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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29] 덤 앤 더머의 인생작〈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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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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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연출] 피터 위어
[각본] 앤드류 니

오는 12월 13일 국내 재개봉이 확정됐다. 첫 개봉 후 20년 만이다.

짐 캐리 주연의 <이터널 선샤인>(2004)이 올해 초 재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두자 극장이 같은 배우의 작품으로 재차 흥행을 노리는 모양인데, 어쨌거나 <트루먼 쇼>를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세기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설정은 여전히 기발하다. <트루먼 쇼>란 한 남자의 인생이 통째로 TV에 생방송되는 리얼리티 쇼다. 출생에서 결혼,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30년째 방송 중인데, 정작 주인공은 자신이 거대한 세트 안에서 가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모른다. 오늘날 TV와 유튜브 등을 도배하다시피하는 사생활 엿보기 예능 프로의 원조이자, 완결 버전인 셈이다.

이 작품이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데는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 역을 맡은 짐 캐리의 공이 컸다. 이 영화에 캐스팅될 때, 짐 캐리는 출연료가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스타였다. 그러나 <에이스 벤츄라>(1994), <덤 앤 더머>(1994) 등 몸을 쓰는 코미디로 급부상한 배우였던 탓에 정극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기용하려는 제작자는 드물었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앤드류 니콜 역시 초고를 쓸 때 개리 올드먼을 떠올렸다. 어둡고 진지한 톤의 이야기였다. 아마도 짐 캐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그는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짐 캐리를 끌어들인 건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연기 덕에 작품의 톤이 경쾌해졌다. 무엇보다 그는 관객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사회성이나 의미를 강조하는 영화를 보는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평론가가 되곤 한다. 매스컴을 다룬 영화라면 매체의 상업주의를 지적하거나 부조리에 대해 핏대를 올리는 식이다. 극영화를 보고 나서 다큐멘터리의 감상을 내놓는 셈인데, 예컨대 시드니 루멧의 <네트워크>(1976) 같은 작품이 그렇다.

반면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주인공의 입장에 빠져든다. 진짜 인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를 응원하며 함께 웃고 울게 된다. 영화는 다분히 미디어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만, 냉소적이기보다는 따끈따끈한 쪽에 가깝다.

짐 캐리는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트루먼 쇼>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으로 남았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출연료가 절반 가까이 깎이는 걸 감수할 정도로 이 작품에 적극적이었다. 시나리오를 고르는 선구안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컷. 서늘한 장면이다. 트루먼이 탈출에 성공하고, 관객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타이밍. ‘트루먼 쇼’의 열혈 시청자였던 이들 두 남자 역시 쇼의 결말에 안도한다. 그러나 쇼가 끝나고 지직거리는 화면이 송출되자 한 남자가 내뱉는다. “이제 뭐 보지? 어디 있어?”


그밖에

* 짐 캐리와 함께 <덤 앤 더머>에 출연했던 제프 대니얼스는 2012년, <웨스트윙>의 아론 소킨이 쓰고 HBO가 방영한 드라마 <뉴스 룸>에서 원칙에 충실한 앵커 역을 맡아 저널리즘의 정도를 보여줬다. ‘덤’과 ‘더머’가 모두 미디어를 소재로 한 극에서 주연을 맡아 성공한 셈. 둘 중 누가 멍청이(Dumb)이고, 누가 더 멍청이(Dumber)일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극중 로이드(짐 캐리)가 ‘더머’다.

평점 : IMDB(8.1/10), 로튼토마토(94/100), 왓챠(4.2/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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