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와 정국 낙관론

1980년 들어 계엄사령관 이희성 등 군부의 주요 인물들이 “군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자 정치권은 헌법 개정과 정치일정에 관심을 쏟았다. 1979년 12월 말부터 국회 헌법개정심의특별위원회 주관으로 개헌공청회가 서울과지방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1980년 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공청회가 열렸고 이어 광주·대전·부산 등 전국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계속됐다. 조선일보는 그 내용을 1월 30일자 4면 거의 전부를 털어 소개했다. 조선일보 역시 개헌문제에 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국회 개헌특위가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했던 6차례의 공청회가 29일로 완결됐다. 새 시대의 기틀이 될 개헌논의에서는 그동안 구체제의 틀 속에서 내연되던 욕구들이 활화산처럼 타올랐고, 강요된 침묵 속에 응결됐던 갖가지 의견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와 역사의 반전을 실감케 했다. 각 공청회에서 의견을 제시한 50명의 공술인들이 전 국민의 의사를 완벽하게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지역사회의 견해를 투영시켰다고 본다면 대체적인 민의의 소재는 확인이 된 셈이다.

이 기사에서 볼 수 있듯 공청회의 특색은 언론자유 등 기본권의 수호에 모든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는 점이다. 권력구조도 같은 맥락에서 직접선거를 통한 대통령중심제와 사법권의 독립, 지방자치제 실시 등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공화·신민 양당은 직선에 의한 임기 4년 중임의 대통령중심제, 통대 선출 의원제 폐지, 사법부 독립 등 대부분 비슷한 헌법시안을 마련했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2월 14일자 사설(「개헌에 관한 우리의 견해」)을 통해 정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권력구조에 관해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국무총리 수반의 내각에 분산시키는 절충안을 제시했는데, 그것이 신군부의 복심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여기서 우리는 종래 대통령에게 집중되었던 권한 부분을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에다, 그리고 행정권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분산시키는 절충안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주재 하에 초당적인 통일심의기구를 설치하고, 국군의 통수권은 대통령에 부여하되 국방의 기본정책 수립과 집행은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들로 구성되는 국방회의를 설치, 여기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럴 때 대통령의 임기는 6년 단임으로 하고 당적을 이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이렇게 그 방대한 권한을 가지는 한 반드시 국민들이 직접 선출케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듯 활발한 개헌논의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이른바 ‘3김 회동’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정국을 낙관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2월 25일에는 동아일보 회장 김상만의 주선으로 서울 계동의 인촌기념관에서 김영삼·김대중·김종필 3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또 이 자리에는 주한 미국대사 윌리엄 글라이스틴과 일본 캐나다 대사 및 저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어 2월 29일에는 정부의 민주인사들에 대한 복권조치가 단행됐다. 전 대통령 윤보선 등 6백87명에 대한 복권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 학생이 3백73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가도 최규하 정부의 복권조치로 해직교수와 학생들이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신학기가 시작되자 대학에서는 학생회가 부활하는 등 활기가 일었다. 이른바 ‘서울의 봄’이 오고 있었다.

신군부의 ‘K-공작계획’

그러나 전두환의 신군부는 1980년 1~2월에 보안사령부에 정보처를 복원하여 기구를 대폭 확대 설치한 뒤 정치·경제·사회·언론·종교에까지 치밀한 공작을 전개했다. 보안사는 2월 정보처 내에 언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언론계를 두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이상재를 책임자로 하는 ‘언론반’을 가동했다. 이상재는 보도검열단을 실질적으로 조종 감독하고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을 회유했다.

신군부의 방대한 시나리오 중 언론 분야에 해당하는 자료로 ‘K-공작계획’이 있다. 이는 왕(King)의 앞 글자 K를 딴 것으로 전두환을 왕으로 세우려고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김주언, <한국의 언론통제>, 리북, 2008, 190~203쪽).

