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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 사망 100일’ 유족들 “청주방송 평생 사죄하라”청주방송 앞 추모제 “잘못된 모든 것 도려낼 것”… 진상조사위 ‘이재학 노동자성’ 확인
  • 관리자
  • 승인 2020.05.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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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가 사망한 지 100일에 접어든 가운데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집회는 13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1시간 가량 열렸다.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책임자처벌·명예회복·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진행됐다. 이 PD 유족, 동료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13일 고 이재학 PD 100일 추모제에서 상영된 추모 영상 갈무리. 문구는 이재학 PD가 생전 직접 쓴 글의 일부다.(제작=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재학 PD 유족 누나 이슬기씨(왼쪽)와 동생 이대로씨.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행사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만든 추모영상으로 시작됐다. 가수 김윤아씨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한 노래 ‘강’에 맞춰 고인의 생전 증언과 사진이 소개됐다. 이 PD 누나 이슬기씨가 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라며 고른 배경음악이다.

이슬기씨는 이어진 추모사 무대에서 눈물에 메인 목을 계속 가다듬었다. 이슬기씨는 “20, 30대 청춘의 모든 시간을 바친 곳에서 방송일을 모두 빼앗기고, 14년 동안 함께 한 방송국에서 일방 하차되고 해고됐을 때 얼마나 배신감과 상처였을까”라며 “얼마나 억울했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얼마나 죽고 싶었고, 그리고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라 물었다.

이슬기씨는 “청주방송 가해자들이 이재학에게서 빼앗아 간 건 14년 동안 일했던 일자리가 아니라 이재학의 인생”이라며 “당신들이 연출해낸 이 비극의 결과를 잊지 않길 바란다. 살면서 평생 죄책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학은 (일상을 누릴) 기회조차 다시는 가질 수 없고,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음을 절대 잊지 않기 바란다”고도 했다.

이어진 세 명의 추모사도 흐느낌 속에 낭독됐다. 이 PD 동생 이대로씨는 “형과 같이 웃고 떠들고 다퉜던 순간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지금 제가 가진 모든 걸 버려서라도, 제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럴 수만 있다면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뒤 한동안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대로씨는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며 “그 과정이 싸움으로 얼룩지고 고될지라도, 잘못된 것들과 잘못된 사람들을 모두 도려내고 책임지게 하고, 모든 걸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도 밝혔다.

▲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가 13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이 PD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가 무대에 올라 이재학 PD 추모사를 읽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을 퇴사한 비정규직 동료들도 추도사를 전했다. ‘1년짜리’ 용역노동자로 4년 간 운전기사와 MD(Master Director) 일을 한 정아무개씨는 “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나아진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차별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어라”고 편지를 썼다.

같은 ‘프리랜서 VJ’로 일했던 최아무개씨는 청주방송과의 소송으로 힘들어 하던 이 PD를 떠올렸다. 최씨는 “재학이가 전화로 ‘어, 형 잤어’라고 하면 ‘넌 맨날 자니’라 물었고, 그럼 재학이는 ‘형 나는 자고 있는 순간이 제일 좋아.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렵고 힘들어’ 라고 자주 말했다”며 “그를 도울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그와 가까이 있으면 자주 살펴볼 텐데 타지에서 전화만 하며 힘내라는 말만했던 제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PD처럼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도 무대에 올랐다. 10년차 ‘프리랜서 CG노동자’인 윤미영 언론노조 대구MBC비정규직다온분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사에서 남은 후배들이전철을 밟지 않도록 판례를 남기겠다고 스스로 약속하는 이재학 PD를 보며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분이었지만 큰 힘을 얻었다”며 “일정에 표시해두고 연락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연락했다면 이 PD님과 따뜻한 말을 나눌 수 있었을까”라 추모했다.

충북 지역 대책위의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공동대표는 “왜 그렇게 열심히 일했느냐”고 물었다. 이 PD가 생전 정규직의 2~3배를 일하면서 인건비로 ‘회당 40만 원’을 받은 점을 얘기하면서다.

선 대표는 “이 PD는 2011~2017년 맡은 프로그램 평균 개수가 9.5개였다. 한 팀장급 PD가 말이 안되는 기록이라고 말했다”며 “(이재학 PD에게) 묻고 싶다. 왜 그토록 열심히 일했습니까”라 물었다. 이어 “노동의 존엄조차 세울 수 없는 이 방송사에 자신의 열정을 갈아넣었다. 그의 억울함이 제게 분노로 돌아왔다”고 했다.

고 이한빛 tvN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이 PD 유족을 위로했다. 이한빛 PD 역시 열악한 방송계 노동 현장에 절망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김씨는 “아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건 영원한 숙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대책위와 동료들이 연대에 힘써주듯 한빛센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이한빛 PD가 남긴) 그 숙제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재학 PD 어머니에게 “소중한 이재학 PD에게 받았던 기쁨과 희망을 기억하며 또 그 힘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13일 이재학 PD 사망 100일 추모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추모제가 끝난 후 헌화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13일 이재학 PD 사망 100일 추모제에 참석한 세월호 합창단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진상조사위 오는 18일 결론 “이재학 노동자성 확인”

한편 이 PD 사망을 둘러싼 진상조사는 완료됐다. 지금은 조사 결과를 놓고 보고서 및 권고안과 이행요구 최종안을 협의 중이다. 최종 결과는 오는 18일 열리는 8차 진상조사위 회의에서 결정된다. 조사는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해 이 PD 사망사건의 진상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노동환경 실태 등을 다뤘다.

진상조사위는 이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또 청주방송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혜진 진상조사위원장은 추모제에서 “이 PD가 유서에 남긴 대로 그는 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는 부당하게 해고됐고 재판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무수히 많이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청주방송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결론도 내렸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발표 후 남은 문제는 개선 과제 이행이다. 김 위원장은 청주방송 직원들의 의지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실제 변화는 청주방송 구성원들, 이재학 PD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기운을 차리고 새 변화 만들어나감으로써 실질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이 자리 계신 분들이 더 연대해주고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도 “언론노조와 산하 청주방송지부, 그리고 충북지역 언론노조협의회의 지역 지부들이 함께 청주방송 내 정규직화 과정과 이행요구안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언론노조 1만5000명 조합원들 역시 죄송스런 마음으로 언론계 비정규직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고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함께 한 ‘416합창단’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 세월호 유족은 공연 도중 “후배들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선 아름다운 청년 이재학의 죽음에 다시 한 번 절망하고 분노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병든 사회를 치료하는 데 더 연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 이글은 2020년 05월 13일(수)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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