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에 의해 일방 폐업된 경기방송의 노동조합 간부가 경영진 불통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내부에선 회사를 비판한 직원들이 이전부터 부당해고, 강제전보 등을 겪어온 것을 볼 때 이번에도 부당노동행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아무개 보도·제작부장은 최근 장주영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과 최미근 경기방송 PD협회장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기방송지부와 PD협회가 지난 2월 사내외에 게시한 비판 성명 등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취지다.

정 부장은 직원들로부터 현준호 전 전무이사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경제지 기자였던 정 부장은 지난해 11월 보도·제작부장으로 영입됐다. 당시는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된 때였다. 현 전 전무의 막말과 비위행위가 언론을 통해 폭로됐고 노조, 지역사회, 방송통신위원회는 불투명한 소유 구조 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경영진 불통 문제에 정 부장이 역할을 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1월엔 PD들이 회의를 통해 준비한 개편안이 갑자기 폐기되고 부·국장들이 만든 개편안이 일방 강행되면서 불만이 쌓였다. 노조에선 정 부장의 방송제작 경력을 검증해달라고 회사에 계속 요구하던 터였다.

그러다 2월 부당노동행위가 의심되는 인사발령이 났다. 11년 동안의 PD 업무 동안 프로그램 진행 경력이 통틀어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장 지부장을 진행자로 발령냈다. 노조 사무국장을 포함한 조합원 3명이 출입처·거주지와 먼 곳으로 갑자기 발령났다. 수원, 경기 북부에서 일하던 기자들이 각각 인천, 세종시 주재로 전보됐다.

경기방송지부와 경기방송PD협회는 이에 “보도·제작부장 채용 과정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자 사무국장 이하 조합원 3명의 출입처를 사전 상의도 없이 하루 만에 변경하는, 사실상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며 수차례 비판 성명을 냈다. 이 와중에 “20년 넘게 일한 보도직원은 외부로 내쫓고 제작 경험도 없는 인사를 그 모두의 위로 앉혔다. 알바도 능력이라는데 정○○은 무슨 능력이 있나?”란 내용이 적힌 자필 성명도 사내에 붙었다.

이번 고소를 두고 경기방송 내에선 표적 괴롭힘이자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노조가 경영진과 간부를 비판하지 못하게 겁박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건 개인적인 일이다. 언론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직원 고소만 두 번째, 부당해고·강제전보로 괴롭힘

경영진이 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방송은 현 전 전무의 비위 행위를 고발했던 직원 2명을 지난해 11월 해고했고, 추가로 이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이들은 3월 경기지방노동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해고’가 기다리고 있다. 경기방송은 이 와중에 지난 3월 주총 결의로 폐업을 가결시켰고 오는 5월7일부로 모든 직원을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폐업은 노조 등 직원들과 어떤 상의도 없이 이사회 독단으로 강행됐다. 경기방송지부는 퇴직금 등 노동 조건 현안을 노사협의회에서 다투고 있다.

▲언론노조 및 산하 경기방송지부, 민주노총 경기본부,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공동행동 등은 지난 6일 경기도민과 시민사회단체, 유관기관에 “경기지역 새 방송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 결성을 제안했다. 사진=경기방송지부

경기방송 새 사업자가 언제 선정될지 미지수다. 현재 유명 방송사들을 포함한 언론사 10여 곳이 관심을 보이지만 사업자 공모 참여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 곳은 아직 없다고 알려졌다. 경기방송 소유 설비는 노후화한 탓에 새 사업자가 선정돼도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 공모 방법, 절차, 자격, 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방송법 등에 정해진 규정이 없고 선례도 없어 방통위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주 1회 열리던 방통위 정기 회의는 서면으로 대체돼 최근까지 의결 기능이 멈춰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기방송 관련 안건이 언제 (전체회의에) 상정될지 등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선 지역성, 공공성, 노동존중을 지향하는 지역 공공 라디오방송사를 만들자고 말한다. 경기방송지부를 포함해 민주노총 경기본부,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공동행동, 언론노조 등은 지난 6일 경기도민과 시민사회단체, 유관기관에 “경기지역 새 방송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 결성을 제안했다. 사업자 자격 요건과 세부 선정 기준을 시민과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공적 책임을 방기한 데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차명주식 의혹 등 방통위가 시정을 지시한 문제들을 정부기관 등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기방송이 부동산 임대업만 남기고 방송업을 폐업한 데 대해선 ‘먹튀’라고 비판했다.

* 이글은 2020년 04월 17일(금)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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