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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 손실 150억 원”… 끝나지 않은 방통위 비위 사태[내 인생의 취재기] 이은용 뉴스타파 객원기자
  • 관리자
  • 승인 2019.12.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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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건도 있고 해서, 솔직히 이 기자님이 껄끄러운 건 사실입니다.”

2019년 4월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공무원이 내게 한 말이다. 그 무렵 내 전화를 연거푸 받지 않은 까닭을 물어 본 끝에 나온 대답이었다.

고위 공무원이 껄끄러워하는 기자. 나는 웃었다. 보람찼으니까. 내가 적어도 ‘기레기’는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표지로 여겼다.

‘방송통신위원회 건’이란 박근혜 정부 방통위원장 최성준과 이용자 정책 국ㆍ과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일. 셋이 공동정범으로 직권을 남용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샀는데 2016년 10월 12일 자 뉴스타파 보도 ‘방통위, 통신사업자 과징금 100억 원대 위법행위 알고도 덮었다’가 사건 첫머리였다. 방통위가 SK텔레콤ㆍSK브로드밴드ㆍKTㆍLG유플러스의 경품 위법행위를 알고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게 알맹이였고, 나는 2019년 1월 16일까지 2년 4개월 동안 다섯 차례 더 관련 보도를 냈다.

위법행위를 잡아냈음에도 100억 원대 과징금을 물리지 않아 통신사업자를 웃게 한 방통위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니 기자가 거북하긴 했을 터다. 특히 2019년 1월 16일 아침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 6부(부장 주진우) 수사관들이 방통위에 들이닥쳐 온종일 압수수색을 벌인 뒤라 ‘껄끄러움’이 꼭대기에 닿긴 한 성싶었다. 2008년 2월 방통위가 생긴 뒤 압수수색을 당한 게 처음이어서 적잖이 당황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마땅히 물렸어야 할 100억 원대 과징금을 눈감아 준 게 드러나 위원장과 간부가 검찰 수사선에 오른 사건. 2016년 4월부터 금쪽같은 호루라기 ㅡ 제보 ㅡ 가 잇따랐다. 국고에 보태 시민 복지와 공익을 위해 썼어야 할 과징금 100억 원이 허공에 흩어지고 만 걸 알려 온 첫 목소리. “미루어 계산하기로는 사실 150억 원대에 이를 국고 손실”이라는 두 번째 알림. 최성준과 국ㆍ과장 사이에 한 사람 더 있을 개연성과 정황을 짚어 낸 얘기까지. 올곧은 여러 귀띔을 얻은 때로부터 조심스럽게 ㅡ 제보자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ㅡ 나는 취재를 시작했다.

2016년 10월 12일자

지나친 경품 경쟁

초고속 인터넷. 2019년 1월 기준으로 한국 시민 2132만9929명이 쓰는 유선 인터넷 상품. 주민등록상 가구 수가 2100만 곳쯤이니 한 집에 초고속 인터넷 하나꼴로 어림잡을 수 있다. 다달이 이삼사 만 원씩을 내고 쓰는 게 보통인데 KT 상품 가입자가 874만5112명으로 가장 많다.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255만6135명, 이 회사 초고속 인터넷을 사들인 뒤 소비자에게 되파는 SK텔레콤의 재판매 상품에 가입한 이가 286만5568명이다. SK 계열 가입자로는 542만1703명인 셈. 뒤를 이어 LG유플러스 상품 가입자가 404만4552명, 스무 개쯤 되는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사업자의 초고속 인터넷을 쓰는 이가 310만883명이다. 따라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선 KTㆍSK텔레콤ㆍ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를 그러모아 4대 통신사업자로 일컫는다.

2100만여 가구마다 하나씩 쓸 지경이니 한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 수요는 그야말로 꽉 찼다. KT로부터 SK 계열과 LG유플러스로 이어지는 시장 점유율 흐름이 굳어진 지도 오래다. 점유율이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으니 시장도 평화로웠을까. 아니, 내내 격렬했다. 경쟁 기업 상품 가입자를 자기 고객으로 꾀어서 데려오기 위해 온갖 판촉을 벌였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을 바탕으로 삼아 이동전화와 아이피(IP)TV와 집(유선) 전화따위를 한 꾸러미로 묶어 싸게 팔고, 묶음 상품을 사는 고객에게 경품까지 얹어 줬다. 경품을 주는 것 자체가 위법한 건 아니다. 초고속 인터넷 하나만 사도 19만 원어치까지 경품을 줄 수 있게 전기통신사업법에 정해 뒀다. 초고속 인터넷에 이동전화를 묶어 한 꾸러미로 사들이면 22만 원어치, IPTV나 집 전화 같은 걸 하나 더 묶으면 25만 원어치까지 경품을 얹어 줘도 괜찮았다. 경쟁이 달아오르다 보니 비싼 TV나 고액 상품권을 경품으로 곁들여 주는 일이 벌어졌다. 아예 현금을 덧붙여 주기도 했다.

