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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선-‘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조선일보 대해부 5권 -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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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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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19일로 예정된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선 경선 나선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생결단

조선일보는 7월 7일자 31면에 「이·박, 이렇게 당내 경선 이긴들」이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내보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결이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격화되고 있다.
  이 후보 처남 김재정 씨는 자신의 부동산 거래 내용에 의혹을 제기한 박 후보 측 서청원 상임고문, 유승민·이혜훈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비록 당사자는 아니라 해도 양측의 갈등이 고소전으로 비화된 것은 처음이다. 박 후보 측은 연일 검찰에 이 후보 관련의혹을 빨리 수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후보 측 의원들은 6일엔 대검찰청에 직접 찾아가 이 후보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양쪽 진영 사람들이 뒤에서 하는 말들은 여야 간에 오가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의(敵意)에 차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살벌한 당내 경선전은 한나라당 역사에선 물론이고 정당사를 통틀어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경선이 이러는 것은 두 진영이 ‘예선만 이기면 본선은 거저먹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말대로 ‘청와대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양측이 이제 와서 그게 신기루인 줄을 깨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내에서 자제하라는 얘기가 나오면 이 후보 쪽은 “당하는 사람이 뭘 자제하느냐”고 하고, 박 후보 쪽은 “검증하지 말란 소리냐”고 한다. 한나라당 경선은 죽기 살기로 끝장을 보는 대결로 가게 됐다.
  지금 두 후보는 말로는 “내가 지면 상대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두 사람 간에 마지막 예의와 신뢰는 남아 있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8월 19일 경선이 끝난 뒤 패자가 승자에게 줄 것은 기껏해야 마음에 없는 형식적인 꽃다발뿐일 것이다. 패자는 선거법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할 뿐 마음은 당을 멀리 떠나 있을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8월 20일 이후에 하나로 합칠 수 있는 수준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이날 양 진영에선 이 말을 귓등으로라도 듣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12월 19일이 지나면 귓등으로 흘려버린 이 말이 새록새록 새로워질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 이튿날인 7월 9일자에「검찰 손에 넘겨진 한나라당 후보의 운명」이라는 사설을 올렸다.

