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검찰과 고래고기[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579)] 이승호 동화작가
  • 관리자
  • 승인 2019.12.03 17:03
  • 댓글 0


(1)

아주 먼 옛날, 울산에서 ‘고래고기 사건’이 발생했다. 끝은 엽기적이며 비참하지만, 시작은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 바닷가에 어여쁜 울산 큰애기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고래가 문득 큰애기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고래는 큰애기에게 말을 시켰다. “밥 자셨능교?” 큰애기는 못 들은 척 했다. 흐음, 사실은 못 들은 게 아니라 못 들었다. 어떻게 고래말을 알아듣는가.

말 안 통하고 생긴 것 다르니, 내 사랑 어이 만나나. 고래는 인어공주를 찾아갔다. 인어공주는 고래에게 “사람으로 변신하여 사랑을 구하라”고 조언했다. 고래가 어찌어찌 사람으로 변신하니 늠름한 장정이 생겨났다.

장정은 큰애기를 다시 찾아가 말을 붙였다. “밥 자셨능교? 이바구나....” “어데요, 만다꼬 이바구....” 중간 생략하고, 고래와 큰애기는 혼인하여 자식을 아주 많이 낳았다. 전반부에 낳은 자식들은 고래꼴, 후반부에 낳은 자식들은 사람꼴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부부는 고래꼴 자식들을 뭍에서 기르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부부는 눈물바람 끝에 고래자식들은 바다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가즈아....” 고래아빠가 마침내 날 잡아 고래자식들을 집 밖으로 내몰았다. “어데 가능교? 혹시 바다?” “넘구치지 마라....” 착한 고래자식들은 아빠 뒤를 따랐다. 아아, 부모형제는 그렇게 이별했던 것이다.

또다시 한 세월 흘러, 어느날 고래아버지가 사망했다. 사인은 고래회충 감염이었다.

가장이 죽으니 이제 자식들이 밥을 벌어와야 했다. 형제들은 울산 앞바다로 몰려갔다. 보구치, 전갱이, 부시리, 능성어, 벤자리, 호래기, 양태.... 그날 잡은 물고기 종류다. 대단한 조과였다. 근데, 사실은, 형제들은 훨씬 더 대단한 것을 잡았다. 고래였다.

뒷얘기는 너무 슬프다. 그러므로 덤덤하고 짧게 정리한다. 비극과 마주한 엄마가 울부짖었다. “우야노!” 사태파악 못한 놈들이 말했다. “와요, 고래가 파잉교?” 엄마는 “우야노...”를 몇 번 더 되뇌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다.


(2)

스토리는 이렇게 비참하게 끝난다. 하지만 후세의 사람들은 못내 궁금해 하였다. 그 고래는 어찌 되었을까. 여러 소문들이 나돌았지만, 냉동창고 임대업을 하던 어떤 사람이 헐값에 사갔다는 얘기가 가장 믿을 만했다.

또다시 길고 긴 세월이 흘러, 그 고래가 대한민국 현대사에 다시 등장했다. 수백년간 냉동상태로 울산 지역에서 불법유통 돼왔다는 것이다.

급기야 그 고래고기가 기사의 주인공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울산 고래고기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사건을 간단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년전, 울산경찰은 수십억원 어치의 불법 고래고기를 압수한다. 얼마 뒤 울산지검 황모 검사 쪽에서 전화가 온다. “고래고기 돌려주라.” 경찰은 이 요구를 거부한다.

황모 검사는 꾀를 낸다. 피의자의 변호사 사무실에 팩스로 ‘환부지휘서’를 발송한다. 사건은 유야무야되고 제보자만 억울한 일을 당한다. 변호사는 울산지검 검사 출신이었다.

그냥 이 정도로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잊혀지나보다 했는데, 엊그제 다시 핫뉴스로 부상했다. “하명수사 의혹 속 재조명 된 ‘울산고래고기’ 사건이란?” 한국일보 기사 제목이다. 밑에 부록으로 붙여뒀으니 읽어보시든지.


