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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탄핵’과 조선일보조선일보 대해부 5권 -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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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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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파동’ 이후 집권 새천년민주당 안에서는 내분이 그치지 않았다. 그 결과 2003년 11월 11일 노무현을 지지하는 ‘신주류’가 민주당을 탈당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김원기 의원,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이경숙 전 여성단체연합 대표 등 3명을 공동 당의장으로 선출하고 중앙위원 150명으로 구성되는 임시 지도부를 발족했다.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원내 47석의 극소수파로, 한나라당(149석), 민주당(60석)에 이어 원내 제3당으로 출범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창당 축하메시지를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 구도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정치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이 국민통합과 깨끗한 정치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자금 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른 이상 모든 것을 낱낱이 밝히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 정치 개혁의 역사적인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11월 12일자 1면).

노무현 지지세력이 원내 제3당이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과 결별함으로써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외딴 섬에 갇힌 바나 다름없게 되었다.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안’  발의

2003년 12월 19일은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2004년 4월 15일로 예정된 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날  ‘탄핵의 불씨’가 되는 발언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국민의 힘’ 등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 “노사모 여러분들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떨쳐 일어나자”고 말했다. 이에 야당은 “총선을 앞둔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행사에서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수백억 원의 불법 자금을 모으고 그에 앞장섰던 사람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만세 불렀던 사람들이 정치 개혁을 이루겠나”면서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한 뒤 “노사모 회원 여러분, 시민 여러분 다시 한 번 나서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저도 이미 상처를 입었지만 열심히 나서겠다”면서 “위대한 노사모, 저 노무현, 다시 국민들의 신임을 받기 위해 노력할 테니 함께 하자”고 말했다. (·····)
  한나라당은 박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당선 1년이 지나도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아니라, 일개 사조직의 수장에 불과한 편협한 자기 인식과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준 데 놀라울 따름”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노사모를 비롯한 사조직을 전면 동원하겠다는 노골적 의지를 보여준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도 “대통령이 엄동설한에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총선을 도와달라고 선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조선일보 12월 20일자 1면).

노무현은 그날 집회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갑제는 12월 31일 자기 홈페이지와 월간조선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의 문제 언행은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국회의 야 3당이 협력하면 내일에도 탄핵이 가능하다”라고 썼다.

조갑제의 그런 주장은 2004년에 접어들자마자 야당의 호응을 일으켰다. 1월 5일 민주당 대표 조순형이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한 것이다.

노무현은 2월 24일에도 야당과 보수언론이 트집을 잡을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하는 등 입당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우리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총선 후 기대와 달리 소수당으로 남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같이 말하고 “대통령이 잘해서 우리당에 표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대통령의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대통령 발언은 직접적인 선거 개입이며, 총선을 재신임과 연계시키기 위해 한발 더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귀중한 공중파를 남용해 국민을 어르고 속이는 총선용 이벤트”라고 비판했다. (·····)
  한편 이날 노 대통령이 “15대 총선에서 13명, 16대 때 17명의 각료가 총선에 나갔으나, 이번에는 전부해야 7명”이라고 말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 정부의 장관을 지낸 출마 인사는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 6명이고, 차관 5명과 청와대 수석급 2명을 포함하면 13명이다. 반면 2000년 16대 총선의 경우 현직 장관으로서 출마한 사람은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 등 2명뿐이었다(조선일보 2월 25일자 3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회견 발언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노 대통령에게 선거법 9조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를 강력 요청하기로 했다(조선일보 3월 4일자 1면).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노무현 탄핵을 벼르고 있던 야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가 되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 제출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소속 의원 159명의 서명을 받아 이날 오후 3시 49분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노재석 의사국장을 통해 접수시켰으며, 오후 6시 27분 본회의에 보고됐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후인) 10일 오후 6시 27분부터 (보고 후 72시간 이내인) 12일 같은 시각까지 무기명 비밀 투표 방식으로 표결 처리해야 하며,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180표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이로써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 대치가 불가피해졌으며, 그에 따른 극심한 국정 혼란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탄핵안에는 한나라당 의원 108명(총 144명)과 민주당 의원 51명(총 62명) 등 159명이 서명했으며, 한나라당 의원 36명, 민주당 의원 11명은 탄핵안 발의에 불참했다. 두 야당 지도부는 ‘탄핵안 통과’를 장담하고 있지만, 의결 정족수인 180표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열린우리당은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후 “국민적 재난의 날이 시작된 만큼 21세기에 새로운 쿠데타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몸을 던져야 한다”면서 이날 저녁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이 탄핵안 표결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경우, 표결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일보 3월 10일자 1면).

