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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출범] 노동이 사라진 사회…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기고]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 관리자
  • 승인 2020.09.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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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미디어 산업 노동 현장에서 노동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모니터링하고, 언론사 구성원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노동의 소외와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며,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출범의 의의를 살펴본다.  - <신문과 방송> 편집자 주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은 경제 발전 수준, 이데올로기, 정치 체제, 종교,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선언 제23조는 노동권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①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을 확보할 권리, 실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은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동등한 노동에 대하여 동등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③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가족이 인간의 존엄에 적합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고, 나아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회적 보호수단에 의해 보충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또한 그것에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

노동이 소외된 우리 사회

지구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 산업재해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나라, 노동 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 기본 산업인 제조업과 농업은 저임금 이주 노동자에게 의존해야 유지되는 나라,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은 모두 비정규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는 나라! 안타깝지만 노동이 소외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노동 소외와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보편적 노동권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장기화된 저성장, 고령화와 인구 절벽은 ‘노동’ 관련 의제를 더욱 양산할 것이며, 비정형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전통적인 근로계약을 해체하고 노동권을 더욱 침해할 것이다.

‘노동이 사라진 사회’는 노동운동진영, 정치권 등 모두의 책임이지만,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대표적 사례가 최저임금 1만 원 이슈다. 지난 제19대 대선에서 85%의 대중적 지지를 받던 최저임금 1만 원은 2019년 20.5%의 지지율로 내려앉았고, 2021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돼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도 언론의 왜곡 보도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2017년 7월 18일 서울신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해 57%가 찬성했지만, 이른바 ‘인국공 사태’ 이후인 2020년 6월 29일 YT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5%가 보류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20대는 55.9%가 정규직화 전환에 반대했다.

트위터코리아가 밝힌 바에 따르면 6월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단어는 ‘비정규직’일 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많은 사안이었지만, KBS, MBC, SBS 지상파는 이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이 <“어렵고 힘든 일은 외주화”…비용 절감 열매는 정규직 차지>, <취준생 분노의 이면엔, 비정규직 사회가 낳은 ‘정규직 특권’>, <정부, 불명확한 가이드라인…개별 사업장에 결정 떠맡기며 갈등 키워>, 서울신문이 <“7초만에 폭발물 감지…이 일을 알바가 하나요”>, <“신의 직장에 무임승차라니”…인국공 논란의 진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가장 큰 원인…직무능력 따라 임금 받아야>, 한겨레가 <‘인천공항 파열음’…비정규직 ‘남용’ 바로잡는 과정서 진통>, <양극화 노동시장 여전한데…마중물이 되지 못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직고용했더니…회사·정규직·비정규직 모두 웃었다> 기사를 통해 전체 직원의 90%가 비정규직인 왜곡된 고용구조를 지적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 기간 JTBC는 네 건, MBC는 두 건, KBS는 네 건, SBS는 단 한 건의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그것도 정규직 전환 발표 시점에,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표]

[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뉴스 보도 <출처 - 필자 제공>

언론은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여론 형성의 역할을 하지만, 지금 우리 언론은 불신을 넘어 증오의 대상이 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넘기 위해서는 정파적 저널리즘을 뛰어넘어 새로운 기준과 규범이 필요하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람 사는 세상,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

이것이 노동인권저널리즘이다. 노동인권저널리즘은 보편적 노동권을 존중하는 것을 보도의 원칙으로 한다. 노동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현상적으로 드러난 갈등 위주의 보도가 아니라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 노동인권저널리즘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미디어 산업 노동 현장에서 노동 인권이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할 것이다. 내가 일하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데, 좋은 노동 인권 보도가 가능할까. 노동권을 존중하는 좋은 보도와 미디어 산업 내부의 노동 인권 신장은 동전의 앙면이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노동 인권 보도의 전형을 만들고 언론사 구성원의 인식 전환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노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 행위이며 인간은 보편적 노동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권리,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누구나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언론, 그것이 노동인권저널리즘이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노동과 언론의 연대를 이뤄내는 촉진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할 것이다.

지난 8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 일방적 정규직 전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① 노동 인권을 기준으로 매일 언론 보도를 모니터해 제공하고,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선정해 언론을 감시하고, ②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노동 현안과 노동 인권 의제를 찾아내 언론사에 공동 기획과 보도를 제안하고 ③ 나쁜 보도에 의해 노동 현장의 진실이 은폐되고 거짓 주장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지 않게 반론 기사를 작성하도록 지원하며, ④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튜브 방송, <노동인권TV>를 제작하고, ⑤ 언론인들로 노동인권저널리즘연구회를 만들어 노동 이슈를 공부해 노동 전문성을 강화하고, ⑥ 미디어 산업 비정규직 관련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 엄호하고 언론사 비정규직 실태 조사 및 해결 방안 연구에 앞장설 것이다.

2021년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 인상이 결정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필수 인력으로 직접 고용 대상인 소방대원과 야생동물통제요원 47명을 해고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보안검색요원 1,902명 중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상징이지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상황이다. 이 배경에는 ‘언론의 왜곡 보도’에 의한 여론의 왜곡이 있다. 언론은 주요 정책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이 따라야 한다.

* 위 기고글은 <신문과 방송> 9월호(2020년 9월 14일) '미디어현장'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원문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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