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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노무현에게 퍼부은 비판과 막말조선일보 대해부 5권 -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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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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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고,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쿠데타 정권에 비하면 그의 실수와 비리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적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쿠데타 정권 시기에 권력에 굴종하면서 그들의 부정과 비리를 모른 척하던 것과는 정반대로 ‘노무현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전두환은 치켜세우고 노무현은 깎아내리고

아래에 인용하는 글은 보수언론이 전두환과 노무현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이비좌파, 사이버테러리스트, 교육쿠데타, 세금폭탄, 세금격투, 세금테러, 가렴주구, 홍위병, 언론 증오, 후안무치, 노이동풍, 자주놀음, 약탈정부, 도둑정치, 파장정권, 막 나가는 정권, 정권 해체·····. 하루가 멀다 하고 노골적인 비난과 악담, 증오와 저주를 마구 쏟아냈다. 이 같은 양상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상징적인 수치는 98%와 87%, 89%와 93%이다. 비슷한 숫자지만, 극단의 양상을 보여주는 수치다.
  98%와 87%는 각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전체 사설 가운데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설 비중이다. 반면 89%와 93%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설 비율이다.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의 거의 전부를, 동아일보는 열 중 아홉을 전두환 대통령 칭송으로 채운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열 중 아홉이 그 반대였다. 이는 KBS <미디어 포커스>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 의뢰해 1980년 전두환 정권 출범부터 2007년 1월 말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의 대통령 관련 사설 1,183건을 분석한 결과다(2007년 2월 24일 <언론이 본 대통령, 대통령이 본 언론> 편에서 방영).
  (···) 조선일보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때까지는 대통령을 언급한 사설이 50건 미만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 시절 100건을 넘어섰고 노무현 대통령 때는 276건이나 됐다. 조사 당시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았음을 감안하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전두환 대통령 재임 7년여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 재임 4년 간 사설은 5배 넘게 늘었다. (···) 그러면서 내용은 전두환 대통령과 달리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 일색이었다(<야만의 언론-노무현의 선택>, 139~141쪽).

지금부터 조선일보가 노무현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어떻게 ‘언어적 테러’를 가했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언론 문제만 나오면 ‘조선일보 입맛대로’

노무현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바로 전날인 2003년 2월 24일자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노 당선자의 부정적인 언론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언론관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 당선자는 “정권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들처럼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소주파티 등 향응을 제공하며 보도를 빼달라는 식으로는 대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가판(街版)신문 구독을 전부 금지하고, 그 대신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세무조사나 뒷조사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일 뿐더러 효과도 없다는 견해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과의 비정상적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에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정권과 언론이 서로 의지할 생각을 말라는 충고도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 로비를 근절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에 취임할 노 당선자의 언론관은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바탕하고 있는데다, 신문에는 강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방송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이 사실을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면 방송이나 인터넷매체도 예외일 수 없다. 가판 구독을 금지한다는 발상도 언론의 속보성과 정보성을 무시한 일방적 제동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노 당선자가 인터넷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을 주도해온 신문을 ‘족벌체제’ ‘기득권체제’라고 지칭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모는 것은 공인의 발언으로는 격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청와대 언론홍보 비서진을 방송 출신들로 채우고 있어 소수정권으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취임 당일인 2월 25일자 1면에는 「노 당선 기여한 매체 외엔 부정적」이라는 기사가 올랐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이 변화와 개혁에 대해서 사사건건 딴지 걸고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 24일 성명을 발표, “노 당선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특정 인터넷매체와 방송, 신문을 제외한 언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하고, 청와대 출입기자의 비서실 취재 제한 및 대변인실을 통한 선별적 취재 허용 방침에 대해서도 “피할 것은 철저히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 당선자가 정권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해 청와대 정부 각 부처 가판신문 구독 금지, 정정보도와 반론 청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당연한 것이나 그 실천 방안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또 “당 대변인은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신설하고 국정홍보처와 각 부처 대변인 기능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방송사와 신문사를 편 가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 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당장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은 2003년 3월 5일 KBS 창사 30돌 기념 리셉션에서 “방송이 없었더라면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때때로 방송이 고맙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 말을 빌미 삼아 3월 6일자 31면에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됐겠는가」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한국 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업주의에 함몰돼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개사가 독점 형태를 구축한 지상파TV는 방송채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시켜 수익성이 우선이고 공공성과 공익성은 뒷전으로 밀려난 실정이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프로그램을 아이들 수준의 막가는 놀이판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다.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방송의 이 같은 천박성을 걷어내줄 것으로 기대했다. 공영과 민영의 역할을 구분 짓는 제도 개선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방송 개혁이 실현되기를 바랐다. 현행 체제로는 공익서비스가 불가능하고, 현재의 편성과 제작으로는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KBS 창사 30주년 리셉션에서 “방송이 없었으면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봤다”는 말과 함께 “방송이 가자는 대로 갈 것”이라는 방송관을 피력했다. 가판신문 구독을 금지시켜 권언(權言) 유착을 끊겠다는 신문관과는 대조적이며, 방송 혁신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당혹스런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표현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도움을 받은 방송에 대한 감사 표시였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선거 과정에서 방송은 특정후보를 지원했다는 것이고, TV가 정권을 창출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공정치 못해 TV 뉴스를 안 본다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는데, 공공의 위임을 받은 방송이 특정 후보를 밀었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힘으로 시청자를 우롱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야말로 ‘권언 유착’의 산 증거며, 선거 때 자신을 도운 방송을 이제는 통치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걱정스러운 방송관이다.

