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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부수 50%가 파지”…‘부수밀어내기’ 공정위 의지에 달렸다조·중·동 신문지국장들 “김상조 공정위원장 이후 달라질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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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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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한국신문협회장이 최근 신문의 날 축사에서 “신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지국마다 쌓이는 파지도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고 있다.

신문지국장들은 본사에서 날아오는 발송부수가 실제 필요한 부수보다 너무 많아서 “파지 수입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 대다수를 담당하는 신문지국장 A씨는 “체감 상 발송부수의 50% 이상이 파지”라고 말했다. 일명 남양유업 사건 이후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시행되며 정부가 갑을관계에 따른 ‘물량밀어내기’ 관행을 바꾸고자 했으나 적어도 신문사와 신문지국 간의 불공정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

본사는 100부가 필요하면 지국에 200부를 보내고 200부에 해당하는 지대를 요구하거나 또는 150부에 해당하는 지대를 요구하는 식으로 ‘갑질’한다. 부수 1부당 평균 지대는 조선일보가 가장 높다는 게 신문지국장들 공통된 의견이다. 당연히 파지를 팔아서는 충당할 수 없는 지대다. 적자가 쌓인다. 이 때 신문지국장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본사에서 내려오는 일종의 ‘확장지원금’이다. 신문지국장들은 당장의 지국운영을 위해 확장지원금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부실부수가 쌓이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된다. 부수가 줄어들면 반대로 지원금 회수 같은 방식의 패널티가 부과되기 때문에 오늘날 신문지국은 일종의 ‘개미지옥’이라는 지적이다.

2017년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그해 8~12월까지 신문지국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당시 “전 산업의 본사/대리점 간 거래실태를 파악하여 거래질서의 공정화를 위한 정책 마련, 제도개선을 위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참여를 독려한 뒤 “본 조사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가 아니다”라며 신문지국장들을 안심시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디자인=이우림 기자.

설문에 참여했던 신문지국장 A씨는 “김상조 위원장으로 바뀐 다음 공정위 설문조사가 온 걸 본사에서 알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계약서 원본이 (그 당시) 등기로 날아왔다. 그 전까지는 구경도 못했던 계약서였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했던 신문지국장 B씨는 “당시 대리점법이 이슈화되면서 공정위가 이제 신문사의 불공정거래를 확인하고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구나 싶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신문지국장 C씨는 “상당히 많은 지국장들이 설문에 응답하며 변화를 기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공정위 대변인실은 “2017년 8월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5월24일 대리점 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 방안 발표를 냈다”고 밝혔으며 “약 4800개 본사와 15만개 대리점을 대상(응답 대리점 약 5900개)으로 한 광범위한 설문조사였으며 업종별로 따로 실태 결과나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의지가 있었다면 신문사-신문지국 간 불공정거래 실태조사를 따로 낼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했는데도 해당 자료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는 당시 발표에서 “대리점 분야에서는 모든 거래를 일률로 규제하기보다 업종별 거래 실태를 반영한 차별화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기준 마련을 위해선 업종별 거래 실태조사결과가 따로 나왔어야 했다. 진단은 명확했으나 후속 작업은 없었다.

2018년 5월24일 대리점 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 방안 발표 보도자료.

당시 공정위는 “대리점법 위반 행위를 적극 조사해 엄중히 제재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현행 대리점법과 시행령에 규정된 금지 행위 외에 세부 금지 행위 유형을 고시로 제정해 규제의 명확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구입 강제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판매 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활동 간섭 등이 고시에 포함될 세부 행위 유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문지국장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현재까지 없다. 신문 산업이 붕괴되면서 신문사 본사와 신문지국간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신문사 모두 사실상 방관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언론보도 또한 없다. 그 결과 ABC협회가 매년 내놓는 발행부수·유료부수 인증결과는 더 이상 광고업계에서도, 신문업계에서도 믿지 않는 수치가 되어버렸다. 복수의 신문지국장들은 ABC협회에서 표본조사대상이 된 신문지국에 며칠 전 조사 통보가 날아오면 본사 판매국 사람들이 지국으로 찾아와 부수를 조작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특정 신문사의 문제가 아니다.

한 신문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일간지 중 실제 유료부수와 ABC협회 유료부수가 30만부나 차이나는 곳이 있다. 업계에선 다들 알지만 쉬쉬하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 ‘침묵의 카르텔’로 적절한 수준에서 부수를 유지하며 일종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데 과하게 부수를 조작해 ‘질서’를 왜곡하는 소수의 신문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두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조선일보의 한 신문지국. 사진속 신문지국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ABC협회를 관리·감독할 권리가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정확한 부수인증을 위한 개선의지가 사실상 없는 상황으로 보이고, 공정거래위원회마저 뚜렷한 변화를 주도하지 못해 신문지국장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신문지국장들의 책임도 있다. A씨는 “신문지국 업계에 ‘젊은 피’가 없다. 새로운 진입자가 없어서다. 다를 싸워봤자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한 뒤 “이젠 지대라는 개념이 사라져야 한다. 지대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문사들은 대리점법 적용대상에 신문사들이 포함되자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신문협회를 중심으로 “언론탄압”을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펼쳤으나 결국 대상에 포함됐다. C씨는 “신문사들이 대리점법 시행 이후 법적 싸움을 예상해 상당히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뒤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실부수를 정리하고 지대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신문업계 ‘부수밀어내기’ 불공정관행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우선 관련 실태조사결과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글은 2019년 04월 17일(수)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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