노무현은 3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총선 결과에 자  신의 재신임을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을 찍어주지 않으면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는, 국민들에 대한 협박으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강력 반발, 정국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
  노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했던 선거법 위반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하신다면 두 번, 세 번이라도 사과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잘못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그냥 사과하고 넘어 가자, 그래서 탄핵을 모면하자는 뜻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선관위 결정 자체에 대해서도 “언론이 ‘경고’라고 보도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은 정치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 총선이라는 중요한 국면에서 대통령의 정국 구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 회견은 탄핵 추진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확인해주는 회견이었다”며 “총선 재신임 연계 방안은 묵과할 수 없는 선거 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조선일보 3월 12일자 1면).

조선일보는 노무현의 기자회견에 관해 3월 12일자 35면에 극도로 비판적인 사설(「여당 안 찍으면 대통령 안 한다는 건가」)을 내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침내 총선 결과와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하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예상했던 일이고 짐작했던 대로다. 청와대가 그동안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애매하게 흐렸던 것도 결국 이런 타이밍을 찾기 위한 위계(僞計)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총선은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갖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본질은 국회의원의 선출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입장에선 여당의 선거 결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또 그런대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에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과 정당 정치의 이런 기초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노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총선 결과가 안 좋으면 물러나겠다는 전대미문의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 혼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이용해 열린우리당 득표를 늘려 보려는 총선 전략인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말로 순수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책임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기다려 그에 맞춰 조용히 진퇴의 결심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방법을 두고서도 이렇게 미리 조건을 내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대통령의 진퇴와 국회의원 선출 문제를 뒤섞어 문제의 본질을 흐려 놓는 데 지나지 않는다. (·····)
  ‘재신임’이건, ‘정계은퇴’건 모두가 노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다. 어느 국민도 그걸 요구한 적이 없다. 자신이 문제를 만들어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다음에 국민을 향해 안 찍어주면 대통령직을 던지겠다니 이건 예의와 염치의 문제다.
  이제 이번 총선은 본뜻은 완전히 없어지고 친노무현 파와 반노무현 파의 대결로 가게 됐다. 국회의원 후보의 인물·경력·능력은 모두 뒤로 묻히고 대통령이 그만두느냐, 마느냐의 사생결단 싸움판만이 남게 됐다.


‘틴핵소추안’ 국회 통과

국회는 3월 12일 본회의에서 56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농성을 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몸을 던져 의결을 막으려고 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생하게 중계되었다.

  탄핵안 통과 후 이날 오후 5시 15분쯤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에 전달됨에 따라 이때부터 노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됐다.
  헌법 재판소는 탄핵 심판 절차에 착수했는데, 9명의 헌법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노 대통령은 파면되며, 기각될 경우 탄핵 심판 사건은 종결되고 노 대통령의 권한은 회복된다.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심판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돼 있다.
  노 대통령 권한 정지 기간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대통령 권한은 고건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으로서 행사하게 된다. (·····)
  국회는 이날 오전 11시 박관용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낸 후 탄핵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 한나라당 129명, 민주당 53명, 자민련 8명, 기타 비교섭단체 5명 등 195명의 의원이 투표한 가운데 193명 찬성, 2명 반대로 가결시켰다. 탄핵안 가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의원 271명의 3분의 2 이상인 181명이다.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가결 후 발표된 성명을 통해 “탄핵안 통과는 3·12 국회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조선일보 3월 13일자 1면).

조선일보는 3월 13일자 사설(「나라를 생각해야 한다」)을 통해 노무현에게 ‘나라를 구하는 길’로 가라고 ‘충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회의 표결에 의해 탄핵소추됐다. (···)
  헌정사에 처음 있는 참으로 불행한 사태이자 성숙되지 못한 한국 정치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우리 국민이 마침내 이런 일까지 감당해야 하게 되었으니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국민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며, 나라를 지켜내는 일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몫을 맡아야 할 사람은 노 대통령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지금, 노 대통령이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순조롭게 탄핵 심판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이 나라를 어떻게 세웠고,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쌓아왔는가. 그 고난의 역사를 생각해서라도 나라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노 대통령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국회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고 사려 깊은 처신이다.
  노 대통령 못지않게, 어떤 의미로는 그보다 더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상자는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야권이다. 야권은 이 순간 승리한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과 함께 국민적 심판대에 올랐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대통령권한대행의 국정 운영에 전폭적인 협력을 다짐해야 한다.


