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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장주의’와 ‘미디어 악법’조선일보 대해부 5권 -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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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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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전임 대통령인 노무현과는 아주 다른 언론정책을 세웠다. 노무현이 보수언론과 대립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언론사들의 경영을 ‘자유방임’에 맡긴 것과는 달리 이명박은 기본적으로 공공영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시장경쟁을 최대한으로 키우는 ‘시장주의적 산업론’을 추진했다.


경쟁을 최대한으로 키우는 ‘시장주의적 산업론’

이명박 대통령후보 시절 언론 관련 조언을 했던 교수 박천일은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변화의 핵심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진입 규제 완화, 신문·방송 겸업 허용, 공정경쟁 보장 등 시장 원리에 입각한 규제 최소화와 자유화 정책 패러다임”이고, 이를 통해 “경쟁 지향적인 방송시장 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콘텐츠 산업과 기기산업 등 유관 산업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시장 변화를 초래”하려는 것이다.(김서중,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숨은 의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엮음,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2008, 278쪽)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시장주의적 산업론’은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해서 대자본 동원 능력을 가진 신문사와 통신사가 방송에 진출할 길을 열어주는 한편 공영방송인 KBS와 ‘준공영’인 MBC의 인사권을 장악하는 데 주된 목표를 두고 있었다.

시장주의적 산업론을 주도하는 것은 대통령 직속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8년 1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국회가 그 법안을 의결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29일 발족했다. 이명박은 3월 26일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최시중을 임명했다.

2008년 12월 3일, 한나라당은 “신문사가 방송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겸영(兼營)’을 뼈대로 한 7개 미디어 관련 법률개정안을 확정해서 발표했다.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길이 열리는 한편, 그동안 명예훼손, 저작권 시비 등 논란을 빚어온 인터넷 포털 뉴스 사업자에 대한 책임은 한층 강화된다. (···)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강력 발발하고 있어 연내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이번 개정안은 미디어 시장을 나누고 있는 ‘칸막이’를 없애 진입 제한을 완화하는 대신 공정 경쟁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사후 규제적 성격은 강화했다. 방송·통신의 융합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춘 것이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미디어 분야의 복잡한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규제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이나 통신사를 겸영할 수 없도록 한 신문법 조항을 폐지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삼성·LG 등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도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2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다.
  1980년 신군부 등장 후 도입된 ‘신문·방송 겸영금지’ 조항은 28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
  신문사의 방송 진입이 허용되면 방송 뉴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뉴스 취재에 경쟁력 있는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함으로써 방송사 간 경쟁이 활성화되고 뉴스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자본이 들어가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국내 방송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기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방송광고 개념에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를 추가했다(조선일보 12월 4일자 8면).

신문사가 방송사를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겸영의 합법화’는 조선·중앙·동아일보사를 비롯한 대형 회사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진보적 언론단체들은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개정안을 ‘미디어 악법’이라고 불렀다.

12월 3일 민주당은 “사회적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 과정이 없었다”면서 한나라당이 확정한 7개 언론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부터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신문·방송 겸영 문제 등은 우리 언론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한나라당이 관련법을 일방 제출하려는 것은 다수 힘만 믿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대기업과 신문 등이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PP(프로그램사업자) 지분을 소유하게 하는 조항이다. 전 의원은 “여론의 다양성 등 민주 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모욕죄 도입도 ‘절대 반대’ 입장이다. 최문순 의원은 “국민의 입과 귀를 막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자는 것으로, 세계가 웃을 희대의 악법을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의 경우 한나라당은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삭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자체가 위헌은 아니다”라며 “위헌 취지에 맞게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선에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지 지배주주의 신문 복수소유 금지 조항도 한나라당은 삭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허용하거나 규정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조선일보 12월 4일자 8면).