  대검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관련된 3건의 고소·수사의뢰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맡겼다. 이 후보 측의 고소가 검찰을 불러들였다고도 할 수 있다. 수사 대상은 이 후보 처남이 자신의 땅 매매 건을 이 후보의 ‘숨겨 놓은 재산’ 의혹과 연결지어 문제 삼은 박근혜 후보 측 사람들을 고소한 사건, 이 후보 형과 처남 소유인 (주)다스가 ‘천호동 뉴타운 특혜’ 의혹을 내놓은 박 후보 측 의원을 고소한 사건, 한나라당이 정부가 관리하는 이 후보의 주민등록 자료 등이 유출된 경위를 밝혀 달라고 의뢰한 사건이다. (···)
  한나라당 검증 공방이 결국 검찰의 개입을 스스로 유도하고, 대선 후보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자기 당의 최대사를 검찰 손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아마도 건국 이래, 또 한국 야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
  검찰은 한나라당 경선 투표일인 8월 19일 이전에 최대한 빨리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사를 끌면 끌수록 거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피할 길이 없다. 검찰은 지난 대선 때 2002년 8월 1일 시작한 ‘야당 후보 병역비리 의혹’ 수사에서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선거 뒤인 2003년 1월 30일에야 발표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끄는 동안 여권은 이 문제를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다. “지연된 의는 불의나 한가지다”라는 법언(法諺)을 검찰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검찰에겐 ‘여당 대선 승리의 최대 공신’이라는 불명예가 돌아갔다.
  이번 검찰 수사로 이·박 두 후보는 너나없이 공멸할 수도 있는 상황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고, 검찰도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모험 속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 사설은 이명박과 박근혜 두 진영이 ‘고소 전쟁’까지 치르게 된 사연이 무엇인지, 누가 법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신속히 가려내라고 촉구하지는 않고, 한나라당 경선 투표일 전까지 수사를 매듭지으라고 재촉하고 있다. 가능하면 한나라당이 경선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 하기 바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7월 11일자에도 한나라당의 ‘내전’이 대선 패배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사설(「한나라당이 오해와 오판을 거듭하면」)을 실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는 ‘이 재산이 당신 것이냐’고 물으면 ‘이런 점에서 내 것이 아니고 처남이 이렇게 한 것이다’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만 따진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도 고 최태민 씨와의 관계 등을 물으면 ‘훌륭한 분인데 (그런 분에게 의혹을 제기한다면) 벼락 맞을 일’이라고만 한다. 그래서야 해명이 되겠느냐”고 했다. 강 대표는 “안강민 당 검증위원장이 ‘(이 후보 측이 박 후보 측을 검찰에 고소해) 검증위 자료를 다 검찰로 가져가는 상황에선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차원의 후보 검증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검증 과정에서 국민이 혀를 차게 하는 실태(失態)를 되풀이하는 사이 50%에 육박하던 이 후보의 지지도는 푹푹 꺼져 39.5%까지 주저앉았고, 박 후보는 30% 벽 앞에서 쳇바퀴만 돌고 있다(6월 30일 TNS 조사). 반면 범여권은 곱이곱이 돌면서도 후보 단일화만이 재집권의 길이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TNS는 최근 “실제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40%일 뿐이고 최종 선거결과는 부동층 37%의 향배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누가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 승리의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5~10%포인트 차로 계속 앞서다 11월 말 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자마자 노 43.5%, 이 37%(한국갤럽)로 금세 역전됐던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는 본인 입으로 자기에게 쏠린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는 걸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해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뭔가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될 것이다. 결국 경선에서 이겨도 ‘약점 있는 후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다른 하나는 누가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은 힘겨울 수밖에 없고 두 사람이 합치지 못하면 본선은 보나마나라는 국민의 생각이 점차 커 가고 있음을 확실히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해와 오판의 결과는 패배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 투표를 하루 앞둔 8월 18일자 31면 사설(「이명박·박근혜, 과연 수권 능력 보였나」)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를 향해 ‘지나칠 정도’라고 들릴 만한 쓴 소리를 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1년 가까운 경쟁 끝에 오늘 밤 12시로 막을 내린다. 19일 후보들에 대한 투표와 여론조사가 이뤄진 뒤 20일 전당대회에서 당선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
  그러나 그 긴 기간이 모두 지난 지금 유권자들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이 후보 하면 ‘땅’, 박 후보 하면 ‘최 목사’뿐이다. 두 사람은 검찰을 땅 싸움, 최 목사 싸움의 ‘심판관’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막판에는 완전히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진흙밭 개싸움’을 벌였다. 유권자들이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서로의 이마에 ‘수권 무능력자’의 불도장을 찍은 것은 두 사람 자신들이다.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나 기대는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게 이·박 두 사람의 본모습과 실력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대선 후보로 당선되든 12월 19일에 대통령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경선 기간 동안 한 사람의 지지도는 곤두박질치고, 한 사람의 지지도는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이 후보 지지자 중 58.9%, 박 후보 지지자 중 48.9%가 “지지후보가 지면 아예 다른 당 후보를 찍거나 투표를 포기하겠다”(한국리서치 13일 조사)고 하는 판이다. 두 후보가 경선을 통해 자기들 손으로 한나라당 ‘필승론’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두 후보는 말로는 “경선에서 지면 승복하고 승자를 돕겠다”고 한다. 18일 밤까지 “김대업보다 더하다” “당장 후보 사퇴하라”고 저주를 퍼붓다가 20일 이후에는 얼굴을 싹 바꿔서 “저 사람 대통령 시켜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두 사람의 성격과 품성에서 돌연히 그런 관용과 희생이 피어날 리도 없겠거니와 입에 발린 소리 한두 마디 한다 해서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두 사람의 행태를 보면 경선 후에도 패자는 승자의 뒤에서 어떻게 낙마시킬 수 없을까 온갖 궁리를 다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도 오는 20일 승자가 된 사람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오물 투성이가 된 그 얼굴을 바라보며 혀를 찰 것이다. 이것이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을 통해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정치적 파산선고’를 내린 셈이었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진흙밭 개싸움’을 벌인 두 후보, “서로의 이마에 ‘수권 무능력자’의 불도장을 찍은” 두 사람, ‘오물 투성이가 된 그 얼굴’이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후보로 이명박이 되든 박근혜가 되든 나라를 위해 그 가운데 아무도 지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경선 결과가 나온 뒤 조선일보는 그런 길을 가지 않았다.