2014년 하반기 경품 경쟁이 유난히 뜨거웠다. 4대 통신사업자가 경품으로 내민 ‘사은품 40만 원’과 ‘40인치 LED TV’와 ‘현금 최대 100만 원’따위가 어지럽게 춤을 췄다. 같은 값에 경품까지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에겐 마냥 좋은 일이었을까. 아니, 차별됐다. 100만 원짜리 경품을 받고 활짝 웃은 이가 얼마간 있었지만, 많아야 25만 원어치에 머문 소비자가 태반이었다. 25만 원이 그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정해 둔 적법한 경품 최고액이었기 때문. 경품을 아예 받지 못한 소비자마저 있었다. 소비자 차별은 책임을 무겁게 묻는 위법행위여서 그 무렵 국회 쪽 눈초리가 매서워졌고, 등 떠밀린 방통위가 2015년 1월부터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27일자

조사 건수부터 물음표

“위에서 하도 서두르셔서 (긴급히) 2주 정도 (경품 실태점검 출장을)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역별로 4개 조를 짰고, (실태를 점검해 보니) 시장 내에서 (사실조사) 시급성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16년 10월에 나온 방통위 시장 조사관 말이다. 2015년 1월과 2월 방송통신상품 묶음 판매 경품 실태를 살펴 위법행위를 확인한 뒤 그해 3월 2일부터 조사관 여덟 명이 현장 사실조사를 벌였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 동안 시장에서 일어난 경품 지급 수 14만7641건을 살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을 비롯한 4대 통신사업자가 새 고객에게 지급한 경품 수는 9만9533건으로 67.4%, 209억3303만1104원어치로 드러났다.

9개월 치 조사 가짓수 14만7641건부터 이상했다. 너무 적었던 것. “시장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웠던 때라 경품 지급 수가 수백만이었을 텐데 14만 건에 그친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제보자 지적. 그는 “경품은 TV 같은 물건이나 백화점 상품권, 심지어 현금으로 그때그때 다른 액수가 지급되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하게 마련인데 14만 건만 살펴본 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5월 말쯤 14만7641건만 들여다본 채 현장 사실조사를 멈춘 것이었고, 조사관 여럿도 같은 말을 했다. 조사 총괄 책임자였던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박 아무개는 그러나 이용자정책총괄과에서 맡아 하던 걸 “보강하는 조사를 추가적으로 (2015년 9월 같은 국) 통신시장조사과에서 시작해 ‘최근’까지 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최근’은 내 취재가 막바지에 이른 2016년 10월이었다. 2015년 3월에 시작한 현장 사실조사가 넉넉하지 못한 나머지 그해 9월 보강조사를 시작해 1년째 하고 있다는 것. 2015년 3월 치 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9월 치 조사 결과까지 1년 넘게 행정처분 없이 묵힌 흐름을 ‘1년째 보강조사 중’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뜻으로 읽혔다.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와 통신시장조사과는 모두 박 아무개 관할이었고, 2015년 3월 현장 사실조사를 지휘한 이용자정책총괄과장 김 아무개도 “통신시장조사과로 넘겼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장과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이 책임을 통신시장조사과로 떠넘기는 흐름이었지만 업무가 오간 걸 내보이는 문서가 없었다. 업무 인수인계 공문을 공개해 달라는 내 정보공개청구에도 ‘별도의 공문을 생산하지 않아 정보부존재’라고 알려 왔을 뿐이다. 실제로 업무를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 중앙행정기관에선 업무를 넘겨주거나 받을 때마다 그 내용과 책임자가 누구인지 따위를 문서로 남겨야 했지만 “구두로 지시했다”는 박 아무개 말만 허공에 흩어졌다.
취재가 깊어지면서 박 아무개와 김 아무개의 주장이 거짓일 개연성을 내보이는 증거와 진술이 잇따라 나왔다. 2015년 9월 조사가 그해 3월 치의 보강이 아니었던 것부터 드러났다. 사업자에게 현장 사실조사 대상임을 알리는 2015년 3월 2일 자와 9월 1일 자 공문이 따로따로 있었다. ‘별개’ 조사였던 것. 방통위와 정보공개청구 줄다리기 끝에 받아 낸 두 공문을 살피니 조사 대상 사업자도 24개(3월)와 14개(9월)로 서로 달랐다. 조사 대상 기간마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과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로 어긋났다. 보강조사라면 2015년 9월 치 조사 대상 기간이 ‘2014년 7월부터’였어야 마땅했다.