이 사설은 “상업주의에 함몰돼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상업주의에 함몰되지 않아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인가? “시청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방송의 이 같은 천박성을 걷어내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부수 확장과 대중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면 불법과 위법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조선일보는 ‘천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듯한 언급이다.

노무현은 KBS 리셉션에서 “정권의 입 노릇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 방송이 없었더라면 1987년 우리의 민주화운동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 또 오늘 이만큼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는데, 조선일보 사설은 “방송이 없었더라면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말만 떼어내서 “선거 과정에서 방송은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것이고, TV가 정권을 창출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견강부회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5월 중순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5월 21일자부터 사흘에 걸쳐 그 방안을 맹렬히 비난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그 가운데 5월 23일자 사설(「대통령 화풀이가 언론정책 되는 나라」)을 보기로 하자.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부처에 마련된 37개 브리핑룸과 기사 송고실을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세 곳으로 통폐합하겠다고 기어이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합동 브리핑센터 한 곳을 많게는 16개 부처가 공동으로 쓰면서 정책을 브리핑하게 된다. 브리핑센터는 6월 말 착공해 8월부터 가동된다. 정부는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관료들 중엔 있는 사실도 없다고 거짓말하고, 확인을 거부하고, 기자가  취재에 나서면 윗선에 보고해 사실 덮기에 급급한 사람이 한둘 아니다. 특히 이 정권은 특정 신문에 사실이 보도되면 정보가 나간 경위부터 조사한다. 특정 신문에 기고하거나 인터뷰하는 공직자들에게 경위서 내라고 하는 정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취재 창구를 셋으로 좁히고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것은 정부에 담장을 높이 둘러쳐 국민이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입맛에 맞는 소식만 내보내려는 것이다. (·····)
  대통령이 “몇몇 기자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라고 비난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말한 내용 자체가 엉터리였는데도 대통령은 막무가내 밀어붙이고 있다. 이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통령의 개인적인 감정 분출일 뿐이다. 정부 부처 브리핑실을 없애는 공사를 하겠다면 그 비용은 대통령 개인이 내야 한다. 대통령이 언론에 화풀이하는 데 쓰라고 국민이 세금 내는 것이 아니다.