‘대선 후보 이명박 확정’과 조선일보

8월 20일 한나라당 경선 투표에서 이명박이 승리했다. 그는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근혜에게 432표를 뒤졌지만 전체의 20%가 반영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8.5%(표로 환산하면 2,884) 앞서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8월 21일자 35면에 「이명박 후보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응원가’ 같은 사설을 내보냈다.

  (······) 이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이 나에게 보내 준 지지는 경제를 살리라는 요구와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경선을 통과하게 된 것은 이 두 가지 요구가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이후 내내 시대 정신을 무시하고 역행해왔다.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선진국의 문턱을 넘고 분열된 사회를 더 높은 차원으로 통합해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를 염원해온 많은 국민은 이제 이 후보를 현실의 대안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 국민적 염원에 부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앞으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이 후보는 승리했으나 선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인물로 대한민국의 전기(轉機)를 마련해야겠다는 국민적 염원이 받쳐주고, 그 도움으로 전 경선 기간을 통해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던 배경으로 보면 더더욱 그렇다. 경선 막판에 터진 검찰의 서울 도곡동 땅 발표가 이 후보에겐 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승리가 힘겨웠던 근본 원인은 악재 한두개가 아니다. (·····)
  이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저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단안을 내려야 한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그러지 못할 경우 이날 한나라당 당원들이 드러낸 불안감은 12월 19일까지 이 후보와 한나라당을 따라다니는 어두운 그림자가 될 것이다.
  이 후보의 다음 과제는 당을 통합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걸머지고 갈 통합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경선이 휩쓸고 간 자리는 승자가 어루만지지 않으면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박 전 대표에게 “정권을 되찾아 오는 중심적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표와 함께 가겠다는 뜻을 수차례 반복해 다짐도 했다. 이 요청과 다짐에 어떤 진심이 담기느냐에 따라 당이 형식적·물리적으로 봉합되느냐, 아니면 실질적·화학적으로 융합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대선 결과도 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역사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지금 다시 일어설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영원히 주저앉을 것이냐의 선택을 묻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역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대전환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그 냥 떠내려갈 것이냐, 아니면 역사의 분기점에서 능동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개척해 갈 것이냐의 선택을 묻고 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이 역사와 국제 정세의 물음에 시급히 답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후보의 어깨에 이 무거운 짐이 얹혀 있는 것이다.
  지금 이 후보에겐 작은 승리에 자족할 여유가 없다. 이 후보는 당장 국가적, 역사적으로 더 큰 소명 앞에 일신을 바친다는 위기의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나라당 경선만 통과하면 무조건 대통령 된다”는 과거의 얘기에 솔깃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후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넘어야 할 겹겹의 산과 건너야 할 무수한 강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8월 22일자 35면에 다시 이명박에 대한 조언이 담긴 사설(「당이 새로워지려면 이 후보 먼저 새로워져야」)을 실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21일 경선 승리 후 처음으로 당 회의에 나가 “한나라당은 이제 색깔이나 기능 면에서 국민의 기대와 시대정신에 맞게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대대적 변화를 요구했다.
  지금 국민의 기대와 시대정신은 나라의 공기를 바꾸라는 것이다. 좌절이 자리했던 곳에 진취와 도전의 정신을, 분열과 반목이 똬리를 틀고 있던 곳에는 화합과 협력의 기운을 새로 불어넣음으로써 국가적, 국민적 새 출발의 계기를 만들어내라는 명령이다. 1000년 만에 찾아온 이 세계사적 호기를 놓치지 말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세계의 주역으로 나아가 보자는 것이다.
  나라의 기운과 국민의 마음을 바꾸려면 오늘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기백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야당 생활 9년은 그런 기백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세월이었다. (·····)
  이 후보가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이 후보 스스로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바뀌려면 던질 줄 알아야 하고, 이어가려면 끊을 줄 알아야 하고, 더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나머지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후보는 던지고 끊고 포기하는 자세로 먼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의문에 부디 쳐야 한다. 의혹을 일도양단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당도 바뀐다.
  던지고 끊고 포기하는 자세로 안보와 경제 구상 모두를 새롭게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판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부터 손 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 아래 재탄생한 공약이 아니고선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무조건 시류에 영합해 오는 것을 높이 치지 않는다. 나라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면 시류와 여론에 대해서도 바른 소리를 하고 새 방향을 제시하며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은 때로 비굴한 순응보다 이렇게 당당한 목소리를 믿고 따르는 법이다. 이 후보가 바뀌어야 당이 바뀌고, 당이 새로워져야 이 후보 역시 다시 새로워지는 것이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바뀌어야 한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시대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선일보 8월 22일자 4면에는 이명박과 박근혜에 대한 각계 사람들의 ‘찬사’가 나열된 기사가 나왔다.

