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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한국보다 정치후진국인가민중 주도 혁명이 없는 나라의 당연한 귀결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 관리자
  • 승인 2019.08.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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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쟁점은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이다.

1905년에 실질적으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이래 40년 동안 한반도를 강제로 점령하고 갖은 악정과 약탈을 자행한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대한민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그날 두 나라 대표가 서명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에 관한 사죄 표명’이 전혀 없었다. 일본군 장교 출신인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청구권 자금 3억 달러(10년 동안)와 장기 저리 차관 2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한일기본조약’을 서둘러 맺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이 ‘굴욕적 한일회담’을 막으려고 시위와 집회를 끈질기게 벌였지만 박정희는 6월 5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전국의 모든 대학에 3개월 휴교령을 내린 뒤 헐값으로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버렸다.

그렇게 애초부터 잘못 열린 한국과 일본의 국교는 반세기가 넘도록 두 나라의 관계를 ‘호혜·평등’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근자에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대한민국과 주권자들을 농락하는 언동을 일삼고 있는 행태의 뿌리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베는 그것을 빌미 삼아 지난 7월 4일 ‘한국과의 신뢰관계’와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을 이유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품목들의 주요 소비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큰 타격을 입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소재를 자체 개발하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단 기간에 그 일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이런 약점을 익히 알고 있는 아베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며 일본의 반도체 소재가 북한으로 넘어갈 소지가 있다는 뜻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과거의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하기는커녕 한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아베의 행태는 뿌리가 아주 깊다. 근대 들어 일본을 좌지우지해 온 ‘극우 세습 세력’의 민낯을 그가 드러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10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 이중 소선거구에서 당선된 자민당 의원 218명 가운데 세습의원은 7명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최근 자민당이 배출한 총리들도 대부분 세습 정치인들이다. 현 총리인 아베 신조 외에 아소 다로, 후쿠다 야스오, 고이즈미 준이치로, 오부치 게이오 등이다. 또 현재 아베 내각 대신(장관)들의 절반이 세습의원이다. 세습 정치인 없이는 도무지 굴러가지 않는 나라인 셈이다.”(중앙일보 2018년 7월 23일자 기사-“‘세습정치’ 왕국 일본, 각료 절반이 물려받은 정치인”).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일본 자민당은 1955년에 창당되었다. 현재까지 정권을 빼앗긴 것은 단 두 차례, 기간은 5년 8개월에 불과하니 무려 58년 넘게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은 중의원 465석 중 282석, 참의원 242석 중 122석을 차지하고 있다. 거기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중의원 29석, 참의원 25석)을 합하면 중의원 66.8%, 참의원 60%가 여당이다. 아베가 전쟁이 불가능한 ‘평화헌법’을 고쳐 신군국주의로 치닫고 싶어 하는 배경에는 그런 정치 환경이 있다.

일본의 집권세력은 철저히 극우 또는 수구보수의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 나라의 역대 총리 면모를 보면 그런 성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1885년에 초대 ‘총리대신’이 된 이토 히로부미부터 아베까지 68명 가운데 절대 다수가 ‘그런 정당의 그런 인물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국정농단으로 장기형을 선고받은 이명박과 박근혜 말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민주체제를 세우려고 노력했고, 현재 문재인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정치후진국’이라는 낙인을 감수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나라에 혁명의 역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한반도에서는 1884년에 봉건왕조와 외세에 저항하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고, 1919년에는 일제의 압제와 착취에 맞서 민중이 궐기한 3·1혁명이 터졌다. 1960년 학생들이 선도해 일으킨 4월혁명은 독재자 이승만을 권좌에서 몰아낸 뒤 공명선거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게 했다. 1979년 10월의 부산·마산 항쟁은 독재자 박정희의 죽음을 불러오는 중대한 단초였다. 1980년 5월의 광주민중항쟁은 결과적으로는 좌절되었지만 1987년 6월 항쟁의 씨앗이 되었다. 1987년의 6월항쟁은 군사독재로 장기집권을 꾀하던 전두환이 사퇴하고 노태우가 한 동안 어정쩡한 군사독재를 되풀이 한 뒤 김영삼(비록 ‘3당 합당’이라는 야합에 기대기는 했지만)이 ‘문민정부’ 수장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이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의 혈통은 일본 역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바로 안다면, 아베는 왜 일본이 한국보다 정치후진국인지를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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