 사변 후 목란 랍림 등지에서 반만주국군과 조선00군을 지휘하여 일시 길림군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다가 최근 일만군(日滿軍)의 급격한 토벌을 받아 할 수 없이 우상(五常)에서 최후까지 가지고 있던 수병을 해산하고 동녕에 있는 왕덕림(王德臨)이 이미 노서아로 피신한 것을 알지 못하고 왕덕림을 찾아 단신 종자를 데리고 마차로 여행을 하다가 그와 같이 고령자역 동방에서 마적의 피습을 받아 금품 전부를 약탈당하고 종자와 같이 총살당하였다고 한다.

2월 10일자 석간 2면 머리에 실린 3단 기사(「사망설은 국민부 모책(謀策) / 이청천을 수령에 추대 / 모처에서 군자 공급 얻어 / 조선 내에 대원 파견?」는 위의 기사와는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르다.

현직 육군중위로 있다가 만주로 건너가 00운동의 수령이 된 이청천이 얼마 전 반만군 수령 왕덕림을 만나러 가다가 중동선 고령자역 부근에서 마적의 습격을 받아 사망하였다는 기사는 본보에 보도된 바이어니와 최근 경무국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이청천의 사망설은 그의 행동을 캄프라치(擬裝)하기 위한 헛 선전이라고 한다.
즉 그 정보에 의하면 최근 국민부는 3백여 명을 거느리고 그 수령 양서봉이 지휘하여 왔는데 북만 사변 기타 관계로 충분한 활동을 못하여 세력을 보존할 수 없으므로 당의를 열고 협의한 결과 참모장 이청천을 수령으로 추대하여 내용을 갱신하고 모처로부터 군자의 공급을 얻어 대관의 00관청의 00, 군자의 모집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조선 일본 만주의 3대로 대를 짜서 벌서 조선에 파견되는 선발대가 출발하였다고 한다.
이 정보에 의하여 경무국에서는 평북경찰서에 명령하여 국경 경비를 엄중히 하도록 명하였다.

동아일보는 이청천이 마적단에게 살해되었다고 보도했다가 열흘 만에 다시 ‘사망설’은 국민부의 음모라는 투로 정정기사를 쓴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출처가 불명이다. 송고 지역도 기자 이름도 없다. 일제 정보기관의 제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일 것이다. 그러다가 10일이 지나서는 이청천의 생존 사실을 다루고 있다. 이 기사를 게재한 동아일보는 조선독립운동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이청천의 생사 여보를 두고 그저 일제를 배신한 ‘일 육군 중위’의 죽음 정도로 당연시했던 것이다.

이청천의 본명은 지대형이다. “본관은 충주. 호는 백산(白山)이다. 일찍이 교동소학교를 졸업하고 배재학당을 거쳐 한국무관학교에 입학했다. 1908년 2월 정부 유학생으로 도쿄 육군중앙유년학교에 입학했다. 1913년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제14사단에 배속되어 중국 칭다오에서 독일군과 싸웠으며 중위로 진급했다.

1919년 4월 하순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교성대장(敎成隊長)이 되어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배운 군사기술과 칭다오에서 얻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군을 양성하는 데 전력했다. 1920년에는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의 교관이 되었다. 같은 해 10월 일본이 훈춘 사건을 빌미로 출병하여 만주지역의 독립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무차별 살육을 자행하자 서로군정서군 400여 명을 인솔하고 백두산 북록(北麓)의 제2군사기지로 대피했다. 이어 청산리 전투에 참여했던 홍범도의 대한독립군에 합류해 간도성 안도현의 밀림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모인 각 독립군 부대와 협의한 끝에 대한독립군단을 조직하고 여단장이 되었다. 대한독립군단은 일본군의 추격과 중국 당국의 간섭을 피하고 더욱 지속적으로 독립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1921년 러시아령 자유시(自由市) 달네레첸스크 일대로 이동했다. 이어 레닌 정권의 치타 지방정부와 공동작전 및 협조에 관한 협정을 맺고 치타 정부의 원조 하에 이르쿠츠크로 이동해 고려혁명군단을 조직하고 고려혁명군관학교를 설치했는데 이때 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그해 6월에 일어난 자유시 사변으로 포로가 되었다가 석방되어 만주로 돌아갔다.

그 뒤 독립운동세력의 통일을 위해 국민대표회의가 준비되자 김동삼·배천택 등과 함께 서간도 대표의 한 사람으로 참석해 군사위원에 선출되었다. 그러나 국민대표회의가 상해임시정부 문제를 둘러싸고 창조파와 개조파로 분열되어 결렬되자 다시 독립군 양성에 뜻을 두고 만주로 돌아갔다. 1924년 11월 남만주 일대의 독립단체를 통합해 정의부(正義府)가 조직되자 여기에 참가해 중앙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대일전을 수행하기 위해 의무 의용병을 징집·편성하여 상비군 8개 중대를 두고 총사령관이 되었다. 1927년 정의부·신민부(新民府)·참의부(參議府)가 민족유일당 조직운동을 전개했으나 각각 내부 분열을 일으켜 1928년 혁신의회와 국민부로 분립되자, 좌우 합작에 의한 민족유일당을 조직하고자 했던 혁신의회에 참여해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혁신의회의 활동이 실패로 끝난 뒤 1930년 7월에는 한국독립당의 창당에 참가해 그 산하 독립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독립군의 재정비와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1931년 만주 사변이 일어나자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운동단체의 행동 통일을 이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1932년 10월 상하이에서 대일전선통일동맹이 조직되었다. 1935년 7월에는 임시정부 고수파를 제외한 중국 본토지역의 주요 독립운동단체가 통합하여 조선민족혁명당을 조직했는데, 이때 김원봉·김두봉·김규식·윤기섭·조소앙·신익희 등과 함께 창당 작업에 참여하고 독립군 병사 훈련에 주력했다. 그러나 좌익 경력자들에 대한 김원봉의 유화포용책에 반발해 1937년 4월 탈당하고, 그해 5월 조선혁명당을 부활시켰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조중통일전선(朝中統一戰線)의 중요성이 제기됨으로써 중국 정부의 후원 하에 1940년 9월 광복군이 조직되자 총사령관이 되어 1945년 귀국할 때까지 항일투쟁을 계속했다.

1946년 4월 개인 자격으로 귀국한 뒤 광복군의 재건을 희망했으나 미군정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자 1947년 9월 26개 청년단체를 통합해 대동청년단을 조직했다. 이후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최고위원, 제헌국회의원, 제2대 국회의원, 무임소장관, 자유당 원내대표위원 등을 지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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