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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통일논의 확산조선일보 대해부 4권 - 3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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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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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은 세계적 냉전의 해체기였다. 그런 점에서 1988~1989년에  벌어진 폭발적 통일운동은 냉전의 한복판에 있던 한반도가 탈냉전으로 가는 변화의 길목에서 맞이한 내적 진통이었다. 동유럽 사회주의체제의 붕괴 이전에 이미 헝가리 등과 수교한 한국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는 세계사적 격변 속에서 동유럽 사회주의권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당시 노태우 정권 역시 국제환경의 변화에 맞춰 ‘북방정책’을 수립헸으며 그것은 1988년 7·7  언과 이듬해 9월 11일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나타났다. 그  안은 1982년 전두환 정권의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의 연장에서 제시되었으나, ‘남북연합’ 단계를 설정한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방안에서는 상호 체제를 인정하는 전제 하에 남북연합을 제시한 점, 궁극적으로 통일헌법을 만들어 총선거로 통일정부를 구성해 완전 통일을 추구한 점 등이 핵심이었다. 노태우 정권의 통일안은 이후 남측의 공식적인 통일정책이 되었다.

외부적으로는 1989년 11월 9일 동서냉전의 한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마침내 이루어진 동서독의 통일은 40년 넘게 지속된 세계적 냉전체제를 본격적으로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독일 통일의 여파는 같은 분단국인 남북한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1년 여름에는 소련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소연방의 해체가 가속화됐다. 그 와중에 남북한이 9월 17일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조선일보는 9월 18일자 1~3면에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면에는 머리기사(「남북한 역사적 유엔 가입 / 오늘 새벽 만장일치 통과: 유엔총회 / “한반도 평화통일의 새 무대, 국제평화 위해 역할 다 할 것”: 이상옥 외무 수락연설 / 케야르 총장 주재 국기 게양식」)이라는 머리기사를 비롯해서 「김대중 대표 출국」「“회원국 책임-의무 수행”: 최 정부 대변인 성명」이 실렸다. 2면에는 「양김 나들이 “정치무대 유엔으로”: 화려한 외출 행보 관심 / 각국 정상 등 상대 야 외교 강화: DJ / 북방 업적 부각-정부 정책 지원: YS / 뉴욕 회동 미지수 귀국 후 정국 변화 주목」, 「이 외무 유엔가입 수락연설: 요지」 「“남북 철도 복구 설계 단계”: 국감 보고 / 3개 노선 용지 매입도 착수」「“남북한 유엔 가입 후도 유엔사 지위 영향 없다”: 이 국방장관 밝혀」, 3면 에는 「남북한 유엔 무대 활짝 열렸다: 동시가입 총회 통과 의의와 과제 / 탈냉전 질서 속 대화 촉진 기대 / 다자외교 돌입 장기전략 필요」「〈“우리 국력 걸맞는 위치 차지”: 노창희 주 유엔대사 인터뷰 / 이번 총회는 견습 회기 북측 접촉 확대」「박수 통과 직후 옵서버석서 정회원석 이동: 만장일치 총회장 안팎 / 남북 대표단 악수 축하 태극·인공기 나란히 올라 / 이 외무 “한반도 새 출발” 연설, 북측 “연방제” 강조」 「“남북 총리회담 진전 땐 김일성, 정상회담 희망” / 외무장관회담도 개최 용의 / 유엔대사 정기 접촉-협력 찬성: 북한 강석주 외교부부장 회견」 등의 기사가 넘쳤다.

