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잠이 안오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납득이 잘 안돼서 그래. 일개 행정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총장이 선출직 대통령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작금의 꼬락서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황당해.

그때도 이런 심정이었지. 40년전 문명국가 대한민국에서 자국 군인들이 수백명의 시민들을 총칼로 학살하는 현장을 보면서 내 모든 상식이 무너져 내렸어. 차라리 꿈이길 바랬지.
그런데 수십년동안 감옥가고 고문당하며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며 쟁취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또다시 꿈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웃기는 것은, 검찰총장이 검사와 수사관들만 동원하면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자행됐던 계엄령과 긴급조치, 위수령보다 더 확실하게 국가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
많은 인원도 필요없어. 측근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 몇명만 움직여도 가능하니까. 많은 군병력과 탱크, 장갑차도 필요없으니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지.

괜히 많은 사람을 잡아들여 비난과 반발을 초래할 필요도 없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한놈만 패면 되니까. 대통령 최측근 장관 가족을 인질로 잡고 이잡듯이 탈탈 털어 부인과 아들, 딸, 동생, 장모까지 전부 구속시키면 다들 알아서 기게 될거야. 구캐의원도 꼼짝못하고 굽실대는 판인데 감히 누가 맞서겠어?
언론? 까짓거 검찰에 대드는 기자넘은 고발해서 족치면 지까짓게 어쩔 것이여?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입도 뻥긋 못하고 침묵하는걸 보면 간단히 제압된 것같아. 아니면 일아서 기어들어가든가.

첨엔 대통령이 부담되었는데 막상 저질러보니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었을거야. 검찰총장은 2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징계받기 전에는 해임이 불가능한데 지가 버티면 어쩌겠어?
예전같으면 국정원에 끌려가 경을 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빨빠진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존재야. 기무사의 계엄령 음모사건을 보고도 찍소리도 못하는 가련한 기관일 뿐이지.
요즘 상급관청인 법무부의 인사권과 감찰권을 강화한다고 소란들을 피우는데 저들이 눈하나 까딱하겠어? 범죄자를 감싸고 수사를 방해한다고 꽥 소리치면 쏟아지는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겠어?

물론 검찰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겠지. 현 정권을 반대하는 강력한 야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야당과 종교단체에서 동원한 군중들이 필요할거야. 여기에 검찰과 이해를 함께하는 사법부 협조만 얻어낸다면 완벽하겠지.
야당은 국회에서 개혁법안을 철저히 봉쇄하고 광장집회에서 정부실정을 강력히 비난하면 돼. 언론은 정부실정을 부각시키고 구속된 인사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하겠지. 촛불부대가 문제라고? 별거 아니지. 야당을 반대하는 친정부 관제데모로 격하시키면 그만이야. 앞에서 설쳐대는 넘들은 몇놈 잡아다 족치면 알아서 기게 되어 있어.

전두환이는 이런 기발한 방법을 놔두고 뭐하려 군대를 동원해서 살상하고 폭력을 휘둘렀는지 땅을 칠 노릇이겠지. 이젠 선거도 문제없을거야. 총선때 여당의원 몇놈 구속시켜 파렴치범으로 만들고 대선 때 유력한 여당후보 약점 털어내서 구속시키면 간단하지 않겠어? 어리숙한 국민들은 알아서 잘 따라올 것이고... 일본 자민당처럼 영구집권도 가능할 것같지. 이래저래 오늘은 날밤 새울 것같아...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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