조선일보는 12월 4일자 8면 기사(「전문가들 “신문의 방송 진출, 여론 다양성 커질 것”」)를 통해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개정안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 산업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디어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1980년의 법 체계가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21세기 미디어 시장을 규율하는 것은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자본이 방송시장에 진출하면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비판하는데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업자는 강력한 사후 규제 장치를 통해 퇴출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자본이 공익적인지 아닌지를 미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론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윤 교수는 “여론을 실질적으로 독점해온 것은 기존 지상파 방송”이라며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함으로써 여론 다양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룡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은 신문·방송·통신 등 다른 매체 간의 수평 결합을 통해 복합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은 80년대 룰에 꽁꽁 묶여 정체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산업 간 ‘칸막이 식’ 규제가 일부나마 풀려 각 미디어 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12월 3일 한나라당 의원 나경원은 울산시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미디어법은 각종 규제를 풀어 업계의 돈을 끌어와 신성장 동력, 곧 ‘미래의 먹을거리’로 만드는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시장주의’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었다.

언론노조는 12월 26일 오전부터 ‘미디어 악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는 MBC, SBS, YTN, CBS, EBS 등 대부분의 방송사 노동자들이 참여했고, 일부 신문사들은 언론관련법 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면 파업’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12월 27일자 8면에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MBC와 SBS 노조가 주축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조합원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언론노조는 일부 중앙 일간지와 지방지, MBC, SBS 노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KBS 노조는 지난 8월 언론노조를 탈퇴했으며, 조선·동아·중앙일보 노조는 가입하지 않았다.
  이번 파업에 MBC는 노조원 2000여명(지방 계열사 포함)이 참여했다. 그러나 대체 인력이 투입돼 방송 차질은 없었다. (···)
  EBS 노조, CBS 노조, 한겨레 및 경향신문 노조도 이날 파업 집회에 참여했다. SBS 노조는 일부 앵커들이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10월 YTN의 ‘상복 방송’을 흉내낸 것으로, YTN은 당시 “시청자에게 사과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방송사 노조가 국회의 입법 활동에 대해 정치 투쟁을 벌이며 파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는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언론노조의 파업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파업이며,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실질적으로 ‘정부 대변인’ 구실을 하고 있던 신재민이 언론노조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으나 한겨레 12월 31일자 사설(「언론노동자 단결로 언론장악 음모 막아야」)은 정반대 논조를 펼쳤다.

  (···)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관련 7개 악법은, 정부가 재벌 및 족벌언론과 손잡고 여론을 장악·조작할 수 있게 하고 국민의 표현 자유를 침해하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한나라당과 족벌언론들이 거짓말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신문·방송 겸영을 세계적 추세라고 하거나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한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 루퍼트 머독 같은 언론재벌이 50여 나라에서 유수의 신문과 방송을 장악하면서 여론의 독과점이 심해져 언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또 대기업이 방송 등 언론을 소유함으로써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할 자본이 거꾸로 언론의 비판적 기능에 재갈을 물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각국이 신문과 방송 겸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안 국회 기습 상정

  2009년 2월 25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인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언론관련법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그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언론노조 위원장 최상재는 이렇게 경고했다. “한나라당이 기어이 사고를 쳤다. 문방위 위원장이 아직 의사봉을 두드리지 못했고 제대로 선언을 못해 무효라고 생각한다. 원천무효 상황에도 한나라당이 다시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면 즉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다.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을 확실하게 벌이자.”
  민주당 의원들이 미디어법안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상임위를 점거하고 있던 상태에서 2월 26일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가 그동안 잠정 중단하고  있던 파업을 재개했다.
  바로 그날 국회의장 김형오는 “경제 관련 법안들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대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언론관련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언론에 비쳤다(김종철, <폭력의 자유>, 시사IN북, 2013, 484쪽).