박 아무개는 나중에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조사 대상 기간이 겹친 걸 두고 보강조사 근거라고 주장했으나 “별개로 이뤄진 조사였다”는 현장 조사관 진술이 잇따랐다. 2018년 1월 방통위가 벌인 자체 감사에서도 별건 조사로 밝혀졌다.

한데 2016년 11월 22일 방통위원장 최성준은 내게 조금 다른 말을 했다. “(2015년) 3월에는, 경품 부분은 저희가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조사가 안 돼 있습니다. 샘플 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는 게 아닌가. 전수조사가 안 돼 2015년 3월 치 조사 결과를 폐기하고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인지, 샘플 조사에 머문 나머지 2015년 9월 1일부터 보강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지 흐리터분했다.
꼬리가 길어 밟히거나 빠져 달아나지도 않은 채 어정쩡했지만 최성준이 경품 조사 흐름을 알고 있었던 건 뚜렷해 보였다. 2016년 10월 4일과 10일, 11월 11일과 16일과 22일 그에게 대면ㆍ메신저ㆍ이메일 질문을 거듭한 끝에 얻은 ‘첫 답변’이었다. 방통위원장실 안까지 따라가며 물어본 끝에.

2017년 09월 12일자

국장과 짬짜미한 방통위원장

2016년 10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통위원장 최성준과 국장 박 아무개 사이에 진실 왜곡 짬짜미가 있었다. 그달 12일 자 뉴스타파 첫 보도를 하루 앞두고 취재가 막바지에 이른 때였고, 국회 국정감사도 코앞이었다. 어렵게 얻은 녹취 속 두 사람 말마디에 뉴스타파와 국회로부터 날아든 물음을 한꺼번에 비틀려는 뜻이 고스란했다.

국회에서 “담당 국장이 (2015년 3월 경품 조사 뒤 처분 없이) 자체 종결 처리한 것은 통신사업자 봐주기”라는 지적이 일자 최성준은 박 아무개에게 “(국회 지적)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박 아무개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따위로 처분한 “결과물이 없으니까”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말꼬리를 늘어뜨렸고, 최성준은 말본새를 높여 “결과물이 없으니까!”라고 맞장구를 놓았다. 현장 사실조사를 했음에도 아무런 처분 없이 지나간 걸 자인한 꼴이었지만 ‘결과물이 없다’는 말장난으로 되레 국회 지적을 피할 묘수라도 얻은 양 입을 맞춘 게 아닌가. 믿기지 않았다. 방통위원장과 고위 공무원 사이에 오갈 만한 말본새와 속내가 아닌 성싶었으니까.

최성준은 판사 출신답게 꼼꼼했다. 박 아무개에게 “(2015년 3월과 9월 치) 조사 대상 기간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안 겹치는 부분도 있다 이거죠? 2015년 1, 2월 (실태점검) 조사까지 (포함해 3월에), 조사한 자료는 (그해 9월) 2차 조사 때 활용을 했느냐”고 물었다. 박 아무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고, 최성준은 “그렇지는 않고!”라며 응했다. 두 조사가 따로따로였음을 서로 확인한 것. 그날 그리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박 아무개는 오랫동안 ‘보강조사’ 주장을 놓지 않았다. 최성준도 박 아무개와 나눈 짬짜미 속살을 감춘 채  “치밀하게 전수조사가 안 됐다”거나 “샘플 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다”는 말로 거듭된 내 의문을 꺾으려 들었다.

판사 출신 방통위원장과 25년 차 공무원이 나눈 것으로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이야기는 더 있었다. 최성준이 국회 쪽 질문에 대응했는지를 묻자 박 아무개는 “전에 설명한 걸로 끝났다”며 “(뉴스타파) 취재와 관련해서 의원실과는 무관하게 따로 정리해 본” 자료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이를 본 최성준은 박 아무개에게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해 가지고 (뉴스타파) 이은용이 납득을 하겠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진실을 흐려 의혹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최성준 마음이 엿보였다.