  한나라당 경선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21일에도 이어졌다. 김수환 추기경은 21일 당선인사차 방문한 이명박 후보에게 “어제 경선을 TV 중계로 지켜봤다”며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지금까지 (각종 공격에도) 잘 참았고 앞으로도 잘 참을 것으로 믿는다”며 “박근혜 의원과 함께 해야 한나라당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와 만난 이용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어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어려운 과정을 겪고 때로는 힘들고 어려웠겠지만 하나님이 힘과 은총을 주셔서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조계사에서는 이 후보가 “박근혜 의원이 경선이 끝나고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내가 아까 위로전화를 드렸다. 같이 힘을 합쳐 하라고 말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고, 우리의 정치문화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면서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이번 경선은 우리 정치사에서 크게 평가해줄 만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나라당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문제는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이후에 그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서강대 교수) 역시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은 단순히 ‘아름다운 패배’를 넘어 민주화 이후 최대 과제인 정당정치의 안정화를 정착시킨 것”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경선이 불리하니까 탈당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야반도주 식으로 신당을 하는 열린우리당의 ‘정당정치 파괴’와 분명히 차이를 보인 것”이라며 “이번 경선은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고 했다. (···)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이번 경선은 1997년 이인제 후보의 경선 불복 사건, 2002년 이회창 후보의 1인 독점 경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며 “두 후보가 거의 1년이 넘게 싸워 경선 뒤에 당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전당대회를 통해 뒷마무리가 깔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흠집 내기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에 대한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던 조선일보는 8월 27일자 사설(「국민 이름 도둑질 경쟁하는 민주신당 경선」)을 통해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가 팽팽히 맞선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을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일반 국민 선거인단 접수자가 마감일인 26일 오전까지 6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민주신당이란 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흩어졌다 모이고, 다시 흩어졌다가 모여 만든 정당이다. 국민들로서는 이들이 흩어졌던 이유도, 그랬다가 다시 모였던 이유도 알지 못한다. 국민과 따로 놀았던 민주신당 지지도가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정당의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국민이 접수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60만 명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 ‘기적’의 내막이 민주신당과 각 후보 홈페이지 게시판에 떠 있다. “선거인단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신청됐다고 뜬다” “내 가족 누구도 신청을 안 했는데 접수됐다고 나온다. 개인 정보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식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한테 모 단체의 지역지부 회원 명단이 있으니 사가라”는 선거인단 판매 광고까지 있다. (·····)
  말썽이 나자 민주신당은 24일 오후 1시부터 인터넷 접수자들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전까지 시간당 평균 5000여 명이던 접수자가 갑자기 수백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각 후보 진영이 당사자 동의도 얻지 않고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해 선거인단으로 무더기 접수시켰다는 얘기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단 선거인단에 밀어넣기만 하면 그 사람 신원은 후보 자신만 알고 있으니 회유는 나중에 해도 된다는 전략이란 것이다. (·····)
  민주신당은 이런 선거를 지금도 ‘국민참여경선’이라고 부른다. 얼굴이 두껍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이름을 도둑질하는 ‘3류 절도 사건’이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8월 28일자 사설(「여권, 정기국회를 이명박 폭로극장으로 만들려나」)에서도 민주신당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민주신당은 27일 “정기국회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검증을 통해 민주신당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말은 그럴 듯해도 9월 3일 시작되는 올해 정기국회를 아예 ‘이명박 때리기 국회’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민주신당 측은 “도덕성, 능력, 정책으로 나눠 이 후보를 검증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검증이란 것이 결국 도곡동 땅이나 BBK와 같은 문제들로 집중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 곧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여권 의원들이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 본회의 자유 발언 등을 통해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쏟아낼 것이다. 5년 전 이맘 때 국회에서 벌어졌던 장면 그대로다. (·····)
  국회에서 상대당 후보를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5년 전 국회를 무대로 대대적인 허위 폭로극을 벌였던 사람들이 또다시 똑같은 판을 이번에도 벌이겠다는데, 그것을 원칙론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5년 전 여권의 국회 폭로전은 국회의원 면책특권만 없다면 당장 법원에서 의원 자리가 떨어지는 그런 내용이었다. 당시 여당 의원 한 사람이 국회 밖에서 “이회창 후보 측이 로비스트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가 허위 사실 유포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정기국회를 ‘이명박 폭로장’으로 만들겠다고 벼르는 여권이 이런 ‘용감한’ 의원을 몇 명이나 장만하고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민주신당 경선에 대한 조선일보의 비난은 8월 31일자  사설(「국민 이름 도둑질한 ‘사기 구태당[舊態黨]’의 가짜 경선」)에서 강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민주신당을 취재하는 한 기자는 29일 ‘02-3780-8888’이라는 발신자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았다. “민주신당 선거인단으로 접수됐는데 참여한 적이 없다면 1번을 누르고, 참여했다면 전화를 끊어도 된다”는 음성녹음이 나왔다. 민주신당이 대선후보 경선의 일반국민선거인단 접수자들에게 건 전화였다. 그러나 그는 선거인단에 등록한 적이 없었다.
  민주신당 홈페이지에는 30일 비슷한 ‘이름·주민번호 절도 피해자’들의 사연이 넘쳐났다.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누가 내 개인정보를 귀신같이 알아냈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당했다”는 것이다.
  민주신당이 이날 자신들이 저지른 이 같은 ‘국민 이름 훔쳐내기 사건 백서’를 내놓았다. 민주신당은 당초 접수자 수가 90여만 명이라고 했지만 이중 등록자 등을 빼니 72만여 명으로 줄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벌인 결과, 4만6000여명이 ‘명의 도용’ 피해자로 판명됐다. 6만4000여 명의 전화번호는 아예 결번이었다. 누군가 옛날 전화번호를 갖고 대리 등록을 한 것이다. 9만4000여명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주신당은 전화번호가 결번이었던 사람과 등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을 선거인단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민경선이 아니라 ‘유령’ 경선이 된 셈이다. (·····)
  국민들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훔쳐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고, 그걸 사고팔기까지 하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다. 수만 명의 피해자들로선 민주신당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벌여야 할 사태다. 이렇게 국민에게 사기 치는 정당을 어떻게 ‘민주’ 정당이라 부르고, 이런 구태 중의 구태를 모두 선보이면서 ‘신당’이란 이름을 끌어다 붙일 수 있는가. 민주신당은 ‘사기구태당’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게 제 격에 맞다.

