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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로 본 언론사(史), 불공정경쟁은 누가 만들었나[미디어오늘 창간25주년] 권위주의 정부, 생존 논리 도입으로 언론독립 투쟁 무력화…거대방송사 ‘고통 외주화’, 민주정부 언론판 못 바꿔
  • 관리자
  • 승인 2020.05.1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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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미디어오늘은 창간사에서 “한국 언론을 작동시키는 본질적인 힘의 실체와 그것들의 운동 방식을 밝혀내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간의 미디어오늘 기사를 돌아보며 언론을 작동시킨 힘과 운동방식을 엿보려 한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역사이자 향후 언론개혁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민주화 이전 언론을 통제한 주체는 정치권력이었다. 통제 가능한 수와 형태로 언론사를 통폐합했고 비판언론인을 탄압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었다. 정치권력은 언론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자본을 참여시키고 자본의 논리를 투입해 간접통제했다. 신군부 ‘보도통제’를 폭로했던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의 분석처럼 언론이 대등한 입장에서 정치권력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요인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 정부, 방송계 무한경쟁 가속화

미디어오늘을 창간한 1995년, 언론계 화두는 당시 민자당(민주자유당)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민영방송(상업방송) 출범 논란이었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서울방송SBS와 지역민방, MBC와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세 지점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핵심은 정권이 SBS(91년)·지역민방(95년) 등 개국을 서두른 것이다. 민방에 특혜를 줘 이미 광고 물량이 부족한 KBS·MBC의 광고 몫을 줄여 경쟁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다채널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편성권 독립·방송의 민주적 환경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적자본의 방송 진출은 귀결점이 불 보듯 뻔했다”고 했다. 95년 MBC노조가 한국방송광고공사와 공보처 폐지를 외치며 파업을 결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해 7월26일 보도를 보면 당시 엄민형 KBS노조 정책실장은 SBS설립과 태영의 지배주주 낙점의 배후를 지적했다. 민주화 직후인 89년 5월 노태우 정부는 ‘방송제도연구위원회’를 설립해 민방설립의 정당성을 만들었다. 90년 6월 방송노조 반발 속에서 민영방송 허용과 재벌의 지분소유 제약 완화를 골자로 한 ‘방송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방송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안기부가 주도했고 청와대, 공보처, 조선일보, 삼성 등이 관여했고 TK인맥과 서울법대 학맥이 이해관계로 결합했다.

엄 실장은 “SBS는 88년 MBC·KBS파업 위기를 겪은 정권이 방송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했다. “CA(케이블)TV 중복편성 심해 ‘전문채널’ 표방 간데없어(95년 8월30일)” “공보처, CATV 이어 또다시 (상업방송) 졸속추진(95년 5월24일)” 등 보도를 보면 민자당 정권은 졸속으로 방송사 늘리기에 열을 올렸다. 당시 미디어오늘 만평을 보면 SBS 로고송을 이용해 ‘정권에 기쁨 주고 정권에게 사랑받는 SBS’라는 내용의 비판도 있다.

▲ 1995년 언론계 상황을 나타내는 손문상 화백의 미디어오늘 만평. '기쁨주고 특혜받는 SBS' '다채널 다매체 CATV' '미디어오늘 창간' 등을 기록했다.

손 교수는 “언론사노조 설립과 한겨레 창간”을 87년 6월항쟁의 성과물로 꼽았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을 이어받은 민자당 정권의 민방설립은 반격의 성격을 보였다. SBS를 설립한 91년, 정부는 외주(독립)제작 의무편성제도를 도입해 방송사 내부에도 경쟁논리를 도입했다. 91년은 김중배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자본이 언론통제의 새 주체’임을 선언한 해이기도 하다. 언론사노조는 생존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한겨레만으로 언론계 비판이 어렵게 됐다. 미디어오늘 창간의 구조적 배경 중 하나다.

이명박 정권 시절, 여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하며 종합편성채널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BS와 민영방송을 생존하게 했던 것처럼 정권은 종편에 특혜를 줬다. “허울뿐인 규제, 거대신문·자본에 방송문 ‘활짝’(09년 7월29일)”이란 보도에서 거대자본이 여론시장에 개입하게 됐고, 그간 논란이 됐던 신문·방송겸영이 가능해 여론 다양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기득권 과점신문이던 조중동은 종편을 차지했다.

▲ 2007년 7월29일자 미디어오늘 3면. 7월22일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몸싸움이 벌어지는 모습도 담았다.