이 사설은 브리핑룸과 기사 송고실 통폐합은 ‘대통령의 화풀이가 언론정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기록과 조선일보 사설을 비교해보면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음습한 군사독재 시대가 저물고 사회 전반에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정부의 정책 수립과 추진, 행정 전반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바뀌어갔다. 언론과의 관계도 과거처럼 배타적인 기자실에서 은밀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더구나 인터넷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보도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정부가 기존 언론매체에게만 배타적인 편의를 제공해온 기자실 운영도 시대 착오적인 행정서비스가 되어버렸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배타적인’ 기자실을 개방형 시스템(합동 브리핑룸)으로 전환하고자 한 배경도 이런 것이었다(같은 책, 266~267쪽).

  17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007년 12월 18일자 조선일보 35면에는 「언론을 향한 증오심의 마지막 발작을 지켜보며」라는 사설이 나왔다.

  국방부는 16일 기자들이 사용해온 기사송고실의 전기와 난방을 끊은 뒤 헌병을 동원해 기자들의 청사 출입을 막았다. 송고실에 남아 있던 일부 국방부 담당 기자들은 차디찬 냉골 송고실에서 촛불을 켠 채 기사를 쓴다. 경찰청은 지난 12일 날을 새우며 송고실을 지키던 기자를 거짓말로 유인해 밖으로 불러낸 뒤 송고실에 자물쇠를 채웠다. 경찰청은 청사 입구에 검색대와 차단문을 설치하고 의경들을 배치해 기자 출입을 통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이 될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 전날까지 대한민국 정부기관 내에 설치돼 있던,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본사로 보내는 이른바 송고실 폐쇄에 마지막 힘을 쏟아 붓고 있다. (···)
  (···) 정상적 인간은 밑 빠진 시루에 물을 붓지 않는다. 바보가 하는 짓이다. 그런데도 밑 빠진 시루에 물을 담겠다고 계속 물을 붓는 사람은 주변의 소름을 돋게 만든다. 정상이 아닌 병적 귀기(鬼氣)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정권의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벌벌 떠는 공무원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몇 달 뒤면 헛일이 될 송고실 폐쇄 작업에 몰아넣고 있는 이 정권의 모습이 그렇다.
  대통령 후보 때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을 향한 적개심은 당선자 시절을 거쳐 대통령 임기 내내 폭언, 모욕, 고소, 신문법의 개악, 사이비 관제언론 창간, 공무원 기고 및 인터뷰 금지, 정부 광고 게재  통제와 금지, 신문보급소 암행감사, 세무사찰, 송고실 폐쇄로 형태를 바꿔가며 일관되게 계속됐다. (·····)
  대통령의 비판 언론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은 친 정권 신문과 방송을 향한 한량없는 베풂, 호의와 짝을 이뤘다. 이 정권은 정부 예산을 풀어 특정 신문의 배달을 맡아 줄 신문유통원을 설립했다. TV에 대해서는 방송의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불만과 불평을 무시하고 프로그램 방영 중의 중간광고  허용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권 5년의 언론정책은 편집광적 증오와 편집광적 호의의 극단을 시계추처럼 오갔다. 중도가 없었다. 인격적 미성숙의 대표적 증세가 증오와 애정의 극단을 오갈 뿐 중도가 없다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중도를 모르는 집착은 광적 추종자들을 양산해냈다. 김창호 홍보처장과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위시한 ‘사냥개 인간’들이 그들이다. (·····)
  대통령 직속의 사냥개 인간과 짝을 이뤄 ‘역사에 없는’ ‘세계에 없는’ 언론 쟁을 짊어지고 나갔던 인간들은 권력의 눈짓에 세 배 네 배로 꼬리를 흔  들며 응답했던 정부 내 ‘강아지 권력자’들이다. 이택순 경찰청장, 추병직 전 건설부 장관 등이 대표적 얼굴들이다. 이들은 권력자의 대 언론 폭언을 따라 더 높은 소리로 짖고 대 언론 보복조처에는 누구보다 민첩하게 앞장을 섰다.
    역사의 페이지는 넘어간다. 아무리 미친 밤(광야[狂夜])이 더디 가더라도 언젠가는 제 정신의 새벽이 오게 돼 있다. 정권의 마지막 고갯마루에서 기자실에 대못질하는 소리를 우리는 미친 밤이 물러가며 발버둥치는 소리로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긴긴 밤이 끝나가고 있다.