9월 3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민주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당명이 민주당과 비슷하다”며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낸 유사(類似) 당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앞으로 ‘민주신당’이라는 약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조선일보 9월 4일자 1면).

조선일보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흠집 내기는 9월 7일자 사설(「범여 신당의 어이없는 날림 경선」)에 다시 나타났다.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대선 후보 예비 경선 결과라며 발표한 득표 순위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도 정당사에 전무후무할 기록이다. 5일 처음 발표된 9명 후보의 득표율을 다 합치니 무려 150%가 넘었다. 아무리 계산 착오라고 해도 이런 상식 밖의 숫자들이 대한민국 국회 원내 제1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버젓이 발표됐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부랴부랴 계산을 다시 하자 후보별 득표율과 득표율 격차가 다 달라지고 심지어 4위와 5위는 순위까지 뒤바뀐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두 번째 발표에서도 잘못된 득표 순위가 고쳐지지 않는 사고가 계속됐다. 이 대소동은 자정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
  그러잖아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선거인단 자체가 전체의 3분의 1 가량이 이름이 도용된 유령 선거인단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인구가 전국 10위인 지역이 선거인단 숫자는 두 번째로 많은 등 선거인단의 전국 대표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예비 경선 후보별 득표 내역 전체와 선거인단 구성을 전부 공개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더 이상 뭘 감춰봐야 소용도 없다.