이 공작은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여론조작 방안에 다름 아니었다. 주요 시나리오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을 민주정치세력, 신군부를 안정구축세력으로 차별화하여 안정론을 확산시키고 언론계 사람들을 포섭하여 여론을 신군부에 유리하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학생운동과 노동쟁의에 대한 국민여론을 악화시키고 3김의 경쟁을 구태정치의 파벌싸움으로 언론의 논조를 이끌어 나갔다. 특히 ‘K-공작계획’에 따르면 신군부는 언론사의 간부들을 회유 대상자로 선정, 적극 활용한다는 등의 세부계획을 만들어 실천에 옮겼다.
자발적으로 신군부의 집권을 돕는 언론인도 있었다. 조선일보의 선우휘 주필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1980년 1월 30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회견에서 신군부를 지지하고 언론 통제를 정당화하는 ‘망언’을 했다. 이는 이후 조선일보의 노선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식인들도 포섭 대상이었다. 학자·평론가 등 지식인 투고를 조종하는 방안과 신문의 독자란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입안돼 실천됐다(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1980년대 편> 1권, 인물과 사상사, 59쪽).

조선일보는 3월 12일자 1면에 총리 신현확의 일본 산케이신문 단독회견 내용을 도쿄발로 보도했다. 이 회견에서 신현확은 ‘유신체제가 필요한 것’이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회견을 통해 “유신체제는 국방력의 충실,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재평가하면서 “한국정부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나 유신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급속한 민주화는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므로 단계적으로 신축성 있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에서도 사회 안정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정치의 봄을 지켜보는 눈」이라는 통단사설의 앞 부분이다.

경칩이 지났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인지 새 봄을 맞은 감회가 지난 어느 해보다 유난히 따사롭다. 계절에 앞서 정치는 벌써 해동했고 영춘한 지 오래이다. (…) 하지만 한편으로 정치 과열의 분위기라고 우려하는 여론도 없지 않은 작금의 정치 상황이 바로 80년대에 온 국민이 염원하는 정치 발전의 정상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인지, 이쯤에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끼게도 한다. 본사가 창간 6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밝혀진 80년대에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의 순위는 1)사회 안정(40%) 2)물가 안정(약 37%) 3)정치발전(28.5%)인 점에서도 지나친 정치 과열은 삼가야겠다는 국민 의사의 일면을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조선일보의 신군부 밀어주기

조선일보는 정기적으로 지면을 할애해 다룬 독자논단 등을 통해서도 정치발전이나 학생운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강하게 표출했다. 한 예로 조선일보가 4월 9일자에 내보낸 독자논단의 「정치 공해의 추방」이라는 기고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정치발전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또 다른 공해가 우리 주변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 공해가 그것이다. 여러 가지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현실은 외면한 채, 그리고 모든 국민이 열망하고 있는 민주발전에는 결코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 것 같은 요즈음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태들은 분명히 정치 공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태들은 물론 옛 질서를 청산하고 새 질서를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갈등일지 모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치인들의 자세이다. 말로는 입버릇처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들이 보여주는 행위들은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문제의 해결보다는 폭력이 앞서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시는 식의 성급한 집권욕에서 오는 독선과 아집들이 불러일으키는 불협화음들은 정치 공해라는 딱지를 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 해빙기를 맞은 1980년 봄, 활발한 정치계의 움직임과 대학들의 민 주화 요구가 분출하던 4월 11일자 조선일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는 4월 11일자 미국잡지 뉴스위크가 보도한 「한국의 변화 바람」이라는 정치 분석 기사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4월 3일자로 박정희 사후 한국 정치 사태를 분석한 동경지국장 버너드 크리셔와 기자  보브 레빈의 공동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가 뒤늦게 그 기사를 실은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기사에는 3김에 대한 비판적 논조가 핵심 중의 하나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다음과 같다.