이 사설은 신문사의 공식 견해라기보다는 어느 개인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저주를 퍼붓는 ‘주문(呪文)’처럼 읽힌다. 조선일보가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이명박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대선 투표 하루 전에 기울어 가는 노무현 정부를 향해 퍼부은 악담이다.


노무현 정부 무너뜨리기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인 2003년 5월 21일자부터 23일자까지 <노무현 정부 3개월, 나라가 흔들린다>라는 기획 시리즈를 내보냈다.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 1회-「정부는 없고 이익집단만 있다」(5월 21일자 1면)

  출범 석 달이 다 돼가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새만금사업, 물류대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한총련 문제, 공기업 민영화 등 굵직한 국가 현안들이 이해 당사자의 첨예한 대립 속에 표류 중이거나 땜질식 해법으로 처방되고 있다.
  석 달 정도 업무 파악을 했으면 안정을 찾아야 할 장관들 중 일부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더욱 꼬이게 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정을 다루는 장관인지 이익집단의 대변자인지 모를 행태도 눈에 띄고 있다. 한명숙 환경부장관과 허성관 해양수산부장관은 각각 5월 10일과 17일 새만금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며 삼보일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성직자들을 방문했고, 잠시 시위에도 참가했다. 며칠 뒤인 19일 김영진 농림부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만금사업은 중단 또는 재검토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익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무위원들이 ‘환경’ ‘농업’적 관점에서 각각 상반된 주장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관계 장관이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NEIS 시행 여부를 국가인권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가 뒤집은 교육부,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한총련의 합법화를 정부가 앞장서 거론하는 무원칙성…. 청와대와 관련 부처의 단기 처방이 앞으로 발생할 유사 사례의 대처에 한층 심각한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는 당장 공무원노조가 22~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가는 등 대형 분규가 19건이나 예상된다고 밝혔다.

· 2회-「청와대 국정 운영 기능 고장」(5월 22일자 1면)

  청와대 국정운영 시스템이 고장났다. 청와대 내부 부서 간, 청와대와 정부간 의사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남대 특별강연에서 이틀 전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해 토론 부재를 지적하면서 “청와대는 (다른 부처처럼) 행동강령을 만들어 천편일률적으로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여야 할 청와대가 정부 한 부서의 중요정책을 부정, 난조를 자초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4월 말 전교조 반전사상 교육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가 곧 이어 “중등교육에 대해 국가가 가치관을 교육할 권리가 있는데 전교조가 국가를 대신해서 그것을 지시해서는 안 될 것이나 지금의 교육 정도는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종잡기 어렵다.
  청와대 내 업무 분장도 혼선 그 자체다. 대통령 스스로 일선 검사와 특정 현안을 놓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특정방송사(KBS) 노조와 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 주무 장관을 방관자로 만들었다.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현장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나타나는가 하면, 민정수석이 경호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청와대와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안 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혼란이 예고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 화물연대 집단행동 위협 등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 간 논의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실토다. 부처별 청와대 파견 공무원도 경제부처 등 몇몇을 제외하곤 부처별로 1명 정도로 줄어 ‘정책조정관’이 아니라 ‘연락관’에 머물고 있다.