조선일보는 9월 19일자 사설(「성숙한 남북 시대로」)을 통해 “동서 냉전의 마지막 유물로 남아 있는 남북한이지만 유엔 회원국으로서 임할 때는 이념 차이를 바탕으로 한 접근을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남북한 쌍방이 유엔의 변화, 세계의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고 종래처럼 상호 비난, 방해를 한다면 우리 민족은 전 세계로부터 조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남북한은 성숙한 자세로 세계의 변화를 어느 나라보다 앞서 간파하고 이에 대처해 나가는 데 협력할 줄도 아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우리 민족의 이해가 공통으로 걸려 있는 문제에서는 남북한은 어느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기 전에 남북한이 먼저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는 9월 25일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연설하면서 첫째 지난 40년 간 전쟁도 평화도 아닌 불안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고, 둘째 군축을 추진해야 하며, 셋째 물자와 정보의 교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UN 가입과 군축의 주도」)에서 노태우의 연설 내용을 지지하면서 북한도 미국과의 평화협상과 핵협상을 고집하지 말고 남북한 간의 군비통제 협상 테이블에 나와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동시 가입을 계기로 1991년 12월 13일 제5차 남북고위급 본회담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협의서」(남북 기본합의서)가 채택됐고 이듬해 1월 20일에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1월 14일자 1면을 통틀어 「남북 화해동반시대 열어 / 불가침합의서 서명 / 정부, 팀 훈련· 북한 핵 연계 매듭 방침 / 이달 중 판문점서 핵문제 실무접촉 / 내 2월 19일 평양 6차 회담 때 발효 / 북 대표 어제 귀환」「핵 논의 실종 우려 / 전문가들: “정상회담 실현에 급급 문제 제기 수준”」「'연초 정상회담을”: 노 대통령, 김일성에 메시지 / 청와대서 연 총리 접견」「미 “핵 위협 제거조치 포함해야”」등의 기사들을 내보냈다.
같은 날자 통단사설(「평화체제로의 첫 」)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이제 남북한은 그동안 정치적 선전과 말잔치뿐이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비로소 통일을 향한 구체적 행동의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특히 이것이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의 정부 대표가 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얹고 있다.
(…) 합의서가 담고 있는 상대방 체제 존중, 내부문제 불간섭, 비방 중지, 파괴·전복 행위 금지, 그리고 더 나아가 불가침의 조항들은 평화공존을 제도화 하고 보장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평화공존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이제 북한당국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무엇보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 그러나 이번 남북의 합의에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결함이 있다. 핵의 문제가 그것이다. 합의서에는 핵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 또 이번 합의가 기존의 조약이나 협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합의서에 분명히 명기하지 못하고 북한의 주장에 밀려 이것을 아예 삭제한 것은 앞으로 사태 여하에 따라서 두고두고 합의 내용 불이행의 불씨를 제공할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이번 합의가 한미 방위조약에 우선한다는 주장을 북한이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진한 것은 종래 우리가 주장해온 3통(통상, 통신, 통행) 중 북한이 필요로 하는 통상 부분에만 실천을 위한 분과위원회가 설치됐을 뿐 통신, 통행 등 이산가족 상봉이나, 고향 방문 문제는 원칙만 나열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점이다.
(…) 우리가 주시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사태 진전은 이번 합의가 또 다시 각각의 국내정치에 유리한 변수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우리는 내년에 여러 차례 중요한 선거로 (…)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번 남북 합의는 당연히 이들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 미·일과의 접근이 북한의 정치·경제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그 어떤 경우라도 남북 합의의 기본 정신과 의미가 퇴색돼서도 안 되고 또 각각의 내부 정치에 들러리로 이용돼서도 안 된다는 것을 민족의 이름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제 남북 분단을 해결하려는 기운이 탈냉전의 흐름에 맡겨졌다. 일단 시작된 이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남북은 어차피 같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온 것인가. 남북 간 탈냉전의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기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상과 핵협상을 고집하지 말고 남북한 간의 군비 통제, 평화 협상 테이블에 나와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평화협정 체결 없이 화해와 협력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사실 ‘군사적 대치 하의 정전 상태’에서는 그 어떤 평화 합의도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합의서 발효 이후에도 노태우 정권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닌 ‘신축적인 운영’을 표방함으로써 ‘반통일적 본질’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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