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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먹어라[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537)] 이승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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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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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먹고 우물거리는 겨?”

(1)

조왕신은 섣달 말미에 하늘로 올라간다. 올라가 뭐 하느냐. 천제에게 자신이 돌봐주던 가족의 선행과 악행을 세세히 보고한다. 선행에 대해 고하면 칭찬이요, 악행에 대해 고하면 고자질이다.

인간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찜찜하다.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칭찬은 관두고, 털어 먼지 안 나는 놈 없다는데, 조왕신이 그 먼지 알갱이들까지 죄 모아 고자질 할테니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지난 1년 뭐.... 없능가?” “술 처먹고 몇 번 윤석열 욕 한 적 있는디 그것이 영 찝찝허구먼. 박씬?” “나두 뭐, 윤석열 헛소리 땜에 열 받어서.... 비슷한 처지여.....” “보나마나 조왕신이 고자질 하겄지?” “흐음, 으떻게 입 막을 방법 없으까?”

김씨와 박씨가 찾아낸 방법은 조왕신에게 엿 먹이기였다. 효과 만점이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조왕신이 하늘 올라가기 직전 아궁이에 엿을 붙여 놓기 시작했다.

혹시, 뭔 얘긴기 모르겄슈? 엿 먹으면 입이 달라붙어 말을 제대로 못하잖유, 고자질 하구싶어도 우물거리기만 할 거 아뉴. 됐쥬? 헛소리 하는 놈헌틴 엿이 최고유.


(2)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후 윤석열 검찰총장 앞으로 소포 배달이 줄을 잇고 있다. 소포 안에 든 것은 호박엿, 가락엿, 쌀엿 등 각종 엿이다. 조 후보자 수사를 반대하는 이들이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윤석열 총장이 근무하는 서초구 대검찰청의 우편물 취급 공간 한쪽 구석에는 '엿 소포' 50여 개가 쌓여 있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주 월요일(2일)부터 계속해서 윤석열 총장을 수신자로 하는 엿 소포가 배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앞으로 배달 온 엿. 왼쪽은 아직 뜯지 않은 엿 소포. (연합뉴스)

엿을 담은 상자 겉면에는 '엿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등의 메시지가 쓰여있다. 윤 총장에게 부정적 의미가 있는 엿을 보내자는 움직임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 조 후보자 수사에 대한 반대 여론을 보여주자는 뜻을 담았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꽃다발과 꽃바구니 배달이 줄을 잇는 것과 대조적이다. (후략, 연합뉴스 2019.9.4.)

(부록)

엿 먹은 귀신

조왕신. 부뚜막신. 집안 돌봐주는 가신. 주 활동무대는 부엌. 매년 엿(교아당, 膠牙糖)을 먹는다.

조왕신의 본명과 집안

궁선. 窮蟬. 북방 천제 전욱의 아들.

오늘의 한자 교아당

膠 아교, 아교풀(짐승의 가죽, 힘줄, 뼈 따위를 고아서 굳힌 끈끈한 것), 갖풀(아교풀)
牙 어금니, 이처럼 생긴 물건,
糖 엿, 사탕, 설탕

(관련기사)

지금 巷間(항간)에서 무관한 친구사이에 가당치 아니한 말을 하면 「듣기 싫여 엿 먹어라」고하는 말이 종종있다. 그러나 「엿」 먹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이하생략, 경향신문, 1954.08.22.)


(관련소설)

시시콜콜한 얘기가 또 끝없이 계속될 기미였다. 당신이 갔다 온 교도소란 무엇이냐, 부모란 뭐며 정의란 뭐라고 생각하느냐, 심지어는 국가는, 민족은 뭐냐고까지 따졌으니 세상에 그런 뚱딴지같은 여자가 어디 있는가.

도일은 화가 나서 벌컥 소리쳤다.

“엿이나 먹어라.”

- 신상웅 소설 <배회 徘徊>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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