· 3회-「정부 위의 정부, 이익집단」(5월 23일자 4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국가·사회적 혼란상의 책임이 갈등 조율 기능 없이 무원칙하게 흘러온 청와대와 내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친노 성향과 온정주의에 편승해 ‘내 몫 키우기’에 매달리는 이익집단들의 강경 일변도 투쟁이 자제되지 않고는 상황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저 나름의 논리와 명분 아래 파업 등을 무기로 불만과 불이익을 해소하고, 이익집단이 권익 확대를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원론상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 스스로 공식 석상에서 “이대로 가면 대통령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거듭 밝힐 정도로 진화 불능 상태로 확산되는 불길에 너나없이 무책임하게 끼얹는 기름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
  사회가 어려울수록 안정에 힘써줘야 할 공무원의 집단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22일 공직사회 개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결국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강행하고 나섰다. 또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격렬히 반대해온 전교조는 오는 26일 교육부가 시행을 최종 발표한다면 28일부터 연가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상태. 첨예한 대립 정황들이 돌파구를 찾아가긴 커녕 하나씩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어서 불안한 시선으로 난국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한층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정부는 하는 일 없는 건달 정부’

조선일보 2005년 11월 5일자 5면에는 서울대 명예교수 안병직이 한 인터넷매체와 가진 인터뷰 기사(「‘이 정부는 하는 일 없는 건달 정부’」)가 나왔다. 그는 노무현 정부를 ‘아이디어의 쓰레기통’이라고 폄하했다.

  1980년대 진보 경제사학자의 대표 격이었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사웹진 <뉴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는 선진화와 대북 문제를 모두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그 첫 번째 이유를 “현 정부의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때문”이라면서 “이는 독립운동의 주류를 계승 발전했을지는 모르지만, 선진화와는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말했다. “선진화의 사상은 국제주의와 자유주의에 있다”는 안 교수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한국 경제에서 현 정부가 정말 분배를 하려면 성장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두 번째 이유로 능력 부족을 꼽고,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밖으로부터 들어오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엘리트는 선진국에서 공급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런데 현 정부의 주류는 과거 국내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세력이고, 유학파라고 해봐야 이류, 삼류들뿐”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언젠가 청와대에 있는 누군가가 정책 로드맵이라고 보여주었는데 전부 메모 쪼가리뿐이더라”면서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책체계를 만드는 일이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현 정부는) 안 하는 것 없이 일만 벌여 놓으니 체계가 잡힐 리가 있겠는가? 아이디어의 쓰레기통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대북 문제와 관련, “대북 포용정책은 실상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대남(對南)용인 셈”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국제 원조에 의존하는 북한은 종속 경제체제”라면서 “대북 지원을 확대하기 전에 북한 내 분배의 투명성을 먼저 증명해야 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국내는 물론 국제 정치에서도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이 정부는 한 마디로 건달 정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의 임기가 1년 3개월이나 남은 2006년 12월 22일자 35면에 「갈 데까지 가버린 대통령을 바라보며」라는 사설을 올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서 막말을 거칠게 쏟아 놓았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예정된 20분을 넘겨 1시간 10분 간이나 대통령 이야기는 계속됐다. 대통령은 이날 두 주먹을 불끈 쥐는가 하면 연단을 내려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때 유세 모습 그대로였다.
  대통령은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 직무유기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대통령은 “미국이 ‘나 나가요’ 하면 (국민이) 다 까무러치는 판” “미 2사단이 (후방으로) 빠지면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와들와들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라면서 “(국민들이 이러는데) 어느 한국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미국 공무원들과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오늘의 한미관계 이상(異常)을 국민 수준 탓으로 돌렸다.
  대통령은 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어떤 사람은 걔 완전히 돌았어 이런다. 그래서 멀쩡할 걸 이러면 그날로 박살이 난다”며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러면서 “상대방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한마디로 관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서학(천주교)한다고 수백명씩 잡아 죽이고, 마침내 1866년경에는 8000명을 잡아 죽였지 않습니까”라고 관용이 없는 우리 전통의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
  대통령은 “정부가 안보 안보하고 계속 나팔을 불어야 안심하는 국민 의식  과 인식 때문에 참 힘들다”면서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  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정부가 나서서 (북한이 미사일 쐈으니) 라  면 사십시오, 방독면 챙기십시오라고 해야 되느냐”고 국민을 답답해 했다.
대통령은 또 “장관 지명해서 국회 청문회 내보내면 ‘6·25가 남침이요 북침이요’ 묻거든요”라면서 “제가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정도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인데, 저는 제 정신입니다”라고 말했다. (·····)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날의 대통령처럼 국민을 이렇게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비하하고 깔본 대통령은 없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날의 대통령처럼 국가 원로들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제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짓이긴 대통령은 없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날의 대통령처럼 우방국에 대해서 확실하게 적개심을 드러낸 대통령은 없었다. 이날 대통령의 무차별 공격을 유일하게 비켜갈 수 있었던 행운아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뿐이었다. 국민들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