조선일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서 드러난 ‘부정행위’에 관해 그것을 저지른 당사자를 비판하기보다는 경선 자체를 전면적으로 비난하는 논조를 계속 펼쳤다. 9월 18일자 사설(「‘차떼기 선거’로 갈 수밖에 없었던 여 경선」)이 대표적 보기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갈수록 요지경이다. 16일 충북지역 경선 투표함을 열어보니 전체 투표자의 40.1%가 보은·옥천·영동 지역구 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 지역구의 충북 내 인구 비율은 9.5%에 불과하다. 이곳의 국회의원은 정동영 후보 진영 최고 고문인 이용희 국회부의장으로, 정 후보는 이곳에서 78.4%의 압도적 득표를 했다. 정 후보는 지금까지 제주에서 3003표, 울산 2262표, 강원에서 2311표를 득표했는데, 국회의원 1개 선거구에 지나지 않는 충북 보은·옥천·영동 한 곳의 득표(3840표)가 그보다 더 많다.
  이해찬 후보 측은 이용희 부의장 측이 투표자들을 차로 실어 날랐다면서 ‘차떼기 선거’라고 비난했다. 신당 홈페이지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실어 날랐다. 투표소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다 보은·옥천·영동의 군수 세 사람이 모두 충북 경선 투표장에 나타나 선거인단을 격려, ‘관권 선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근본적으로는 법과 원칙을 팽개치고 오로지 흥행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신당의 경선 규칙 자체가 이런 조직 동원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어느 후보 가릴 것 없이 아무 이름이나 도용해 유령 선거인단을 동원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자신도 모르게 신당 선거인단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이다. 이런 코미디 판에서 조직 동원이니 실어 나르기니 하면서 싸우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동영의 ‘상처뿐인 승리’와 조선일보 사설

10월 15일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정동영이 후보로 선출되었다.

  정 후보는 14일 실시된 서울 경기 전북 등 8곳 ‘원샷’(one-shot) 경선에서 55% 가까운 득표율(8만1871표)을 기록하는 등 전체 누적득표 수 21만 6984표(43.8%)로, 손학규 후보를 4만8000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손 후보는 16만8799표(34%)를 얻었고, 이해찬 후보는 11만128표(22.2%)를 득표했다.
  이에 따라 두 달여 남은 이번 대선 구도는 일단 신당의 정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의 대결로 좁혀졌다(조선일보 10월 16일자 1면).

조선일보는 10월 6일자 사설(「정동영 후보가 가야 할 길」)에서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비관적 전망을 펼쳤다.

(·····) 정 후보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돌아선 민심에 어떻게 다가서느냐 일 것이다. 국정의 중간 평가라고 할 각종 선거에서 전패하고 결국 여당이 풍비박산 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국민을 편 가르고, 뛰어도 모자랄 경제를 걷고 서게 만든 정권의 자업자득이었다. 사실상 집권 여당인 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투표율이 1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 후보는 이 정권 지난 4년의 이런 전력 위에서 이제 진실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무관한 인물이 아니다. 이 정권에서 두 번의 여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정 후보는 이 정권 핵심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정 후보는 이 정권의 국정 실패에 대해 분명하게 무한책임을 지고 있음을 선언해야 한다. (·····)
  국정의 정치적·경제적·외교적·교육적 표류에 국민들이 지쳐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영국이 가고 프랑스가 가고 독일이 가는 세계의 길과 정반대로 달려온 이 정권의 역주행을 답습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 순간에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는 ‘낡은 수출입국형’도 아니지만 평등 심리에 불을 질러 표를 얻어보자는 ‘낡은 이념형’도 아닐 것이다.
  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노 정권이 갈가리 찢어놓은 국민을 다시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가 12월 19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결국 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정동영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지지율이 50%가량인 데 비해 정동영은 16%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런 판세라면 17대 대선은 하나마나일 것이 분명했다.


  ‘BBK 의혹’ 감싸기

역대 대통령선거를 되돌아보면 이명박처럼 험난한 장벽을 넘어 당선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청년 시절부터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행적에 관해 여권과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주요한 의혹과 그가 인정한 사실을 간추려 보겠다.

·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기관지 확장증’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데 어떻게 현대건설에 입사해서 정주영 회장과 술을 엄청나게 마시고 사내 ‘씨름왕’까지 차지할 수 있었는가?: “나 스스로도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고, (현대건설) 입사 이후 세 끼를 정상적으로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병이 기적적으로 나았다.”(데일리안 2007년 7월 19일자).
· 현대건설 상무로 일하던 1969년 12월~1970년 5월 서울 용산구 용산동 부지에 중기공장 차고 7동을 무허가로 건축한 혐의로 1972년 공개 수배된 뒤 구속됨(오마이뉴스 2007년 11월 7일자).
· 1996년 10월 9일 형법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1997년 9월 11일 1심에서 ‘법정 선거비용 초과 지출 및 범인 은닉’ 혐의로 유죄 선고 받음. 이듬해 2월 21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
· 2007년 6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 김혁규, 이명박이 부인 명의로 서울 강남에서만 15 차례나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 제기. 이명박 캠프 대변인 장광근, ‘이명박 죽이기 공작의 신호탄’이라며 법적 대응 시사. 6월 16일 국민일보가 위장전입 사실을 밝혀내자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었다’고 시인하고 사과.
· 「수백억 자산, 건강보험료는 월 2만 원대」(오마이뉴스 2007년 7월 22일자)
· 2007년 11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강기정은 “이명박 후보가 자녀를 자신의 회사(대명기업)에 허위로 고용하고 월급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자녀를 유령 직원으로 등재해서 8,800만 원을 횡령하고 탈세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사과하고 미납한 소득세와 주민세 4,300만원을 납부했다(한겨레 2007년 11월 14일자).