조선일보는 2월 26일자 3면에 언론관계법안 기습 상정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동정을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민주당은 문방위 사태가 벌어진 뒤 “한나라당이 한쪽으론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한쪽에선 날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밤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야당을 파트너로 보지 않고 사기의 대상으로 봤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2월 국회에선 미디어법을 상정 않기로 한 약속을 한나라당이 깼다”고 했다.
  25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참석자들 상당수가 2월 임시국회에서는 경제관련 법안들만 우선 처리하고, 미디어법안 등 쟁점 법안은 뒤로 미루자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에 소극적인 데다, 당내 분위기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의견들을 듣고 있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 핵심 지지층을 다 잃는다. 지리멸렬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단합하고 뭉쳐야 한다. 당 지도부에 일임하자.” 그는 특히 이번 임시국회 최대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안에 대해서도 “상정조차 반대하는 민주당이 협상에 응하겠느냐. 이번에 강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일부에서 나온, 경제관련 법안을 2월에 우선 처리하고, 미디어 관련 법안은 4월로 미루는 ‘분리처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
  이 같은 이 의원의 발언은 회의 분위기를 급반전시켰고, 참석자들은 미디어법안 상정 등을 ‘밀어붙이자’는 쪽으로 결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최근 비정규직 관련법안, 수도권 미분양 주택 양도세 면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만사형결(萬事兄結·형님이 말을 하면 논란이 종결된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형님의 힘’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조선일보는 2월 27일자 27면에 「민주당 국회 보이콧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돕는 행위」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한나라당이 25일 국회 문화방송위에서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22개 법안을 전격적으로 일괄 직권 상정하자 민주당은 국회 일정 전체를 거부하며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한 데 이어 한미 FTA를 다루는 외교통상통일위와 정보위의 회의 진행을 몸으로 막았다.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까지 등장했던 지난 연말의 난장판이 다시 눈에 어른거리게 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계적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디어 관련법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를 부추기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미디어관련법이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라며 이 법안들을 상임위에 안건으로 올려 토론하는 것조차 막아왔다. 민주당은 방송법이 통과될 경우 기득권이 침해될 것을 두려워하는 방송사 노조와 사실상 공동 전선을 짜고 있다. MBC 등 일부 방송 노조들은 2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 민주당의 등을 떠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해당 상임위에서 상정하는 것부터 막는 것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처사다. 국회는 안에서 각기 다른 의견을 토론하고 협상하고 반대하고 때로는 평화적 방법으로 회의를 지연시키더라도 최종적으론 투표로써 의사를 결정해야 존재할 수 있다. 국회 회의실을 점거해 토론 자체를 막는 것은 국회의 존립 근거를 부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으로 여당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권 상정을 요구할 명분을 주게 된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심하면 민주당이 ‘악법’으로 규정한 미디어법들은 상임위 심의·토론 없이 그대로 통과되게 된다. 민주당이 그걸 원치 않는다면 최소한 법안 상정과 토론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선 민주당이 가장 문제 삼는 대기업의 지상파·케이블 방송 지분 비율을 크게 축소하는 등 법안 주요 쟁점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회의장 점거에만 매달리면 미디어법을 고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한나라당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도와준 모양이 된다.

이 사설은 ‘교묘한 논리’로 민주당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심하면 민주당이 ‘악법’으로 규정한 미디어법들은 상임위 심의·토론 없이 그대로 통과되게” 되므로 상정과 토론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체질로 보아 민주당이 거기에 응해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은 명백한데도 조선일보는 민주당에게 ‘순응’을 권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월 4일자 27면에 「 국회, ‘사회 기구’에 결정 떠넘겨선 안 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여야는 2일 미디어관련법 처리방식에 대해 “방송법·신문법·IPTV법·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은 3월 초 국회 문화방송위에 자문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문방위에서 100일 간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이 합의에 나온 ‘사회적 논의기구’의 역할과 권한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방위원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자문기구는 자문만 하면 된다”고 한 반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논의기구에 힘이 실려야 하며 국회는 그 결과를 권위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단체에선 “이 기구가 사실상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 사회적 논의기구가 입법 주체일 수는 없다. 법안을 제출하고 심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들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이다. 이 기구에 사실상 의결권을 주자는 것이나, 합의한 내용을 국회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을 뺏거나 줄이자는 위헌적 주장이다. 일부 야당 의원이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스스로 ‘거수기’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3월 6일자 사설(「여야 합의 해놓고 계속 딴소리하는 민주당」)에서도 민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이 5일 소속 국회의원 83명의 이름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국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하수인처럼 국회를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부 수장을, 국회 내에 설치된 윤리위에 제소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
  민주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미디어법 타결 직전 “한나라당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으니 야당이 그 정도는 합의해 줄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한 것도 비판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1월과 2월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을 때는 손뼉을 치더니, 박 전 대표가 이번엔 야당의 양보를 주문하자 “위선적인 껍데기가 벗겨졌다”고 했다. 한나라당 내 비주류이지만 박 전 대표는 엄연한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런 박 전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다 그게 안 되자 독설을 퍼붓는 민주당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국회 문화방송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이 국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언론 악법 저지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국민 여론은 (사회 공론조사 같은) 과학적 여론조사로 측정돼야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대로 법을 만든다면 국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사안마다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법 조문으로 만드는 기능인만 있으면 된다. 여론조사는 여야 합의에도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10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의석 수도 한나 라당의 절반 못 미치게 줄더니 거기 맞춰 정치적 도량과 생각의 폭도 줄어든 모양이다. 이렇게 옹색한 정치로는 거대 여당에 맞서는 대안 야당이 되기 어렵다.


