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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고 정치적 갈등만 남은 전국민고용보험[기고]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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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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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은 실업자 소득 보전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의 하나로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위한 안정성 보장 장치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정리해고 남발, 비정규직 오·남용 등으로 유연성이 과잉되어왔다. 반면, 고용보험제는 소득 안정성을 보장하기는커녕 유연성 과잉의 부정적 효과조차 막지 못함으로써 유명무실해졌다. 결국, 코로나19 장기화는 한국 노동시장의 안정성 부족 문제의 민낯을 드러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비정규노동자를 향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험 가입 촉진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자영업자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필두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선언했고, 9월 11일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노동자)를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은 9월28일 <특고 실업급여는 로또?… 4.5만원(年보험료) 내고 559만원(총 수령액) 받는다> 기사를 내며 정부 개정안이 특고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고용보험료 지원으로 오히려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역차별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특고노동자 고용보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기사 예시인 월 보수 233만원 보험설계사는 두루누리사업의 고용보험료 80% 지원대상이 아니므로, 두루누리사업 보험료 지원을 가정하여 수급액 비율이 125배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름”이라며 반박했다.

▲ 9월28일 한국경제 2면

한국경제신문은 고용보험을 비용 문제로 다루면서 안정성을 위한 장치가 마치 로또인 것처럼 표현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특고노동자 가입이 마치 다른 집단에 손해가 있는 것처럼 말하며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했다. 정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즉각 반박 자료를 내기는 했지만, 마치 이번 특고노동자를 포함하는 개정안이 전국민고용보험제의 모두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진짜 전국민고용보험 문제를 가리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제 논의를 끌어온 방식이 뜨거운 이슈에 대한 임시방편식이어서 오히려 진행은 더디고 갈등만 커지고 있다. 5월10일 발표 이후 4개월 동안 정부의 모습은 정말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발표에서 첫 번째로 나온 것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가입을 촉진하겠다고 규정한 것이지만, 정부 개정안에 이와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발표 이후 지금까지 진짜 실현을 위한 논쟁은 사라지고 특고노동자 가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만 계속되고 있는 이 와중에도 비정규노동자는 무급휴직·임금체불·실직 등 위기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코로나19 사태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까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둘러싼 논쟁은 많지만, 내용이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각지대 해소이다.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약 370만명(실질적 사각지대), 고령자·5인 미만 농림어업·가사서비스업·초단시간·특고·1인 자영업자 포함된 비임금 노동자 등이 약 850만명(법적 사각지대)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정부 개정안은 특고노동자 중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77만 명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긍정적인 변화이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각지대 문제는 그대로 남겨진다.

▲ 표1) 고용보험 적용 및 가입 현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국민고용보험제는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안정성 보장을 강화하는 첫걸음이다. 그동안 고용보험제는 유연성 과잉을 막지 못했고 그 결과 사각지대는 넓어져 절반에 이르는 모순된 상황이 만들어졌다.

절반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5월에 언급한 것처럼 저임금 비정규노동자의 가입을 촉진해야 한다. 먼저, 근로자 개념 확대를 통해 노동기본권 보장과 함께 특고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노동자가 사회보험에 의무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무신고 회피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노동자 자율 신고 시 사용자 확인이 아닌 근로자성 확인을 통해 자율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여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체 취업자를 포괄하기 위한 고용보험제를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 임금 기준으로 되어 있는 것을 소득 기준으로 전환하고 고용보험 가입 자격 기준과 수급요건을 폐지하면서 고용보험계정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에 부담을 느끼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고용보험료 면제·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사업주 부담을 급여총액 기준과 함께 초과 이윤에 대한 추가 부과를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처럼 기업의 비정규직 오·남용을 막기 위해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상한 비율을 제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에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하여 사회보험료 재원을 마련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고용보험에 따른 소득 보전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과 정부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 이글은 2020년 10월 10일(토) 미디어오늘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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