거세게 불어 닥친 ‘탄핵 역풍’

조선일보 3월 15일자 1면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는 기사(「2 야(野)에 ‘탄핵 역풍’ / 반대 여론 60~70% / 지지율 급락 / 이대로 가면 총선 참패」)가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에 반대하는 여론의 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2일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핵 가결에 반대하는 여론이 60~70%에 이르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상승, 한나라당을 15∼20%포인트 가량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두 야당조차 “지금 상태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따라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여야의 총선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론의 역풍에 휘말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단 “방송의 편파보도가 심각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여론의 거센 비난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아래,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전폭 지원키로 하고, 고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일체의 개헌 논의를 중단키로 했다. (·····)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 측과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된 한나라당은 앞으로 총선 구도를 “‘노무현 대통령 살리기’ 대 ‘나라 살리기’”로 만들어, 현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지금 이 나라는 혼란을 만들어서 헌법재판소가 정상적 판결을 하지 못하도록 간섭하는 세력과, 말없이 나라의 어지러운 모습을 걱정하면서 묵묵히 지켜보는 안정을 바라는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며 “이번 총선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걸린 전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 역풍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3월 24일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4·15 총선을 이끌 새 대표’로 의원 박근혜를 선출했다.

  박 의원은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전체 투표(여론조사+대의원 투표)의 51.8%인 2614표를 얻어 28.8%인 1453표를 얻는 데 그친 2위 홍사덕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한나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여성 정치인이 야당 대표가 된 것은 1965년 박순천 여사가 민중당 대표를 맡은 이후 39년 만의 일이다. (·····)
  박 신임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한나라당은 현재 총선을 앞두고 승리는커녕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화가 나서 한나라당을 외면하고 있는 국민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변해야 하며, 이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조선일보 3월 24일자 1면).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하고 있던 중인 2004년 4월 15일 17대 총선 투표가 실시되었다. 개표 결과 열린우리당은 국회 의석의 절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47석의 원내 제3당에서 일약 제1당으로 도약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훨씬 넘어섰다. 민주당은 9석(종전 62석)으로, 10석을 확보한 민주노동당에 밀려 제4당이 됨으로써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할 수 없는 몰락의 길로 들어섰고, 자민련은 겨우 4석을 얻어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노무현은 취임 이래 처음으로 ‘여대야소’ 정치 구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4월 16일자 사설(「열린우리당은 이 나라를 책임지는 자세를 갖추라」)에서 여야 모든 정당의 분발을 촉구하는 ‘대범한’ 논조를 펼친 뒤 “어느 쪽이든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시위는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제17대 총선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는 것으로 끝났다. 한 정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수 의석 안팎을 확보한 것은 1988년 소선거구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총선은 또 본격적인 좌파이념 정당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진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
  이제 열린우리당은 소수 정파가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의 전권을 장악한 거여(巨與)로 등장했다. 과거의 거여와는 달리 열린우리당은 수많은 시민단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TV 방송 및 다수 친여 신문, 갈수록 세를 확대하고 있는 노조와 진보 성향의 학계, 문화계의 직·간접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 헌정사에 보지 못한 권력의 탄생이다.
  거여의 등장으로 우리나라는 잘 될 수도 있고 잘못 될 수도 있다. 잘 되기 위해선 열린우리당이 국민 통합에 최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의석 수는 상당히 앞섰지만 정당 득표율은 과반에 미달하며 한나라당과의 격차도 아주 근소할 뿐이다. (·····)
  열린우리당이 지난 대선 때처럼 지지자·동조자들만을 껴안고 반대자·비판자들을 적으로 돌리려 한다면 이 나라의 다음 4년은 대결과 충돌로 지새면서 국가의 정체와 후퇴를 가져온 지난 1년을 되풀이하게 될 뿐이다. (·····)
  국민은 한나라당을 버리지도 그렇다고 껴안지도 않았다. 한나라당의 패인은 차떼기와 같은 부패와 구태, 그리고 무리한 탄핵 추진의 역풍을 맞은 것이지만 그래도 국민은 한나라당에 거듭날 수 있는 기회도 안겨 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의 선전으로 오명을 벗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한나라당의 미래는 천막 당사로 나앉은 지금의 자세를 앞으로 4년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싸우는 것이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던 시대는 끝났다. 한나라당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젊은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바람에 힘입은 바도 크다. 한나라당은 이 욕구를 이해하고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몰락했다. 그러나 50년 뿌리의 전통 정당인 민주당은 선거 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거품 정당일 수는 없다. 민주당이 지지 기반을 재건해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제 다시 대통령 탄핵 문제가 최대 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고 어렵지 않다. 그리 머지않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이다. 모두가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시위는 자제돼야 한다.