  한국 헌정사의 오점 ‘미디어 악법’ 날치기

진보적 언론과 언론노조가 한나라당의 ‘미디어 악법’ 강행 처리를 강력히 반대한 반면, 보수언론과 기득권세력은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대표 박희태와 민주당 대표 정세균은 3월 2일 신문·방송법 등 언론 관련법 처리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 동안 논의한 뒤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에 대해서 민주당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소리가 들렸다.
  3월 6일 국회 문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 관련법들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로 ‘미디어 발전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한나라당이 10명, 민주당이 8명,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2명의 위원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추천한 김우룡(한양대 석좌교수)과 민주당이 추천한 강상현(연세대 교수)이 공동으로 맡았다.
  결과를 보면, 그 위원회는 6월 25일까지 생산성도 없는 ‘논의’로 허송세월을 하고 말았다. 한나라당 추천을 받은 위원들이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국민 의견 수렴’을 끈질기게 거부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6월 25일 위원회는 한나라당과 선진당 추천 위원 11명만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최종보고서를 확정해서 국회 문방위 위원장 고흥길에게 제출했다.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하되 지상파에 대한 겸영은 2012년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6월 29일 문방위 회의장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았다. 한나라당은 7월 14일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의 직권상정을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22일 의장석을 점거했다(같은 책, 485~486쪽).

국회의장 김형오는 7월 22일 오전 언론관련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오후 2시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오후 3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서 의결정족수(148명)를 넘기자 김형오는 부의장 이윤성에게 사회권을 넘겨주었다. 의장석을 차지하려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던 상황에서 이윤성은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이윤성은 법률안 제안 설명이나 심사중간보고서 등을 몇 마디로 설명하고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신문법) 전부 개정법안을 표결에 붙이면서 “이 안에 대해서는 강승규 의원 외 168인으로부터 수정안이 발의되었다”면서 수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쳤다.
  야당 의원석에서는 “지금 다른 의원 자리에서 전자투표를 하는 의원이 있다”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윤성은 재석 162명 중 찬성 152명, 기권 10명으로 그 법안이 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가장 심각한 사건은 그 직후에 일어났다. 이윤성은 신문법 개정안과 같은 방식으로 ‘강승규 의원 외 168명의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가 “투표를 다 하셨습니까? 투표를 종료합니다”라고 말하자 한나라당 의석 쪽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종료 하면 안 돼요!”
  국회 사무처 간부들과 황급히 무엇인가를 소곤거리고 난 이윤성은 “재석 의원이 부족해서 표결이 불성립되었으니 다시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최대 쟁점인 방송법이 1차 투표에서 의결정족수인 148석에 미달한 145석으로 사실상 부결되었는데 이윤성은 재투표에서 재적 153명, 찬성 150명으로 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국회법 92조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일단 부결된 방송법 수정안을 국회 부의장이 재투표에 붙이자 야당 의원들은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긴 위법행위라고 항의했다. 게다가 대리투표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의장석 주변에서 한나라당 의원 20여 명이 사회자인 부의장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어떻게 의결 정족수인 150명을 넘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언론노조 위원장 최상재는 2009년 9월 25일, “한나라당 의원 4~5명이 미디어법 표결 당시 다른 의원의 자리에서 투표하는 영상을 찾아냈다”면서 영상자료를 공개했다) (같은 책, 486~487쪽).