(…) 비록 세 김 씨가 지도적인 대통령 후보이긴 하지만 이 중 어느 누구도 이상적인 인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노련한 외교관은 “김영삼 씨는 능력이 좀 모자라며, 김대중 씨는 너무 과격한 것으로 생각되어 있고, 김종필 씨는 너무 때 묻어 있다”고 말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만약 신민당이 양분되어 야당표가 분산될 경우에만 김종필 씨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목적을 위하여 김종필 씨를 밀고 있는 경제인들은 정치자금을 김영삼 씨 돈궤에도 넣어주고 있으며, 군부는 김대중 씨를 그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좌익’이라고 사적으로 불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대목은 “김영삼 씨는 능력이 좀 모자라며, 김대중 씨는 너무 과격한 것으로 생각되어 있고, 김종필 씨는 너무 때 묻어 있다. (…) 군부는 김대중 씨를 그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좌익’이라고 사적으로 불신하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두고두고 한국사회에서 ‘언론프레임’으로 등장하곤 했다.

조선일보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같은 날짜 지면에서 2편의 사설을 대비시키고 있다. 제1사설 「시급한 대학 소란의 수습」과 제2사설 「제군의 영광과 책무/ 3군 사관학교 졸업생에게」)를 나란히 실은 것이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대학생과 사관생도를 대비하는 편집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 내용 역시 매우 의도적으로 보인다. 제1사설은 대학들이 학내외 문제로 큰 진통을 겪고 있으며 “대학 내의 진통과 동요가 크다는 것은 침통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썼다. 이에 반해 제2사설은 4월 졸업한 육·해·공 3군 사관학교 졸업생도들에 대한 무운과 군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차 있다. “조국에 대한 제군의 충성과 그 의지에 나라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1980년 4월 ‘서울의 봄’이 뜨거워질 무렵,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을 겸하게 됐다. 그야말로 모든 정보라인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전두환은 이미 3월 말 국무총리 신현확을 찾아가 “정보부도 안정시키고 올바른 궤도에 올릴 수 있다”며 자신이 중앙정보부장을 겸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때 신 현확은 “겸무는 안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한국현대사산책- 1980년대편> 1권, 69쪽). 그러나 전두환은 4월 14일 정보부장 서리에 임명됐다. 중앙정보부법이 보직을 가진 현역군인은 중앙정보부장을 겸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서리’라는 꼬리표를 다는 편법이었다.

조선일보는 4월 15일자 1면에 그 문제에 대한 해설을 싣고 전두환의 프로필까지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해설은 청와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현역 군인인 보안사령관을 정보부장에 겸임시킨 것은 계엄 하에서 군이 보안업무를 조정하고 있어 정보부의 기능에 비추어서 겸무토록 하는 것이 업무의 조정과 효과를 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전두환 프로필은 “12·12 사태를 거치면서 군의 핵심적인 리더로 부상했으며 중앙정보부장 서리로 발탁된 것으로 보아 그의 위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프로필 기사는 이어 “그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소장파의 심벌로 박 대통령의 촉망을 받았으며 선후배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전두환을 추켜세웠다.

노동계의 민주화와 ‘사북 사건’

민주화운동은 노동계에서 크게 일어났다. 신규 노조의 결성과 기존 노조의 민주화,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됐다. 1980년에 들어 4월까지 모두 8백9건의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이는 1979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노사분규 105건의 거의 8배에 이르는 수준이었다(<한국민주화운동사> 3권, 63쪽).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1980년 4월 21일 사북탄광 사건, 곧 ‘사북 항쟁’이 발생했다. 탄광촌 광원들의 어용노조 반대와 임금인상 시위투쟁이 그 발단이었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가 있었고 그곳에서 일하던 3천5백여 명의 광원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폭력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1백여 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광원들과 그 가족들이 경찰지서를 불 지르는 등 치안 공백 상태가 계속되다 24일 광원 대표와 정부 측이 협상을 마무리하고 합의에 이르렀다.