4·15 총선이 끝난 지 한 달 만인 5월 14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관한 선고 공판을 열고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63일 간 권한이 정지됐던 노 대통령은 헌재 선고와 동시에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들이 제시한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각각 몇 명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은 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으며, 재신임 국민투표 발언 등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는 파면 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국회가 의결한 탄핵 사유 중 측근 비리에 대해 “대통령 임기 중 발생한 비리가 아니며, 대통령의 직접 연루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제 파탄 등 국정 혼란에 대해서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에 해당되지 않아 탄핵 소추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조선일보 5월 15일자 1면).

조선일보는 5월 15일자 사설(「노 대통령은 헌재의 뜻을 읽어야 한다」)에서 ‘탄핵 심판’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마무리 됐다는 점”을 ‘다행스러운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노 대통령이나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탄핵을 추진했던 측도 (헌재의 결정을)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14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된 지 63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우선 다행스러운 것은 대통령 탄핵 심판이란 우리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이 어떠하든 간에 탄핵 정국의 당사자인 노 대통령과 야당은 물론, 국민 모두가 이번 결정을 통해 헌법의 존엄성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기고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헌재는 국회가 제기했던 탄핵소추 이유 가운데 노 대통령의 여러 발언과 행동이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측근 비리에 대해선 대통령이 지시·방조·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경제 파탄 부분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대통령의 잘못으로 인정한 선거법 위반 부분은 탄핵 발의가 이뤄진 직접적 계기였다는 점에서 당시 노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국민과 야당에 적절하게 사과만 했더라면, 역으로 야당이 이 정도의 사안을 탄핵으로까지 밀고 갈 것인가를 보다 심사숙고했더라면, 세계의 주목거리가 됐던 이번 탄핵사건은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간략히 말하면, 헌재는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그러나 이 같은 법 위반을 이유로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의 중대사안은 아니라면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의 이런 결정을 노 대통령이나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탄핵을 추진했던 측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국정운영과 정치활동에서 헌재 결정의 의의를 깊이 새겨야 할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헌재는 노 대통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반복해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적극 표명한 것은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이 선거법에 위반됐다는 선관위의 결정을 비판한 내용은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한 것 역시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국민투표 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대의제의 헌법적 의미를 명확히 했다. (·····)
  헌재가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한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그것은 대통령이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닌 한 이를 벌하거나 교정할 방법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헌재는 이런 법적 공백 상태의 고민을 결정문 곳곳에 노 대통령에 대한 경고와 주문, 심지어 훈계하는 표현까지 담는 것으로 완화해보려고 시도한 듯하나, 이것이 근본적 의문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
  결과적으로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법 위반 사실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노 대통령의 법의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헌재 결정의 이런 이면(裏面)의 뜻을 바로 읽어야 한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또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일부 교사나 공직자들까지 법을 경시하고 법에 대한 불복종운동에 나서는 세태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
  헌재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헌법 아래에 있으며 대통령부터 법을 경시할 때 법치가 바로 설 수 없다는 평범한 원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내려졌지만, 헌재 결정의 정당성이 역사적으로 증명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정치방식이 헌재 결정 이전과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달렸다. 헌재로부터 이런 경고를 받고도 노 대통령이 또다시 같은 헌법 위반과 위법을 되풀이한다면 헌재의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헌법기관으로서의 헌재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번 헌재 결정을 실체적으로 완성할 책임과 의무는 노 대통령 어깨 위에 지워진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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