2007년 여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박근혜 진영은 경쟁자인 이명박을 ‘전과 14범’이라고 몰아붙였다. 박근혜 쪽에서 이명박을 공격하는 소재로 가장 부각시킨 것은 ‘BBK 주가 조작’ 사건이었다.
6월 7일자 중앙일보 4면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재산 문제를 놓고 시작된 한나라당 ‘빅 2’ 간 공방 이 BBK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
  BBK란 재미동포 김경준(42) 씨기 한국에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다. 김 씨는 BBK의 회사 돈 380억 원을 빼돌린 사기 혐의로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많은 투자 피해자를 냈다.
  공방의 핵심은 이 전 시장이 김 씨와 함께 BBK의 공동대표였느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박근혜 캠프의 최경환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준 씨가 대표로 있던 BBK라는 투자자문회사 공동대표가 이전 시장이라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는데 이 전 시장 측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최 의원은 “2000년 보도된 언론 인터뷰를 보면 이 전 시장이 ‘외국인 큰 손 확보했다’ ‘첫 해부터 수익을 내겠다’라고 자랑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이 전 사장 측은 이를 오보라고 했는데 인터뷰 기사가 오보라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시장이 BBK와 관련된 명함도 돌렸다”며 “아무 관계없는 회사의 명함을 돌렸다면 사칭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 측이 이를 미래 제휴사 개념의 명함이라고 해명했는데, 이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 전 시장에게서 받았다는 제보자가 전한 것이라며 명함 사본을 공개했다.

이 기사 끝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다.

  · BBK와 김경준: 김경준 씨가 1999년 외국계 회사인 BBK의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BBK 사장인 김 씨는 BBK 한국지사가 외국 기업에 합병된다는 설을 퍼뜨려 주가를 급등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고 회사 자금 380억원을 빼돌린 뒤 미국으로 도피했다. 2002년 BBK 피해자 일부의 고소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시장이 김 씨의 사기 행각과 무관하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현재 김 씨는 미국 검찰에 체포돼 한국 송환 재판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보수언론인 중앙일보가 이명박의 ‘BBK’ 관련 의혹을 단일기사로 상세히 보도한 데 반해 조선일보 6월 7일자 1면 기사(「‘X파일’ 난타전 이명박 측 “박 전 대표가 음해의 배후” / 박근혜 측 “李·BBK 관계를 밝혀라”」)에는 ‘BBK’에 대해 최경환이 주장한 내용이 단 한 문장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384억 원 횡령 사건 관계 회사인 BBK 투자회사와 이 전 시장의 관련성에 대해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라는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관해 이명박 ‘감싸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7월 19일 한나라당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상으로 연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는 언론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청문위원 15명은 수십 년 전의 신문 기사와 인터뷰 내용, 현장을 찾아가서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두 후보를 날카롭게 추궁했다. 그런 질문 가운데서 이명박을 가장 괴롭힌 것은 ‘BBK 주가 조작’ 사건이었다.
조선일보는 7월 20일자 3면에 검증 청문회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BBK 주가 조작’ 사건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 소액투자자 피해로 연결돼 문제가 된 투자회사 BBK 문제에 대해서도 사장인 김경준 씨와 이 후보가 동업했던 관계를 예로 들며 “BBK에도 이 후보가 관여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씨(이명박의 처남 김재정-인용자)가 대주주인 다스는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거액을 투자한 것이 이 후보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다.
  위원들은 특히 “BBK에 50억~100억원대 투자를 한 회사 경영진 대부분이 이 후보와 대학(고려대) 동문”이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법원과 금감원이 다 무관함을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고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다 이명박과 관련된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지만 이동영 청문위원은 “그렇기는 하지만 이 후보 주변엔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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