조선일보 사설은 노무현이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서 막말을 거칠게 쏟아 놓았다”고 전제하고 논지를 펴나갔다. 노무현의 표현이 거칠기는 했지만 ‘막말’이라고 몰아붙일 성격의 발언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남한이 한국전쟁 이래 풀어야 할 과제로 안고 있는 작전통제권 회수를 극우보수세력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었다. 남북 문제에 관해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김대중조차 노무현처럼 과감하게 ‘국방의 자주화’를 외친 적은 없었다. 노무현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다소 과격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날의 대통령처럼 국가 원로들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제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짓이긴 대통령은 없었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노무현은 2007년 1월 23일 방송으로 생중계된 ‘신년 특별연설’에서 “참여정부는 역사적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한 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다리를 놓고, 새로운 시대의 기반을 다지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민생 문제와 관련,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민생 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참여정부의 민생 문제는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생이 어려워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양극화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는데 97년 외환 위기라는 태풍을 맞았다” “2003년 가계 부도 사태로 회복되던 민생이 다시 한 번 무너졌다”고 말해 김영삼 정부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와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남발을 ‘민생파탄’의 주 원인으로 들었다. “스스로 원인을 만든 사람들(한나라당)이 ‘민생 파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데는 승복할 수 없다”면서 “적반하장이라고 대답하고 싶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경기 관리, 성장 잠재력 확충, 복지 및 사회투자, 전시작전통제권 등 안보 현안 등 모든 분야에서 “원칙을 지켰다” “다음 정부는 어떤 후유증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1월 23일자 1면).

조선일보는 1월 24자 사설(「대통령에게 야당과 언론이 없었더라면」)을 통해 노무현의 연설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젯밤 임기 중 마지막으로 신년 국정연설을 했다. 새해를 설계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꺾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야당과 언론을 끌고 들어가며 오늘의 국정 난맥 책임을 모두 야당과 언론에게 떠넘겼다. (···)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강의하거나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연설은 자신의 정부가 역사상 최고의 정부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국민이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국민 강의였다. 잘못된 것은 모두 야당과 언론 때문이라는 논쟁으로 시종일관했다.
  국정연설대로라면 이 나라는 지금 노 대통령 치하에서 태평성대여야 마땅하다.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은 노 대통령과 측근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
  노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연설문에서 20여 차례 언론을 비난했다. 야당과 야당 대선주자들도 20차례 가까이 비난했다.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난 없이 넘어간 페이지가 없을 정도였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등 잘못된 모든 것은 결국 야당과 언론 탓이란 것이다. 청와대에서 부동산 문제를 담당했던 측근들이 정책 실패를 자인했는데도, 대통령은 “언론 때문”이라며 “부동산 신문이 자승자박됐다”고 조롱까지 했다. 초대 정권 때부터 모든 정권이 잘못되면 야당과 언론을 탓해왔지만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야당과 언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일은 없었다.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만 없었더라면 대성공을 거뒀을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대통령은 또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연설문에서 “여러분, 내일 아침 일부언론을 한 번 보라. 생방송이라 많이 왜곡하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보고 들은 것과는 다른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다. 시정(市井)에서 멱살잡이 하듯 하는 이 말에서 저주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야당과 대선주자들을 비난한 말들은 마치 여당 대선 운동처럼 들렸다. (·····)
  대통령은 “정치에서 국민의 불신과 적대감을 모으는 것만큼 수지맞는 것은 없지만 나라는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4년간 해온 일이 국민을 편 갈라 불신과 적대감을 모아온 것이다. 어젯밤 연설도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1년 간 또 얼마나 시달려야 할지 암담하다.

