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제(炎帝)의 아랫것이었던 형천(刑天)이 황제에게 대들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
황제가 형천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그 머리통을 상양산(常羊山)에 묻었다.

대가리는 묻혔으나, 몸뚱아리는 죽지 않았다.
젖꼭지는 눈깔, 배꼽은 아가리가 되었다.
그 꼴로 방패와 도끼를 들고 춤을 추며 달려들었다.
놈은 지금도 천방지축 날뛰고 있다.

(부록)

형천

산해경(山海經)에서는 “刑天與帝至此爭神, 帝斷其首, 葬之常羊之山. 乃以乳爲目, 以臍爲口, 操干戚之舞.”라 쓰고 있다.
회남자(淮南子)에서는 “죽어 훼손된 시체가 있는데, 이에 두 젖꼭지를 눈 삼고 배꼽을 입 삼아 방패와 도끼를 잡고 춤을 추었다. 천제가 그 손을 베어버린 뒤 다시 그 머리를 베었다.”고 전한다. 刑殘之屍, 於是以兩乳爲目, 腹臍爲口, 操干戚之舞. 天神斷其手後, 天帝斷其首也.

청나라 학자 기윤(紀昀, 1724~1805)이 쓴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에는 “일찍이 바다를 표류하다 한 섬에 닿았는데, 남자와 여자 천명이 있었다. 모두 뚱뚱하고 키가 작으며 대가리가 없어 두 젖꼭지로 눈깔로 만들어 깜박깜박 움직였고, 배꼽을 입으로 만들어 짜장면을 앞에 갖다놓고 빨아들여 처먹었는데 쩝쩝 소리를 내어 분간이 되지 않았다. 식자 왈 “이는 산해경에 실려 있던 형천의 후예”라 하였다“고 쓰여 있다. 曾飄至一島, 男女千人, 皆肥短無頭, 以兩乳作眼, 閃閃欲動, 以臍作口, 取食物至前, 吸而啖之, 聲啾啾不可辨. 識者曰, 此山海經所載刑天氏也.

Wikipedia에는 “Losing the fight for supremacy, he was beheaded and his head buried in Changyang Mountain. Nevertheless, headless, with a shield in one hand and a battle axe in the other, he continues the fight, using his nipples as eyes and his bellybutton as a mouth. Eventually, he regenerated himself and continued his defiance, which was expressed by a martial dance.”라 나와 있다.

형천의 자소서

저는 원래 덩치만 크고 이름조차 없는 놈이었습니다. 목이 잘린 뒤 형천(머리를 자른다는 뜻)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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