최성준은 내 취재가 진실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더듬었다. 내게 어떤 말을 해 줬는지, 내가 현장 사실조사 흐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따위를 박 아무개에게 물었다. 박 아무개는 대답 끝에 “정부가 설명을 하면 (언론이) 수용을 안 하고, 논쟁하려고 하면 끝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야기를 하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하는데 자기는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게, 계속 이거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왜 (위원장에게) 보고를 안 했느냐”고 자꾸 따져 묻는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25년 차 공무원 박 아무개에게 언론은 그저 ‘말해 주는 대로 받아써야 마땅한 존재’였던 셈. 그런 그에게 뉴스타파는 그저 성가신 매체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읽혔다.

최성준과 박 아무개는 그쯤에서 멈추지 않았다. 진실을 덮기 위한 짬짜미를 기어이 매조졌다. “일단 전체적인, 또 만약에 문제가 나온다면 그 당시 (2015년 3월) 조사가 충분치 못해서 별도로 다시 그 부분만 집중을 해서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조사 대상으로 삼아서 조사를 했고, 제재하기 위해서 시정조치안 의견 조회를 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국회 국정) 확(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경품 관련) 업무처리절차 제도 개선 방안 만들었다(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이은용이가, 그 사람이 보통 끈질긴 사람이 아니라는데… 또 뭐,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라고” 계속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최성준 말. “제가 설명을 했거든요. 허위 과장 광고는 포스터만 보기 때문에 삼사 주 만에 종결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끝나지만), 이거(경품)는 회계 조사다. 일종의…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기 때문에 조사 인력상 삼사 개월에 끝낼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는 박 아무개 대답. “그럽시다”라는 최성준 호응까지였다.

두 사람 짬짜미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솟았다. 박 아무개가 경품 위반 전수조사의 마땅함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사 건수가 수백만에 이르리라는 걸 알았음에도 2015년 3월 조사를 14만여 건에서 멈췄다. 최성준은 2015년 3월과 9월 치 조사 결과를 두고 국회에 내밀 답변을 맞춰 고르면서 이를 재가한 셈이 아닌가. 방통위 안에서 “2015년 3월 조사를 중단시켜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면제해 준 엄연한 불법행위였다”는 말이 솟고, “과징금 100억 원 이상을 짬짜미해서 봐줘도 문제가 없다면 그게 조직이냐”는 의분이 솟구친 까닭으로 보였다.

2018년 02월 07일자

권영수 등장

뉴스타파 취재ㆍ보도와 국회 국정감사 지적에도 최성준과 박 아무개는 짬짜미한 대로 움직였다. 2015년 3월 1일 경품 현장 사실조사를 시작한 뒤 1년 10개월 만인 2016년 12월 6일에야 LG유플러스를 비롯한 4대 통신사업자에게 과징금 106억7000만 원을 물렸는데, 2015년 9월 조사에서 드러난 위법행위만 다뤘다. 2015년 3월 조사에 따른 위법행위 책임을 묻지 않은 것.

참으로 이상한 결정이었다. 뉴스타파 보도와 국회 지적을 깔본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특히 2016년 12월 6일 과징금 의결을 앞두고 그해 10월부터 최성준과 박 아무개에게 “2015년 3월 조사 결과도 제재에 포함되느냐”고 거듭 물었던 나로서는 도무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하여 새로 품은 의문. 뉴스타파와 국회 눈길에도 불구하고 최성준과 박 아무개가 그토록 무리한 까닭은 무엇일까.

LG 부회장 권영수에게 눈길이 닿았다. 2015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던 이. 권영수가 LG유플러스에 자리를 마련한 2015년 12월은 방통위가 그해 3월과 9월 따로따로 경품 위법행위 현장 사실조사를 벌였음에도 어느 것 하나 처분하지 않은 때였다. 특히 2015년 3월 치 조사는 아예 덮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3월 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삼아 방통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올릴 일을 맡아 할 사람이 아예 없었기 때문. 3월 치 조사를 맡았던 이용자정책총괄과 핵심 조사관들도 다른 행정기관과 방통위 국ㆍ과로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휴직한 사람마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데 2016년 2월 권영수가 갑자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로 최성준을 찾아갔다. ‘방통위원장실에 혼자 찾아온 통신사업자 대표’가 방통위 직원에게 낯설었던 나머지 두 사람 만남이 입길에 오르자 “LG유플러스 취임 인사 차 방문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취임 뒤 두 달여 만에 방통위원장실로 홀로 찾아가 이뤄진 만남. 이상했지만 그럴 만한 까닭은 곧 밝혀졌다. 두 사람이 같은 때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녀 오랫동안 가까운 친구였던 것. 권영수가 친구가 있는 방통위원장실로 편히 찾아가고, 최성준이 반갑게 맞이할 만한 사이였겠으되 방통위 직원들 눈엔 조금 달리 비췄다. 인사권자 최성준과 어깨가 나란한 권영수 위세를 느낀 사람이 적잖았다.

