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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입에서 “사법농단”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시위대·취재진 아수라장, ‘사법농단’ 대신 ‘과오’로 불러… 기자 질문에 답 않고 포토라인 지나쳐
  • 관리자
  • 승인 2019.01.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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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11일 아침 대법원 정문 앞은 그의 기자회견장이 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대법원 앞에 섰다. 검찰이 아닌 대법원을 뒷배경으로 그가 입장을 발표한 것은 사법농단 범행 피의자 이미지를 지우고 사법부 최고 권위자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을 이날 아침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아침 9시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과 서울지방검찰청은 450m 거리.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 나오기 1시간 전부터 대법원 정문 앞은 기자와 시위대로 북적였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설 포토라인 앞에 기자 90여명이 반원형 진을 쳤다. 기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동선과 얼굴을 포착할 위치를 선점하려 신경전을 벌였다. 경찰과 기자들 사이에 실랑이도 벌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입장 발표가 예정된 11일 오전 9시 경 대법원 정문 앞에 취재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문 위에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노조) 조합원들이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섰다. 조합원들은 정문 위와 문 안쪽에서 ‘양승태를 구속하라’며 구호를 외치며 “법원에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사죄하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9시께 검은색 그랜저 차량을 타고 나타나 대법원 앞에서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들이 터놓은 길을 따라 노란 삼각형 포토라인에 서는 동안 취재진의 플래시와 법원노조 구호 소리가 커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조합원들은 11일 9시께 대법원 정문 위와 안쪽, 바깥쪽에서 구호를 외쳤다. 사진=김예리 기자

사법농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 나타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양 전 대법원장은 5분가량 입장을 발표했으나 기자들은 현장에서 그 내용을 듣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 목소리는 법원노조 조합원들의 규탄 목소리와 취재진이 사진 찍는 소리에 묻혀 2m 거리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여러 방송사 마이크를 모아 든 기자 2명은 쪼그려앉아 양 전 대법원장의 입 앞에 마이크를 댔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 수행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며 사법농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도 ‘사법농단’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과오’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그 주체를 양 전 대법원장 자신이 아닌 ‘우리 법관들’ 혹은 ‘그 사람들’이란 표현을 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범행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앞둔 11일 아침 9시께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기자들은 ‘대법원 앞 기자회견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왜 굳이 여기서 입장을 발표하느냐’ 등 질문을 던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사들의 질문을 정리해 대표로 던지기로 한 기자 2명은 △대법원 앞 기자회견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왜 굳이 여기서 입장을 발표하나 △대법원 앞 기자회견이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 줄 거란 생각은 안 했나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인사·재판 개입이 없었다는 입장이 지금도 같나 △검찰수사에서 혐의 관련한 증거들이 나오는데도 같은 입장인가를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두고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한 번 들르고 싶었다. 거듭 얘기하지만 그런(혐의) 선입관을 갖지 말길 바란다”며 혐의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랜저 차량을 타고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지검 앞 포토라인을 지키던 기자들은 △강제징용 관련 재판 개입 혐의 인정하는가 △재판 개입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안 했나 △인사 불이익을 준 적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인가 등을 물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은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바로 검찰청 안으로 들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사법농단 범행 혐의는 40여개가 넘는다.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지내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문건을 보고받거나 직접 지시하는 방식으로 청와대와 사법부 간 ‘재판 거래’를 지휘한 혐의다. 임종헌 전 차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 이글은 2019년 01월 11일(금)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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