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소식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현장에서[기고] 임종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
  • 관리자
  • 승인 2019.10.01 16:15
  • 댓글 0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 내렸다. 옆에 서있던 젊은이들이 함께 우르르 내린다. 지하철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이 가득찼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부 젊은 사람들이다. 친구나 애인들과 함께 가는 이들도 있고 어린아이들을 안거나 손잡고 가는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띈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까지 온통 사람들이 북적여서 걷기가 힘들었다. 다들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지난주에 한쪽 도로만 채운 인파가 3만명 모였기 때문에 오늘은 10만에서 잘하면 20만명쯤 모일 것이고 다음주에 100만명을 채울 것으로 예상들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가 이런 수순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엉겁결에 빈자리에 앉아 구호를 외쳤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부부가 나에게 촛불을 건네준다. 고마운 마음에 "광주에서 올라왔다"고 말을 건네니 자기들도 대전에서 기차타고 왔다면서 반가워했다. 한참 구호를 외치다가 도로를 거슬러 교차로까지 올라왔다. 순간, 아! 사거리 모든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검찰청 정문 앞으로 이동하려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다. 걸어나오는 중년남자에게 물으니 "본부석까지 가는 데만 40여분 걸린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는 수없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함께 구호를 외쳤다. 특별히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구호를 외쳐댔다. 여기저기서 구호가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인도 한켠에서는 머리가 하얀 노인 한분이 기타 반주로 운동가요를 힘차게 부르고 있었다. 앞에 놓인 상자에 동전과 지폐가 수북하다. 촛불을 팔거나 번데기를 파는 상인들도 줄지어선 사람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주변이 온통 축제 분위기로 넘쳐났다. 경제불황 때문에 살기도 벅찰텐데 이 시간만큼은 다들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평화로운 갖가지 시위풍경들을 사진촬영하면서 검찰청사로 이동했다. 한줄로 왕래하는 인파사이를 헤치며 정문 앞에 도착하니 경찰병력이 겹겹이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했다. 높다란 검찰청사는 몇곳을 제외하곤 불이 꺼진 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청사 정문 인근에 태극기모독부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있고 스피커 차량 위에 남녀 사회자가 올라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회자가 "문재인 퇴진" "조국 사퇴"를 선창하면 군중들이 "문재인 최고" "조국 수호"라고 외치는게 아닌가.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니 "검찰 개혁" "조국 수호"라고 씌여있었다. 양 옆에서 에워싸고 있던 시위군중들이 야금야금 밀고 들어와 이곳을 점령해버린 것이다. 사회자 선창과 시위군중 구호가 엇갈리는 상황을 다들 즐기고 있었다.

밤9시. 집회가 시작된지 3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않았다. 인파는 줄지 않고 구호소리는 더욱 힘차게 울려퍼졌다. 오늘밤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실감했다. 피플 파워! 마침내 제2의 촛불혁명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촛불로 파도를 만들며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사진=한겨레 이정아 기자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