거대방송사 ‘고통 외주화’, 민주정부 언론판 못 바꿔

지상파 등 방송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은 고통의 외주화였다. 전직 MBC PD는 미디어오늘에 “어느날 방송사가 제작사 프로그램을 받아 방영하는데 오히려 돈을 받고 틀어줘 깜짝 놀랐다”며 “인하우스 PD들은 소위 ‘우아한 프로그램’을 맡고 힘든 취재는 외주제작에 넘기는 게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종종 방송사와 제작사의 불공정거래가 세상에 드러났지만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갑질문제가 이슈화됐고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공영방송사 부채문제도 곪아 터졌다. 그는 “90년대부터 방송계 무한경쟁이 시작됐지만 부담을 외주로 넘기며 지상파가 고통을 유예해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정부는 언론판을 짜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 방송위원회 설립은 민주당 계열 정당도 지상파의 지분을 갖는 정도의 소극적 변화만 가져왔다. 대신 민주정부의 ‘언론개혁’은 주로 기득권 독과점신문과 그들의 관행에 직접 칼을 대겠다는 전략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언론사 세무조사, 노무현 정부는 기자실 폐쇄 등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2007년 5월)’을 내놨다.

▲ 노무현 정부가 언론과 시민사회 반발에도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하기로 한 소식을 전한 2007년 5월23일자 미디어오늘 1면기사(왼쪽)와 당시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이 옳았지만 결과는 실패했다는 분석을 전한 2007년 5월16일자 미디어오늘 기사(오른쪽).

하지만 두 가지에서 한계를 보였다. 군사정부처럼 권력을 남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고, 정부가 직접 언론과 맞서면 ‘반대세력 탄압’ ‘언론탄압’이라는 오해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열린우리당이 신방겸영 금지 등 미디어구조를 손보는 정책을 내놨지만 이를 관철하진 못했다. 그 시기 시민들이 주체였던 ‘안티조선운동’ 역시 많은 의미를 남겼지만 오히려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높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실패했다.

그새 언론의 자본종속은 심화했다. 2005년 9월28일자 기사를 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조중동 뿐 아니라 한겨레에도 광고주 우호 칼럼이 증가했다. “조중동 9월 광고매출 10% 이상 올라(05년 10월5일자)”, “올해 신문광고비 4~6% 감소(05년 12월14일자)”, “경제신문 4년 연속 광고증가(07년 8월22일자)” 등을 종합하면 신문광고가 감소하는데도 조중동과 경제신문 광고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뉴미디어 시대, 언론개혁의 방향전환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뉴미디어는 답답한 언론 현실에서 숨통을 트이게 했다. 지상파와 과점신문이 정·언·검 유착구조에 있었기에 처음 인터넷신문이 나왔을 때 대부분 진보성향(05년 8월)이었다. 인터넷신문이 발달하며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자 KBS는 지상파 간의 포털을 추진(2007년 1월)했고 주요 신문사는 네이버 입점을 거부했지만(2008년 12월) 모두 실패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은 팟캐스트에 모였다. 정권이 교체되자 현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이 유튜브를 선호했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졌고, 무한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5년을 요약하면, 한국사회 미디어는 시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전제조건인 언론독립과 보도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권위주의 정부와 거대자본과 여러 플랫폼에 흔들려왔다. 이제 기성언론을 포함해 어떠한 미디어도 패권을 쥐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민주정부 여당의 180석 압승으로 개혁의 공간이 더 열렸다. 다만 더이상 권력은 언론개혁의 유일한 주체이기 힘들다. 건강한 매체들을 ‘생존 논리’에서 건져내 제대로 공론장에 뛰어들게 할 정책 아이디어와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미디어오늘 창간사 제목인 “권력·자본을 뛰어넘어 진실되게”란 과제는 앞으로 어떻게 공정한 여론경쟁의 장을 만들지에 달렸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17일자 미디어오늘의 언론학자 손석춘 인터뷰 기사. 그는 사주나 간부를 기자와 구분하지 않은 채 논하는 '조중동 프레임'의 한계나 종편 폐지보다는 민주노조 설립이 유효해 보인다는 분석과 함께 언론개혁의 과제와 수단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 참고문헌
송건호·최민지·박지동·윤덕한·손석춘, 한국언론 바로보기 100년
김주언, 한국의 언론통제

* 이글은 2020년 05월 13일(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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