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나라 정원연간(貞元年間, 785~804) 때 얘기다. 양주(楊州)의 저잣거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린놈의 새끼 술사(術士)가 나타났다. 공연은 대단하여 구경꾼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어린놈의 새끼 앞으로 돈이 쌓였다.

며칠 지나자 어린놈의 새끼는 호리병을 하나 꺼내들며 말했다. “자, 이제 정말 대단한 걸 보여드리겠어!” 어린놈의 새끼는 “이 호리병은 아무리 큰 물건도 집어넣을 수 있는 마병(魔瓶)”이라고 자랑했다. 실패하면 n번방 무료입장 티켓을 주겠다고 했다. 이런, 병 주둥아리는 갈대 대롱만큼 좁았다.

n번방 티켓이 탐났던 어떤 호기심 강한 쓰레기가 엽전을 넣으려 하자, 그것이 좁쌀만큼 작아져 병 안으로 쏙 들어갔다. 호기심 강한 쓰레기들이 엽전을 계속 넣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놈들은 호기심은 죄가 아니라는 황교안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종당엔 어떤 동네 제일 호기심 아저씨가 말, 나귀와 함께 병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사람도 말도 파리만큼 작아져 병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쓰레기 아저씨도 호기심은 죄가 아니라는 황교안의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2)

수레 수십 대에 지역의 온갖 특산물을 수탈하여 서울로 싣고 가던 한 탁지(度支, 황교안과 친한 징세 담당 공무원)가 그 광경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이, 박사. 이 수레들도 몽땅 병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느냐?” 술사가 대답했다. “허락해 주신다면 그까이꺼.” 설마.... 탁지는 속으로 비웃으며 동의했다. 술사는 실패하면 n번방 무료입장 티켓을 황교안 월급만큼 주겠다고 약속했다.

쇼가 시작됐다. 수십대 수레가 병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 말들이 개미처럼 쫄아들어 병 안에서 꼬물거렸다. 물론 지역의 온갖 귀한 물품도 작아져 딸려 들어갔다.

“어어, 어어.....” 호기심 강한 세금쟁이는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앗, 어느 순간 술사 또한 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세금쟁이는 놀라 병을 깼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그 병은 마병(魔瓶)이었다. (이놈도 호기심은 죄가 아니라는 황교안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고 한다.)

(부록)

뒷얘기

한달쯤 지나 어떤 사람이 청하현(淸河縣)의 북쪽에서 어린놈의 새끼를 보았다. 놈은 수십 대의 수레를 몰고 서들러 동평군(東平郡) 쪽으로 가고 있었다.

술사

호미아. 胡媚兒. 마술 버스킹으로 구걸질, 사기질 하던 술사.

호기심 세무 공무원

호리병 쇼를 보더니 호기심 발동. 술사에게 나라에 바칠 공물을 병 속에 집어넣어 보라고 제안. 이런, 공물 실은 수레들이 병으로 계속 빨려 들어갔다! 이런, 술사도 병 속으로 토껴버림. 당황한 탁지는 병을 깨뜨려 공물과 수레를 꺼내보려 했으나, 실패. 신세 조졌다!

심화학습

唐貞元中, 楊州坊市間, 忽有一妓(明?本‘妓’作‘技’)術?乞者, 不知所從來. 自稱姓胡, 名媚兒, 所爲頗甚怪異. 旬日之後, 觀者稍稍雲集. 其所?求, 日獲千萬.

一旦, 懷中出一琉璃甁子, 可受半升, 表裏烘明, 如不隔物. 遂置於席上, 初謂觀者曰: “有人施與滿此甁子, 則足矣.” 甁口剛如葦管大. 有人與之百錢, 投之, ?然有聲, 則見甁間大如粟粒, 衆皆異之. 復有人與之千錢, 投之如前. 又有與萬錢者, 亦如之. 俄有好事人, 與之十萬 · 二十萬, 皆如之. 或有以馬驢入之甁中, 見人馬皆如蠅大, 動行如故. 須臾, 有度支兩稅綱, 自揚子院, 部輕貨數十車至, 駐觀之. 以其一時入, 或終不能致將他物往, 且謂官物不足疑者, 乃謂媚兒曰: “爾能令諸車皆入此中乎?” 媚兒曰: “許之則可.” 綱曰: “且試之.” 媚兒乃微側甁口, 大喝, 諸車輅輅相繼, 悉入甁, 甁中歷歷如行蟻然. 有頃, 漸不見, 媚兒卽跳身入甁中. 綱乃大驚, 遽取撲破, 求之一無所有. 從此失媚兒所在. 後月餘日, 有人於淸河北, 逢媚兒, 部領車乘, 趨東平而去. 是時, 李師道爲東平帥也. (출전, 河東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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