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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블랙홀 ‘조국 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조국 보도 놓고 내부 논쟁 중…검찰발 기사에 고민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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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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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쏟아냈다. 과열 보도 양상이 나타났다. ‘가짜뉴스’, ‘기레기’라는 비난이 절정에 달했다. 공정한 언론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컸다. 조국 장관 보도는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어디까지 합리적으로 볼 수 있을지 어려운 물음을 언론계에 던졌다. 찬반 진영 논리와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조국 장관 보도를 놓고 언론사 내부도 시끄럽다.

한겨레는 치열하게 내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5일 법조팀 강희철 기자는 “우병우 데자뷰 조국, 문 정부 5년사에 어떻게 기록될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작성해 출고했는데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한겨레 기자들이 대자보를 붙여 편집국장의 입장을 요구했다.

한겨레 기자의 대자보는 조국 장관 보도에 있어 한겨레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문재인 정권에 우호적인게 아니냐는 의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주장하는 보도는 후보자 당시 조국 장관 측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 조국 장관 딸이 의전원에 두번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은 사실 등이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증 TF를 꾸리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한겨레 소속 A기자는 “타사가 다른 부서에 있는 기자들까지 빼서 특별취재팀을 만들었던 시점에 한겨레 신문은 법조팀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맡겨두고 있었다. 외곽취재를 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별도 취재팀이 성명 이후 꾸려졌다”고 전했다.

2016년 9월 한겨레 보도(최순실이 다닌 스포츠센터 센터와 K스포츠 재단 연관 의혹)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단초를 밝혔던 시발점이 됐던 것처럼 “매일 접근할 수 있는 취재역량의 최대치”를 보도하는 것이 종합일간지의 특성인데 조국 장관 의혹 국면에서 한겨레는 소극적인 보도를 해왔다는 것이다.

한겨레 내부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A기자는 “30일자 신문에 (촛불집회 참여숫자)200만 명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숫자가 사설에 실린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앞 촛불집회를 보도하면서 <“조국수호” vs “조국구속”... 반포대로 가득 채운 ‘팻말 물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기계적 중립으로 보도할 내용이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후 <“검찰개혁” “조국 수호” 서초동 촛불집회…주최 쪽 “200만명 참석”>이라는 제목으로 바꿨다.

한겨레 B기자는 “독자들이 공정하게 보도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조국 장관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난처한 게 사실이고,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정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한겨레 내부에서도 다르다. 딜레마다. 보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겨레C기자는 “편집국은 7층, 논설위원실은 8층인데, 맨날 목소리가 다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논설위원실 글과 편집국 보도가 충돌한다”고도 전했다.

피의사실공표도 당장 검찰발 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사가 직면한 문제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 법조팀이 검찰 편향적으로 된 이유’라는 글을 SNS에 올려 검찰발 보도에 대한 한겨레 내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허 전 기자는 검찰팀에서 수사 속보를 보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검찰발 보도를 잘한 기자들이 인정을 받은 분위기 속에서 ‘친검’ 기자가 탄생하고 ‘친검’ 기자가 모인 “한겨레의 법조 이너서클”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허 전 기자는 이들을 ‘고인물’로 표현하고 “검찰 수사 속보 잘 캐오는 기자가 능력자로 대접받고 이후 고급출입처를 보장받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며 “수사 속보 포기해도 좋으니, 검증된 것만 쓰자고 회사의 책임자가 선언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기사 쓰거나 말거나, 한겨레는 검찰의 공식 브리핑으로 발표된 것만 기사 쓰고 그 외 한겨레가 자체 검증을 완료한 기사에 한해서만 기사를 쓰는 것으로 법조 기사를 바꾸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D기자는 “검찰발 받아쓰기가 문제라고 나오는데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과연 그 기준이 정말 잘못됐다면 진작 바로 세웠어야 했다”면서 “저널리즘이 지체된 원인, 독자와 정권과의 거리를 두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 등 기자들이 고민을 많이 했어야 했던 주제인데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MBC도 검찰발 보도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박성제 보도국장은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도 어떨 때는 자유롭지 못한다. 왜냐하면 후배들이 ‘단독입니다’라고 가져오면 ‘내야지.’ 일단 그렇게 되거든요”라고 말했다. 취재기자가 검찰발 단독 소스를 가지고 왔는데 검증 시간이 부족할 경우 어떻게 보도할지 언론사 간부라며 누구나 하는 고민이라는 것이다. 박 보도국장은 “(속보성 단독)이런 단독을 필요 없다. 저는 그렇게 본다. 마침 기자들도 한번 해보겠다라는 생각들이 있어서 저희가 종래에 어떤 검찰발 기사에서 변화를 줘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KBS에서도 조국 장관 보도는 신중히 접근해야 될 주제로 통한다. KBS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편집국 간부들은 취재 결과물을 최종 리포트로 내놓기까지 치열하게 토론한다. 일반적인 데스크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조국 장관 관련 검찰 수사 내용 보도의 경우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KBS에서 조국 장관 관련 보도가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는 시사기획창에서 다룬 <조국으로 조국을 보다> 편이다. 제작진은 조 장관이 과거 집필한 책과 SNS에 남긴 글을 현재 제기된 의혹과 비교했다. 과거 쏟아낸 말과 조 장관이 받고 있는 의혹이 모순된다는 취지인데 데스크가 당초 발췌문 일부를 삭제해 보도 자율성이 훼손됐다는 내부 반발이 컸다. 이에 보도국은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근거해 공정성과 균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일부 내용의 표현을 추가 하거나 삭제한 것이라며 데스킹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손석희’로 상징되는 JTBC도 조국 장관 관련 보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8일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JTBC 뉴스룸 현장 중계 기자를 둘러싸고 ‘진실보도’를 외쳤다. ‘돌아오라, 손석희’라는 팻말도 JTBC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지난달 9일 손석희 앵커가 조국 장관 부인의 SNS 반박글에 대해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집중 질타를 받았다. 조국 장관 의혹 국면에서 ‘진실을 밝혀주리라 믿었던’ JTBC가 정치인 입과 검찰발 보도에 집중한다는 비판이었다.