권영수가 2016년 2월 방통위원장실로 최성준을 찾아간 진짜 까닭을 밝힌 적 없지만 몸짓이 섣불렀을 개연성이 컸다. 그 무렵 모아진 2015년 9월 경품 위법행위 현장 사실조사 결과에서 LG유플러스 위반율이 56.6%로 가장 높았기 때문. 그해 1월부터 9월까지 LG유플러스가 새 고객을 끌어들이며 지급한 경품 수 52만1034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만4905건이 위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헤아려졌다. 권영수가 자두나무 ㅡ 방통위원장실 ㅡ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맨 꼴. 앞서 2015년 3월에 이뤄진 조사에선 LG유플러스 위반율이 더욱 높아 64.7%에 이르렀다. 경품 지급 조사 건수가 14만 건에 그친 채 덮히고 말았지만 그때까지 나온 사업자별 위반율을 바탕으로 삼아 얼마든지 과징금을 미루어 셈할 수 있었다. 권영수가 오이밭 ㅡ 방통위원장실 ㅡ 에서 신발까지 고쳐 신은 꼴이었다. 방통위는 그러나 2016년 10월 뉴스타파 취재가 깊어져 막바지에 이른 뒤에야 경품 위법행위 행정처분 건을 탁자에 올릴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권영수가 방통위원장실에 다녀간 뒤 8개월이나 지나서였다.

8개월 동안 경품 사건을 묵힌 사이 최성준은 LG유플러스를 위해 큰일을 하나 더 해 줬다. LG유플러스가 기업 같은 법인에만 팔아야 할 휴대폰을 보통 소비자 쪽으로 넘겨 싸게 팔아 시장 질서를 깨뜨린 게 드러나 방통위가 조사를 시작했는데 최성준이 끼어든 것. 직권남용 혐의를 샀다. LG유플러스가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법인영업 쪽 휴대폰을 소매로 넘겨 판 게 5만3516건이나 됐다. 방통위가 그해 2월부터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법인영업 실태를 살피다가 LG유플러스 쪽 위반행위가 뚜렷하게 드러나자 6월 1일부터 현장 사실조사를 벌인 결과였다.
더할 나위 없이 마땅한 흐름인 듯했지만 물밑에 ‘권영수와 최성준은 친구 사이’인 게 똬리를 틀고 있었다. 2016년 6월 1일 현장 사실조사를 2주일쯤 앞뒀을 때 최성준이 방통위 휴대폰유통조사담당관을 따로 불러 이상한 말을 했다. “내가 엘지유플러스 권영수와 일면식이 있는데, 내가 사업자(권영수)한테 전화할 테니까 일주일만 (현장 사실) 조사를 연기해 주면 안 되겠느냐. 일주일만 연기해 가지고 엘지가 시정되면 좋은 거 아니겠냐. 그때 조사해도 좋지 않겠냐”고. 최성준은 실제로 권영수에게 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 업무를 간섭하고 막았으며, 사업자에게 현장 사실조사 정보까지 미리 알려 준 꼴이었다. 최성준은 방통위 자체 감사에서 드러난 이런 말과 행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다.

권영수도 움직였다. 휴대폰 법인영업 위법행위 현장 사실조사를 하루 앞둔 2016년 5월 31일 서울 사당동 한 음식점에서 조사담당관을 만나 그때까지 이뤄진 실태 점검 자료를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조사담당관이 거부하자 권영수가 그를 협박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손에 넣었다. 최성준과 권영수가 안팎으로 조사담당관을 내리누른 것. 검찰이 친구 사이인 두 사람에게, 특히 권영수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 자못 궁금하다.

