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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30] 혁명가로 죽은 기자〈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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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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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즈 (Reds, 1981)
[연출] 워런 비티
[각본] 워런 비티, 트레버 그리피스

러시아 10월 혁명에 관한 르포르타주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쓴 미국인 저널리스트 존 사일러스 잭 리드의 전기 영화다. 상영 시간 3시간 15분에 이르는, 그야말로 대하 서사 러브 로망. 각본, 연출,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맡은 워런 비티는 자신의 작품을 “죽은 공산주의자에 관한 아주 아주 긴 영화”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지루할 틈 없이 탄탄하게 짜인 영화다. 격정적인 역사의 순간에 맞닥뜨린 인간의 초상을 아름다운 화면에 담아내면서도 사실에 대한 왜곡은 거의 없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역사가가 영화에 바라는 모든 것이 담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좌파에서 중도파, 우파까지 아우르다’였다. 실제로 개봉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그는 당시 구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공격했다!)은 백악관에서 이 작품의 특별 상영회를 개최했다.

<레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실존 인물의 인터뷰를 군데군데 삽입했다는 점이다. 감독 워런 비티는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 반자본주의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 등 존 리드와 교유했던 22명의 인터뷰이들을 ‘목격자’로 등장시킨다. 촬영 당시 이미 80~90대에 이른 노인들은 존 리드를 막연히 추모하거나 미화하는 게 아니라, 그의 약점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뿐더러 그 시절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스콧 니어링(왼쪽)과 헨리 밀러. 니어링은 영화 초반에 ‘뒷담화’는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더니, 후반에 가서는 멋진 멘트를 남긴다. 밀러는 섹스와 연애에 대해 논하는데, 듣고 있노라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자 존 리드는 죽어서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묻혔다. 관찰자와 전달자를 뛰어넘어 혁명의 과정에 참여했던 그는 언론의 중립에 관한 고민을 저서 <세계를 뒤흔든 열흘>에 남겼다.

“투쟁의 과정에서 내 감정은 중립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중요한 날들을 설명함에 있어서 나는 꼼꼼한 취재 기자의 눈으로 사건들을 보려 했고, 또한 진실만을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편파적인 글을 쓰면서 중립을 가장하는 대부분의 기자들과 달리, 언제든 치우침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그 사실을 잊지 않았기에 더욱 팩트를 추구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먼 훗날 로봇 기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국 존 리드의 말이 정답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밖에

* 워런 비티는 <레즈>를 1966년에 구상했다. 개봉한 것은 1981년. 완성까지 15년이 걸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오스카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 등 3개 부분을 석권했다. 오스카 역사상 제작, 감독, 각본, 연기 등 4개 부문에 지명되었던 이는 지금까지 <시민 케인>의 오손 웰즈와 워런 비티, 둘 뿐이다.

** 감독으로서의 워런 비티는 쉽게 “오케이” 사인을 내지 않는 걸로 악명 높았다. 미국 공산당 설립자, 루이스 프레이나로 분한 폴 소르비노는 같은 장면을 70번 연기했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무정부주의자, 엠마 골드먼 역의 모린 스테이플턴은 80번째 같은 장면을 찍던 끝에 비티에게 “제정신이냐?”고 일갈, 스태프들의 갈채를 받았다고. 압권은 진 해크먼. 통틀어 단 두 장면에 출연했던 그는 레스토랑에서 존 리드에게 한마디 하는 연기를 100번이나 거듭해야 했다.

*** 정확히 영화의 절반이 지났을 때, 볼셰비키가 러시아 혁명의 주도권을 잡는다. 그리고 4분여에 걸쳐 레닌과 트로츠키가 등장하는 몽타주 시퀀스와 함께 ‘인터내셔널가’가 울려 퍼진다. 볼셰비키는 횃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존 리드와 ‘동지’ 루이스 브라이언트(다이앤 키튼 분)도 그 속에 있다. <지옥의 묵시록> <1900> 등을 찍은 전설적인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역량이 특히 돋보이는 장면. 이곳{https://goo.gl/BA91xe}에서 볼 수 있다.

평점 : IMDB(7.4), 로튼토마토(95/100), 왓챠(3.7/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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