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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대책위 “이재학PD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사측 책임져야”[이재학 PD 사망 진상조사위] 불법파견‧‘위장’프리 확인, 사망책임 인정․책임자 징계․고용구조 개선 요구
제도개선도 요구…을지로위 “5개부처 TF 재가동, 당‧정‧청 민생현안회
  • 관리자
  • 승인 2020.06.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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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숨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는 프리랜서가 아닌 ‘청주방송에 구속된 채 청주방송에서 일한 청주방송 노동자’였다. 이재학 PD가 생전 근로자지위 소송으로 주장하던 내용이 노사와 시민단체, 유족 4자가 출범시킨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재차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사측의 공식 사과와 책임 인정을 비롯한 후속 조치, 불법 파견·위장 프리랜서 정규직 전환, 방송비정규직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혜진 진상조사위원장은 “이재학 PD는 청주방송 노동자였으나 프리랜서란 형식 탓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소송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당하며 1심 패소로 목숨을 끊게 됐다”며 “죽음의 책임이 청주방송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약 3개월 간 자료 분석과 설문‧면접 등을 통해 이 PD 사망 사건과 청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실태를 조사했다.

진상조사위는 “여러 증거와 증언을 통해 이 PD가 청주방송 노동자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PD는 2004년 6월부터 조연출을 시작으로 청주방송 내 CP(책임프로듀서)와 국장 등 상급자 결재와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됐지만 여러 프로그램을 담당한 PD였다. 제작을 위한 장비와 비품, 인력도 회사가 댔다.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사측 포함 진상조사위, 이PD 노동자성·부당해고 확인

이 PD는 청주방송 업무만을 진행했다. 매주‧매일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기획 회의와 녹화, 편집업무를 수행하고 비정기 업무도 수행하기 위해 오전 9시나 그전에 출근해 근무 패턴도 일정했다. 사측이 이재학 PD가 2011~2012년 사이 운영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사업체마저 청주방송 일을 수행해 지급받은 수입이 유일했다.

사측이 이 PD를 부당해고하고 이후 소송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PD가 2018년 4월 기획제작국 일일회의에서 프리랜서 스태프 인건비 증액을 요구하자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기획제작국장은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충북’ 프로그램 연출을 그만두라고 통보했다. 같은 날 이 PD를 대체할 외주업체를 알아보도록 지시하고, 며칠 뒤 이 PD가 맡던 ‘쇼! 뮤직파워’ 프로그램에서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청주방송 측은 이후 이 PD가 제기한 근로자지위소송에서 직원들에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종용하고, 임직원이 위증하기도 했다. 청주방송 관계자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증언하는 진술을 쓴 이들에게 번복을 종용했고, 직원들은 결국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사실관계 확인서를 작성했다. 기획제작국장은 공판에 출석해 고인 근무상황과 다른 사실을 증언했다. 김혜진 위원장은 “이로 인해 고인은 분노와 억울함을 느껴 괴로워했으며 1심 패소한 뒤 충격을 받아 심리적 부담이 가중됐음을 확인했다. 결국 이 PD 죽음이 해고와 소송 등 일련의 사건과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 PD는 형식상 프리랜서였지만 수많은 청주방송 방영 프로그램 연출을 담당했다. 매주‧매일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기획 회의와 녹화, 편집업무를 수행하고 비정기 업무도 수행하기 위해 오전 9시나 그전에 출근해 근무 패턴도 일정했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보고서 갈무리


이재학 PD뿐 아니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53.8%, 프리랜서 최다

한편 청주방송의 광범위한 비정규직 남용과 위법한 고용형태가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앞서 전체 비정규 노동자를 대표해 소송을 진행한다는 이 PD의 생전 공언에 따라 사내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청주방송 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53.8%에 달했다. 78명의 정규직 노동자와 4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청주방송에서 일했다. 비정규직 가운데선 5년 이상 근속자가 13명으로 31%나 됐다. 이들 중 이 PD처럼 프리랜서 계약을 한 노동자가 16명(47.1%)으로 가장 많았다.

김혜진 위원장은 “청주방송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이 PD처럼 외형상 자유 소득자로 고용됐지만 실질 업무 내용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도급 형식일 때도 실질은 불법 파견에 해당하는 경우도 확인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엔터컴이라는 자회사를 이용해 불투명한 거래가 이뤄지고,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며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각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 문제”라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주방송의 고인 사망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책임자 조치 △사내 고용구조 개선 조치 △조직문화 개선 조치 △방송통신위원회 등 기관에 제도개선 요구 등을 골자로 한 이행요구안을 밝혔다.

▲고 이재학 PD의 동생이자 유족 대표 이대로씨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청주방송 공식 사과 책임인정·정규직 전환 요구

먼저 청주방송에 이 PD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부당해고와 사망 원인에 대한 책임 인정과 재발 방지 약속을 담은 공식사과하도록 요구했다. 소송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를 한 임직원 징계와 이 PD 명예복직, 유족 보상도 여기 포함된다.

이어 청주방송 내 불법 파견과 ‘위장’ 프리랜서를 즉각 직접 고용하고 그 외 불안정 노동자들도 장기적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등 고용구조를 개선하도록 했다. 또 특히 작가들을 직접 고용하기 위한 TF를 꾸리고 단일 임금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한편 조직문화 개선안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이 사내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외부위원을 추천하도록 보장할 것으로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 PD 사망 이후 구성원 전체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돼 공동체 회복과 심리 치유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안도 내놨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 재허가 조건에 고용구조 내용을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표준계약서 현실화와 방송산업 관계법령를 개정해 ‘방송노동자’ 명시, 방송사와 비정규직 상생방안 제도와, 방송산업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고용구조 개선 등도 제시했다. 진상조사위는 “방통위 등 기관과 면담 등 후속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 방송재허가에 고용구조 포함하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박홍근)는 이날 방송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참여하는 TF를 재가동하고 당정청 민생현안 회의에 방송 비정규직을 포함해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며 “보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또 다른 이재학 PD가 없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책위에 따르면 청주방송 사측은 “최종 조율을 위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측은 이행요구안에는 찬성했다. 오정훈 대책위 공동대표(전국언론노조 위원장)는 “사측이 참석하지 않았으나 요구안과 기자회견 개최에 합의했다”며 “청주방송의 결단을 촉구한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유족 측이 항소심과 관련해 대폭 양보안을 내놨으니 전향적으로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이두영 회장은 진상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런 식으로는 절대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PD의 동생이자 유족 대표 이대로씨는 “회사와 상호 합의 아래 진상조사를 시작해 모든 사실이 낱낱이 밝혀졌다. 형의 근로자성과 부당해고, 1심 과정에서의 위증 등 위법 부당행위, 가해자들의 진상, 프리랜서 비정규직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실이었다”며 “수면 위로 올라온 끔찍한 사실을 접하고 나니 형이 얼마나 혼자 억울하고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청주방송은 합의대로 형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요구안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그게 청주방송이 방송국으로 다시 태어나고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 이글은 2020년 06월 22일(월)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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