2018년 03월 09일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박근혜 정부 방통위 상임위원 이기주도 검찰 수사선에 올랐다. 2019년 1월 16일 검찰이 방통위를 압수수색한 날 그의 서울 내자동 정통행정사사무소를 함께 살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15년 3월 치 경품 위법행위 봐주기 때 방통위원장 최성준과 국장 박 아무개 사이에 이기주가 있어 서로 얽혔는지가 수사 핵심 목표. 그동안 이기주는 경품 관련 비위 사태를 두고 “보고받은 적도 없고 아는 바도 전혀 없다”고 내게 말해왔다. 2015년 3월에 경품 현장 사실조사가 이뤄진 것 자체를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데 그가 경품 현장 사실조사 흐름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을 엿보게 하는 발언이 확인됐다. 2015년 8월 6일 위원회에 보고 안건으로 오른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두고 국장 박 아무개가 “결합판매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사실조사는 금월(8월) 이후로 즉각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이기주가 “즉각” 할 것을 주문한 것.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별표 4 ‘금지행위 유형 및 기준’의 5호 바목 ‘결합판매로 이용자 이익을 해친 행위’를 바탕으로 하는 경품 관련 사실조사를 곧바로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그 무렵 박 아무개는 실무진으로 하여금 2015년 3월에 시작한 방송통신 경품 위법행위 현장 사실조사를 멈추게 한 뒤 그해 9월부터 조사를 따로 시작하도록 지시했다. 그가 말한 “금월 이후”는 9월이었던 것. 2015년 3월 조사에 따른 후속 처분 작업인 ‘과징금 부과 안건의 위원회 상정’을 하지 않은 채였다.

그날 이기주는 “앞으로 시장 조사를 한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별표 중 이번 (허위 과장 광고) 사건에 적용한 5호 바목뿐만 아니라 다른 금지행위 위반 여부도 같이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4호에 나오는 ‘이용요금 등을 부당하게 산정하는 행위’를 했는지도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가 2015년 경품 현장 사실조사 흐름과 규제 기준을 자세히 알고 있던 데 따른 주문으로 읽혔다. “이용요금 등”에 경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기주는 그러나 “2015년 8월 6일 위원회 회의 때 박 국장이 ‘사실조사는 금월 이후로 즉각 실시하겠다’고 해서 ‘금월 이후’라는 말과 ‘즉각’이란 말뜻이 분명치 않아 단순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질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런 앞뒤 사정과 흐름에 따른 이기주의 경품 위법행위 과징금 봐주기 사건 개입ㆍ회피 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렸다.

검찰은 2017년 4월 12일 자 뉴스타파 보도 ‘’진격의 통신 관료’…시장과 행정을 틀어쥐다’로 알려진 국장 박 아무개의 인터넷문화재단 설립 추진 건에 이기주가 얽혔는지도 살피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아무개가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ㆍ네이버ㆍ다음카카오ㆍSK커뮤니케이션즈에게 새로 만들 인터넷문화재단에 수십억 원씩 출연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이기주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에 수사 초점이 맺혔다. 인터넷문화재단은 2015년과 2016년 방통위 업무 계획에 없던 일인데도 박 아무개가 밀어붙여 문제가 됐다. 특히 설립 제안에 찬성하지 않은 기업이 여럿이었던 데다 담당 과장마저 반대했던 것으로 들렸다.

이기주는 박 아무개로부터 인터넷문화재단 설립 관련 보고를 받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로 진실이 드러날지 지켜볼 일이다.

검찰은 2015년 3월 경품 현장 사실조사에 따라 방통위가 4대 통신사업자에게 부과했어야 할 과징금을 150억 원쯤으로 헤아렸다. 조사가 이뤄졌던 경품 지급행위 14만7641건과 사업자 위반율을 바탕으로 삼아 미루어 셈한 것. 거두어들인 과징금은 국고에 보태야 한다. 방통위 시장조사관 여럿이 “국고 손실”을 말해 온 까닭이다.

축난 150억 원이 채워질 때까지 사건은 살아 있을 터. 방통위 비위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눈과 귀와 취재수첩도 열려 있고.

2019년 01월 16일자

* 이은용 기자는 1995년 4월 1일 <전자신문> 입사를 시작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8월 24일 전자신문에서 부당해고되어 박근혜 정부 첫 해직 기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복직했으나 추가 징계 및 원격지 발령 등 회사의 탄압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회사를 나와 <뉴스타파>에 합류했습니다. 이 기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오작동에 대한 보도, 거대 통신사와 종편, 족벌언론 사주의 특권과 반칙을 드러내는 탐사보도를 이어가면서 지난 10년간 방통위의 전횡에 입 닫고, 종편의 횡포에 눈 감고, 통신사 광고에 휘둘려 비판 기사가 없던 ITㆍ통신ㆍ방송 정책분야에 새로운 저널리즘의 기운을 불어넣어 많은 분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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