문제는 언론의 보도 태도였다. 계엄사가 24일부터 보도를 허용하자 언론은 사북 사건의 폭력 양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언론은 사북 항쟁을 ‘무법천지’로 묘사했고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과장하는가 하면 결과만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행위를 폭동 혹은 난동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 24일자 1면 머리기사에 「광부 3천5백명 유혈 난동」이라는 큰 제목을 붙이고 임시취재반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노조지부장의 배신을 규탄하는 광부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폭도화, 광산촌을 완전히 점거하는 사태로 번졌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 광업소의 광부 3천5백여 명은 지난 21일 오후 5시 ‘어용노조지부장 사퇴’,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노조 사무실, 정선경찰서 사북지서, 광업소 사무실, 사북역 등 읍 전체를 완전히 점거하고 읍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24일 새벽까지 4일째 사북읍을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 (…)
이 폭동 사태로 곡괭이와 각목에 맞은 경찰관 1명이 순직하고 43명이 부상했으며 광부 3명이 다쳤다. (…) 이번 사태는 노조지부장 이재기 씨가 탄광 측과 짜고 노조원의 임금 인상을 20%에 낙착시킨 것을 광부들이 알게 되면서 비롯됐다.

같은 날짜 7면 머리기사는 아래와 같다.

평화로웠던 광산촌이 광부들의 난동으로 하루아침에 공포의 거리로 변했다. 연 4일째 폭도로 변한 광부들에 의해 점거된 사북읍은 상가가 철시하고, 주민들이 문을 걸어 잠근 가운데 술 냄새를 풍기며 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광부들만이 오가는 죽음의 거리였다. 광부들은 읍내 곳곳에서 폭력과 파괴를 자행, 가재도구 등을 쌓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지새우며 기세를 돋우고 있다. 22일 새벽 이들은 사북읍 주요 길목에 갱목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쳤다. 고한~사북 간 도로의 동원보건소 앞, 사북역에서 광업소로 올라가는 속칭 안경다리 밑, 중산에서 사북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쳐진 바리케이드 앞에는 1백여 명의 광부들이 곡괭이, 삽, 각목 등을 들고 서성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와 같이 ‘사북 항쟁’을 광원들의 생존권 투쟁이 아닌 폭동 사태로 보도하고, 현장을 ‘죽음의 거리’로 그렸다. 사진 역시 ‘광부 폭동 현장’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병원에 입원 중인 경찰관들의 대비적인 사진을 함께 싣는 등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보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계엄사령부는 4월 30일 전군지휘관 회의를 열고 학원 사태,  사북 사건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 국가안보 차원에서 단호한 조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사북 항쟁’에 대해 합동수사단은 사태의 타결과는 상관없이 ‘난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체포, 고문했다. 신군부는 이를 전면적인 사회 개입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계엄사의 전군지휘관 회의가 열리기 전 날인 4월 29일 중앙정보부장서리전두환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앙정보부의 조직과 운영을 축소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이 중앙정보부와 보안사령부 등 양대 정보기구를 장악함으로써 정치발전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억측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며, 오히려 내외 난관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함으로써 정치발전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의 기자간담회 시점이나 내용은 신군부의 언론플레이였다. 조선일보는 4월 30일 기자간담회 내용과 전두환의 일문일답을 1, 2면에 대서특필하는 한편 다음 날인 5월1일에는 「중앙정보부의 개혁」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그 내용은 전두환에 대한 은근한 아부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중앙정보부 개혁에 대한 기대와 상찬으로 점철돼 있다.

(…) 무엇보다도 전 부장서리는 보안사령관이 정보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조건이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거나, 또는 정치일정에 영향을 주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데 대해 명백히 그런 가능성을 기우라고 부인했다. 그리고 그는 주어진 소임을 다함으로써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이번만은 그것을 믿고 싶은 절실한 심정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전 부장서리도 대국민 약속에 끝까지 충실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
전 부장서리는 앞으로 정보부원은 각 기관과 부서를 드나들며 간섭하는 일을 일체 없애고, 그 업무를 주로 대공정보 수집 활동과 정책자료 수집에 국한시키며 철저한 비노출활동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내외에서 그동안 불미한 이름을 떨쳐온 중앙정보부가 이제야 그 본연의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간취하며, 하루빨리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을 완수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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