(부록)


울산의 고래 전설

바닷가에 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처녀에게 반한 고래가 사람으로 변신했다. 둘은 많은 자식을 보았다. 처음 자식들은 고래, 나중 자식들은 사람이었다. 고래자식들은 바다로 가고, 사람자식들은 뭍에 남았다. 어느날, 아버지가 사망했다. 사람자식들은 먹거리를 구하러 바다로 갔다. 사람자식들이 잡은 것은 고래였다. 이걸 알게 된 엄마가 부르짖었다. “너희들이 죽인 것은 형제구나!" 엄마는 슬픔을 못 이겨 죽고 말았다.

괴로운 고래고기

고래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가지 설이 있다. 그중 ‘苦來’라고 풀이하는 설이 있다. (苦/괴로울 고, 來/올 래). 믿거나 말거나 설이지만 나름의 배경이 있다. 옛날엔 바닷가로 고래가 떠밀려오면 어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또나리 등 마을 탐관오리들이 고래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야 돌아서서 “에잇, 더러운 놈!” 하고 침 한번 뱉으면 된다. 그게 아니었다. 어민들이 그 거대한 생물체의 해체와 운반의 노역을 감당해야 했다. “고래가 오니, 괴로움이 오네....”  그리하여 ‘苦來’라는 것이다. 실제 떠밀려온 고래를 어민들이 사람들 눈을 피해 다시 바다에 끌고 나가 몰래 버렸다는 옛기록도 있다.

(한국일보 기사)

하명수사 의혹 속 재조명 된 ‘울산고래고기’ 사건이란?


울산경찰청(당시 청장 황운하)이 지방선거가 임박한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하명수사란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에서 대표적 수사권독립론자인 황운하 청장이 울산으로 부임하면서 검찰과 대립한 사건으로 관심을 증폭시켰었다.

특히 지난해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부하 직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수사 상황 등을 점검했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 측이 “고래고기 사건을놓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서 부처간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없을까 해서 내려갔다”고 밝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사건은 20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5월 25일 울산경찰은 소위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업자 및 식당업주 검거’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칙적으로 조업이 전면금지된 고래고기는 한 마리당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거래돼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울산중부서는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판매한 총책과 식당업자 등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 육상 운반책과 식당업주 등2명을 구속하고 현장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가 40억원어치의 밍크고래 27톤(밍크고래 40마리 상당)을 압수했다.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면서 사건을 송치받아 지휘한 울산지검이 당시 포경업자들에게 고래고기 27톤 중 일부인21톤을 돌려줬다고 환경단체가 폭로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9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업자에게 고래고기를 환부(돌려줌)했다”며 “이 사건 담당 검사는 고래고기의 불법 여부가 바로 입증되지 않았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는 이유로 일단 업자들에게 압수한 고래고기를 환부했다고 한다”며 덧붙였다.

이 단체는 “불법을 근절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줘 21톤의 고래고기를 돌려받아 30억원 상당의 이익을 올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지검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울산경찰청에 제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의 지휘로 해당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는 검찰개혁과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가 있던 때라 울산경찰의 검찰 수사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27톤 가운데 불법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6톤뿐이고 나머지는 불법성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기소하지 못해 반환 조치한 것”이라며 “고래 DNA 분석 결과를 기다리려 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고래연구소 측의 답변을 듣고 종결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 수사에서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업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고 업자가 이 변호사에게 수임료 등으로거액을 건넨 정황, 고래고기 21톤을 돌려받은 시점에 업자의 계좌에서 수억원이 빠져나간 정황을 확보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해당 변호사의 사무실과 주거지, 계좌, 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검찰이 사무실과 주거지는 기각하고 계좌와 통신의 압수수색 영장만 울산지법에 청구했고 이마저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2017년 12월에는 수임료만 2억원을 수수한 검찰 출신 업자 변호사는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가 그날 돌아가 버리기도 했으며 고래고기를 돌려준 담당 검사도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로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버린 탓도 컸다. 이 과정에서 검ㆍ경은 성명 등을 통해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후 이 사건을 수사를 지휘하던 황운하 울산청장이 지난해 말 대전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렇다 할 결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2019.12.03.)


(관련서적)

황운하의 질문,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