JTBC 한 기자는 “언론은 합리적 의심이 드는 사안을 보도하는 역할인데 (여론이) 진영 논리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조국과 검찰 모두 검증과 개혁이 필요한데 어느 한쪽을 보도하면 한쪽 편을 든다는 식의 비판이 나온다. 균형 잡는 보도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검찰발 보도에 대해서도 “그냥 받아쓰지 않는다. 검증 과정을 거쳐서 확인된 것을 보도한다”며 “탐사팀의 경우 조국 장관을 다루는데 내부적으로 확보한 문건 등을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친다. 누구의 편이 아니라 팩트 위에 서서 합리적 의심을 해야할 사안이라면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JTBC 기자는 “탐사팀은 제보된 많은 정보 중 100% 확인된 것만 추려서 보도하는 데도 비난이 거셌다. 평소에 얼마나 언론에 실망을 많이 했는지,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검찰발 보도를 했는지 등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서 “뉴스룸 차원에선 기존 검찰발 뉴스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자거나 실체가 있는 기사를 쓰자는 등 한층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받아쓰기 아이템'의 경우 실제로 킬 되는 경우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22일 외고 학부모 모임 있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하며 조국 당시 후보자의 딸 논문 제1저자 의혹 제기한 동아일보.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 기자들 사이에선 보도를 둘러싼 내부의 갈등보다 자사의 보도를 높게 평가하며 보도 경쟁에 목을 메는 모습이다. 한 보수신문 기자는 “이번 조국 보도에서 눈에 띈 언론은 동아일보였다. 조선과 중앙은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또 다른 보수신문 기자는 “타사처럼 특기할 만한 갈등이 제기되진 않았다. 비판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동아일보 독자위가 자사 보도에 “동아일보는 연이은 특종 보도로 조국 장관 검증 정국을 주도했다”고 평가하거나 조선일보 독자위가 “조국 사태와 현 정권의 실체를 규명·보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과거 정부 때 기대하기 힘들었던 독자들의 지지도 ‘보도 경쟁’을 추동하는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언론이 조국 장관 보도에 과하게 집중한 탓에 스스로 덫에 갇혀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조국 장관 의혹에 대한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의제로 키울만한 것인지 언론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조 장관이 검찰팀장과 압수수색 당시 통화한 내용을 일간지 모두 1면 톱으로 보도했는데 그 정도의 사안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여론을 반으로 갈랐다고 하는데 이 사태를 키운 책임도 언론에 있다. 조국 장관 보도는 의제설정 균형성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추측성 언론보도가 나오면 다른 언론이 또 키우고 경쟁하듯이 하고 있는데 이를 보도하지 않으면 언론의 역할을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강박관념도 있는 것 같다”며 “언론이 탈탈 터는 방식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내부 논쟁을 통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글은 2019년 10월 1일(화) 미디어오늘 박서연‧손가영‧김도연‧이재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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