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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사과[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751)] 이승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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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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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칠월 보름 아닌가. 마침 샛별도 떴구먼! 또한 오늘은 포살회(布薩會) 날이로다. 그러니....” 왕이 말했다. “포살.... 그게 뭔디유?” 무식한 지식부 대신이 왕의 말을 끊고 물었다. “스님들의 참회법 아닌가!” 왕이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 그러니 이 의미있는 밤에 뭘 하면 좋겠는가?” 왕이 구겨진 얼굴을 피며 왕비와 대신들에게 물었다. 별별 대답이 다 쏟아졌다.

“밴드나 불러 한번 신나게 놀아보쥬!” 문체부 대신이 말했다. “병사들 몰고 다른 나라 조지러 가는 건 어떨까유?” 국방부 대신이 말했다. “진중권 석사를 모셔와 이것저것 한수 배우는 건 어떨까요?” 무식한 지식부 대신이 말했다. 다른 대신들이 지식부 대신을 한심해하며 노려봤다.

대신들의 아무말 대잔치에 왕의 얼굴이 다시 찌그러졌다. 특히 진중권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오바이트 하는 체스처까지 보였다.

▶설법 중인 석가모니 (대한불교조계종 정수사 홈페이지)

그때 왕자가 나서 말했다. “부처님이 근처 배나무 동산에 제자들과 함께 기시다드라구유. 그분 찾아가서 우리 다같이 인생의 의미, 뭐 그런 거 배우문 좋지 않겄슈. 그분은 진짜 모르는 게 하나두 읎다네유. 척척박사래유.” 왕이 얼굴을 활짝 펴 말했다. “그려!”

허나 진중권을 추천했던 대신이 뭐가 불만인지 궁시렁거렸다. “진중권도 척척석사인디...” 진중권이라는 이름이 다시 나오자, 왕은 물론 모든 대신들이 오바이트 하는 체스처를 보였다.

왕은 왕자와 함께 배나무 동산을 찾아 나섰다. 왕이 부처를 찾아 인사를 드리니 부처는 부처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오싱 규?” 왕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실은 지가 큰 죄를 저질렀는디.... 그 죄를 생각하문 자꾸 괴로워지고.... 그 죄가 뭐냐문.... 부록에도 나오는디....”

왕의 얘기를 다 듣고 난 부처가 부처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 죄 읎는 사람 읎슈. 다 실수하고 사능 규. 허나 그 죄를 진실로 뇌우치고 참회하문 상인이 될 수 있능 거쥬.” “상인.... 장사는 소질 읎는디....” “그 상인이 아니고 상인(上人)을 말하능 규. 한국말로 하문 뭐 ‘훌륭한 사람’ 정도 되겄네유.”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이던 부처가 부처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뇌우치고 참회를 은제 해야 하느냐, 지금이 바로 그때유!” 왕은 크게 깨달아 고개를 오백번 주억거렸다.

왕을 살펴보던 부처는 자신의 말이 제대로 먹힌 걸 확인하곤 다시 부처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악을 저지른 사람도 뉘우치고 참회하면 죄업이 점점 엷어지는 법이유. 날마다 쉴새없이 뉘우치면 죄업의 뿌리도 뽑아버릴 수 있는 법이유, 알았쥬?”  이상, 증일아함경에 나오는 얘기유.

기록에는 없지만 왕은 한 가지 더 물었다고 한다. “병원장들이 애들 대신 국시 보게 해달라고 대리사과 했는디 어쩔까유?” 부처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좀전에두 법대로 하라고 했잖유! 그리구 솔직히 내 평생에 대리운전이란 말은 들어봤어두 대리사과란 말은 츰 듣네유!”

(그림=영상카페 젠툰)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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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요 대학병원장이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의 국가고시 응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정부 역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재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략, 2020.10.08.)


(부록)

뒷얘기

마침내 답을 구한 왕은 살아있는동안 자신의 죄를 쉴 새 없이 뉘우치기로 했다. 그리곤 다시 부처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꾸 법을 말씀하시니 하나만 더 여쭈게유. 히유, 나라에 검찰총장이 하나 있는디 자꾸 속을 썩이네유, 히유.” 부처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소문은 나두 들었슈. 왕께서는 나라를 다스릴 때 법대로 하시문 되능 규! 법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만 않으문 되능 규! 그럼 후세 사람들이 칭송할 뀨!”

마가다 왕국의 아자타사투 왕 (Aj ā tašatru, 阿闍世王, 재위 B.C. 5세기 초~B.C 4세기 후반). 그가 괴로워하던 죄는 ‘부친 살해’였다. 부처의 사촌인 데바닷따의 꾀임에 홀라당 넘어가 아버지(빔비사라, Bimbisāra, 頻婆娑羅)를 감옥에 가둬 죽게 했다. 데바닷따는 악의 화신. 是古印度摩揭陀國的國王。頻毘娑羅王(Bimbisāra)與韋提希王后之兒子,與佛教創始人釋迦牟尼佛、和耆那教創始人伐達摩那生活在同一個時代。阿闍世出生時,相命師稟告他的父親頻毘娑羅王:「阿闍世日後一定會反叛。」頻毘娑羅王將阿闍世摔於宮階,但是阿闍世從高空落地,卻沒有大礙,只有指頭受傷。成長後,他被立為太子,與一直想要謀害釋迦佛的提婆達多結交。提婆達多勸阿闍世篡位,阿闍世於是發動兵變,自立為王,並且禁錮了父母親。饿死父親頻毗娑羅王在地牢中。自從父親死後,他心病難安,全身生瘡腐爛,於是深自懺悔,並向釋迦牟尼佛皈依,從此立志為佛門護法。立志為佛門護法之後,被釋迦牟尼佛授記,在未來將成辟支佛。 在憍薩羅國國王毘琉璃(Vidudabha)溺死後,阿闍世也統治了憍薩羅國。

▶데바닷따의 꾀임에 넘어가(왼쪽) 감옥에 갇힌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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