민주당 대표 정세균은 “민주당이 원내에서만 싸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나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직 사퇴를 결행할 것”이라고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또 이 부의장이 방송법 1차 표결에서 재석의원수가 정족수인 148명에 미치지 못하자 다시 표결을 실시해 통과시킨 데 대해 “국회법 위반으로 원천무효”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른 법안 역시 대리투표 의혹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7월 24일자 사설(「이렇게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을 통해 ‘언론관련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과정에서 투표 부정까지 저지른 한나라당과 원외에서 ‘날치기 통과 무효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민주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작년 5월 3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18대 국회는 국회 문을 여는 데만 82일이 걸렸다. 국회 상임위원장과 위원들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가 싸웠던 국회 원(院) 구성 문제의 본질은 자리다툼이다. 어느 정당이 무슨 상임위원장을 맡을지를 둘러싼 싸움을 벌이느라 국회 문을 82일이나 닫아걸어 놓고도 의원들은 월급에 해당하는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갔다. (·····)
  당초 6월 1일 시작됐어야 할 이번 국회는 한 달 반 가까이 공전된 끝에 지난 12일 시작됐다. 그 사이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운명이 걸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여야 협상도 없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그에 따라 매일 수백, 수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여야가 지난해 말부터 싸워온 미디어관련법은 격렬한 몸싸움 끝에 사실상 여당의 단독 처리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국회 출입증이 없는 언론노조원 100여명이 국회 본청에 무단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는 상대 당 의원들이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의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전자투표기에서 찬성과 반대 버튼을 마구 눌렀다는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낯 뜨거운 논란이나 벌이고 있는 것이 18대 국회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안 날치기 통과는 ‘의회 쿠데타’라는 비난이 빗발쳤으나 이명박 정권은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7월 23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의원 88명은 “22일 신문법 및 4개 법률의 직권상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법률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침해 확인과 해당 법안들의 가결 선포 무효 신청을 냈다. 10월 29일 헌재는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법안 가결 무효 청구는 기각했다. “절차는 위법이지만 의결된 법안은 유효”라는 뜻이었다.
  11월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헌재 사무처장 하철용은 “권한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미디어법은 무효가 아니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위법행위가 있어야 무효라는 것인가”라는 민주당 의원 이춘석의 질문에 “이번 헌재 결정 어디에도 유효라고 한 부분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헌재 결정문에는 법에 어긋난 게 있으니 국회가 자율적으로 시정하는 게 옳다는 말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 전체회의에 나온 법제처장 이석연은 “헌재 결정은 국회가 미디어법을 고치기 위해 다시 논의하라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본다. 속히 국회가 (위법사항을) 풀어줘야 한다. 국회가 다시 논의를 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라는 취지로 보고 있다.”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의 야유가 잇달았다.
  “술 마시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뜻인가.”
  “무임승차는 했지만 이 자리는 내 자리다.”
  “오프사이드는 맞지만 이미 들어간 골은 골이다.”
  “아내는 맞지만 와이프는 아니다.”
  2009년 7월 25일 야당 의원 85명이 낸 ‘미디어법 관련 2차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2010년 11월 25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한 위헌·위법성을 어떻게 제거할지는 국회 자율에 맡길 사안이며 헌재가 구체적인 실현 방법까지 선택해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위법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언론관련법을 기정사실로 만들었고 대통령 이명박은 그것을 선포했다(같은 책, 487~488쪽).

2011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와 보도전문채널 1개를 허가한다는 내용의 ‘사업자 선정 결과’를 의결한 뒤 발표했다.

  종편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보도채널은 연합뉴스였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 채점표를 근거로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사)가 대주주인 JTBC를 1위, 조선일보사가 대주주인 CSTV를 2위, 동아일보사와 매일경제신문사가 각각 대주주인 채널A와 매일경제TV를 3,4위로 선정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태광그룹은 탈락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그날 논평을 내고 이렇게 주장했다. “종편 사업자는 전부 보수매체로, 이후 방송을 통한 건전하고 균형 잡힌 담론이나 의제 형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왜곡 현상과 편파성이 심화될 것이다. 국민 통합이나 합의보다 갈등과 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 국가적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종합편성 채널은 상업 유료방송인데도 방송법에는 ‘의무전송 채널’로 규정되어 있다. 공영방송도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받는 것이다. 편성과 광고에 대한 심의 규정도 느슨하다.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인 ‘언론 시장주의’는 ‘미디어 악법’을 통한 종편 체제 구축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같은 책, 488~4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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