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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부처님 오신 날'[광주 통신] 임종수 5ㆍ18기념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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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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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21일이었다.

이날 계엄군이 도청앞에서 시민들에게 집단발포할 때 전남대 2학년이었던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총소리에 놀라 함께 도망치던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 외에 다른 기억들은 생각나지 않지만 사격 전 계엄군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앞줄에 서있던 계엄군에게 항의할 때 군복에 새겨진 하얀 공수흉장이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다.

요란한 총소리가 연발로 터져나올 때 본능적으로 뒤돌아서 머리를 수그린 채 달릴 때만 해도 공포탄인줄 알았다.

그런데 함께 뛰던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머릿털이 솟구치는 공포감이 일면서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전일빌딩으로 내달렸다.

귓전을 스치는 총알이 뒤통수를 뚫고 들어올까봐 한손으로 머리뒷쪽을 가리고 뛰었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전일빌딩 뒤편으로 피신하여 숨을 몰아쉬면서 비로소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총소리가 멈춘후 부상자들을 실어나를 때 머리에 총상을 입고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 발바닥이 하얗게 변해버린 시민을 보는 순간 눈물과 분노가 치솟았다.

전일빌딩 시멘트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이게 나라냐?”, “국민에게 총질하는게 군인인가?”라면서 울부짖었다. 이날 오후부터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총기를 구해 무장항쟁을 시작했다.

그날밤 나는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어느 성당 마당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해 12월 9일 미국의 광주학살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광주 미국문화원에 불을 질렀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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