조선일보 2007년 6월 4일자 34면에 실린 ‘김대중 칼럼’의 제목은 「6개월 반만 참자」이다.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은 이 글에서 노무현을 향해 조롱과 야유와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1백년 가리라며 만든 자신의 정당(여당)은 폭탄 맞은 듯 풍비박산인 주제에 상대당(야당)과 그 대통령후보 경쟁자들을 씹어대는 엊그제의 정치 소극(笑劇) 을 보면서 우리는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기가 막혔다. 사실상의 임기를 7개월도 채 안 남긴 ‘식물대통령’의 안간힘처럼 느껴져 더욱 그랬다. 그의 스타일대로 말하자면 “너나 잘 하세요”가 절로 나온다.
  그가 자신의 주장처럼 ‘경제를 멀쩡하게 살려놓은’ 대통령이라면 우리나라는 지금 왜 청년실업과 재정적자와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것인가? 그가 자신의 자랑처럼 ‘법만 아니면 한 번 더 나와도 될 만큼’ 자신 있는 대통령이라면 왜 그의 지지율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을 헤매고 있는 것인가? 그가 정말 친노세력들의 주장대로 ‘역사에 보기 드문 훌륭한’ 대통령이라면 그를 추종하던 많은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왜 지금 난파선에서 다투어 뛰어내리려 아우성인 것인가? (·····)
  한마디로 통치적으로는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켜 다음 대통령에게 그나마 온전한 나라를 인계해주는 것이 대통령의 ‘도덕적 의무’다. 한 친노 그룹 모임에서 보여준 그의 발언과 태도는 그런 의무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의 웃는 듯한 표정은 상대방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차 보였다. 그는 스스로의 품격을 대통령에서 한 낱 ‘청문회 공격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특히 그가 야당 후보들을 겨냥해 “제 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투자하겠느냐”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외신문이 쓴다면…” 운운하면서 마치 ‘남들이 그러는데’ 라는 식으로 제3자를 물고 들어가는 간접화법, 가상 화법을 쓴 대목에서는 그의 인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왜 이처럼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야당, 언론, 심지어 여당을 향해 좌충우돌 식으로 들이받고 있는 것인가? 퇴임을 앞두고 자중하고 어른스러워지기는커녕 왜 이처럼 초조해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퇴임 이후의 그의 정치생명’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한나라당이 정권 잡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한 말은 그의 심경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온전했으면 비록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야당으로서 든든한 정치적 보호막이 돼줄 텐데 열린우리당이 산지사방으로 갈라지면서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처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 당선으로 정지됐던 2002년 대통령선거법 위반 문제의 시효가 퇴임 후 재개되면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난처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
  지금 그가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라기보다 마치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처럼 기세를 올리는 것은 실은 속이 허한 것을 감추기 위한 위장전술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퇴임 후 살아남기 위한 노무현 식 승부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汎與)의 통합을 주문(呪文)처럼 외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포퓰리스트라면 언론과 싸우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는 ‘편 가르기의 명수’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포퓰리스트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곧은 길도 굳이 삐딱하게 가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런 ‘노무현 스타일’이야 몇 개월만 더 꾹 참으면 되기에 우리는 노무현 씨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끔찍한’ 상황을 막아준 ‘헌법’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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