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동회가 열렸다. 미통당과 전광훈은 ‘발 묶고 함께 달리기’ 종목에 참가했다. 그래도 한동안 잘 달렸다. 그러다 자빠졌다. 우당탕! 전광훈은 코피가 터지고, 미통당은 무르팍에 상채기를 입었다.

사실 예고된 사고였다. 운동회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서로 발을 엮어 함께 달리는 방식의 이인삼각(二人三脚)  ‘발 묶고 함께 달리기’는, 시간이 문제지, 언젠가 넘어지게 돼있다.”

한편, 잠시 운동장 관중의 눈치를 보던 미통당이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나랑 전광훈을 엮지 말라!” 질끈 감은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잘가, 내 사랑. 언젠가 또 만나겠지.

만약 미통당과 전광훈이 다시 만나 ‘발 묶고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되면.... 아냐, 하지마. 또 자빠져. 아예 연을 끊어. 아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터키 민담 한번 읽어봐.

“야들아, 할밴 걸름마도 못 뗀 으른들 신발끈 끊으러 광화문 간다.” “댕겨오슈잉.”

(2)

어린애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면 터키 어른들은 기특해하며 신발을 선물한다. 이런, 신발을 난생 처음 신은 애는 더 자빠진다. 그걸 지켜본 동네의 신발평론가 할배들은 이런 말씀을 주고받는다.

“양쪽 신발의 끈이 서로 엮여 있어 애가 자꾸 자빠지능 겨.” “안뵈는디?” “허허, 그 신발끈은 뵈지 않는 끈(the invisible shoelace)이여” “그럼, 얼렁 풀어줘야 할틴디.” “푸는 걸론 안뎌” “그럼 어떡혀?” “아예 잘라버려야 혀.” “아항!”

그렇다면 엮인 신발끈은 누가 자르나. 아무나 자르는 게 아니다. 걸음마 배우는 아이의 형제 가운데 맏이가 잘라야 한다. 애가 첫째라면? 금요일 기도를 끝내고 모스크를 맨처음 빠져나오는 사람한테 잘라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신발끈을 잘라주면 아이는 더 이상 자빠지지 않고 잘 걷는다. 그러니 미통당은 이 얘기 잘 읽고, 고마워 하고, 이제 전광훈과 연을 끊어. 그래야 걸음마라도 하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잉.

(부록)

엮인 신발끈, 누가 자르나

There is an invisible lace between the feet of those children who have trouble walking when they're young. The lace is tied (mostly of cotton) between the feet of child and it is cut by the elder child of family or the first to leave the mosque after Friday prayer.

신발끈 잘라주면 잘 걷는다

It is believed that once the invisible lace has been cut, the child will walk.

흑해 동쪽 민담

In the Eastern Black Sea region (Giresun, Trabzon, Rize, Artvin).

“오잉? 미통당이 읎다능 겨, 전광훈이 읎다능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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